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n Review
November 19, 2017
가사와 하쉬 보컬을 맡은 Xenoyr는 평소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투어를 갈 때면 근처에 있는 교회와 공동묘지를 탐방한다. 새로운 곳을 방문할 때면 그 곳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죽을 수 있고 그렇게 죽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를 끊임없이 상상한다. 자살 충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생물은 죽음을 오직 단 한번만 경험할 수 있고 언젠가는 경험해야 하기에 궁금해하는 것이다.[1] 본작의 제목을 화장한 시신을 담는 유골함이라는 뜻인 Urn으로 짓고 가사도 다양한 종류의 죽음과 죽음을 둘러싼 상황(Eyrie에서 묘사된 남겨진 이의 그리움 등.)을 탐구하는 내용인 것은 이런 사고 방식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클린 보컬과 바이올린을 맡은 팀 찰스는 Xen의 사고 방식을 좋게 말해서 존나 특이하다고 말한다. 팀은 한 때 사립 학교의 음악 교사였고 지금은 4살짜리 딸이 있으며 (작곡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 곡의 길이가 6분이 넘게 길어지는 점을 제외하면) 비교적 평범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다.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과는 별개로, 밴드 활동과 프리랜서 사진사 일을 병행할 수 있는 Xen과 달리 안정적인 직장 없이도 딸을 먹여살려야 하는 팀은 NeO에서 활동하는 동안 얻는 수입을 자신이 음악 교사였던 시절에 벌던 연봉과 항상 비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2]
팀의 생계에 대한 일반인다운 걱정이 앨범의 작곡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Portal of I와 Citadel을 거치면서 팀의 음악적인 역량은 성숙해졌다는 것이고, 그렇게 음악적으로 성장한 팀은 본작의 명실상부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Eyrie가 주는 감동은 하늘을 활공하는 팀의 보컬과 바이올린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Intra Venus와 Urn Part 2의 방점을 찍은 것도 일반적인 코러스의 수준을 뛰어넘는 팀의 작곡과 노래였다. 어제 갔다온 클리블랜드 공연에서도 이 사실을 잘 아는 팬들은 팀의 파트마다 열렬한 환호를 보냈고, 팀의 바이올린과 보컬이 무대를 가를 때 무아지경에 가까운 환희를 느꼈다. 새로 들어온 베이시스트를 비롯한 밴드원 5명의 집중적인 서포트를 받은 팀의 활약은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눈부신 하드 캐리였다.
하지만 팀을 프론트맨으로 삼고 나머지 밴드원들이 서포트하는 구성은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랐다. 1, 2집에서 NeO는 6명의 비르투오소가 모여서 제각기 자신의 작곡과 연주로 청자의 감탄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그런 6명이 한 몸이 되어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광대한 작품 세계를 그려내는 독특한 구성을 자랑했다. 본작에서 팀은 비르투오소로서의 모습을 마음껏 보여주었으나 나머지는 팀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느라 자신들이 돋보일 기회를 따로 가지지 못했다. 연주와 솔로 파트는 기술적으로 훌륭했으나 전작처럼 연주곡으로 따로 듣고 싶다는 기분까지는 들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밴드와 처음부터 함께했던 베이시스트 Cygnus가 지난 1월에 탈퇴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베이시스트를 자신들의 작곡 과정에 합류시키는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원래 클린 보컬을 부르던 바이올리니스트가 실력이 더 나아졌길래 프론트맨으로 성공적으로 띄워준 것이 아쉽다니, 다른 밴드의 입장에서는 마치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유산 때문에 상속세를 내야 해서 귀찮다는 말처럼 배부르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NeO는 본인들 스스로 일반적인 밴드와는 다름을 추구해왔으니 그 다름을 다음 작품에서 더 부각시키기를 필자는 바라고 있다. 새 베이시스트를 제대로 들이고, 팀의 바이올린과 보컬 솜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6명이 다시 비르투오소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미 이전에 2번 해냈던 NeO라면 해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P.S.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앨범에 85점을 줬으니 아마 기존에 했던 리뷰 전체에서 5점씩을 깎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1]: Ne Obliviscaris On Citadel, Graspop & The Unique Opportunity Of Death (2016),
https://www.youtube.com/watch?v=kLCisRl6cD0
[2]: Ne Obliviscaris (Tim Charles) Interview: New Music, Song Secrets, Crowdfunding & Survival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2wrEh5g3P1s
클린 보컬과 바이올린을 맡은 팀 찰스는 Xen의 사고 방식을 좋게 말해서 존나 특이하다고 말한다. 팀은 한 때 사립 학교의 음악 교사였고 지금은 4살짜리 딸이 있으며 (작곡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 곡의 길이가 6분이 넘게 길어지는 점을 제외하면) 비교적 평범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다.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과는 별개로, 밴드 활동과 프리랜서 사진사 일을 병행할 수 있는 Xen과 달리 안정적인 직장 없이도 딸을 먹여살려야 하는 팀은 NeO에서 활동하는 동안 얻는 수입을 자신이 음악 교사였던 시절에 벌던 연봉과 항상 비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2]
팀의 생계에 대한 일반인다운 걱정이 앨범의 작곡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Portal of I와 Citadel을 거치면서 팀의 음악적인 역량은 성숙해졌다는 것이고, 그렇게 음악적으로 성장한 팀은 본작의 명실상부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Eyrie가 주는 감동은 하늘을 활공하는 팀의 보컬과 바이올린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Intra Venus와 Urn Part 2의 방점을 찍은 것도 일반적인 코러스의 수준을 뛰어넘는 팀의 작곡과 노래였다. 어제 갔다온 클리블랜드 공연에서도 이 사실을 잘 아는 팬들은 팀의 파트마다 열렬한 환호를 보냈고, 팀의 바이올린과 보컬이 무대를 가를 때 무아지경에 가까운 환희를 느꼈다. 새로 들어온 베이시스트를 비롯한 밴드원 5명의 집중적인 서포트를 받은 팀의 활약은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눈부신 하드 캐리였다.
하지만 팀을 프론트맨으로 삼고 나머지 밴드원들이 서포트하는 구성은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랐다. 1, 2집에서 NeO는 6명의 비르투오소가 모여서 제각기 자신의 작곡과 연주로 청자의 감탄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그런 6명이 한 몸이 되어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광대한 작품 세계를 그려내는 독특한 구성을 자랑했다. 본작에서 팀은 비르투오소로서의 모습을 마음껏 보여주었으나 나머지는 팀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느라 자신들이 돋보일 기회를 따로 가지지 못했다. 연주와 솔로 파트는 기술적으로 훌륭했으나 전작처럼 연주곡으로 따로 듣고 싶다는 기분까지는 들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밴드와 처음부터 함께했던 베이시스트 Cygnus가 지난 1월에 탈퇴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베이시스트를 자신들의 작곡 과정에 합류시키는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원래 클린 보컬을 부르던 바이올리니스트가 실력이 더 나아졌길래 프론트맨으로 성공적으로 띄워준 것이 아쉽다니, 다른 밴드의 입장에서는 마치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유산 때문에 상속세를 내야 해서 귀찮다는 말처럼 배부르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NeO는 본인들 스스로 일반적인 밴드와는 다름을 추구해왔으니 그 다름을 다음 작품에서 더 부각시키기를 필자는 바라고 있다. 새 베이시스트를 제대로 들이고, 팀의 바이올린과 보컬 솜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6명이 다시 비르투오소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미 이전에 2번 해냈던 NeO라면 해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P.S.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앨범에 85점을 줬으니 아마 기존에 했던 리뷰 전체에서 5점씩을 깎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1]: Ne Obliviscaris On Citadel, Graspop & The Unique Opportunity Of Death (2016),
https://www.youtube.com/watch?v=kLCisRl6cD0
[2]: Ne Obliviscaris (Tim Charles) Interview: New Music, Song Secrets, Crowdfunding & Survival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2wrEh5g3P1s
11 likes
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video | ||
---|---|---|---|---|---|
1. | Libera (Part I) - Saturnine Spheres | 9:52 | 96.7 | 11 | Audio |
2. | Libera (Part II) - Ascent of Burning Moths | 2:36 | 92.8 | 9 | |
3. | Intra Venus | 7:29 | 96.1 | 11 | Music Video |
4. | Eyrie | 11:51 | 98.6 | 13 | Audio |
5. | Urn (Part I) - And Within the Void We Are Breathless | 7:30 | 91.9 | 10 | |
6. | Urn (Part II) - As Embers Dance in Our Eyes | 6:38 | 95 | 10 | Audio |
Line-up (members)
- Tim Charles : Violin, Clean Vocals
- Xenoyr : Harsh Vocals
- Benjamin Baret : Lead Guitars
- Matt Klavins : Guitars
- Daniel "Mortuary" Presland : Drums
10,444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
Umarmung des Nebels Review (2010) [Demo] | 75 | Nov 23, 2017 | 0 | ||||
Das Ende der Gezeiten Review (2009) [Demo] | 80 | Nov 23, 2017 | 0 | ||||
Suicide of My Mind Review (2009) [Demo] | 75 | Nov 23, 2017 | 0 | ||||
Extension of the Wish Review (2001) | 85 | Nov 22, 2017 | 4 | ||||
With Fear in My Head Review (2009) [Demo] | 75 | Nov 22, 2017 | 0 | ||||
Dunkelheit Review (2009) [Demo] | 80 | Nov 22, 2017 | 0 | ||||
Seotaiji 8th Atomos Part Moai Review (2008) [Single] | 80 | Nov 22, 2017 | 0 | ||||
7th Issue Review (2004) | 85 | Nov 22, 2017 | 1 | ||||
울트라맨이야 (Ultramania) Review (2000) | 85 | Nov 22, 2017 | 4 | ||||
Seo Tai Ji Review (1998) | 90 | Nov 22, 2017 | 3 | ||||
80 | Nov 21, 2017 | 0 | |||||
Entropy Review (2016) | 85 | Nov 21, 2017 | 0 | ||||
Magica / Scientia Review (2015) [Split] | 80 | Nov 21, 2017 | 0 | ||||
Metamorph Review (2011) [EP] | 90 | Nov 20, 2017 | 0 | ||||
Spire Review (2010) [EP] | 80 | Nov 20, 2017 | 0 | ||||
Dread Review (2016) | 85 | Nov 20, 2017 | 0 | ||||
▶ Urn Review (2017) | 85 | Nov 19, 2017 | 11 | ||||
90 | Nov 19, 2017 | 3 | |||||
Hermóðr Review (2012) [Demo] | 75 | Nov 16, 2017 | 0 | ||||
90 | Nov 16, 2017 | 0 |
DaveÅkerfeldt 55/100
Nov 25, 2014 Likes : 43
필자는 본래 이런류의 음악을 좋아하지않기 때문에 찾아듣지도 않을뿐더러 신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찾아들어본 이유는 메탈의 소비자층이 훨씬 두터운 북미에서도 이슈가 되지않는 앨범이 (본작이나 밴드의 대한 이야기가 주변사람들 입에서 전혀 회자되지 ... Read More
▶ Urn Review (2017)
DeftCrow 85/100
Nov 19, 2017 Likes : 11
가사와 하쉬 보컬을 맡은 Xenoyr는 평소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투어를 갈 때면 근처에 있는 교회와 공동묘지를 탐방한다. 새로운 곳을 방문할 때면 그 곳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죽을 수 있고 그렇게 죽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를 끊임없이 상상한다. 자살 충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In Embrace 100/100
Apr 11, 2013 Likes : 10
<하이브리드의 시대>
Ne Obliviscaris의 음악을 설명할 때 꼭 비교되는 밴드들이 있다. 대표격으로 Opeth가 있는데, 두 밴드의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유사하다'라는 결론이 나오는 이유는 복잡하게 짜여진 프로그레시브한 곡 구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자세하게 말하... Read More
Southern Kor 90/100
Nov 29, 2014 Likes : 9
Ne Obliviscaris - Citadel-
"단 3곡의 인스트루멘틀과 3곡의 음악으로 이루어진 걸작"
-전문적지식없는 개인적인 감상-
메탈킹덤에서 활동한지 벌써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기간동안 수많은 메탈앨범을 이곳에서 접할 수 있었다. 많은 앨범들을 접했지만, 이번 Citadel은 메킹활동 역사상 ... Read More
Urn Review (2017)
건치미소 95/100
Dec 23, 2020 Likes : 5
이 앨범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것은 아마도 그들 자신의 2집, 'Citadel'일 것이다. 발매순으로도 바로 붙어있는데다가, 구성에서도 유사점을 많이 찾을 수 있는 등 비교할 거리가 넘쳐난다. 사실 비교학 거리를 굳이 찾지 않아도, 성공적이었던 전작과의 비교는 당연한 것이다.
네이 오블리... Read More
Urn Review (2017)
Redretina 85/100
Nov 1, 2017 Likes : 5
여전히 아름다운, 그래서 더 아쉬운. 본작에 대한 간단한 감상평은 이러하다. Ne Obliviscaris (이하 NeO)의 3번째 정규앨범인 본작에 대한 내 인상은 사실 선공개곡들이 나왔을 때부터 이런 아리송한 느낌이었다. Intra Venus부터 Urn Part I과 Part II까지, 새로운 곡들이 공개될 때마다 내가 받은 인상... Read More
The Aurora Veil Review (2007) [Demo]
휘루 95/100
Feb 17, 2019 Likes : 4
2003년도에 결성해서 현재까지도 Progressive Metal 계열에서 인정 받는 호주 출신 'Extreme Metal' 밴드이다. 'Forget Not'이라는 라틴어로 지은 밴드명의 이들은 결성 연도와는 다르게 Demo조차도 상당히 늦게 나왔는데, 아마도 잦은 멤버 변동과 함께 생활고와도 연관되어 있는 듯 하기도 하다. 4명의 멤... Read More
Stradivarius 95/100
Jun 4, 2012 Likes : 4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구현하는 프록메탈. 데모시절부터 골수 매니아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도를 끌어모은 호주 출신의 밴드 Ne Obliviscaris의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규 앨범이다. 데모앨범에 수록되었던 세 곡을 포함하여 72분이라는 탄탄한 러닝타임동안 고딕의 색깔마저 낼 정도로 아름다... Read More
The Aurora Veil Review (2007) [Demo]
메타루 100/100
Dec 30, 2010 Likes : 3
장르 이름만 들어도 창조적인 느낌이 풀풀 나는 오스트리아의 로그레시브 블랙메탈밴드 Ne Obliviscaris의 Demo 앨범 The Aurora Veil 앨범. 개인적으로 2007년 이후 나온 앨범들중 가장 내 감성을 자극한 앨범이다. 단순히 좋은 앨범들은 셀수 없이 많이 나오지만, 감성적인 것들에 쉽게 매료되는 나... Read More
Exul Review (2023)
건치미소 100/100
Apr 12, 2023 Likes : 2
전반적으로 Ne Obliviscaris가 추구하는 음악적 목적을 현재까지의 전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서 가장 완벽에 가깝게 완성한 앨범이다. 상향평준화된 각 트랙들 덕분에 한편의 거대한 교향곡을 듣는 느낌이며, 예상치 못한 전개 덕에 형성되는 음악적 긴장속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듣는 즐거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