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좋아하는 아저씨들 (시즌 3)
지금은 없어졌지만 우리 아파트에서 아주 가까운 민속주점이 있었습니다. 음식이 맛있고
실내장식도 독특해서 단골이었죠. 왕년에 음악 꽤나 즐기던 노인들 사는 단독주택 느낌으로 꾸며진
가게였습니다. (80년대 지어진 2층 주택 실내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짜 통나무에 니스칠한 탁자 있고
자개농이 안방에서 자태를 뽐내며 TV위엔 30년전 외삼촌의 졸업사진이 놓여있는... ㅎㅎㅎ) 그곳 주인아저씨가 음악매니아 였습니다. 레코드 엄청나게 많고 (청테이프로 테두리 두른 빽판이지만 그것도 좋죠) 밴드악기는
종류별로 다 있고 오디오도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당연히 작동 잘되는 기기들이었고 일주일에 한두번 무명가수들이 공연도 하고 공연 끝나면 DJ도 보는 가게였어요. 주로 옛날가요 올드팝 트로트 하는 이들이었고 아주 가끔은 자작곡 있는 가수들도 출연했습니다. 제가 즐기는 장르들은 아니지만 노래 잘하는 사람들 공연 보며 한잔 하면 기분 좋잖아요 술맛도 더 나고요. 공연 끝나면 가수한테 술 한잔 권하는 재미도 있었죠. 주인아저씨 얘기론
젊을때 잠깐 음악 했었다던데 송골매 , 산울림 , 윤수일 등등 70년대 가수들과 무대에서 기타메고 찍은 사진들이 꽤 많이 벽에 붙어 있었어요. 아마 세션맨이었을 겁니다. 단골이라 아저씨와 얘기도 많이 했었죠.
" 사장님 옛날에 음악 하신거 맞죠? 악기도 많고 레코드도 많고 노래도 많이 아시잖아요? "
" 에이~~! 무슨! 아냐아냐 그냥 소싯적에 장발에다 키타메고 다닌거지 뭐. 폼잡는다 그랬어 "
" 저기 사진들 보면 유명한 사람들하고 같이 무대섰던거 같은데요? "
" 아~ 저거? 그냥 땜빵 좀 해봤지. 아무것도 아냐. 내가 뭘 안다고... 근데 말야 내가 저땐 장발이 괜찮았다니까?
키타 메고 명동 따~악 나가잖아? 아가씨들이 그냥... 못믿겠지? 지금은 문어마냥 홀랑 벗겨져 가지고선........ "
표준어 - 보컬 , 기타 , 베이스 , 키보드 , 드럼 , 록밴드
이것들을 주인아저씨는 이렇게 발음합니다.
보칼 , 키타 , 뵈이쑤 , 건반 , 듀람 , 그룹싸운드 가끔 생음악이란 고색창연한 표현도 쓰죠 ㅎㅎㅎ
저와 친구들 중 음악/오디오 관심있는 애들이 가끔 아저씨께 뭔가 물어보면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 아니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 보면 되지 뭘 늙은이한테 물어봐? 해봤자 옛날 얘기 뿐이지 안그래? "
" 흠~ 그럼 옛날얘기 한번 해주세요. 고향이 서울이란건 전에 얘기하셨고요 "
" 했던가? 그럼 명동에서 DJ 했고 키타메고 온 사방 돌아다녔던 것도 얘기 했겠네? "
" 예 조금 하셨어요. 얘깃거리 많으실 텐데요? "
" 옛날에.... 가만 있자 이것저것 많긴 한데.... 그땐 서울에 장충체육관이라고 있었거든. 한번은 거기 무슨
방송국 쇼 하는데 말야. TBC 였을거야 아마. 자네들 이은하 , 혜은이 , 장은숙 이런 애들 알려나 몰라 ?..... "
손님 정말 많고 바쁜 가게였지만 틈틈이 단골들과 음악얘기를 나누던 아저씨 덕에 자주 갔던 가게입니다.
이젠 가게 없어졌는데 올 봄에 우리 집 근처에 낯선 노점이 섰거든요. 다양한 골동품을 팔길래 뭔가 싶어
가보니 주인아저씨가 아닌가요!
" 어? 오랜만이네요!!! 아니 골동품 노점 하시는 거에요? "
" 응? 누구더라...? 아하! 아이구 오랜만이네!!! 이 근처 사나봐? 아니 오늘 하루 가게랑 집에 있던 것들
대충 정리하려고 전 편거야. "
"이젠 장사 안하시려고요? "
" 아냐 좀 쉬다가 뭐 해봐야지. 레코드까페 그런거 할까 싶어 근데 이놈의 코로나 땜에 참... "
인삿말 몇 마디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언젠가 아저씨가 새로운 가게를 연다면 놀러 가봐야죠.
실내장식도 독특해서 단골이었죠. 왕년에 음악 꽤나 즐기던 노인들 사는 단독주택 느낌으로 꾸며진
가게였습니다. (80년대 지어진 2층 주택 실내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짜 통나무에 니스칠한 탁자 있고
자개농이 안방에서 자태를 뽐내며 TV위엔 30년전 외삼촌의 졸업사진이 놓여있는... ㅎㅎㅎ) 그곳 주인아저씨가 음악매니아 였습니다. 레코드 엄청나게 많고 (청테이프로 테두리 두른 빽판이지만 그것도 좋죠) 밴드악기는
종류별로 다 있고 오디오도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당연히 작동 잘되는 기기들이었고 일주일에 한두번 무명가수들이 공연도 하고 공연 끝나면 DJ도 보는 가게였어요. 주로 옛날가요 올드팝 트로트 하는 이들이었고 아주 가끔은 자작곡 있는 가수들도 출연했습니다. 제가 즐기는 장르들은 아니지만 노래 잘하는 사람들 공연 보며 한잔 하면 기분 좋잖아요 술맛도 더 나고요. 공연 끝나면 가수한테 술 한잔 권하는 재미도 있었죠. 주인아저씨 얘기론
젊을때 잠깐 음악 했었다던데 송골매 , 산울림 , 윤수일 등등 70년대 가수들과 무대에서 기타메고 찍은 사진들이 꽤 많이 벽에 붙어 있었어요. 아마 세션맨이었을 겁니다. 단골이라 아저씨와 얘기도 많이 했었죠.
" 사장님 옛날에 음악 하신거 맞죠? 악기도 많고 레코드도 많고 노래도 많이 아시잖아요? "
" 에이~~! 무슨! 아냐아냐 그냥 소싯적에 장발에다 키타메고 다닌거지 뭐. 폼잡는다 그랬어 "
" 저기 사진들 보면 유명한 사람들하고 같이 무대섰던거 같은데요? "
" 아~ 저거? 그냥 땜빵 좀 해봤지. 아무것도 아냐. 내가 뭘 안다고... 근데 말야 내가 저땐 장발이 괜찮았다니까?
키타 메고 명동 따~악 나가잖아? 아가씨들이 그냥... 못믿겠지? 지금은 문어마냥 홀랑 벗겨져 가지고선........ "
표준어 - 보컬 , 기타 , 베이스 , 키보드 , 드럼 , 록밴드
이것들을 주인아저씨는 이렇게 발음합니다.
보칼 , 키타 , 뵈이쑤 , 건반 , 듀람 , 그룹싸운드 가끔 생음악이란 고색창연한 표현도 쓰죠 ㅎㅎㅎ
저와 친구들 중 음악/오디오 관심있는 애들이 가끔 아저씨께 뭔가 물어보면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 아니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 보면 되지 뭘 늙은이한테 물어봐? 해봤자 옛날 얘기 뿐이지 안그래? "
" 흠~ 그럼 옛날얘기 한번 해주세요. 고향이 서울이란건 전에 얘기하셨고요 "
" 했던가? 그럼 명동에서 DJ 했고 키타메고 온 사방 돌아다녔던 것도 얘기 했겠네? "
" 예 조금 하셨어요. 얘깃거리 많으실 텐데요? "
" 옛날에.... 가만 있자 이것저것 많긴 한데.... 그땐 서울에 장충체육관이라고 있었거든. 한번은 거기 무슨
방송국 쇼 하는데 말야. TBC 였을거야 아마. 자네들 이은하 , 혜은이 , 장은숙 이런 애들 알려나 몰라 ?..... "
손님 정말 많고 바쁜 가게였지만 틈틈이 단골들과 음악얘기를 나누던 아저씨 덕에 자주 갔던 가게입니다.
이젠 가게 없어졌는데 올 봄에 우리 집 근처에 낯선 노점이 섰거든요. 다양한 골동품을 팔길래 뭔가 싶어
가보니 주인아저씨가 아닌가요!
" 어? 오랜만이네요!!! 아니 골동품 노점 하시는 거에요? "
" 응? 누구더라...? 아하! 아이구 오랜만이네!!! 이 근처 사나봐? 아니 오늘 하루 가게랑 집에 있던 것들
대충 정리하려고 전 편거야. "
"이젠 장사 안하시려고요? "
" 아냐 좀 쉬다가 뭐 해봐야지. 레코드까페 그런거 할까 싶어 근데 이놈의 코로나 땜에 참... "
인삿말 몇 마디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언젠가 아저씨가 새로운 가게를 연다면 놀러 가봐야죠.
Rock'nRolf 2021-09-10 07:16 | ||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도 있듯이 2부의 그 아재는 허세만 가득했던데 반해 이분은 허세와는 거리가 있고 상당히 겸손하시군요. 이런분들이 산증인이라고 봐야겠죠. 수년전 직장인밴드에 가입하려고 합주실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꼰대가 예전에 송골매 밴드 몇기 베이스 주자 출신이라며 기타는 그렇게 치면 되느니안되느니 가르치려 들더군요. 열받아서 곧바로 나와비렸죠. 지가 그래봤자 꼰대지. | ||
금언니 2021-09-10 11:07 | |||
그쵸. 70년대 가요 산증인 중 한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들려준 얘기들이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거든요. 무대바닥에 케이블을 청테이프로 고정해놨는데 그게 연주자 신발바닥에 들러붙어 공연내내 불편했다 , 어떤 가수는 쇼 시작 10분전에 항상 배탈이 나서 까스명수를 늘상 챙겨다닌다 그런 얘기들 말예요 ㅎㅎㅎ 겸손하고 재미난 양반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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