고민 끝에 드디어 보직을 변경했습니다.
사실 좀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 참고로 저희 부대는 동원사단이라 한 개 대대가 50명밖에 안 됩니다.
그 중에서 저는 일반 소총중대 m60 사수였는데, 이번에 본부중대 행정병으로 (정확히는 인사병으로) 보직을 변경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행정병으로 군대를 오고 싶었으나 땅개로 입대를 하게 되어서 그동안 고통받고 있었는데, 대대 작전과장님이 평소 그 사실을 알고 계시다가 한 달 전쯤에 인사병 후임을 새로 뽑게 되어서 저를 집어넣으려고 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엄청 고민을 했습니다. 보직을 변경하면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지만 기존 중대 사람들과의 관계라던지 본부중대 선/후임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몇몇 선/후임들과 상담을 해 보고, 특히 제 선임 인사병의 권유로 인해 마음을 굳히고 2주 전쯤에 본부중대 행정병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직 인사명령이 안 되어 있어서 총은 여전히 M60을 들고 있지만, 일은 삽질이 아닌 컴퓨터질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장단점이 다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평소에도 운동감각이 둔하고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지라 행정병 일이 훨씬 적성과 흥미에 맞더군요.
그 이전까지는 맨날 일과시간이 괴롭고 일 못한다고 구박받고 그저 쉬는 시간과 주말만을 바라보며 사는 비참한 생활이었다면, 이제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일이 재미있고 모든 것에 활력과 의욕이 넘치는 듯 합니다.
게다가 다행히도 우려했었던 인간 관계 측면도 예상보다 훨씬 잘 풀려서, 여러모로 매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아직 군대를 안 가신 분이 있다면, 저처럼 막 입대하지 마시고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특기병 제도를 통해 원하는 보직을 골라서 입대하시길 바랍니다. 그게 아니라도, 본래 보직이라는 것은 해당 개인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맞춰주게 되어 있다고 하니까, 상담을 통해 일찌감치 원하는 보직으로 변경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mad butcher 2010-10-31 16:30 | ||
군생활 꼬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인사과라니-.ㅜ | ||
Sonata 2010-10-31 18:43 | ||
재미있고 다른 문제도 잘 풀렸다니 다행이네요 ㅋㅋ | ||
Burzum 2010-10-31 19:34 | ||
전 땅개로 있다가 짬먹고 행정병도 해봤지만....걍 훈련뛰고 작업하는 땅개가 훨 편하더군요... 머 강원도철원 수색대에서 땅개짓했으니....나름 빡센 땅개였습니다 ㅎㅎㅎ.. 하지만 행정병 너무 빡세요...땅개짓할때는 그래도 5~6시부터는 쉬었는데..주말도 근무시간빼곤 쉬었구요...행정병 해보니까 이건 머 일과시간 끝나도 계속 일해야 되고...주말에도 근무 오래서고...진짜 최악이더군요.... 전 걍 깔끔하게 삽질하고 10분간 휴식하고 일과시간 끝나고는 작업종료~이게 좋더군요... | ||
DemonRider 2010-10-31 20:43 | ||
큰 실수를 하셨구만... 동원사단은 병력이 적기 때문에 행정병도 개 빡십니다. 진짜 윗분 말대로 땅개가 최고 편함 | ||
Zyklus 2010-10-31 20:52 | ||
뭐 전보다 생활이 나아지셨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보입니다만, 행정병은 몸은 조금 편할지 몰라도 일과 끝나고나서도 해야할 일도 많고 재수없으면 주말에 다른 병사들은 쉬는데 일해야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물론 짬찌그레기시절엔 고생하는게 다 똑같고 상말 병장쯤되야 좀 편해지는게 있지요. 근데 저는 전역전 마지막 말년휴가 전날까지도 땀 뻘뻘 흘려가면서 작업하다 왔습니다. 하필이면 그 때 사령관 순찰돈다고 주도로, 탄약고(제가 있던곳이 탄약창이라) 잡초 및 건초수거 등 전 병력이 투입되서 작업나갔었지요.말년병장이었던 저도 얄짤없이 끌려나갔습니다.;;; 말이 딴데로 샛는데 암튼...제 동기중에도 행정병이 있었기에 그 고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딜가든 열심히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적당히 삐데는 스킬을 발휘하면서 군생활 잘 하시길 바랍니다.ㅋㅋ | ||
잭와일드 2010-10-31 21:19 | ||
부대마다 특성이 있겠죠.. 제가 제대한 부대(12사 포병) 행정병들은 일반 사병하고는 아예 비교도 안될정도로 편하게 지내던데요... 행정병들 포함한 전 부대원들이 인정했답니다..ㅋㅋㅋ | ||
scratch 2010-10-31 21:38 | ||
마음편하시다면 다행입니다. 특히 정적인 스타일이라면 뭐 괜찮아요. 위에 글 적은 분들도 모두 걱정하셔서 말하는 거겠지만, 결국 거기에서 거기에요. 특별한 케이스 아니면 정말 더 힘들거나 정말 더 편하거나 하는 건 없거든요. 다만, 인사/동원 업무라면 일이 손에 익기까지는 조금 골치아프실지도... 사수 분하고 친하게 지내세요^^ | ||
녹터노스 2010-11-01 01:15 | ||
저도 행정병이었습니다만.... 같이 군생활하다보면 절대 행정병들 편하단 말 못나오죠 뭐 행정병중에서도 보직이 뭐냐가 중요하겟습니다만..... | ||
기븐 2010-11-04 18:30 | ||
솔직히 잘 모르는 사람들은 행정병이 노가다도 별로 안 하는 편한 보직인 줄 알겠지만, 저는 이미 안좋은 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지원했습니다. 사실 편한 걸 원해서 행정병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체 체격도 약하고 운동도 못하는지라 몸으로 하는 일은 솔직히 말해서 후임보다도 못할 때가 많았는데, 그에 따른 고통에 비하면 행정병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일과시간 이후에 씻지도 못하고 밤 10시가 되도록 계속 작업해도 마음만은 정말 편하고 좋습니다. | ||
Roca 2010-11-06 15:07 | ||
저도 기븐님과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작업뛰던 생활관에서 대대병기과계원이되었는데, 계원도 다 나름입니다. 작업은 몸이 힘들고, 계원은 몸이 힘들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거 같지요... 처부간부님을 잘 만나면 정말 좋겠지만, 모든 일 죄다 넘겨버리고 매일 소리만 지르시는 간부님이 처부간부님이라면 얼마나 힘들까요. 특히나 군지휘검열, 전장비같은 갖가지 풍요로운 이벤트들이 있을때마다 계원은 참 바쁘죠. 하지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말해봤자 작업이 낫느니, 계원이 낫느니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작업->계원인 사람 중 작업이 나았다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저는 그다지 힘쓰는 쪽이랑은 거리가 먼건지 계원일이 그래도 낫네요. 게다가 탄약관님이 너무 좋으셔서 :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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