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yricon Review
December 15, 2013
변신을 시도한 1999년작 Rebel Extravaganza 이후 이들의 음악은 메탈 팬들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리프와 비트 속에 미니멀리즘을 구현해놓은 듯 단순화된 음악이었고, 그루브 없이 디스코 풍의 댄서블한 리듬감을 갖춘 괴작이었지요. 여기에 기존의 스타일을 변용하여 덧붙이면서 Satyricon 스타일을 확립했는데,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독창성만큼은 인정받을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독창적인 것이 반드시 훌륭한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요.
이들의 새로운 곡들은 대개 훅이 없거나 쓸데없이 곡 길이가 길었으며, 이렇다 할 클라이막스 없이 밋밋하게 끝나버리는 등 독창적이라는 장점을 갉아먹는 단점이 많았습니다. 스타일과 음악적 틀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이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실험’을 하느라 일반적으로 청자가 좋아하는 음악적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지만,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다른 음악보다 이들의 음악이 더 훌륭하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실망감을 안겨준 이들의 앨범을 다시금 주의 깊게 들어보게 된 것은 이 앨범의 5번 트랙 Phoenix 때문입니다. 미니멀한 연주와 비장미 넘치는 멜로디, 메틀릭한 필링이 분명히 나타나는 드러밍에 게스트 보컬 Sivert Høyem의 점잖은 음색이 어우러지는 것을 들으면서 다크-헤비 기타팝의 탄생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이와 유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곡은 이들의 스타일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추고 있지요. 그러나 앨범을 다 듣고 보니 아직 탄생을 논할 단계는 아니더군요. Phoenix 같은 스타일의 곡은 그 곡 하나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곡들은 전작의 사운드를 모아놓은 모양새입니다. 댄서블한 비트는 4번 트랙 Nocturnal Flare의 일부분, 7번 트랙 Nekrohaven 정도로 제한하고 있고, 대놓고 공격성을 드러내는 곡은 Phoenix의 다음 곡인 6번 트랙 Walker upon the Wind 뿐입니다. 이외의 곡들은 이러한 특색 없이 리프의 힘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리프의 운용방법이 일반적인 청자의 취향에 맞게 변화하여 2번째 단락에서 언급한 단점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캐취한 리프를 제시하고 이를 변용하여 리프의 개연성을 확보하거나 음울한 분위기로 침잠하는 파트를 만들어내며, 이를 다시 효과적인 전환부를 통하여 하나의 곡으로 잘 융화시키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9번 트랙 the Infinity of Time and Space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후렴이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접합되어 있어 아쉬움을 남깁니다.) 게다가 특유의 분위기와 멜로디가 곡 단위를 넘어 앨범 전체까지 일관되게 녹아들어 있어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앨범의 테마라고 할 수 있을만한 멜로디 몇 개는 기억에 남습니다.
녹음상태는 녹음의 몇 가지 단계를 빼놓은 듯 뭔가 미완성된 느낌인데, 그래도 각 악기의 소리가 명확히 들리는 것은 물론, 악기간의 밸런스도 잡혀있고 듣기에 따라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져 나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앨범을 감상하기에 거슬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5번 트랙 Phoenix로 대표되는 ‘Satyricon의 또 다른 모습’을 확고히 한 앨범은 아니지만, Volcano 이후의 음악을 성공적으로 개선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여전히 메탈 특유의 꽉 짜인 리프 운용과 구조적 미학은 없기 때문에 많은 메탈 애호가들에게 외면 받을 앨범인 것은 분명해보이지만, 이들의 스타일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하진 않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앨범입니다.
이들의 새로운 곡들은 대개 훅이 없거나 쓸데없이 곡 길이가 길었으며, 이렇다 할 클라이막스 없이 밋밋하게 끝나버리는 등 독창적이라는 장점을 갉아먹는 단점이 많았습니다. 스타일과 음악적 틀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이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실험’을 하느라 일반적으로 청자가 좋아하는 음악적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지만,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다른 음악보다 이들의 음악이 더 훌륭하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실망감을 안겨준 이들의 앨범을 다시금 주의 깊게 들어보게 된 것은 이 앨범의 5번 트랙 Phoenix 때문입니다. 미니멀한 연주와 비장미 넘치는 멜로디, 메틀릭한 필링이 분명히 나타나는 드러밍에 게스트 보컬 Sivert Høyem의 점잖은 음색이 어우러지는 것을 들으면서 다크-헤비 기타팝의 탄생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이와 유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곡은 이들의 스타일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추고 있지요. 그러나 앨범을 다 듣고 보니 아직 탄생을 논할 단계는 아니더군요. Phoenix 같은 스타일의 곡은 그 곡 하나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곡들은 전작의 사운드를 모아놓은 모양새입니다. 댄서블한 비트는 4번 트랙 Nocturnal Flare의 일부분, 7번 트랙 Nekrohaven 정도로 제한하고 있고, 대놓고 공격성을 드러내는 곡은 Phoenix의 다음 곡인 6번 트랙 Walker upon the Wind 뿐입니다. 이외의 곡들은 이러한 특색 없이 리프의 힘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리프의 운용방법이 일반적인 청자의 취향에 맞게 변화하여 2번째 단락에서 언급한 단점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캐취한 리프를 제시하고 이를 변용하여 리프의 개연성을 확보하거나 음울한 분위기로 침잠하는 파트를 만들어내며, 이를 다시 효과적인 전환부를 통하여 하나의 곡으로 잘 융화시키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9번 트랙 the Infinity of Time and Space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후렴이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접합되어 있어 아쉬움을 남깁니다.) 게다가 특유의 분위기와 멜로디가 곡 단위를 넘어 앨범 전체까지 일관되게 녹아들어 있어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앨범의 테마라고 할 수 있을만한 멜로디 몇 개는 기억에 남습니다.
녹음상태는 녹음의 몇 가지 단계를 빼놓은 듯 뭔가 미완성된 느낌인데, 그래도 각 악기의 소리가 명확히 들리는 것은 물론, 악기간의 밸런스도 잡혀있고 듣기에 따라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져 나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앨범을 감상하기에 거슬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5번 트랙 Phoenix로 대표되는 ‘Satyricon의 또 다른 모습’을 확고히 한 앨범은 아니지만, Volcano 이후의 음악을 성공적으로 개선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여전히 메탈 특유의 꽉 짜인 리프 운용과 구조적 미학은 없기 때문에 많은 메탈 애호가들에게 외면 받을 앨범인 것은 분명해보이지만, 이들의 스타일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하진 않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앨범입니다.
3 likes
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
---|---|---|---|---|
1. | Voice of Shadows | 2:35 | 60 | 1 |
2. | Tro og kraft | 6:01 | 60 | 1 |
3. | Our World, It Rumbles Tonight | 5:12 | 77.5 | 2 |
4. | Nocturnal Flare | 6:38 | 77.5 | 2 |
5. | Phoenix | 6:32 | 85 | 2 |
6. | Walker upon the Wind | 4:58 | 70 | 1 |
7. | Nekrohaven | 3:12 | 85 | 2 |
8. | Ageless Northern Spirit | 4:43 | 60 | 1 |
9. | The Infinity of Time and Space | 7:47 | 65 | 1 |
10. | Natt | 3:34 | 77.5 | 2 |
11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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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l Extravaganza Review (1999) | 70 | May 29, 2022 |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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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Medieval Times Review (1993) | 80 | Jul 30, 2014 | 3 | ||||
▶ Satyricon Review (2013) | 75 | Dec 15, 2013 |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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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esis Divina Review (1996) | 86 | May 11, 2008 |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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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Medieval Times Review (1993) | 90 | Oct 26, 2007 |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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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atyricon Review (2013)
피규어no5 40/100
Oct 31, 2013 Likes : 3
개인적으로 블랙메탈을 아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그 창조적인 예술성엔 공감하며, 그 어떤 음악 장르보다도 개성있는 영역을 개척한 음악사의 위대한 족적이라 생각한다. 블랙메탈의 주된 테마인 오컬트, 신, 선과악, 죽음, 종교, 밀교, 신비주의 등의 영역은 인간의 근원적 공포에 속한... Read More
TheBerzerker 86/100
May 11, 2008 Likes : 2
새롭게 진화를 거듭한 Satyricon
1번트랙부터 4번트랙까지는 엄청난 킬링트랙. 특히 Mother North 와 Du Som Hater Gud.
Du Som Hater Gud 은 귀를 잡아끄는 특이한 멜로디나 그런건 없지만, 곡 자체의 짜임새가 엄청난 대곡이다. Mother North 는 이 앨범 전체의 베스트 트랙이 되기에 손색 없을만큼 Satyric... Read More
TheBerzerker 84/100
May 11, 2008 Likes : 1
멜로딕하면서도 어둡고, 어두우면서도 그루브하고, 그루브하면서도 멜로딕한 Satyricon 의 데뷔앨범. 이 앨범에서 보여지는 정말 말그대로의 어두운 중세의 이미지는 청자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딤무보거, 엠퍼러와 함께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3대 제왕인 Satyricon 의 매력은 (세 밴드 모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