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뜬금없지만 책 한 권 추천합니다.
<<범죄의 해부학>> (원제: The Anatomy Of Evil, 저자 마이클 스톤)이라는 책입니다.
뜬금없이 이걸 추천하는 건... 범죄심리학의 대가인 저자 마이클 스톤이 이 책에서 '악(evil)'을 정의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마이클 스톤은 이 책에서 '무엇이 악이며, 어떤 행위가 다른 행위보다 더 악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바로 '다수 대중'에게서 구합니다. 인민 다수가 사악한 행위로 규탄하는 것이 바로 '악'이라는 것이죠.
물론 이 책에는 각종 흉악 범죄와 살인자의 심리 등이 매우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주 재미있죠. 내용적으로도 훌륭하지만 전 무엇보다도 마이클 스톤이 '악'을 정의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신과 대중을 분리하고 인민 다수를 어리석다고 조롱하는 것은, 실제로는 자신이 어리석다는 뜻이죠. '남보다 훨씬 유능하고 똑똑한 인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아인슈타인쯤 되면 모를까). 설령 있다고 해도 세상엔 '나만큼 똑똑한 사람'이 깔렸죠. 아인슈타인이라고 해도 보어, 보른, 슈뢰딩거 등이 연합해서 까면 까일걸요(...)
특히나 우월감 같은 해로운 감정에 젖어 있는 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우월감은 열등감과 같으니까요.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쓸데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내가 훨씬 낫지'같은 생각을 하지 않죠-_-
요즘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계속 저 책이 떠올라서 책 한 권 추천합니다:)
소월랑 2011-04-23 02:01 | ||
지금은 망한 개발자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빌로퍼가 칼럼에서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뛰어나진 않습니다." | ||
KimiRaikkonen 2011-04-23 02:23 | |||
명언이네요:) 사실 다른 두 명... 아니 한 명보다 뛰어나기도 어려운 법인데 말이죠ㅠㅠ | |||
WinterMadness 2011-04-23 02:09 | ||
감사합니다. | ||
KimiRaikkonen 2011-04-23 02:24 | |||
이 책 내용도 아주 뛰어납니다:)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된다고나 할까요...;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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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Raikkonen 2011-04-23 12:36 | |||
과학에서도 합의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노래는 좋고 어떤 노래는 안 좋다'같은 명제에는 다수가 동의하겠지만, '세상엔 트루메탈 폴스메탈이 있고 트루메탈이 훨씬 우월하다'같은 말엔 다수가 동의하지 않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대중의 90%가 세인트 앵거를 지지하면 그게 명반이 되고 미학의 기준도 세인트 앵거가 되는 거예요. 실제로는 대중의 99%가 세인트 앵거를 까니까 그게 졸작인 거죠. 아이돌 음악 듣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준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다수의 취향을 읽는 것도 엄청난 능력입니다. 대중성과 예술성이 비례하진 않지만 그게 반비례하지도 않아요. 전 멜로딕 스피드 메탈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 안에 그 장르 특유의 미학이 있고 제가 거기 반응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장르도 아름다운데 그걸 모르니 슬픈 것에 가깝죠. 메탈 들으면서 우월감에 취하는 건, 실제로는 음악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것과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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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Raikkonen 2011-04-23 20:28 | |||
천만에요. 인민 다수가 세인트 앵거를 지지하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간주한다면 세인트 앵거가 새로운 예술이 됩니다.(별로 바라지는 않지만) 대중성과 예술성이 항상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쓸 걸 그랬군요;;; 옳은 것은 대부분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후라이드가 맛있다'에는 다수가 동의해도 '후라이드만 맛있다'엔 다수가 반대합니다. 몇몇 장르의 음악은 메킹 내부에서 강한 지지를 얻겠지만 그 장르만 음악이라는 태도엔 메킹 내부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다수가 반대하는 것이 (현재의 기준으로)옳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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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Madness 2011-04-23 17:12 | |||
쇼펜하우어의 저 말은 정말 거만하고 불쾌하네요.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공동체에서 미움을 사기 쉽겠어요. 물론 본인이야 미움을 사는 것을 감수하고 뱉은 말이겠지만, 다른 사람 입장에선 그런 불쾌함을 감수하기로 한 적은 없을텐데 말이죠. | |||
엑스터시 2011-04-23 08:27 | ||
오.. 흥미로운 주제군요 제목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ㅎㅎㅎ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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