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좋아하는 아저씨들 (파이널 시즌)
3년전 주말 심심해서 울산에 LP바 괜찮은 곳 없나 검색해봤고 한군데가 눈에 띄길래 그날밤 가봤죠.
주변에 원룸건물들 , 작은 공장들 , 택배집하장 이런 건물들만 있는 한적한 동네였습니다. 도대체 바가
있을법한 동네가 아니었죠. 가로등도 적었으니 어두컴컴했고 보슬비가 아주아주 살짝 내리는 날이었거든요.
카카오맵 보며 해당 골목으로 걷는데 조금 무섭더라구요. 살면서 한번도 못본 귀신을 드디어 만나는 날인가
아니다 사람이 더 무서운데 흉악한 놈 만나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니 간판이 보였습니다.
밖에서 보니 콘테이너 비슷한게 무슨 현장사무실 같았어요. 이게 뭐야 중얼대며 들어가보니 바가 맞더군요.
10평 조금 넘을만큼 작은 가게였고 바카운터 뒷벽 전체가 레코드로 꽉꽉 차있었습니다. 분명히 만장단위의 수량이었어요. 2~3만장 됐을겁니다. 한쪽엔 큼직하니 풍채좋은 오디오들이 위엄있게 들어앉아 있고 진공관들이 초롱초롱 빛나는 작은 기기도 있었어요. (이것도 앰프라 부르나요? 전 모르겠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듯한
오디오들도 구석에 꽤 쌓여있었고요. 무슨 브랜드인지 몰라도 나 명품이오 소리없는 웅변을 들려주는 것들이었죠. 주인 혼자 신문 보고 있었는데 제가 들어서니 다소 의외란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이렇게 입을 열더군요.
" 어떻게 오셨어요? "
(아니 술집에 술마시러 왔지 공부하러 왔을린 없을텐데 말입니다 ㅎㅎㅎ)
" 맥주 한잔 하려고요. 영업 마쳤나요? "
" 아뇨 그건 아닌데... 뭐 아무데나 앉아요 "
맥주 마시며 주인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이왕 왔는데 고막이 떨어져 나가도록 귀호강 해야하니까요.
" 와~ 레코드 진짜 많네요! 음악 되게 좋아하시나보다! "
" 예 저게 한 3만장 되죠. 그리고 내가 파일 받아 놓은게 한 5천곡 쯤 돼요 "
" MP3 다운 받은게 그만큼요? 대단하네요? "
" MP3? 아니 FLAC 으로 받았죠. MP3는 음질 나빠서 못 들어요 그거 들으면 머리가 아파요 "
" FLAC ? 그게 뭔가요? 음질 더 좋은거에요? "
주파수 차이가 몇몇 Hz 나니 고음역은 어떻고 저음역은 저떻고 ~~~
용량차이가 몇몇 메가 몇몇기가 ~~~ 어쩌고저쩌고 ~~~
만약 CD를 굽는다면 무슨무슨 브랜드 공시디를 써야만 하는데 디스크 재질부터 다르며 표면 화학처리도
무슨무슨 약품을 무슨무슨 공법으로 했기에 음질이 탁월하다 대부분 그 차이점을 모르는게 안타깝다.
가장 심각한건 파일을 CD로 굽는 과정에서 치명적 음손실이 발생한다 가급적 파일 그대로 들어야 한다 ~~
제가 기계치인진 몰라도 공학얘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요? 건성으로 예예 하면서 뭔 노래 들어볼까
생각하며 맥주를 마셨습니다. 70 바라보는 양반 같으니 옛날 노래들 틀면 되겠다 싶었죠.
" Black Sabbath 노래 들을 수 있죠? 레코드 있으면 직접 보고 노래 골라볼게요. 아니면 아까 말한
FLAC? 그걸로 틀어주세요. "
" 허! 락 들으세요? 그렇게 안보이는데... 그리고 젊은사람이 옛날 노래를 아시네요?"
레코드 있다 그러더니 한참을 뒤적이는데 20분쯤 걸려도 문제의 레코드는 나타나지 않네요????
그동안 맥주 한병 더 주문하니 이 아저씨 과자 한봉지를 곁들여 줍니다. 서비스인가?
" 어 과자는 안시켰는데 서비스인가 봐요? "
" 서비스는 무슨! 천원밖에 안해요 "
봉지를 북 뜯어버리네요??? 나 참 별 우스운 강매를 다 보는군요 ;;; 뭐 그러려니 하며 레코드 재촉을 했죠.
" Black Sabbath 없으면 파일로 틀어주세요. 그리고 종이랑 펜 주세요 신청곡 적어 드리게요 "
드디어 문제의 레코드가 등장했고 ( 디오 영감님의 Heaven & Hell 앨범 ) 오랜만에 보는 레코드가 반가워
알맹이를 꺼냈는데 오지 오스본 레코드가 나오네요?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물론 두 양반 모두 Black Sabbath
맞긴한데 참으로 기묘한 노릇 아닙니까 ㅎㅎㅎ (그렇습니다 전 이미 짜증이 났지만 굳이 드러내진 않았죠)
" 알맹이가 다른데요? "
" 어 그러네 잠깐 기다려봐요....."
" 그건 놔두고 이 노래들 틀어주세요 "
노래 몇곡 적은 종이를 주니 파일로 틀어주겠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노래 찾는데 15분 넘게
걸리더군요. 대단합니다! 존경할만하지 않습니까? 그 와중에 틈틈이 음향공학 강의는 계속됐죠.
어찌어찌 노래들은 다 듣고 제가 보고픈 레코드 말하니 꺼내주길래 구경했는데 껍질과 알맹이가 일치하는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물론 음향공학과 오디오에 관한 강의는 이어졌고요. 라면도 못 끓이면서 두바이 고급호텔
주방장 요리솜씨 엉망이라 욕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들더군요 ㅎㅎㅎ
주변에 원룸건물들 , 작은 공장들 , 택배집하장 이런 건물들만 있는 한적한 동네였습니다. 도대체 바가
있을법한 동네가 아니었죠. 가로등도 적었으니 어두컴컴했고 보슬비가 아주아주 살짝 내리는 날이었거든요.
카카오맵 보며 해당 골목으로 걷는데 조금 무섭더라구요. 살면서 한번도 못본 귀신을 드디어 만나는 날인가
아니다 사람이 더 무서운데 흉악한 놈 만나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니 간판이 보였습니다.
밖에서 보니 콘테이너 비슷한게 무슨 현장사무실 같았어요. 이게 뭐야 중얼대며 들어가보니 바가 맞더군요.
10평 조금 넘을만큼 작은 가게였고 바카운터 뒷벽 전체가 레코드로 꽉꽉 차있었습니다. 분명히 만장단위의 수량이었어요. 2~3만장 됐을겁니다. 한쪽엔 큼직하니 풍채좋은 오디오들이 위엄있게 들어앉아 있고 진공관들이 초롱초롱 빛나는 작은 기기도 있었어요. (이것도 앰프라 부르나요? 전 모르겠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듯한
오디오들도 구석에 꽤 쌓여있었고요. 무슨 브랜드인지 몰라도 나 명품이오 소리없는 웅변을 들려주는 것들이었죠. 주인 혼자 신문 보고 있었는데 제가 들어서니 다소 의외란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이렇게 입을 열더군요.
" 어떻게 오셨어요? "
(아니 술집에 술마시러 왔지 공부하러 왔을린 없을텐데 말입니다 ㅎㅎㅎ)
" 맥주 한잔 하려고요. 영업 마쳤나요? "
" 아뇨 그건 아닌데... 뭐 아무데나 앉아요 "
맥주 마시며 주인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이왕 왔는데 고막이 떨어져 나가도록 귀호강 해야하니까요.
" 와~ 레코드 진짜 많네요! 음악 되게 좋아하시나보다! "
" 예 저게 한 3만장 되죠. 그리고 내가 파일 받아 놓은게 한 5천곡 쯤 돼요 "
" MP3 다운 받은게 그만큼요? 대단하네요? "
" MP3? 아니 FLAC 으로 받았죠. MP3는 음질 나빠서 못 들어요 그거 들으면 머리가 아파요 "
" FLAC ? 그게 뭔가요? 음질 더 좋은거에요? "
주파수 차이가 몇몇 Hz 나니 고음역은 어떻고 저음역은 저떻고 ~~~
용량차이가 몇몇 메가 몇몇기가 ~~~ 어쩌고저쩌고 ~~~
만약 CD를 굽는다면 무슨무슨 브랜드 공시디를 써야만 하는데 디스크 재질부터 다르며 표면 화학처리도
무슨무슨 약품을 무슨무슨 공법으로 했기에 음질이 탁월하다 대부분 그 차이점을 모르는게 안타깝다.
가장 심각한건 파일을 CD로 굽는 과정에서 치명적 음손실이 발생한다 가급적 파일 그대로 들어야 한다 ~~
제가 기계치인진 몰라도 공학얘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요? 건성으로 예예 하면서 뭔 노래 들어볼까
생각하며 맥주를 마셨습니다. 70 바라보는 양반 같으니 옛날 노래들 틀면 되겠다 싶었죠.
" Black Sabbath 노래 들을 수 있죠? 레코드 있으면 직접 보고 노래 골라볼게요. 아니면 아까 말한
FLAC? 그걸로 틀어주세요. "
" 허! 락 들으세요? 그렇게 안보이는데... 그리고 젊은사람이 옛날 노래를 아시네요?"
레코드 있다 그러더니 한참을 뒤적이는데 20분쯤 걸려도 문제의 레코드는 나타나지 않네요????
그동안 맥주 한병 더 주문하니 이 아저씨 과자 한봉지를 곁들여 줍니다. 서비스인가?
" 어 과자는 안시켰는데 서비스인가 봐요? "
" 서비스는 무슨! 천원밖에 안해요 "
봉지를 북 뜯어버리네요??? 나 참 별 우스운 강매를 다 보는군요 ;;; 뭐 그러려니 하며 레코드 재촉을 했죠.
" Black Sabbath 없으면 파일로 틀어주세요. 그리고 종이랑 펜 주세요 신청곡 적어 드리게요 "
드디어 문제의 레코드가 등장했고 ( 디오 영감님의 Heaven & Hell 앨범 ) 오랜만에 보는 레코드가 반가워
알맹이를 꺼냈는데 오지 오스본 레코드가 나오네요?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물론 두 양반 모두 Black Sabbath
맞긴한데 참으로 기묘한 노릇 아닙니까 ㅎㅎㅎ (그렇습니다 전 이미 짜증이 났지만 굳이 드러내진 않았죠)
" 알맹이가 다른데요? "
" 어 그러네 잠깐 기다려봐요....."
" 그건 놔두고 이 노래들 틀어주세요 "
노래 몇곡 적은 종이를 주니 파일로 틀어주겠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노래 찾는데 15분 넘게
걸리더군요. 대단합니다! 존경할만하지 않습니까? 그 와중에 틈틈이 음향공학 강의는 계속됐죠.
어찌어찌 노래들은 다 듣고 제가 보고픈 레코드 말하니 꺼내주길래 구경했는데 껍질과 알맹이가 일치하는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물론 음향공학과 오디오에 관한 강의는 이어졌고요. 라면도 못 끓이면서 두바이 고급호텔
주방장 요리솜씨 엉망이라 욕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들더군요 ㅎㅎㅎ
푸른날개 2021-09-10 19:30 | ||
" 서비스는 무슨! 천원밖에 안해요 " ㅋㅋㅋ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 | ||
금언니 2021-09-10 19:53 | |||
그쵸? 참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제 글에 다 묘사하진 않았지만 오디오 자부심 , 음반 자부심이 하늘 높은줄 모르더군요. 분명 " 황금귀 " 라며 우쭐대는 사람일 겁니다. 자기 노래들 찾지도 못하면서 오디오니 레코드니 무슨 쓸모가 있나요 ㅎㅎㅎ | |||
XENO 2021-09-11 06:53 | ||
음향 쪽 지식은 좋을지 몰라도 장사 수완은 정말 없는 분이시네요. | ||
금언니 2021-09-11 10:15 | |||
정리정돈 지식이 전혀 없는건 확실하죠. 자기 들을 노래도 찾지 못했으니까요. ㅎㅎㅎ 장사 수완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장사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ㅎㅎㅎ | |||
necrolust 2021-09-11 22:29 | ||
그 가게 위치가 어딘가요? 가보고 싶습니다 | ||
금언니 2021-09-11 23:05 | |||
가게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요. 삼산 이마트 근처 원룸건물 많은 블록입니다. 저때 한번 가본것 뿐이니 아직 저곳이 있는진 모르겠습니다. | |||
D.C.Cooper 2021-09-11 23:13 | ||
금언니님 덕에 울산 메탈 매니아 분들의 사랑방인 장소가 생겼으면 합니다 ^^ | ||
금언니 2021-09-11 23:37 | |||
그런곳 있으면 좋을텐데 아직 찾질 못했습니다 ;;;;; 언젠가 누군가 어디엔가 그런곳을 만든다면 얼마나 재미날까요 ㅎㅎㅎ | |||
ween74 2021-09-11 23:42 | ||
ㅋㅋ 천원밖에 안해요ㅋㅋㅋ 그래도 블랙사바스 쟈켓에 댄스앨범이나 그런 쌩뚱맞은 앨범이 안들어 있어 다행이네요^^ | ||
금언니 2021-09-12 01:44 | |||
맞습니다 저 사람은 천원짜리에 불과하죠!!! ㅎㅎㅎ 제글에 적은대로 알맹이와 껍질이 제대로 된 레코드가 없었죠. 아마 빈 껍데기만 꽂혀진 것들도 많을걸요? ㅎㅎㅎ | |||
Rock'nRolf 2021-09-12 09:38 | ||
30년전 청계천 황학동 길거리 노상판매점에서 스콜피언스 앨범을 구매한적이 있었어요. 내용물 확인도 않고 집에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전영록 LP가 들어가 있더군요. 그 다음주에 부랴부랴 찾아가서 다른걸로 바꾼적도 있답니다. 내용을 보니 그 당시 생각이 나네요. | ||
금언니 2021-09-13 15:42 | |||
저런! 지금이야 웃을 수 있겠지만 그땐 화나는 상황이었겠습니다. 노점이니 다음에 안나오면 교환할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혹시 그 노점상 하던 이가 나이들고 울산 내려와서 문제의 저 바 주인이 된건 아닐까요? ㅎㅎㅎ | |||
View all posts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