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밴드로 성공하는 법?
캘리포니아의 인디 밴드 Cormorant는 본래 스래쉬 메탈 밴드에서 활동했던 드러머 Brennan Kunkel과 베이시스트 Arthur von Nagel에 의해 결성되었다. 이들은 이후 Brennan의 고교 동창이었던 기타리스트 Nick Cohon을 영입하여 2007년 첫 EP The Last Tree를 발표했고, 그 뒤 Enslaved의 공연장에서 만나게 된 Matt Solis를 영입하여 2009년 첫 번째 정규 앨범 Metazoa를 발표했다. 이 앨범이 몇몇 메탈 사이트나 웹진에서 호평을 받은 이후 이들은 2017년 Diaspora에 이르기까지 총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밴드명 Cormorant는 가마우지를 뜻하며, 실제로 밴드의 출신 지방에서 서식하는 새이다. 이 이름은 자연과 인류 문명의 공존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이 밴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어떠한 음반사에도 소속되지 않고 철저히 인디 밴드로서 음반 작업, 판매, 공연 등을 직접 진행해왔다는 점이다. 보통은 초기에 인디 밴드로 시작했다가 소속사의 눈에 들어 계약을 하는 등의 여러 방식으로 음반사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의 경우 음반사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끝까지 인디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갔다. 이러한 전략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이들은 2집 Dwellings 발매 당시 팬들과 밴드가 직접 접촉하는 예약 구매 계약을 통해 앨범의 제작 비용을 충당하기도 했다. 물론 멤버들 모두 저마다의 정규직에 종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기에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대책을 활용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팬서비스 차원에서도 보다 용이했는데, 그 예로 이들은 2집 Dwellings부터 디지팩 내부에 후원해준 팬들의 이름을 전부 적어 넣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등 팬들과의 원만한 관계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이들은 발매한 CD를 전부 자체 제작하여 세계 각국으로 배송하기도 했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2집 Dwellings 발매 당시 이들은 베이시스트 Arthur von Nagel의 어머니네 집에서 음반 제조 작업을 거친 뒤 분배 및 배송을 위해 3일 내내 우체국에서 살다시피 하기도 했다는데, 멤버들이 전부 저마다의 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작업을 하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또한 LP의 경우 CD보다 훨씬 큰 비용을 요구했기 때문에 LP 발매는 자체적으로 하지 못한 채 밴드의 숙원사업으로 남아 있다가 2015년 핀란드의 레이블 Blood Music을 통해 1~3집 LP를 동시에 발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7년 발매된 4집 Diaspora는 마침내 CD뿐 아니라 LP도 자체 제작하여 발매하기도 했다.
한편 간섭할 사람이 없는 인디 밴드의 특성상 이들은 멤버들 모두의 의견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갔다. 비록 1~2집의 가사는 전부 베이시스트였던 Arthur von Nagel가 작사했고, 그가 2012년에 탈퇴한 이후로는 다른 멤버들이 따로따로 각각 곡의 작사를 담당했지만, 음악 자체는 거의 모두가 네 멤버들 전원이 합심하여 작곡한 결과물이었다. 실제로 Metazoa의 수록곡들 중 마지막의 짤막한 연주곡 Voices of the Mountain을 제외하곤 전부 네 멤버가 공동으로 작곡한 곡으로 표기되어 있다.
어쨌거나 이들이 거둔 소소한 성공의 뿌리가 되는 계기는 이번에 리뷰할 작품 Metazoa에 그 뿌리를 둔다고 볼 수 있겠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Tiberian ass-bastard folk’라고 부르는데 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그만큼 이들의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에서 농담조로 붙인 표현이라고 한다. 첫 번째 앨범 Metazoa는 뚜렷하고 캐치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프로그레시브 멜데스와 유사하고, 이후의 앨범들은 좀 더 블랙 메탈의 색채가 녹아들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Opeth같은 밴드와 마찬가지로 특정 장르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앨범 커버 및 디자인 역시 이들의 뚜렷한 개성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2집 Dwellings의 커버는 2012년 Metalstorm 유저들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앨범 커버로 손꼽히기도 했다. 1집 Metazoa의 커버와 디지팩 디자인 역시 뛰어난 미적 감각이 돋보였다. 또한 이 앨범의 프로듀싱은 Neurosis, Sleep, Agalloch 등의 앨범 제작에 참여했던 베테랑 엔지니어 Billy Anderson이 담당했는데, 그와의 작업 당시 밴드 멤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거친 면모를 부각하면서도 때로는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이들의 독특한 개성을 잘 살려냈다.
앨범의 제목 Metazoa는 후생동물, 즉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원생동물을 제외한 모든 동물, 다시 말해 다세포동물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러한 제목은 자연과 동물들에 대한 이 앨범의 테마와 어울리는 단어로서 밴드가 선택했다고 한다. 작사를 담당한 Arthur von Nagel는 문학과 철학을 좋아하며 한때 시인을 꿈꾸기도 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앨범의 가사들은 다분히 시적이고 상징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또한 각각의 곡들 속에서 동물이 등장하며 이러한 동물들이 가사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고 한다.
Arthur von Nagel에 따르면 이 앨범은 본래 컨셉 앨범을 의도하고 기획된 것이 아니지만 우연히 같은 테마를 공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수 년에 걸쳐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가사를 써 내려갔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7번 트랙 Hole in the Sea의 가사는 그가 유럽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지 못해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쓴 것이고, 8번 트랙 The Emigrant’s Wake의 가사는 어릴 적 뛰어놀던 바닷가를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가 보니 어린 시절 느꼈던 환상적인 기억이 아니라 하찮고 보잘것없음만을 느꼈던 괴리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가사를 쓰기도 했는데, 2번 곡 Uneasy Lies the Head는 프랑스 대혁명기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를 다룬 곡이며, 4번 곡 Blood on the Cornfields는 1831년 미국에서 벌어졌던 흑인 노예 냇 터너의 반란에 대한 곡이다. 또한 곡들이 서로 연계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첫 번째 곡 Scavengers Feast는 생물의 사체가 먹히고 분해되면서 자연을 더욱 번성하게 만든다는 내용을 다루며, 짤막한 연주곡을 제외하면 사실상의 마지막 곡인 Sky Burial은 티베트 등지에서 행해진 조장(鳥葬)풍습을 다룬다. 이는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이 두 곡의 배치를 통해 죽고 난 뒤 다른 생물들에게 먹힘으로써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고 이를 통해 삶의 순환이 계속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앨범의 첫 번째 곡 Scavengers Feast는 앨범의 특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킬링 트랙이다. 뚜렷한 멜로디 라인들로 단번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 주며, 부드러운 멜로디와 마치 초기 Opeth를 떠올리게 하는 거칠고 투박한 스타일이 어우러진다. 특히 중반부의 유려한 멜로디라인과 후반부에서 기타 솔로로 이어지는 곡의 클라이맥스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 들어도 좋은 부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하쉬 보컬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통 익스트림 계열 보컬들이 그렇듯 좀만 적응되면 무난히 즐길 수 있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묵직한 인트로 이후 캐치한 멜로디로 리듬을 타게 만드는 두 번째 곡 Uneasy Lies the Head는 좀 더 변칙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키보드와 클린 보컬 코러스가 더해져 다채로운 느낌을 더하고, 곡 후반부에선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멋지게 곡을 마무리했다. 추가로 지나치게 곡을 억지로 늘이지 않고 알짜배기만 간추린 느낌을 주기도 했다.
클린 보컬과 클린 톤 기타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내며 시작하는 Salt of the Earth도 직전 곡처럼 조금 더 프로그레시브한 면모가 드러나는 곡이다. 물론 이 곡에서도 뚜렷하고 매력적인 멜로디라인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 앨범만의 독특한 분위기 또한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후반부의 변칙적인 분위기 전환이 기억에 남았다.
도입부부터 캐치한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는 Blood on the Cornfields는 1번 트랙과 함께 이 앨범에서 가장 선호하는 곡이다. 굴지의 멜데스, 프록 밴드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매력 넘치고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와 동시에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이어지는 구성을 선보인 훌륭한 곡이었다.
다섯 번째 곡 Hanging Gardens는 11분대의 대곡이며, 첼로가 등장하는 등 보다 쓸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후로는 격렬함과 잔잔함을 오가는 전개로 곡을 이어나가며 마치 외줄 타기 곡예를 부리는 듯 예측하기 어려운 독특한 구성을 선보인다. 비록 갑작스럽게 등장한 대곡이다 보니 약간 흐름이 끊기거나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곡 자체적인 완성도는 역시 출중한 곡이었다. 특히 곡 중후반부의 역동적이고 비장미가 느껴지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반면 여섯 번째 곡 The Crossing은 3분대의 짧고 강렬한 곡으로 청자를 좀 더 집중하게 해 준다. 적당히 빠른 템포 속에서 간결하게 진행되지만 그 속에서도 훌륭한 리프와 멜로디라인이 돋보이는 감초 같은 트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편 Cormorant와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 동향 밴드이자 친구이기도 한 Giant Squid의 보컬 Aaron John Gregory의 독특한 보컬 스타일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Hole in the Sea는 Cormorant의 드러머 Brennan Kunkel의 누이 Deborah Spake의 피쳐링 또한 담겨 있는 곡이다. 이 곡 또한 프로그레시브하고 독특한 스타일과 분위기가 인상적인 곡이며, 폭발하듯 크게 터져 나오는 곡 후반부의 비장한 클라이맥스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Hanging Gardens에 버금가는 대곡 The Emigrant's Wake는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전개가 펼쳐지는 곡이자, 훌륭한 리프들이 담겨 있는 후반부의 킬링 트랙이다. 특히 후반부에서 클린 보컬이 등장하며 서서히 최고조로 달아오르는 분위기는 앨범의 구성 면에서 절정이라고 부를 만한 훌륭하기 그지없는 순간이었다.
클린 보컬 위주로 진행되는 Sky Burial은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한번 더 끌어올렸다가 서서히 하강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며 앨범을 끝맺을 준비를 하는 곡이다. 그리고 이는 마지막 곡 Voices of the Mountain으로 이어져 은은한 분위기 속에서 여운을 남기며 깔끔한 앨범의 마무리를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다소 거칠게 느껴졌던 레코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훌륭한 멜로디와 다채로운 구성,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가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앨범을 처음 접했을 때 Scavengers Feast와 이어지는 초반부의 킬링 트랙들에 단번에 빠져들었었는데 이러한 감흥은 지금도 유효할 정도로 아주 인상적이었다. 물론 처음엔 보컬이 다소 낯설게 다가오기는 했고, 지금도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컬 때문에 이들의 음악을 지나치기엔 이들의 독특한 스타일과 분위기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단순히 프로그레시브한 멜로딕 데스의 면모를 넘어 고전적인 헤비 메탈과 포크적인 면모 등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장르의 틀에서 벗어나 자기들만의 음악을 보여줌으로써 청자에게 뚜렷한 각인을 시켜 준 것이다.
이처럼 정규 데뷔작부터 놀라운 수준의 음악을 보여주었던 이들은 Opeth 이후 가장 실력 있고 개성 있는 메탈 밴드 중 하나였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Ne Obliviscaris의 데뷔작 Portal of I에 견줄 만한, 혹은 그 이상으로 훌륭한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이 앨범 이후 2년여 뒤에 발매된 Dwellings를 발표했고, 역시나 성공적인 반응을 얻어내며 언더그라운드 메탈 씬에서 그 입지를 다져갔다. 그리하여 이들은 Primordial, Yob 같은 베테랑 선배 밴드와 함께 투어를 돌기도 했으며, Vektor나 Wolves in the Throne Room과 같은 무대에 서거나 심지어는 메탈과는 접점이 없는 블루스 밴드와 공연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나갔다. 한편 2012년 보컬/베이스를 맡던 Arthur von Nagel이 게임 제작사 Telltale Games에 품질 보증 담당으로 일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음악 활동을 그만두게 된 이후로도 Cormorant는 새 멤버와 함께 꾸준히 활동해 왔었다.
하지만 작년 11월, 이들은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그 원인은 멤버 간 불화나 견해 차이가 아닌 직업과 생활 등의 보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한 언젠가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 두었고, 무엇보다도 멤버들 중 세 명이 Ursa라는 둠 메탈 밴드를 결성하여 몇 달 전에도 정규 2집 신보를 발매한 만큼 이들의 음악 활동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요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Cormorant는 현재 12년간의 활동 끝에 활동을 중단했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과 거두어낸 성과는 인디 뮤지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소속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어 가면서도 현실 세계에서의 삶과 음악 활동 간의 밸런스를 맞추고 책임감 있게 활동해 왔던 밴드라고 평하고 싶다. 또한 인디 밴드로서의 이점을 이용한 적극적인 팬서비스와 멤버 간 불화나 사건·사고도 없이 원만한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Bandcamp의 대두로 인해 이들의 활동은 더욱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었고 이는 실제로 멤버들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들은 현재 마지막 앨범 Diaspora를 제외한 디스코그래피 전체의 음원을 Bandcamp에서 무료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설정해 놓은 만큼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만족과 팬서비스를 위해 음악활동을 이어갔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2집 발매 이전 당시에 Metazoa의 음원을 유료 다운로드만 할 수 있게 해놓았다가 잠시 동안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바꿔놓았던 적이 있는데, 이 기간에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수익을 ‘기부금’으로서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이들은 Bandcamp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팬들로부터 직접 후원금을 받음으로써 밴드는 팬들의 후원금으로 고마움과 만족을 느끼며 음악활동을 지속할 수 있고, 팬들은 중간 간섭 없이 곧바로 밴드를 응원하며 때때로 작은 보답을 받을 수도 있는 일종의 호혜 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Cormorant가 거두어낸 성과는 어차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한 대신 밴드와 팬이 서로에게 만족감과 행복을 안겨 주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작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음악을 하고 싶지만 하고 싶은 음악이 ‘비주류’라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해 꿈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어쩌면 Cormorant 같은 밴드의 작은 성공이 귀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Bandcamp와 같은 플랫폼의 발달과 인터넷의 확산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름 모를 음악가의 작품조차 발매 당일 곧바로 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때문에 이제는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예술 작품을 전 세계에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할지라도 주목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현실 세계에서의 삶을 유지하며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Cormorant는 뛰어난 능력과 열정,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의 삶과 음악 활동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에게 훌륭한 예술가로 기억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당연히 Cormorant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며 세계 각지에서 작지만 분명한 팬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는 예술가가 반드시 상업적으로 큰 돈을 벌고 유명해져야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 작품의 진가를 알아봐 주고 그에 따른 자기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성공한 예술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Cormorant는 세계 각지의 적지만 충성스러운 팬들에게 성공한 인디 밴드로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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