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al Hunt –
Moving Target (1995) |
90/100 Feb 26,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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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of Broken Hearts]와 [Clown in the Mirror]는 이 앨범으로 이어지는 예고편이었다. 두 앨범 모두 갓 데뷔한 밴드의 앨범으로서는 대단한 양작이었지만 이 앨범에 비길 바는 못 된다. 더불어 이 앨범은 Royal Hunt의 전성기를 알리는 예고편이기도 했다. [Paradox]로까지 이어지는 밴드의 짧지만 강렬한 화양연화를 예고하는 앨범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최고 수준의 3집 앨범이다.
D.C. Cooper라는 불세출의 프론트맨이 밴드에 합류한 것만으로도 밴드는 최고의 전성기를 열기에 충분했다. Cooper를 불세출의 프론트맨이라고 표현한 것에 불만이 있을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Royal Hunt에 있어서 Cooper는 불세출 의 프론트맨이 맞다고 생각한다. Brockmann의 강렬한 보컬도 분명 매력은 있지만, Brockmann은 유감스럽게도 밴드의 사운드를 따라가기 급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 Cooper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악기요 세션이다. 오케스트라의 구성원으로서 밴드를 리드하기 충분한 Cooper는 Royal Hunt에 보태진 삼일우라고 할 수 있겠다.
Andersen의 극적이고 유려한 송라이팅은 이미 데뷔작과 전작에서 완성된 만큼 더 이상 크게 보탤 말은 없다. 그만큼 이 앨범에서 Cooper의 참여는 중요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프론트맨 Cooper-다만 인성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니 일단 넘어가자. 개인적으로 내한 당시 겪었던 기억이 썩 좋지 않았다-의 가세로 그의 송라이팅은 완벽에 가까워졌다. 곡을 리드할 수 있는 보컬이라는 악기가 있을 때 천재가 어떤 작품을 써 내려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곡들로 가득 들어차 있다.
무엇보다 깔끔한 프로듀싱과 믹싱이 마음에 든다. 데뷔작과 전작에서 다소 둔탁한, 메탈릭한 사운드에 가깝게 믹싱이 이루어지며 Andersen 특유의 수려한 사운드가 많이 죽어 있었는데, Cooper의 보컬에 맞춘 믹싱이 이루어지면서 매우 유려한 사운드가 완성의 경지에 이르렀다. Royal Hunt라는 이름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유려하고 탄력적인 사운드는 이 앨범에서 완성에 이르렀다고 본다. 물론 John West나 Mark Boals와 합류한 시절의 사운드와는 좀 다르지만, 이들은 Cooper와는 다른 프론트맨이니 그들에게 맞는 사운드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러나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테마를 찾아보기 어려운 다소 단발적인 사운드는 감점 요소. 곡 하나하나의 유기적인 연결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마카세를 평가할 때 음식의 질과 함께 음식이 나오는 순서를 따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예를 들면, 장어처럼 강렬한 소스를 활용한 요리 다음에 정갈한 맛이 특징인 흰살 생선이 나온다거나 하는 것은 일종의 파격, 아니, 파격을 넘어 불문율을 깬 요소다-. 각 곡 하나하나는 매력적인데, 그 매력 이상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은 아니었다. 하지만 Cooper의 가세만으로 그 아쉬움을 충분히 해소하고도 남는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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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Hunt –
Clown in the Mirror (1994) |
80/100 Feb 25,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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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Hunt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출근길에 새삼 집어 들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작에서 아쉬웠던 점을 상당 부분 보완해서 돌아온 앨범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소 설익은 면이 없잖아 있었던 [Land of Broken Hearts]의 설익은 지점을 잘 공략해서 지금 우리가 Royal Hunt라고 말했을 때 떠올리는 지점을 만들어 낸 원형, 진짜 프로토타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앨범.
키보드가 중심이 된 고급스러운 사운드는 여전하다. 아니, 더 발전했다. 귀를 즐겁게 한다고 말하는 데 있어 모자람이 없을 그런 꽉 찬 사운드 질감이다. 다만 아직 Royal Hunt 특유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는, 오소독스한 파워 메탈에 가까운 사운드기는 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앨범은 원형이고 프로토타입이다. Royal Hunt의 지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해 보면 충분히 해 볼 수 있을법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아쉬운 것은 믹싱. 1집 때의 믹싱이 오히려 깔끔하게 이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칠거칠한 질감은 약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인상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스트레이트한 구성을 중심으로 한 오소독스한 사운드에는 이게 맞는 질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Royal Hunt에게 기대하는 사운드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우리가 지금의 Royal Hunt를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소소한 불평이라고 할까.
Henrik Brockmann의 보컬은 여기서 다소 아쉬움을 드러낸다. 1집만 들었을 때는 확연한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데, 확실히 따라가지 못한다. 보컬의 출력과 레인지에서는 모자람을 찾을 수 없는데, 곡을 따라가기에 다소 급급한 느낌이 든다. 곡을 리드하기보다는 곡에게 리드당하기 바쁜 아쉬운 지점이라고 해야 할까. 프론트맨 교체는 밴드에게 모험이지만, 이 시기의 Royal Hunt에게는 반드시 필요했던 일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뭐 어쨌든, 여기서부터 Royal Hunt는 시작이다. 개인적으론 1집을 조금, 아주 조금 더 좋아하긴 한다. 아직도 라이브에서 울려 퍼지는 Running Wild를 좋아해서이기도 한데... 미묘하게 설익어 있는 부분이 영 거슬리게 만든다.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밴드의 2집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다음 앨범, [Moving Target]에서 완전히 환골탈태한 채 돌아오는 밴드의 변신 전 모습이니까.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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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Hunt –
Land of Broken Hearts (1992) |
80/100 Feb 24,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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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자랑 Royal Hunt의 데뷔작. 데뷔작답게 설익었지만, 데뷔작다운 풋풋한 패기와 데뷔작다운 음악적 지향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앨범이다. Royal Hunt 특유의 고급스러운 사운드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그 뿌리를 예고하고 넘어간 것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근길에 듣기 딱 좋은 정도 길이였던 것도 그렇고, 듣고 나서 후회 없이 넘어간 그런 앨범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키보드가 메인이 되는 Royal Hunt 특유의 사운드 구성은 이때부터 밀도 있게 짜여져 있다. Andre Andersen이 중심축이 된 키보드 사운드와 멜로디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전반적인 사운드는 귀를 즐겁게 한다 . 역시 천재라고나 할까? 30년도 전에 나온 데뷔 앨범이 이 정도로 귀를 즐겁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거기다가 백업 역할을 대개 하는-심지어 Stratovarius조차, Jens Johansson조차 양립했지 독자적 영역을 만드는 데 한참 걸렸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키보드가 메인이 되는 사운드를 뽑아냈다는 것은 특히나 귀를 즐겁게 한다.
다만 데뷔작답게 아직 설 익은 느낌이 드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 특히 2집보다는 다소 낫지만 믹싱에서의 사운드 배분이 영 아니올시다라는 느낌이 든다. Royal Hunt 중후반기 이후 들려주는 깔끔한 믹싱과는 거리가 있는 다소 투박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리마스터가 나왔는지까지는 모르겠는데, 리마스터의 필요성이 절실한 앨범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곡 구성 자체가 아직 투박한 사운드에 적합한 그런 느낌들이긴 한데, 그래도 다소 아쉽다.
그리고 보컬... Henrik Brockmann의 보컬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Royal Hunt를 지나게 되는 불세출의 보컬 D.C. Cooper, 그리고 그 뒤를 이은 John West와 Mark Boals 등의 기라성들과 비교하면 조금 약하다는 느낌. 고음은 나쁘지 않고 무난하게 넘어가지만, 곡을 따라가기 벅찬 느낌이 드는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띈다. 아마 Andersen의 입장에서도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다.
하여간 그런 아쉬움들을 전부 차치하고서라도, 데뷔작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퀄리티를 뽑아내고 있는 앨범인 것 같다. Royal Hunt의 첫 성공작-상업적 성공은 차치하고서라도-이고, 쭉 이어지는 성공작 퍼레이드의 첫 출발점이라는것만으로도 훌륭한 앨범이다. 퇴근길에도 한 번 더 들어봐야겠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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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 –
Ritchie Blackmore's Rainbow (1975) |
90/100 Feb 21,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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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한 [Stormbringer]를 뒤로 하고 Deep Purple을 떠난 Richie Blackmore는 Rainbow를 통해 다시 음악적 도전을 시작했다. 이 앨범은 Blackmore의, Blackmore를 위한, Blackmore에 의한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부터가 [Richie Blackmore's Rainbow] 아닌가. 개인적으로 [Stormbringer]를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는다. 다만, 가장 시끄러운 밴드로 명성을 떨치던 Deep Purple의 앨범 치고는 너무 급작스럽게 이질적인 변화를 택한 것이 아닌가 싶을 뿐. 아마 Blackmore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Blackmore는 드림팀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첫 시작은 Ronnie James Dio, 우리 모두가 아는 바로 그 레전드다. 악마적인 하이 톤과 샤우팅으로 중무장한 Ian Gillan, 블루지하고 끈적이는 보컬로 우리를 사로잡던 David Coverdale과는 전혀 색채가 다른 프론트맨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Dio의 영입 자체가 이 앨범의 색깔을 정했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타와 디스토션 승부를 벌일 수 있는 강력한 중고음역을 뿜어내는 프론트맨 Dio의 보컬은 카리스마 그 자체다. 묵직한 중고음역을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Dio의 존재만으로도 이 앨범을 듣기에는 충분하다 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Blackmore가 구상한 사운드가 드리운다. 정통 하드 락, 블루지함을 떨쳐낸 가장 시끄러운 밴드의 재흥이다. 경쾌하게 묵직한 사운드, 그리고 아직 60년대 중후반부터의 흔적이 새겨진 락앤롤의 스피릿이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Catch the Rainbow나 The Temple of the King 같은 묵직하고 목가적인 넘버까지 들어차 있으니, 우리가 Richie Blackmore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그 사운드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달까.
앨범 구성은 Dio가 보컬인 중기 Deep Purple, 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Deep Purple 중기의 음악적 키를 틀어쥐고 있던 Blackmore가 그 음악적 줄기를 꽉 틀어쥔 상태니까. 클래시컬한 미학의 외피가 하드 락의 줄기를 감싼 채 포장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려나 싶다. 다만 아직 오소독스한 하드 락 사운드는 약간의 스크래치로 남은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시대는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2집 [Rising]에서는 그 지점까지를 완벽하게 포괄해 넣었다는 느낌이지만서도. 이걸 장인 정신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말이다.
출근길에 앨범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런 식의 앨범으로 쭉 이어진 Rainbow도 재밌었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 개인적으로 Dio 이후의 Rainbow도 꽤 좋아하지만, 역시 내 개인적인 취향에는 Dio 시대의 Rainbow가 들어맞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50년 전의 일이니, 내가 어떻게 손을 써 볼 수 있는 영역은 아니겠지. 그저 생각만 해 볼 뿐이다, Dio와 함께 계속된 하드 락의 여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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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ra –
Holy Land (1996) |
90/100 Feb 20,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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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출근길에 고른 앨범. 전작 [Angels Cry]와는 확연히 다른 색깔을 들고 나왔다. 깔끔한 클래시컬 파워 메탈로 데뷔한 Angra는 그 연장선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길을 향해 도약하는 것을 택했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달콤한 도전이란 말인가. 그것도 본연의 클래시컬/유러피언 파워 메탈-물론 Angra는 유럽 밴드가 아니지만, 이 장르가 저렇게 불리는 것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이라는 색채는 잃지 않은 채,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색채를 덧입히는 일에 도전한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전에 Helloween의 명반 Keeper 시리즈의 리뷰에서도 썼던 표현으로 기억하는데 , Keeper 시리즈는 이 장르에서 일종의 정경, 캐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캐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세계관 자체는 이미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 기본적인 세계관에서 자신만의 것을 덧붙인 변화를 통해 각각의 거성을 쌓은 것이 지금 우리가 이 장르의 거인으로 평가하는 밴드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Angra는 고작 2번째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거성을 쌓을 수 있는 거물 밴드임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유러피언 파워 메탈의 색채는 고스란히 담아낸 채, 브라질 고유의 리듬과 정서를 담아낸 애수 어린 작품이다. 첫 오프닝 Crossing과 절묘하게 이어지는 Nothing to Say, Silence and DIstance와 대곡 Carolina IV, 그 뒤에 이어지는 Holy Land까지,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이어지는 브라질리언 리듬의 홍수에서 빠져나올 틈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 뒤에 이어지는 절묘한 파워 발라드 Make Believe와 테크니컬한 파워 메탈 넘버 Z.I.T.O.까지, 흠 잡을 곳 한 구석이 없는 다이나믹하고 물 흐르는 듯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Andre Matos의 보컬은 여전히 절정에 있고, Loureiro와 Bittencourt의 트윈 기타는 늘 그렇듯 불을 뿜는다. 거기에 매혹적인 신대륙의 리듬감을 담아내는 Mariutti와 Confessori의 베이스와 드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점의 밴드 구성을 밴드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Temple of Shadows] 시절보다도 더 선호한다. 그만큼 절묘한 조화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라고밖에 할 수 없다. 물론 순수한 앨범 자체로는 [Temple of Shadows]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10점을 뺀 것은 전작 [Angels Cry]의 방향성을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개성도 선호하지만, 장르 자체에 대한 선호가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리고... Keeper 시리즈에 비견할 완벽한 앨범이라는 데에도 별로 동의하지 않고 말이다. 어지간해선 이 신에서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이 장르의 한계일 수도 있고. 하지만 어쨌든, 언제 들어도 후회할 바 없을 훌륭한 앨범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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