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e Mounds and Grave Mistakes Review
Band | |
---|---|
Album | Grave Mounds and Grave Mistakes |
Type | Album (Studio full-length) |
Released | September 28, 2018 |
Genres | Psychedelic Black Metal, Progressive Metal |
Labels | Lupus Lounge |
Length | 1:04:07 |
Album rating : 82.5 / 100
Votes : 2 (1 review)
Votes : 2 (1 review)
November 30, 2019
"Exuberance is beauty"
A Forest of Stars는 영국의 사이키델릭/프로그레시브 블랙 메탈 밴드이다. 편의상 이렇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들 역시 장르 구분이 매우 모호한 부류에 해당한다. 때문에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아방가르드, 앳머스퍼릭 등 온갖 수식어를 다 갖다 붙이기 나름이지만, 이러한 수식어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들려주는 유별난 음악일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Oranssi Pazuzu나 Hail Spirit Noir같은 밴드들에 의해 사이키델릭과 블랙의 융합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기도 했었고, 좀 더 넓게 보면 Arcturus나 Sigh같은 유별난 케이스를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사이키델릭적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방금 예시로 든 밴드들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노선을 걸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이들의 컨셉 역시 블랙 메탈에서 보기 드문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바로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가 그것이다.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0년 전을 컨셉으로 잡아 활동하고 있으며, 년도 역시 현재 년도에서 120년을 빼는 식으로 표기하고 있다.(때문에 이들에 의하면 이 앨범의 발매년도는 1898년이다.) 또한 이들은 스스로를 ‘Gentlemen's club’으로 지칭하는데, 이는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유행했던 상류층들에 의해 조직된 사교 클럽의 일종이다. 또한 밴드의 멤버들은 전부 예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복장 역시 Fleshgod Apocalypse처럼 고풍스럽고 격식 있는 옷을 빼입고 라이브를 진행하곤 한다. 가사의 테마는 다양한 편이지만 매우 추상적이고 난해하며, 오컬트적인 면모도 깊게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동시에 당시 전 세계에 걸친 영토를 자랑하던 대영제국의 위세 이면에 존재했던 사회의 퇴폐와 부패를 그려내고 있다. 이번 앨범 역시 상실, 죽음, 광기 등의 소재를 온갖 추상적, 상징적인 표현으로 풀어냈다.
이처럼 요상한 컨셉을 잡은 밴드인 이들은 만들어내는 음악 역시 무척 독특하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는 바이올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인데,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Ne Obliviscaris와도 또 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Ne Obliviscaris가 바이올린을 마치 화려한 솔로가 돋보이는 리드 기타를 사용하듯 배치했다면 이들의 경우 기묘하고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부각시키기 위해 바이올린을 사용하는 편이다. 또한 이들은 바이올린 이외에도 플루트나 피아노, 첼로, 신디사이저 등의 다양한 악기들을 활용하여 풍부하면서도 일반적인 심포닉 부류와는 다른 유니크한 스타일을 구사한다. 보컬은 남성 보컬이 주를 이루되 여성 보컬 또한 간간히 등장하며, 메인 보컬 Mister Curse는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며 마치 Devil Doll을 연상시키는 극적이고 기묘한 분위기를 조성해낸다. 곡 구성 역시 변칙적이고 구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다양한 악기를 활용한 다채로운 느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무척 다양하고도 풍성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이러한 스타일은 이들의 음악적 방향성과도 직결된다. 이들의 모토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지옥의 격언’의 구절 중 하나인 ‘넘쳐흐름이야말로 아름다움이다’라는 것 역시 이들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7인 밴드로 제법 규모가 큰 밴드여서인지는 몰라도 이들의 경우 프론트맨 혼자서 다 해먹는 밴드와는 달리 역할 분담이 꽤나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도 나름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사는 대부분 보컬 Curse가 썼고, 작곡은 원년멤버인 Mr. T.S. Kettleburner(기타와 첼로를 담당), The Gentleman(신디사이저와 피아노, 퍼커션을 담당), 그리고 2014년 새로 영입된 기타리스트 Mr William Wight-Barrow가 맡았다. 또한 여성 보컬이 이끌어가는 가장 잔잔한 트랙 Taken By The Sea의 경우 보컬과 바이올린, 플루트를 담당하는 Katheryne, Queen of the Ghosts가 작사, 작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개별 곡 작곡에 있어서도 어느 한 명이 하나의 곡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두 명 이상의 합작이라는 점 역시 어느 한 명의 중심축 보다는 여러 개의 기둥에 의해 떠받혀진 형태를 보여주는 이 밴드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다.
짤막한 연주곡인 첫 번째 곡 Persistence Is All은 잔잔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 앨범의 전반적인 느낌을 짐작케 해준다. 그리고 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Precipice Pirouette부터 본격적으로 앨범이 시작된다. 강렬한 도입부와 함께 곡이 시작되며 보컬이 가사를 쏟아내기 시작하고, 단번에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곧이어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어우러지며 고풍스러움과 기묘함을 더한다. 한편 이내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잔잔하고 은은한 전개를 잠시 보여준다. 다만 곧이어 다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하며 또다시 잠깐 가라앉았다가 이윽고 본격적인 곡의 클라이맥스로 돌입한다. 비장미가 느껴지는 트레몰로 리프가 등장하고, 보컬의 절규와 소름끼치는 바이올린 소리가 어우러지며 분위기가 최고조에 도달한다. 이후 이러한 전개를 좀 더 반복하며 곡을 마무리했다. 작년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당시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 곡 후반부의 터져 나오는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실로 어마어마한 인상을 남겨 주었었다.
이어지는 곡 Tombward Bound도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전개로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며, 소름이 끼치는 바이올린과 신디사이저, 기타의 기막힌 조화로 무시무시한 인트로를 선보인다. 반면 그 뒤에는 갑자기 분위기가 확 가라앉아 건반이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곡을 이끌어 나가는데, 지직거리는 엠비언트 사운드를 활용해 조용하지만 으스스한 느낌을 보여준다. 이후 광기 어린 느낌의 보컬이 빠르게 대사를 읊듯이 노래를 이어나가며, 몽롱하고 신비한 느낌의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전개를 펼쳐나간다. 후반부에서는 다시 파괴적인 면모로 전환되면서도, 처연한 감수성이 넘치는 바이올린 멜로디로 특색 있는 마무리를 선보였다.
한편 4번 트랙 Premature Invocation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플루트가 곡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하며 좀 더 음산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터져 나왔다가 다시 가라앉는 급격한 완급조절을 보여주고, 더욱 빠르게 가사를 쏟아내는 보컬 파트가 이어진다. 또한 이후로도 마치 위험천만한 곡예를 하듯이 자유자재로 완급조절을 해나가며 기묘한 분위기와 극적인 구성 속에서 곡을 마무리 지었다.
다시 한 번 분위기를 갑작스럽게 고조시키는 Children of the Night Soil은 확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고, 이후로도 줄곧 격렬한 곡 전개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부드러운 바이올린의 멜로디와 은은한 여성 백보컬을 활용해 감성적이면서도 더욱 기묘한 느낌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역시나 예측을 불허하는 독특한 완급조절 또한 돋보인다. 마찬가지로 마지막 부분에서는 비장미를 느낄 수 있는 클라이맥스로 깔끔한 끝맺음을 보여주었다.
여섯 번째 곡 Taken by the Sea는 본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으로, 감미로운 여성 보컬 Katheryne이 곡을 이끌어나가며 메탈을 배제한 스타일의 곡이다. 여성 보컬과 함께 바이올린이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조금씩 조금씩 쌓아가는 식으로 곡의 분위기를 점차 끌어올리는 방식의 전개를 보여준다. 비록 느리고 잔잔한 형식으로 쉬어 가는 느낌을 주는 곡이지만, 푹 빠져드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연주, 그리고 뚜렷한 기승전결을 갖춘 구성에 이르기까지 이 곡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곡이었다.
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파괴적인 도입부와 함께 시작하는 Scripturally Transmitted Disease는 11분짜리 대곡에 걸맞은 독특하고 극적인 대곡의 구성을 보여준다. 격렬하고 광기 어린 전개를 이어나가다가 다시금 오르락내리락하는 절묘한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 보컬이 등장하는 부분으로의 전환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었다. 앞선 곡 Taken by the Sea처럼 은은한 수준으로까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고조되는 전개는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곡 Decomposing Deity Dance Hall은 마지막에 어울리는 좀 더 비극적이고 애상적인 느낌을 연출해낸다. 강렬한 도입부를 보여주면서도 이 속에서 어딘가 쓸쓸한 감성을 느끼게 되며, 이어지는 건반과 드럼, 베이스의 연주 부분은 기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좀 더 특별한 느낌을 준다. 한편 다시 은은하고 처연한 느낌의 바이올린 선율이 이끌어가는 부분 이후 앨범의 클라이맥스로 돌입한다. 마지막으로 울부짖듯이 처절하게 쥐어짜내는 보컬과 파괴적인 연주가 어우러지며, 장엄함을 연출해내는 종결부로 앨범을 끝맺었다.
이번 앨범 역시 이들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함을 거부하는 이들만의 독특하고 다채로운 색깔이 도드라진 앨범이었다. 3, 4집에서 보여준 더욱 프로그레시브하고 세련된 면모를 계승하면서도 거칠고 격렬했던 1, 2집의 느낌도 가져와 융합함으로써 더욱 특색 있고도 한 발 더 진일보할 수 있었다.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과 격렬하고 광기 어린 느낌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기묘한 오컬트적인 분위기는 마치 Opeth의 마지막 걸작 Ghost Reveries이후 실로 오래간만에 느껴 본 신선한 경험이었다. 끊임없는 분위기의 상승과 하강이 되풀이되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완급조절과 극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며, 다양한 악기들을 활용한 풍성하고 화려한 사운드 역시 한 시간이 넘어가는 앨범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게다가 개별 곡들이 전부 서로 다른 저마다의 특색과 매력을 뽐내고 있음에도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간다는 점 역시 훌륭했으며, 소름 돋는 클라이맥스나 기상천외한 분위기 환기 등과 같은 매력 포인트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하여 이 앨범은 1집 The Corpse of Rebirth이후 10년에 걸친 실험의 완성이라고 평가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요약하자면 1898년 빅토리아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한 광기 어린 대작으로, 다양한 악기들이 어우러져 탄생한 고풍스럽고도 기묘한 오컬트적인 분위기와 위험천만한 곡예와도 같은 완급조절을 통해 실로 독특하기 그지없는 음악을 들려준 앨범이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도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한 부류에 해당하는 특색 있는 밴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은 익스트림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또 하나의 밴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이렇게 볼 때 이 앨범은 2010년대 최고의, 그리고 가장 독창적인 익스트림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99/100
A Forest of Stars는 영국의 사이키델릭/프로그레시브 블랙 메탈 밴드이다. 편의상 이렇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들 역시 장르 구분이 매우 모호한 부류에 해당한다. 때문에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아방가르드, 앳머스퍼릭 등 온갖 수식어를 다 갖다 붙이기 나름이지만, 이러한 수식어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들려주는 유별난 음악일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Oranssi Pazuzu나 Hail Spirit Noir같은 밴드들에 의해 사이키델릭과 블랙의 융합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기도 했었고, 좀 더 넓게 보면 Arcturus나 Sigh같은 유별난 케이스를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사이키델릭적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방금 예시로 든 밴드들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노선을 걸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이들의 컨셉 역시 블랙 메탈에서 보기 드문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바로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가 그것이다.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0년 전을 컨셉으로 잡아 활동하고 있으며, 년도 역시 현재 년도에서 120년을 빼는 식으로 표기하고 있다.(때문에 이들에 의하면 이 앨범의 발매년도는 1898년이다.) 또한 이들은 스스로를 ‘Gentlemen's club’으로 지칭하는데, 이는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유행했던 상류층들에 의해 조직된 사교 클럽의 일종이다. 또한 밴드의 멤버들은 전부 예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복장 역시 Fleshgod Apocalypse처럼 고풍스럽고 격식 있는 옷을 빼입고 라이브를 진행하곤 한다. 가사의 테마는 다양한 편이지만 매우 추상적이고 난해하며, 오컬트적인 면모도 깊게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동시에 당시 전 세계에 걸친 영토를 자랑하던 대영제국의 위세 이면에 존재했던 사회의 퇴폐와 부패를 그려내고 있다. 이번 앨범 역시 상실, 죽음, 광기 등의 소재를 온갖 추상적, 상징적인 표현으로 풀어냈다.
이처럼 요상한 컨셉을 잡은 밴드인 이들은 만들어내는 음악 역시 무척 독특하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는 바이올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인데,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Ne Obliviscaris와도 또 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Ne Obliviscaris가 바이올린을 마치 화려한 솔로가 돋보이는 리드 기타를 사용하듯 배치했다면 이들의 경우 기묘하고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부각시키기 위해 바이올린을 사용하는 편이다. 또한 이들은 바이올린 이외에도 플루트나 피아노, 첼로, 신디사이저 등의 다양한 악기들을 활용하여 풍부하면서도 일반적인 심포닉 부류와는 다른 유니크한 스타일을 구사한다. 보컬은 남성 보컬이 주를 이루되 여성 보컬 또한 간간히 등장하며, 메인 보컬 Mister Curse는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며 마치 Devil Doll을 연상시키는 극적이고 기묘한 분위기를 조성해낸다. 곡 구성 역시 변칙적이고 구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다양한 악기를 활용한 다채로운 느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무척 다양하고도 풍성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이러한 스타일은 이들의 음악적 방향성과도 직결된다. 이들의 모토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지옥의 격언’의 구절 중 하나인 ‘넘쳐흐름이야말로 아름다움이다’라는 것 역시 이들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7인 밴드로 제법 규모가 큰 밴드여서인지는 몰라도 이들의 경우 프론트맨 혼자서 다 해먹는 밴드와는 달리 역할 분담이 꽤나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도 나름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사는 대부분 보컬 Curse가 썼고, 작곡은 원년멤버인 Mr. T.S. Kettleburner(기타와 첼로를 담당), The Gentleman(신디사이저와 피아노, 퍼커션을 담당), 그리고 2014년 새로 영입된 기타리스트 Mr William Wight-Barrow가 맡았다. 또한 여성 보컬이 이끌어가는 가장 잔잔한 트랙 Taken By The Sea의 경우 보컬과 바이올린, 플루트를 담당하는 Katheryne, Queen of the Ghosts가 작사, 작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개별 곡 작곡에 있어서도 어느 한 명이 하나의 곡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두 명 이상의 합작이라는 점 역시 어느 한 명의 중심축 보다는 여러 개의 기둥에 의해 떠받혀진 형태를 보여주는 이 밴드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다.
짤막한 연주곡인 첫 번째 곡 Persistence Is All은 잔잔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 앨범의 전반적인 느낌을 짐작케 해준다. 그리고 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Precipice Pirouette부터 본격적으로 앨범이 시작된다. 강렬한 도입부와 함께 곡이 시작되며 보컬이 가사를 쏟아내기 시작하고, 단번에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곧이어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어우러지며 고풍스러움과 기묘함을 더한다. 한편 이내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잔잔하고 은은한 전개를 잠시 보여준다. 다만 곧이어 다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하며 또다시 잠깐 가라앉았다가 이윽고 본격적인 곡의 클라이맥스로 돌입한다. 비장미가 느껴지는 트레몰로 리프가 등장하고, 보컬의 절규와 소름끼치는 바이올린 소리가 어우러지며 분위기가 최고조에 도달한다. 이후 이러한 전개를 좀 더 반복하며 곡을 마무리했다. 작년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당시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 곡 후반부의 터져 나오는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실로 어마어마한 인상을 남겨 주었었다.
이어지는 곡 Tombward Bound도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전개로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며, 소름이 끼치는 바이올린과 신디사이저, 기타의 기막힌 조화로 무시무시한 인트로를 선보인다. 반면 그 뒤에는 갑자기 분위기가 확 가라앉아 건반이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곡을 이끌어 나가는데, 지직거리는 엠비언트 사운드를 활용해 조용하지만 으스스한 느낌을 보여준다. 이후 광기 어린 느낌의 보컬이 빠르게 대사를 읊듯이 노래를 이어나가며, 몽롱하고 신비한 느낌의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전개를 펼쳐나간다. 후반부에서는 다시 파괴적인 면모로 전환되면서도, 처연한 감수성이 넘치는 바이올린 멜로디로 특색 있는 마무리를 선보였다.
한편 4번 트랙 Premature Invocation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플루트가 곡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하며 좀 더 음산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터져 나왔다가 다시 가라앉는 급격한 완급조절을 보여주고, 더욱 빠르게 가사를 쏟아내는 보컬 파트가 이어진다. 또한 이후로도 마치 위험천만한 곡예를 하듯이 자유자재로 완급조절을 해나가며 기묘한 분위기와 극적인 구성 속에서 곡을 마무리 지었다.
다시 한 번 분위기를 갑작스럽게 고조시키는 Children of the Night Soil은 확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고, 이후로도 줄곧 격렬한 곡 전개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부드러운 바이올린의 멜로디와 은은한 여성 백보컬을 활용해 감성적이면서도 더욱 기묘한 느낌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역시나 예측을 불허하는 독특한 완급조절 또한 돋보인다. 마찬가지로 마지막 부분에서는 비장미를 느낄 수 있는 클라이맥스로 깔끔한 끝맺음을 보여주었다.
여섯 번째 곡 Taken by the Sea는 본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으로, 감미로운 여성 보컬 Katheryne이 곡을 이끌어나가며 메탈을 배제한 스타일의 곡이다. 여성 보컬과 함께 바이올린이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조금씩 조금씩 쌓아가는 식으로 곡의 분위기를 점차 끌어올리는 방식의 전개를 보여준다. 비록 느리고 잔잔한 형식으로 쉬어 가는 느낌을 주는 곡이지만, 푹 빠져드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연주, 그리고 뚜렷한 기승전결을 갖춘 구성에 이르기까지 이 곡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곡이었다.
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파괴적인 도입부와 함께 시작하는 Scripturally Transmitted Disease는 11분짜리 대곡에 걸맞은 독특하고 극적인 대곡의 구성을 보여준다. 격렬하고 광기 어린 전개를 이어나가다가 다시금 오르락내리락하는 절묘한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 보컬이 등장하는 부분으로의 전환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었다. 앞선 곡 Taken by the Sea처럼 은은한 수준으로까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고조되는 전개는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곡 Decomposing Deity Dance Hall은 마지막에 어울리는 좀 더 비극적이고 애상적인 느낌을 연출해낸다. 강렬한 도입부를 보여주면서도 이 속에서 어딘가 쓸쓸한 감성을 느끼게 되며, 이어지는 건반과 드럼, 베이스의 연주 부분은 기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좀 더 특별한 느낌을 준다. 한편 다시 은은하고 처연한 느낌의 바이올린 선율이 이끌어가는 부분 이후 앨범의 클라이맥스로 돌입한다. 마지막으로 울부짖듯이 처절하게 쥐어짜내는 보컬과 파괴적인 연주가 어우러지며, 장엄함을 연출해내는 종결부로 앨범을 끝맺었다.
이번 앨범 역시 이들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함을 거부하는 이들만의 독특하고 다채로운 색깔이 도드라진 앨범이었다. 3, 4집에서 보여준 더욱 프로그레시브하고 세련된 면모를 계승하면서도 거칠고 격렬했던 1, 2집의 느낌도 가져와 융합함으로써 더욱 특색 있고도 한 발 더 진일보할 수 있었다.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과 격렬하고 광기 어린 느낌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기묘한 오컬트적인 분위기는 마치 Opeth의 마지막 걸작 Ghost Reveries이후 실로 오래간만에 느껴 본 신선한 경험이었다. 끊임없는 분위기의 상승과 하강이 되풀이되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완급조절과 극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며, 다양한 악기들을 활용한 풍성하고 화려한 사운드 역시 한 시간이 넘어가는 앨범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게다가 개별 곡들이 전부 서로 다른 저마다의 특색과 매력을 뽐내고 있음에도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간다는 점 역시 훌륭했으며, 소름 돋는 클라이맥스나 기상천외한 분위기 환기 등과 같은 매력 포인트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하여 이 앨범은 1집 The Corpse of Rebirth이후 10년에 걸친 실험의 완성이라고 평가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요약하자면 1898년 빅토리아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한 광기 어린 대작으로, 다양한 악기들이 어우러져 탄생한 고풍스럽고도 기묘한 오컬트적인 분위기와 위험천만한 곡예와도 같은 완급조절을 통해 실로 독특하기 그지없는 음악을 들려준 앨범이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도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한 부류에 해당하는 특색 있는 밴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은 익스트림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또 하나의 밴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이렇게 볼 때 이 앨범은 2010년대 최고의, 그리고 가장 독창적인 익스트림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99/100
6 likes
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
---|---|---|---|---|
1. | Persistence Is All | 1:41 | 90 | 1 |
2. | Precipice Pirouette | 10:19 | 100 | 1 |
3. | Tombward Bound | 9:53 | 100 | 1 |
4. | Premature Invocation | 7:31 | 95 | 1 |
5. | Children of the Night Soil | 6:39 | 95 | 1 |
6. | Taken by the Sea | 8:07 | 95 | 1 |
7. | Scripturally Transmitted Disease | 10:59 | 95 | 1 |
8. | Decomposing Deity Dance Hall | 8:57 | 95 | 2 |
Line-up (members)
- Katheryne, Queen of the Ghosts : Vocals, Violin, Flute
- Mister Curse : Vocals
- Mr William Wight-Barrow : Guitars
- Mr. T.S. Kettleburner : Bass, Vocals, Guitars
- Mr. Titus Lungbutter : Bass
- The Gentleman : Drums, Keyboards, Pianoforte, Percussion
- Mr. John "The Resurrectionist" Bishop : Drums, Percussion
10,439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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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SA 100/100
Nov 30, 2019 Likes : 6
"Exuberance is beauty"
A Forest of Stars는 영국의 사이키델릭/프로그레시브 블랙 메탈 밴드이다. 편의상 이렇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들 역시 장르 구분이 매우 모호한 부류에 해당한다. 때문에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아방가르드, 앳머스퍼릭 등 온갖 수식어를 다 갖다 붙이기 나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