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ki Review
September 30, 2019
찬란했던 메소포타미아의 신화 속으로...
히브리어로 ‘불의 왕’을 뜻하는 Melechesh는 1995년도에 결성하여 현재까지 활동해오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밴드이다. 이들의 음악은 블랙 메탈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갈수록 일반적인 블랙 메탈과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사해오고 있다. 음악 및 가사의 테마는 대개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중동 지방 오컬트 등에 대한 것이며, 때문에 오리엔탈 블랙 메탈이나 메소포타미안 메탈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이처럼 독창적인 사운드를 정립한 이들의 음악 세계는 자신만의 장르를 창조해낸 수준에 다다른 여타 거장 밴드들에 견줄 만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일 것이다.
이들은 예루살렘에서 결성하여 데모 As Jerusalem Burns... 등을 발표했고, 지역 언더그라운드 메탈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예루살렘 시 당국은 이들을 사타니즘 및 오컬트를 행하는 집단이라는 이유로 고소를 하기도 했었다. 이후 다행히도 고소는 결국 취하되었으나, 이와 같은 종교, 사회적 이유들로 인해 이들은 결국 1998년 네덜란드로 이주하여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들은 이후로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때문에 앨범이 녹음된 장소가 제각각이다. (미국, 스웨덴, 터키, 그리스 등...)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던 당시 발표했던 정규 1집 As Jerusalem Burns... Al'Intisar는 정통 세컨드 웨이브 블랙에 가까운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었으나, 해외 이주 이후 발표한 2집 Djinn부터는 점차 이들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본격적으로 발전시켜나갔다. 한편 2집 발표 이전 이스라엘에 남았던 드러머 Lord Curse가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Absu의 드러머인 Proscriptor McGovern이 드럼을 맡기도 했었다. (여담이지만 Lord Curse는 루카스필름 산하의 ILM에서 시각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아이언맨이나 트랜스포머 3과 같은 영화 제작에 참여했고, 2014년 Melechesh에 복귀하여 두 직업을 병행하고 있다.)
2003년 발매된 3집 Sphynx는 King Diamond의 기타리스트 Andy LaRocque가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더욱 강해진 이들만의 색깔과 수준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았다. 그리고 2006년 발표한 Emissaries에 이르러 독자적인 스타일의 완성을 이룩해냈던 이들은 마치 사막의 모래폭풍과도 같은 메마르고 거친 사운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었다. 한편 5집 The Epigenesis에서는 더욱 진보적이고 다채로운 구성을 선보이며 더욱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4년 반 만에 발표했던 최근작 6집 Enki역시 호평을 받으며 그 명성을 이어간 만큼 이들은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음악들을 꾸준히 만들어온 베테랑 밴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 음악의 테마는 메소포타미아/수메르 신화 및 오컬트 등이 주가 되며,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중동 및 지중해 지방의 전통 악기들을 활용한다. 다만 이러한 전통 악기들을 앨범 내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곡의 일부분 혹은 전통 악기들로만 구성된 연주곡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와 색깔은 Nile 같은 밴드가 그랬듯이 기존 밴드 악기만으로도 충분히 구사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Melechesh의 음악 대부분은 프론트맨이자 밴드의 매니저인 Melechesh Ashmedi가 작사 및 작곡을 겸하고 있으며, 그는 기타·보컬·키보드뿐 아니라 다양한 전통악기들까지 다루는 팔방미인이다. 6집 Enki는 원년 멤버 Moloch을 비롯한 세션 멤버들과 함께 녹음을 진행했고, 2014년 밴드에 복귀했던 Lord Curse는 개인 사정으로 레코딩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Gorod 등등 여러 밴드를 거친 드러머 Samuel Santiago가 드럼을 맡았다. 또한 Max Cavalera를 비롯한 여타 뮤지션들의 피쳐링 또한 눈길을 끌었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 주는 금빛 앨범 커버는 크툴루 신화 일러스트 등으로 알려진 John Coulthart가 담당했다.
첫 번째 곡 Tempest Temper Enlil Enraged는 특유의 중동풍 트레몰로 리프가 눈에 띄는 인트로로 시동을 걸다가 곧이어 그야말로 폭발적인 전개가 터져 나온다. 마치 4집 Emissaries의 1번 트랙 Rebirth of the Nemesis를 연상시키는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연출해내며 단번에 거장의 귀환을 널리 알린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이어지는 스피디한 전개 역시 Melechesh만의 이국적이면서도 쫄깃한 리프들로 귀를 사로잡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더욱 캐치한 리프 구성을 보여주는 등 그야말로 작살을 내주는 킬링 트랙이었다. 한편 곡 제목과 가사의 엔릴(Enlil)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등장하는 바람의 신으로,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대홍수를 일으킨 신이다.
이어지는 The Pendulum Speaks역시 이국적인 멜로디로 수를 놓는 도입부로 어김없이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독특한 기타 톤이 가장 두드러지는 곡 중 하나이다. 마치 반짝이는 황금빛 앨범커버의 느낌을 연상시키는 독특하고 풍부한 느낌의 기타 톤은 이번 앨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고 본다. 이 곡의 구성은 비교적 짧지만 보다 캐치한 느낌을 강조했으며, 특히 리프의 귀재인 Ashmedi의 훌륭한 리프들이 인상적이었던 곡이었다.
Sepultura의 전 멤버로 잘 알려져 있는 Max Cavalera의 보컬 피쳐링이 돋보이는 3번 곡 Lost Tribes 역시 이국적이면서도 중독성 넘치는 리프들의 향연이 펼쳐지며, 청량감 넘치는 Ashmedi의 보컬과 거친 Cavalera의 보컬이 이루는 조화도 볼만했다. 마찬가지로 빈틈없이 스피디하게 잘 짜인 전개와 변칙적인 구성 모두가 훌륭했던 멋진 곡이었다. 특히 클라이맥스 및 종결부 부분의 임팩트가 강렬했다. 한편 이 곡은 당시 고대 유적들을 파괴하면서 테러 행위를 일삼은 ISIS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 담긴 곡이기도 하다.
한편 질주감 대신 보다 진득하고 그루브한 느낌을 강조하는 Multiple Truths또한 본작의 킬링 트랙 중 하나이다. 앞선 곡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뛰어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매력적인 리프들이 돋보이며, 의외의 클린 보컬 파트로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리프가 약간의 변화를 주며 반복되는 부분은 그야말로 머리를 저절로 흔들게 만들 정도였다.
반면 8분대의 대곡 Enki - Divine Nature Awoken에선 더욱 무게감 있고 에픽한 스타일의 전개를 펼쳐나간다. Lost Tribes와 마찬가지로 이 곡에선 Rotting Christ의 보컬 및 기타리스트인 Sakis Tolis가 보컬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또한 대곡답게 더욱 웅장하고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메소포타미아의 신화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엔키(Enki)는 물의 신이자 바람의 신 엔릴과 형제이며 인간을 창조한 신이기도 하다. 그는 대홍수를 일으켰던 엔릴과는 달리 인간 우트나피쉬팀에게 귀띔하여 방주를 만들게 하는 등 인간에게 우호적이었던 신이었다고 한다.
다시 미친 듯한 스피드의 질주를 이어가는 Metatron and Man은 전작 The Epigenesis의 2번 트랙 Grand Gathas of Baal Sin과 마찬가지로 사막의 폭풍과도 같은 이들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앞선 곡들과 마찬가지로 인상깊은 리프들이 기억에 남으며,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은은한 기타 솔로도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이 곡은 유대교 신비주의에서 등장하는 세피로트의 나무와 대천사 메타트론에 대한 곡이다.
앨범 내에서 가장 짧은 트랙인 The Palm, the Eye and Lapis Lazuli은 짧은 길이만큼이나 캐치하고 직설적인 곡이다. 또한 흥겨운 메인 리프와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 돋보이는 보다 접근성이 높은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이 곡에선 Volbeat의 기타리스트인 Rob Caggiano가 기타 솔로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비록 짧은 곡이지만 나름대로 있을 건 다 있는 곡이고, 어김없이 돋보이는 훌륭한 리프들이 인상적이었던 곡이었다.
8번 트랙 Doorways to Irkala는 Melechesh의 앨범들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전통 악기들을 활용한 연주곡이다. 다라부카, 다프, 에스라즈, 부주키 등 다양한 전통 악기가 어우러지며 중동풍의 주술적인 느낌을 훌륭하게 만들어내고 있고, 적절한 완급조절을 통해 더욱 신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곡 The Outsiders는 12분이 넘어가는 거대한 대곡이자, Melechesh의 모든 곡들 중에서도 가장 긴 곡이다. 우선 웅장하기 그지없는 도입부로 이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스케일을 체감하게 만들며, 보컬 역시 코러스가 더해진 장엄한 스타일로 에픽한 면모를 더한다. 이후 이어지는 전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강렬하고 매력적인 연주를 통해 웅장한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한편 중반부에서 잠깐 동안 혼란스러운 연주가 이어지며 더욱 독특한 느낌을 보여준 뒤 곡이 클라이맥스로 돌입한다. 최고조에 다다른 분위기 속에서 도입부 부분이 변주되어 되풀이되며 수미상관적 구성을 보여준 후 그야말로 압도적인 마무리로 곡을 마무리 지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10분이 넘어가는 대곡으로 앨범을 마무리한 것은 전작도 마찬가지였지만, 전작의 마지막 트랙 The Epigenesis와 비교해 보면 이 곡이 상위호환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훨씬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 주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곡은 그야말로 Melechesh의 모든 것이 담긴 일생일대의 대곡과도 같은 인상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The Call of Ktulu, Blackwater Park와 같이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 최후의 걸작 대곡들과 비교해 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어마어마한 곡이었다고 본다.
앨범 전반적으로 보면 거칠고 폭발적인 출력을 보여주었던 4집과 그루브한 면모 등을 추가하여 팔방미인과도 같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5집을 적절하게 배합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갔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전면에 배치되어 더욱 강렬하고 파괴적인 인상을 남기는 드럼과 찬란했던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연상시키는 풍부한 느낌의 기타 톤은 이번 작품의 특색 중 하나였다.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하고 있는 Ashmedi의 출중한 작곡 능력은 이국적이면서도 착착 감기는 리프들만 보더라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으며,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곡 구성으로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보다 다채로운 앨범을 짜내려 갔다는 점 또한 여전했다.
또한 전작과 비교해 봤을 때 약 10분 정도 줄어든 간소화된 구성으로 부담은 줄이고 각각 곡들의 임팩트를 좀 더 끌어올렸으며, Tempest Temper Enlil Enraged, Multiple Truths등 뚜렷한 킬링 트랙의 존재감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지막 곡 The Outsiders가 이 앨범을 높이 평가하는 데 있어서 큰 이유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이 곡이 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음악을 듣다 보면 가끔 단순히 ‘좋다’, ‘잘 만들었다’의 감흥을 넘어서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지?’라는 감탄과 함께 충격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곡이 바로 그러한 부류에 해당했다. 장대한 분위기, 훌륭한 리프, 절묘한 구성 등 모두가 극에 달한 완벽에 가까운 대곡이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나머지 곡들의 완성도 또한 전반적으로 모두 출중했다고 본다.
따라서 Melechesh의 6집 Enki 역시 2집 이래 지속적으로 진보해오며 한 번의 실패도 겪지 않은 꾸준함을 증명한 작품이자, 한 발 더 나아가려는 시도를 멋지게 이루어낸 2010년대의 빛나는 걸작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들의 앨범들은 시간이 갈수록 발표하는 간격이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Ashmedi는 인터뷰에서 Melechesh의 앨범 제작이 길어지는 이유가 작곡을 거의 자기 혼자서 하며, 투어 도중이나 다른 시간에 짬을 내어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뭐 이러한 사유는 비단 이 밴드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앨범 내는 주기가 제법 길더라도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매번 판에 박힌 스타일로 복사하듯 찍어내거나 단순히 다작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인고의 시간을 가지며 적지만 더욱 가치 있는 수작을 탄생시키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21세기 들어 메탈 장르 내에서 본격적으로 동양적 테마를 차용하는 밴드가 많아지면서 현재까지도 이러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데스 메탈 계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Nile이나, 최근 국내에까지도 컬트적인 인기를 퍼뜨리고 있는 Cult of Fire등등 많은 밴드들이 저마다의 동양풍 컨셉을 잡아 차별화된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나 Orphaned Land, Myrath등과 같이 음악적 테마와 지역적 배경이 동일한 밴드들의 경우 동양적 컨셉을 차용한 서양 밴드들과는 다른 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밴드들은 보다 지역적 특색을 활용하기 쉬우며,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유럽의 바이킹/포크 메탈 밴드들이 그래왔듯이 지역 종교에 대한 페이거니즘적이거나 반종교적인 색채를 더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예시를 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블랙/포크 메탈 밴드 AlNamrood의 경우 반이슬람교적 테마를 사용한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런 식으로 반이슬람교적인 행보를 보였다가는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채 철저하게 익명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Melechesh의 경우 진심으로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대한 종교적 숭배를 행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프론트맨 Ashmedi는 인터뷰에서 2015년 당시 극성이었던 ISIS의 고대 유적 파괴 행위를 비판하기도 했고, ISIS에 의해 사촌이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총격을 당해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앨범의 3, 7번 트랙의 가사를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쓰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Melechesh와 같은 밴드의 음악은 단지 동양적 컨셉을 차용한 서구 밴드들과는 달리 실제 삶의 경험과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차이를 두고 무조건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역적 기반을 둔 밴드들이라면 그들의 현실 세계에서의 삶에 기반한 좀 더 진심 어린 예술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치 페이건 블랙과 포크 메탈 밴드들이 그래왔듯이 말이다. 아무튼 간에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타향살이에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낸 Melechesh의 저력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99/100
히브리어로 ‘불의 왕’을 뜻하는 Melechesh는 1995년도에 결성하여 현재까지 활동해오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밴드이다. 이들의 음악은 블랙 메탈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갈수록 일반적인 블랙 메탈과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사해오고 있다. 음악 및 가사의 테마는 대개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중동 지방 오컬트 등에 대한 것이며, 때문에 오리엔탈 블랙 메탈이나 메소포타미안 메탈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이처럼 독창적인 사운드를 정립한 이들의 음악 세계는 자신만의 장르를 창조해낸 수준에 다다른 여타 거장 밴드들에 견줄 만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일 것이다.
이들은 예루살렘에서 결성하여 데모 As Jerusalem Burns... 등을 발표했고, 지역 언더그라운드 메탈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예루살렘 시 당국은 이들을 사타니즘 및 오컬트를 행하는 집단이라는 이유로 고소를 하기도 했었다. 이후 다행히도 고소는 결국 취하되었으나, 이와 같은 종교, 사회적 이유들로 인해 이들은 결국 1998년 네덜란드로 이주하여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들은 이후로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때문에 앨범이 녹음된 장소가 제각각이다. (미국, 스웨덴, 터키, 그리스 등...)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던 당시 발표했던 정규 1집 As Jerusalem Burns... Al'Intisar는 정통 세컨드 웨이브 블랙에 가까운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었으나, 해외 이주 이후 발표한 2집 Djinn부터는 점차 이들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본격적으로 발전시켜나갔다. 한편 2집 발표 이전 이스라엘에 남았던 드러머 Lord Curse가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Absu의 드러머인 Proscriptor McGovern이 드럼을 맡기도 했었다. (여담이지만 Lord Curse는 루카스필름 산하의 ILM에서 시각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아이언맨이나 트랜스포머 3과 같은 영화 제작에 참여했고, 2014년 Melechesh에 복귀하여 두 직업을 병행하고 있다.)
2003년 발매된 3집 Sphynx는 King Diamond의 기타리스트 Andy LaRocque가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더욱 강해진 이들만의 색깔과 수준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았다. 그리고 2006년 발표한 Emissaries에 이르러 독자적인 스타일의 완성을 이룩해냈던 이들은 마치 사막의 모래폭풍과도 같은 메마르고 거친 사운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었다. 한편 5집 The Epigenesis에서는 더욱 진보적이고 다채로운 구성을 선보이며 더욱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4년 반 만에 발표했던 최근작 6집 Enki역시 호평을 받으며 그 명성을 이어간 만큼 이들은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음악들을 꾸준히 만들어온 베테랑 밴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 음악의 테마는 메소포타미아/수메르 신화 및 오컬트 등이 주가 되며,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중동 및 지중해 지방의 전통 악기들을 활용한다. 다만 이러한 전통 악기들을 앨범 내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곡의 일부분 혹은 전통 악기들로만 구성된 연주곡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와 색깔은 Nile 같은 밴드가 그랬듯이 기존 밴드 악기만으로도 충분히 구사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Melechesh의 음악 대부분은 프론트맨이자 밴드의 매니저인 Melechesh Ashmedi가 작사 및 작곡을 겸하고 있으며, 그는 기타·보컬·키보드뿐 아니라 다양한 전통악기들까지 다루는 팔방미인이다. 6집 Enki는 원년 멤버 Moloch을 비롯한 세션 멤버들과 함께 녹음을 진행했고, 2014년 밴드에 복귀했던 Lord Curse는 개인 사정으로 레코딩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Gorod 등등 여러 밴드를 거친 드러머 Samuel Santiago가 드럼을 맡았다. 또한 Max Cavalera를 비롯한 여타 뮤지션들의 피쳐링 또한 눈길을 끌었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 주는 금빛 앨범 커버는 크툴루 신화 일러스트 등으로 알려진 John Coulthart가 담당했다.
첫 번째 곡 Tempest Temper Enlil Enraged는 특유의 중동풍 트레몰로 리프가 눈에 띄는 인트로로 시동을 걸다가 곧이어 그야말로 폭발적인 전개가 터져 나온다. 마치 4집 Emissaries의 1번 트랙 Rebirth of the Nemesis를 연상시키는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연출해내며 단번에 거장의 귀환을 널리 알린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이어지는 스피디한 전개 역시 Melechesh만의 이국적이면서도 쫄깃한 리프들로 귀를 사로잡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더욱 캐치한 리프 구성을 보여주는 등 그야말로 작살을 내주는 킬링 트랙이었다. 한편 곡 제목과 가사의 엔릴(Enlil)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등장하는 바람의 신으로,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대홍수를 일으킨 신이다.
이어지는 The Pendulum Speaks역시 이국적인 멜로디로 수를 놓는 도입부로 어김없이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독특한 기타 톤이 가장 두드러지는 곡 중 하나이다. 마치 반짝이는 황금빛 앨범커버의 느낌을 연상시키는 독특하고 풍부한 느낌의 기타 톤은 이번 앨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고 본다. 이 곡의 구성은 비교적 짧지만 보다 캐치한 느낌을 강조했으며, 특히 리프의 귀재인 Ashmedi의 훌륭한 리프들이 인상적이었던 곡이었다.
Sepultura의 전 멤버로 잘 알려져 있는 Max Cavalera의 보컬 피쳐링이 돋보이는 3번 곡 Lost Tribes 역시 이국적이면서도 중독성 넘치는 리프들의 향연이 펼쳐지며, 청량감 넘치는 Ashmedi의 보컬과 거친 Cavalera의 보컬이 이루는 조화도 볼만했다. 마찬가지로 빈틈없이 스피디하게 잘 짜인 전개와 변칙적인 구성 모두가 훌륭했던 멋진 곡이었다. 특히 클라이맥스 및 종결부 부분의 임팩트가 강렬했다. 한편 이 곡은 당시 고대 유적들을 파괴하면서 테러 행위를 일삼은 ISIS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 담긴 곡이기도 하다.
한편 질주감 대신 보다 진득하고 그루브한 느낌을 강조하는 Multiple Truths또한 본작의 킬링 트랙 중 하나이다. 앞선 곡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뛰어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매력적인 리프들이 돋보이며, 의외의 클린 보컬 파트로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리프가 약간의 변화를 주며 반복되는 부분은 그야말로 머리를 저절로 흔들게 만들 정도였다.
반면 8분대의 대곡 Enki - Divine Nature Awoken에선 더욱 무게감 있고 에픽한 스타일의 전개를 펼쳐나간다. Lost Tribes와 마찬가지로 이 곡에선 Rotting Christ의 보컬 및 기타리스트인 Sakis Tolis가 보컬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또한 대곡답게 더욱 웅장하고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메소포타미아의 신화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엔키(Enki)는 물의 신이자 바람의 신 엔릴과 형제이며 인간을 창조한 신이기도 하다. 그는 대홍수를 일으켰던 엔릴과는 달리 인간 우트나피쉬팀에게 귀띔하여 방주를 만들게 하는 등 인간에게 우호적이었던 신이었다고 한다.
다시 미친 듯한 스피드의 질주를 이어가는 Metatron and Man은 전작 The Epigenesis의 2번 트랙 Grand Gathas of Baal Sin과 마찬가지로 사막의 폭풍과도 같은 이들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앞선 곡들과 마찬가지로 인상깊은 리프들이 기억에 남으며,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은은한 기타 솔로도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이 곡은 유대교 신비주의에서 등장하는 세피로트의 나무와 대천사 메타트론에 대한 곡이다.
앨범 내에서 가장 짧은 트랙인 The Palm, the Eye and Lapis Lazuli은 짧은 길이만큼이나 캐치하고 직설적인 곡이다. 또한 흥겨운 메인 리프와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 돋보이는 보다 접근성이 높은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이 곡에선 Volbeat의 기타리스트인 Rob Caggiano가 기타 솔로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비록 짧은 곡이지만 나름대로 있을 건 다 있는 곡이고, 어김없이 돋보이는 훌륭한 리프들이 인상적이었던 곡이었다.
8번 트랙 Doorways to Irkala는 Melechesh의 앨범들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전통 악기들을 활용한 연주곡이다. 다라부카, 다프, 에스라즈, 부주키 등 다양한 전통 악기가 어우러지며 중동풍의 주술적인 느낌을 훌륭하게 만들어내고 있고, 적절한 완급조절을 통해 더욱 신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곡 The Outsiders는 12분이 넘어가는 거대한 대곡이자, Melechesh의 모든 곡들 중에서도 가장 긴 곡이다. 우선 웅장하기 그지없는 도입부로 이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스케일을 체감하게 만들며, 보컬 역시 코러스가 더해진 장엄한 스타일로 에픽한 면모를 더한다. 이후 이어지는 전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강렬하고 매력적인 연주를 통해 웅장한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한편 중반부에서 잠깐 동안 혼란스러운 연주가 이어지며 더욱 독특한 느낌을 보여준 뒤 곡이 클라이맥스로 돌입한다. 최고조에 다다른 분위기 속에서 도입부 부분이 변주되어 되풀이되며 수미상관적 구성을 보여준 후 그야말로 압도적인 마무리로 곡을 마무리 지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10분이 넘어가는 대곡으로 앨범을 마무리한 것은 전작도 마찬가지였지만, 전작의 마지막 트랙 The Epigenesis와 비교해 보면 이 곡이 상위호환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훨씬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 주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곡은 그야말로 Melechesh의 모든 것이 담긴 일생일대의 대곡과도 같은 인상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The Call of Ktulu, Blackwater Park와 같이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 최후의 걸작 대곡들과 비교해 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어마어마한 곡이었다고 본다.
앨범 전반적으로 보면 거칠고 폭발적인 출력을 보여주었던 4집과 그루브한 면모 등을 추가하여 팔방미인과도 같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5집을 적절하게 배합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갔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전면에 배치되어 더욱 강렬하고 파괴적인 인상을 남기는 드럼과 찬란했던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연상시키는 풍부한 느낌의 기타 톤은 이번 작품의 특색 중 하나였다.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하고 있는 Ashmedi의 출중한 작곡 능력은 이국적이면서도 착착 감기는 리프들만 보더라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으며,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곡 구성으로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보다 다채로운 앨범을 짜내려 갔다는 점 또한 여전했다.
또한 전작과 비교해 봤을 때 약 10분 정도 줄어든 간소화된 구성으로 부담은 줄이고 각각 곡들의 임팩트를 좀 더 끌어올렸으며, Tempest Temper Enlil Enraged, Multiple Truths등 뚜렷한 킬링 트랙의 존재감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지막 곡 The Outsiders가 이 앨범을 높이 평가하는 데 있어서 큰 이유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이 곡이 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음악을 듣다 보면 가끔 단순히 ‘좋다’, ‘잘 만들었다’의 감흥을 넘어서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지?’라는 감탄과 함께 충격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곡이 바로 그러한 부류에 해당했다. 장대한 분위기, 훌륭한 리프, 절묘한 구성 등 모두가 극에 달한 완벽에 가까운 대곡이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나머지 곡들의 완성도 또한 전반적으로 모두 출중했다고 본다.
따라서 Melechesh의 6집 Enki 역시 2집 이래 지속적으로 진보해오며 한 번의 실패도 겪지 않은 꾸준함을 증명한 작품이자, 한 발 더 나아가려는 시도를 멋지게 이루어낸 2010년대의 빛나는 걸작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들의 앨범들은 시간이 갈수록 발표하는 간격이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Ashmedi는 인터뷰에서 Melechesh의 앨범 제작이 길어지는 이유가 작곡을 거의 자기 혼자서 하며, 투어 도중이나 다른 시간에 짬을 내어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뭐 이러한 사유는 비단 이 밴드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앨범 내는 주기가 제법 길더라도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매번 판에 박힌 스타일로 복사하듯 찍어내거나 단순히 다작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인고의 시간을 가지며 적지만 더욱 가치 있는 수작을 탄생시키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21세기 들어 메탈 장르 내에서 본격적으로 동양적 테마를 차용하는 밴드가 많아지면서 현재까지도 이러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데스 메탈 계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Nile이나, 최근 국내에까지도 컬트적인 인기를 퍼뜨리고 있는 Cult of Fire등등 많은 밴드들이 저마다의 동양풍 컨셉을 잡아 차별화된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나 Orphaned Land, Myrath등과 같이 음악적 테마와 지역적 배경이 동일한 밴드들의 경우 동양적 컨셉을 차용한 서양 밴드들과는 다른 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밴드들은 보다 지역적 특색을 활용하기 쉬우며,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유럽의 바이킹/포크 메탈 밴드들이 그래왔듯이 지역 종교에 대한 페이거니즘적이거나 반종교적인 색채를 더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예시를 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블랙/포크 메탈 밴드 AlNamrood의 경우 반이슬람교적 테마를 사용한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런 식으로 반이슬람교적인 행보를 보였다가는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채 철저하게 익명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Melechesh의 경우 진심으로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대한 종교적 숭배를 행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프론트맨 Ashmedi는 인터뷰에서 2015년 당시 극성이었던 ISIS의 고대 유적 파괴 행위를 비판하기도 했고, ISIS에 의해 사촌이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총격을 당해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앨범의 3, 7번 트랙의 가사를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쓰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Melechesh와 같은 밴드의 음악은 단지 동양적 컨셉을 차용한 서구 밴드들과는 달리 실제 삶의 경험과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차이를 두고 무조건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역적 기반을 둔 밴드들이라면 그들의 현실 세계에서의 삶에 기반한 좀 더 진심 어린 예술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치 페이건 블랙과 포크 메탈 밴드들이 그래왔듯이 말이다. 아무튼 간에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타향살이에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낸 Melechesh의 저력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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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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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Tempest Temper Enlil Enraged | 6:32 | 95 | 3 |
2. | The Pendulum Speaks | 4:18 | 97.5 | 2 |
3. | Lost Tribes | 6:17 | 100 | 2 |
4. | Multiple Truths | 5:07 | 100 | 4 |
5. | Enki - Divine Nature Awoken | 8:38 | 95 | 2 |
6. | Metatron and Man | 6:32 | 97.5 | 2 |
7. | The Palm the Eye and Lapis Lazuli | 4:08 | 90 | 2 |
8. | Doorways to Irkala (instrumental) | 8:00 | 90 | 2 |
9. | The Outsiders | 12:48 | 95 | 2 |
Line-up (members)
- Melechesh Ashmedi : Vocals, Guitars
- Moloch : Guitars
- Scorpios : Bass, Backing Vocals
- Lord Curse : Drums
- Guest/Session
- Max Cavalera : Vocals
- Sakis Tolis : Vocals
- Rob Caggiano : Gui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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