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E. 샤츠슈나이더 - 절반의 인민주권
제가 추천한 <<범죄의 해부학>>과도 일맥상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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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적인 민주주의 정의는 일반인들이 상원의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정치를 생각한다고 상정한다. ······ 물론 그 이유는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된 이유는 대중이 민주주의에 대한 매우 단순화된 정의가 상정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 여기서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이론의 위기이다.
······ 여론 연구의 함의 가운데 하나는 인민이 너무 무식해서 여론 조사원이 묻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실패작이라는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은 이런 해석에 저항해야 한다. 이는 정치체제에 교수들에게나 해당되는 높은 지적 수준의 기준을 부과하는 교수 같은 발상이자, 매우 비판적으로 다뤄져야 할 생각이다. ······ 전체 인류에게 낙제점을 줄 지위에 있다고 가정하는 이들 자칭 검열관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 인민을 위해 민주주의가 만들어졌지, 민주주의를 위해 인민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학자연하는 이들이 인민의 자격을 인정하든 말든 상관없이,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고안된 정치체제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실패를 대중의 무지와 어리석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분개할 만한 일이다. ······ 그 누구도 정부를 운영할 만큼 충분히 많은 지식을 가질 수는 없기에, 무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상원의원·주지사·판사·교수·박사·기자 같은 사람들도 우리 나머지 사람들보다 단지 조금 덜 무지할 뿐이다. 전문가조차도 어느 한 분야에 관해서는 전부를 알고자 하면서도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일 뿐이다. ······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정신병으로 귀결될 뿐이다.
사람들이 현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과 알 필요가 없는 것을 구별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자동차 기능공이 되거나 아기를 갖기 위해 산부인과 의사가 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게 된다. 우리의 생존은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들을 이용하기 위해,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따라 사람들을 판단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신뢰와 책임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만약 우리가 약사·의사·비행기 조종사·은행원·수리공 ······ , 그 밖의 많은 다른 사람들을 매일같이 여러 방식으로 신뢰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 민주주의는 우리가 하는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무지한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협력의 한 형식이다.
······ 위기가 현실의 위기가 아니라 이론의 위기인 까닭은, 실제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한 것을 이미 현실에서 달성했으며, 그것을 날마다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것은 이론일 뿐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문제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문제이다. ······ 문제는 1억8천만 명의 아리스토텔레스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운영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1억8천만 명의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정치 공동체를 어떻게 조직해야 이 공동체가 보통 사람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리더십, 조직, 대안 그리고 책임과 신뢰의 체계에 관한 문제이다. ······ 민주주의 이론에서 현명한 출발은 보통 시민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데 있다.
Elmer Eric Schattschneider, 1975, The Semisovereign People: A Realist's View of Democracy in America , Hinsdale, Illinois: The Dryden Press, E.E. 샤츠슈나이더, 현재호·박수형 옮김, 2008,『절반의 인민주권』, 후마니타스, pp.212-219.
······ 여론 연구의 함의 가운데 하나는 인민이 너무 무식해서 여론 조사원이 묻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실패작이라는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은 이런 해석에 저항해야 한다. 이는 정치체제에 교수들에게나 해당되는 높은 지적 수준의 기준을 부과하는 교수 같은 발상이자, 매우 비판적으로 다뤄져야 할 생각이다. ······ 전체 인류에게 낙제점을 줄 지위에 있다고 가정하는 이들 자칭 검열관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 인민을 위해 민주주의가 만들어졌지, 민주주의를 위해 인민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학자연하는 이들이 인민의 자격을 인정하든 말든 상관없이,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고안된 정치체제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실패를 대중의 무지와 어리석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분개할 만한 일이다. ······ 그 누구도 정부를 운영할 만큼 충분히 많은 지식을 가질 수는 없기에, 무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상원의원·주지사·판사·교수·박사·기자 같은 사람들도 우리 나머지 사람들보다 단지 조금 덜 무지할 뿐이다. 전문가조차도 어느 한 분야에 관해서는 전부를 알고자 하면서도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일 뿐이다. ······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정신병으로 귀결될 뿐이다.
사람들이 현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과 알 필요가 없는 것을 구별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자동차 기능공이 되거나 아기를 갖기 위해 산부인과 의사가 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게 된다. 우리의 생존은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들을 이용하기 위해,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따라 사람들을 판단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신뢰와 책임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만약 우리가 약사·의사·비행기 조종사·은행원·수리공 ······ , 그 밖의 많은 다른 사람들을 매일같이 여러 방식으로 신뢰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 민주주의는 우리가 하는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무지한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협력의 한 형식이다.
······ 위기가 현실의 위기가 아니라 이론의 위기인 까닭은, 실제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한 것을 이미 현실에서 달성했으며, 그것을 날마다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것은 이론일 뿐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문제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문제이다. ······ 문제는 1억8천만 명의 아리스토텔레스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운영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1억8천만 명의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정치 공동체를 어떻게 조직해야 이 공동체가 보통 사람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리더십, 조직, 대안 그리고 책임과 신뢰의 체계에 관한 문제이다. ······ 민주주의 이론에서 현명한 출발은 보통 시민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데 있다.
Elmer Eric Schattschneider, 1975, The Semisovereign People: A Realist's View of Democracy in America , Hinsdale, Illinois: The Dryden Press, E.E. 샤츠슈나이더, 현재호·박수형 옮김, 2008,『절반의 인민주권』, 후마니타스, pp.21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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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움베르토 에코의 명언을 하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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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수용하는 일종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같은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터넷은 바로 이같이 공통의 브리태니커를 파편화 시키고 있고, 이것은 60억개의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백과사전들의 탄생을 촉진하는 것이며,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각 개인은 자신만의 백과사전을 만들고 있고, 각 개인은 코페르니쿠스 보다 프톨레마이오스를 선호하는 즐거움을 누리거나, 진화론 보다는 창세기 말씀을 신봉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한 소통 불가능성, 보편적 지식의 불가능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분명히, 사람들에게 보편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학교를 통해 이루어 지고 있지만, 점점 보편적 지식들이 특수한 흠집내기에 의해 침식되고 있다. 자신만을 위한 백과사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바보들이 하는 짓이다! 문화란 바로 바보들이 틀리지 않게 바로잡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 <인터넷 지식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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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남보다 똑똑하다고 믿는 건 전형적인 자의식 과잉이죠. 사실 중고등학교에서 토론 수업을 하면서 남에게 발려보는(...) 경험을 많이 해야 이런 태도가 없어지는데 토론 수업 운영하기가 참 어려운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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