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had / Skyggen Review
Ba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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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 Methad / Skyggen |
Type | Split |
Released | November 15, 2014 |
Genres | Black Metal |
Labels | Independent |
Length | 57:07 |
Album rating : 87.5 / 100
Votes : 6 (1 review)
Votes : 6 (1 review)
February 23, 2015
(본인 블로그(http://weirdsoup.tistory.com/313)에서 발췌함. 수정일: 2015. 0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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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작성한 "음악 리뷰에 대한 생각(http://weirdsoup.tistory.com/312)" 에 따라, 본 글은 리뷰가 아닌 "감상문"으로 쓰여졌다.)
2014년 최고의 메탈 앨범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전부 다를텐데, 만약 이를 "한국" 내로 한정한다면 본 필자는 단연코 "Methad/Skyggen 스플릿 앨범"을 꼽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2014년에 나온 한국 메탈앨범이라고는 몇 개 없는 게 사실이지만 넘어가자...)
각각 13년과 14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경이로운 신인들은, 본인들의 이전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역량들을 더욱 갈고 닦은 끝에 마침내 한국 익스트림 메탈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예술적 성취를 이뤄내고야 말았는데, 그러한 그들의 최신 성과가 담긴 결과물이 바로 본작이다.
(본 앨범에는 밴드별로 각각 한개씩의 커버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필자로서는 별다른 의의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본 앨범을 감상할 때에도 커버곡이 나오면 그냥 트랙을 넘겨버린다. 이하에서도 커버곡은 제외하고 언급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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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전공생으로 알려진 신승엽씨의 원맨 밴드인 Methad는, 13년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14년 네이버 뮤지션리그에 참여함으로써 국내 메탈 팬들에게 그 이름을 알리고, 그의 음악적 가치를 알아보는 많은 메탈 팬들에게 주목과 기대를 받아온 바 있다. 심포닉 블랙메탈 밴드인 Fanisk의 광팬으로 알려진 그는, Fanisk의 음악들을 분석하고 해체/재구성하여 몇몇 곡들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 중 본작에도 실린 "오감도 시제 1호"라는 곡은 네이버 뮤지션리그에서 발표가 되어 Fanisk를 인상 깊게 들은 많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준 바 있다.
본 필자도 본작이 발표되기 전에 공개된 Methad의 음악들을 들어본 바 있는데, 그 당시의 감상에 따르면 우선 음악적 가치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잘못된 프로덕션이 너무나도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 또한 곡들은 Fanisk의 표면적인 요소를 너무 많이 차용함으로써 오히려 그것이 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악곡과 올드스쿨 익스트림 메탈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충실해 보이는 곡들을 통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했는데, 본 앨범은 그러한 기대치를 여실히 충족시켜줌으로써 Methad의 미래가 밝다는 사실을 메탈 팬들에게 공언해 주고 있다.
먼저 기존에 많은 팬들에게 지적받았던 프로덕션을 살펴보면, 같은 밴드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엄청나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선 공개되었던 "오감도 시제 1호"를 살펴보면 그러한 변화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는데, 기존에 발표되었던 버전이 차마 듣고 있기 괴로울 정도로 형편없는 프로덕션을 자랑(?)한 반면에 본 작에서의 프로덕션은 매우 깔끔하고 악기를 잘 살려주며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굉장히 독특한 제목을 살펴볼 수 있는데, 바로 이상의 시 "오감도" 시리즈 중에서 1~4호를 택하고 있다. 가사 또한 각각의 시에서 차용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데, 본 필자가 감상한 바에 따르면 매우 독특하게도, 해당 가사들은 각 곡의 주제와 상당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
이상의 시들은 수십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정확한 해석이 불가능한 시들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본 필자 또는 Methad의 해석 또한 "틀린 해석" 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본 필자가 이해한, Methad가 차용한 이상의 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선 첫번째 트랙인 시제 1호를 살펴보자. 전반부에서 느낄 수 있는 주제는 "불안"이다. 13인의 아해가 불안에 휩싸여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불안감을 조성하는 멜로디의 변화와 그로울링->스크리밍->그로울링으로 주고 받는 창법, 스피디한 트레몰로 피킹을 통해 긴장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질주하는 부분이 끝나면 곧바로 리프가 두 차례 바뀌면서 분위기를 쌓아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직후에 분위기가 급변하며 애상적인 키보드 멜로디가 등장한다.
본 필자가 여기서 느낀 것은 "존재의 의미에 관한 고찰"이다. 왜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는가, 질주하는 행위에 대한 불안과 함께 "왜 불안해 하는가", 즉 무엇이 무서운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들어간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파트와 애상적인 멜로디 파트를 대조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이 키보드 파트는, 전반부에서 조성한 불안감의 폭발과 함께 격화된 감정의 급격한 해소를 통해 명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주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앞뒤의 연결 또한 뜬금없지 않고 자연스럽게 폭발하고 있으며, 키보드 파트 이후의 트레몰로 피킹 파트 또한, 전반부에 등장했던 리프와는 다른, 키보드 파트에서 파생되는 멜로디를 바탕으로 한 리프를 등장시킴으로써 자연스러운 전환과 함께 키보드 파트에서의 주제를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다. 후반부는 전반부의 약간 변형된 반복으로 안정감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트랙인 시제 2호가 나타나는데, 본 트랙은 단연 본 앨범에서의 Methad 파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명곡이다. 우선 주제를 보면, 아버지의 얼굴에서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어떠한 숙명이나 운명을 느끼고, 또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고통받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절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초반부 리프 멜로디를 보면 1번 트랙에서와 같은 불안감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강한 슬픔과 같은 것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것이 자신의 아버지의 얼굴에서 위와 같은 운명을 관찰하며 느낀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본 트랙은 가장 데스메탈적인 트랙인데, 본 트랙의 성공으로 인해 Methad는 "블랙메탈보다 데스메탈을 더 잘 하는 블랙메탈밴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트랙에서는 다른 트랙에서 볼 수 있는 조용하고 명상적인 파트가 전혀 없고, 대신에 초반부 리프가 끝나면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 뛰어넘어야 하는지~" 부분과 이어지는 파트에서 데스메탈적인 리프가 등장하며 자신의 운명의 굴레에 대해 깨닫고 회의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어지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느냐" 다음 파트는 이 곡의 백미로써, 격하게 긴장적인 멜로디 진행 이후에 전반부 파트가 변형되어서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등장하는데, 빠름->느림으로의 리듬전환을 통한 주제의 절정+해소의 역할을 하며 말 그대로 "에픽"적인 코다를 연출하고 있다. 불필요한 부분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곡 진행과, 주제의 효과적인 전달과 완급 조절을 통한 클라이막스 연출은 본 곡이 단연 Methad 최고의 곡임을 선언하고 있다.
3번 트랙은 상당히 명상적인 트랙이다. 본 트랙에서 필자가 느낀 주제는 "달관"이다. 싸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떠헌 행위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일종의 초월적 달관을 느끼는 것이 시제 3호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본 곡 또한 이러한 달관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곡을 재생하면 애상적인 전통 관악기 멜로디가 등장하는데 이 관악기는 곡의 전반에 걸쳐 등장하고(이 악기 뿐만 아니라 배경에는 플루트로 예상되는 악기가 연주된다), 기타 연주는 이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드럼 또한 마치 북을 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튀지 않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곡이 특이한 점은, 기타 연주의 경우 중반부에 독창적인 리프를 구성하기도 하고, 배경 멜로디 또한 곡의 진행에 따라 계속 변하는데, 저 드럼 연주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똑같은 박자를 계속 연주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관된 박자를 통해 마치 수면 위에 흘러가듯이 일관적인 명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청자에 따라 본 트랙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필자의 경우는 무난하게 들었다.
4번 트랙은 본 필자로서는 솔직히 잘 의미를 알 수 없는 곡이다. 실제로 시의 내용을 보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시인데, 어쩌면 그러한 느낌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시의 내용에 맞게 본 곡은 가사가 없는 인스트루멘탈이다.
Methad에게 있어 본 앨범은 그가 이전에 공개했던 앨범들에 비해 훨씬 진일보한 작곡과 프로덕션을 갖추고, 기존에 다소 지루하거나 의미를 알기 힘들었던 몇몇 곡에 비해 상당히 발전된 리프 메이킹과 구성력을 보여 주는, Methad의 향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가 깊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오감도 시제 2호에서 보여준 상당한 가능성은 국내 익스트림 메탈 팬들에게 Methad를 주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본 앨범에서 보여준 Methad의 높은 예술적 성취에 찬사를 보낸다.
다만, 전작에서 보여 주었던 Fanisk 계열의 음악적 성취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팬들이라면, 시제 2호가 보여준 기존과는 다른 노선에서의 음악적 성취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향후 Methad의 음악 노선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드는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 필자의 경우는 시제 2호 노선으로의 변경 또한 충분히 납득 가능하며 합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엇이 되었든 간에 Methad의 다음 앨범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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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중반에 자작곡 두개와 커버곡 한개를 포함한 데모 앨범을 발표하고 밴드 멤버들을 모집하여 정식 밴드로 거듭난 Skyggen은, 데모 앨범에서 밴드 이름인 Skyggen이나 커버곡으로 실린 Maaneskyggens Slave 등에서 알 수 있듯이 Gorgoroth의 영향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곡인 Huset paa helheim과 Whispering Death를 통해, 기존 한국 익스트림 메탈계에서는 매우 드물었던 정통 노르웨이식 세컨드웨이브 블랙메탈 스타일을 표방하며 익스트림 메탈 팬들에게 그 이름을 널리 알린 바 있다. Methad가 Fanisk의 음악을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곡을 내놓았다면, Skyggen은 Gorgoroth의 음악을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곡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기존 앨범인 데모 앨범이, 아직은 미숙하지만 한국 익스트림 메탈 씬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며 팬들을 흥분시켰다면, 그들의 본 스플릿 앨범은 그러한 팬들의 기대를 여실히 충족하며 그들의 데모 앨범을 뛰어넘는 상당한 음악적 성과를 여실히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적 성과를 감상하기 전에, 한 가지 반드시 언급해야 할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프로덕션이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울리는 효과"를 주려다가 망쳤다고 하는데, 프로덕션 자체가 전반적으로 매우 뭉툭하고 마치 동굴 속에서 연주하는 듯한 두루뭉술한 효과를 주는 바람에 기타 음선이 날카롭지 못하고 잘 들리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을 낳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단점 정도는 본 앨범을 감상하는데 크게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작에 비해 매우 퇴보한 이러한 프로덕션이 상당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본 앨범에서는 전에 공개되었던 곡 중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Whispering Death와 3개의 신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본 신곡들은 올해 나올 이들의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않을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그만큼 본 밴드의 팬이라면 본 앨범을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이 곡들을 정규 앨범에 수록하지 않고자 하는 큰 이유는, 곡의 일관성 문제이다. 물론 필자로서는 곡의 일관성은 앨범을 감상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밴드 입장에서는 곡의 통일성을 염두에 두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먼저 Whispering Death의 경우는 Gorgoroth의 느낌이 나는 반면 (밴드 스스로가 언급했듯이) Dødenøya는 Enslaved의 영향력이 느껴지고, 나머지 트랙은 Sacramentum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곡이 막곡인 Dødenøya인데, 본 필자는 첫번째 트랙인 Saepe Peccamus를 최고의 곡으로 꼽고 싶다. 본 곡에서는 개인적으로 좀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시작부분의 샘플링과 무슨 구울이 울부짖는 듯한 이상한 외침을 빼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깔끔하게 떨어지는 구성을 보여주고, 리프는 적당히 밝은 듯한 느낌이면서도 마냥 밝은 것이 아니라 멜로디컬함을 유지하면서 시종일관 진지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곡도 마찬가지지만 기타 두대가 서로 약간씩 다른 음을 치면서 화음을 조성하는데, 특히 중반부로 들어서면 서로 다른 리프를 대위해 나가는 부분이 있는데 필수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기타 한 대가 무거운 리프를 연주하는 동시에 한 대가 멜로디컬한 리프를 연주하는데 이 둘의 균형이 매우 절묘해서, 무거우면서도 멜로디컬한 균형을 잃지 않고 매우 안정적으로 곡을 진행해 나간다. 리프의 연결은 매우 논리적이며 어색한 부분이 없고, 반복되는 파트 또한 불필요하게 반복되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반복되며, 후반부의 분위기 전환과 새 리프 등장 또한 매우 깔끔하게 떨어지는 명곡이다.
이어지는 Bone Knapper 또한 멜로디컬하면서 깔끔한 리프가 돋보이는 곡인데, 다소 아쉬운 점은 처음 절이 등장할때 앞뒤로 연결되는 인트로 리프와 중간 리프가 다소 두루뭉술한게 약간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특히 인트로 리프의 멜로디와 절 부분 멜로디가 좀 잘 안 맞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이 곡은 특이하게 중반부에 분위기 전환과 함께 클린보컬 목소리가 잠깐씩 등장하는데,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 부분 또한 살짝 늘어지는 느낌이 나서 아쉽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을 제외하면 이 곡 또한 불필요한 반복 없이 상당히 깔끔하고, 리프 멜로디 또한 상당한 곡이다.
그리고 이 두 곡은 뒤에 등장하는 Whispering Death와는 달리 좀 더 밴드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곡으로써 그 가치가 있다. Whispering Death도 충분히 명곡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곡을 들을 때 Gorgoroth 느낌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오감도 시제 1호를 들을 때 Fanisk 느낌이 나는 것과 비슷한데, 그 곡보다 더 그러한 느낌이 강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앞의 두 곡은 우선 구조에 있어서도 더욱 다채로운 면이 돋보이고(특히 리프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반부와 후반부의 구성을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듣는다면 이들이 이 곡을 만들 때 곡의 구성을 더욱 세밀히 고려했음을 느낄 수 있다), Sacaramentum이 연상된다고는 하지만 훨씬 독창적이다.
이전에도 공개되었던 Whispering Death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깔끔한 인트로 리프와 이어지는 리프는 절 부분 이후에 한번 더 반복되다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점차 긴장감을 조성하도록 멜로디와 박자의 변화를 겪는다. 멜로디는 전반적으로 매우 차갑고, 어두우며, 묘한 슬픔이 느껴지는 에픽적인 멜로디인데, 이것이 앞서 언급한 리프의 변화와 후반부 반복을 통해 감정을 고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앨범 내 다른 곡들과는 달리 굉장히 저돌적이고, 곡 길이도 가장 짧으면서 중반부 완급조절 파트를 제외하면 상당히 빠른 템포를 유지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다른 곡들과는 달리 제일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될 만 하다. 예전에 어떤 사람은 너무 트레몰로 위주의 리프로 진행되는 것을 단점으로 꼽은 바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는 리프 구성 자체가 약간 단조로운 점이 아쉬운 부분이지 않나 생각된다.(어쩌면 그 사람도 그러한 느낌을 바탕으로 이야기한 것일 수 있다.) 다만 본 곡은 짧고 스피디한 곡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 않나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중반부 완급조절 부분에서 드럼을 내려칠때 프로덕션 때문에 묘하게 울리는 듯한 느낌이 나는데, 굉장히 독특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었던 부분이다.
마지막 곡은 8분여에 달하는 에픽적인 대곡으로, 많은 리스너들의 감탄을 자아낸 곡이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조용하면서도 강한 에너지가 꿈틀대는 듯한 기타 연주는 이윽고 다른 기타가 이어받으면서 분위기를 점차 고조해 나가는데, 가히 8분여의 대곡에 걸맞는 에픽적인 인트로이자 본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이 인트로 리프는 나중에도 반복되면서 곡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든다.
이윽고 등장하는 느리고 조용한 리프는 몇 차례 반복되다가 마침내 높은 음이 반복되는 리프로 바뀌면서 감정의 고조를 이끌고, 그렇게 고조된 감정은 이후에 등장하는 두 차례의 변형으로 해소되면서 곡의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청자를 주제의 중심으로 끌고 가는데 그야말로 곡의 흡인력을 느낄 수 있는 에픽적인 부분이다.(참고로 이 부분은 중반부 이후에도 한 차례 반복되고, 그 이후에 다시 앞서 등장했던 느리고 조용한 리프가 등장하면서, 곡의 구조가 마치 앞뒤에 두 기둥이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상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상당히 견고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 곡은 끝날 때도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다. 인트로 리프가 등장하며 끝나는 듯 하더니, 성악 코러스가 등장하면서 극도로 웅장한 느낌을 자아내면서 서서히 페이드 아웃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실제로 페이드 아웃되는 것은 아니다). 앞뒤로 반복되는 안정적인 구조에 곡의 중반부로 자연스럽게 청자를 이끄는 상당히 에픽적인 대곡으로, 이 곡을 만든 Skyggen의 노력이 돋보이는 명곡이다.
그러나 본 필자가 이 곡을 최고의 곡으로 꼽지 않는 이유는, Saepe Peccamus가 가감의 요소 없이 매우 깔끔하고 안정적이며 주제를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비해, Dødenøya는 덩치가 너무 큰 나머지 약간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약간 쓸데없는 반복의 느낌을 받았다.
사실 본 필자는 Enslaved의 명작 Vikingligr Veldi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리프의 갯수가 적고 이들 리프의 반복을 통해 곡을 구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 반복이 필수적인 것인가?" 라는 의문을 항상 품고 있었다. 같은 의문을 Dødenøya에게 던진다. 곡을 듣다 보면, 여기서 반복이 끝났으면 좋겠는데 마치 사족처럼 무의미한 반복이 지속되는 느낌을 곳곳에서 받았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템포가 약간 늘어지면서 감정의 몰입이 깨지는 구간이 존재한다. 그러한 점이, Saepe Peccamus의 강한 집중력과는 대조적으로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된다.
뭐가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이들은 14년 데모 앨범에서 보여줬던 가능성을 한층 끌어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탈 한국 급" 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앨범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깊은 만족감을 선사해 주고 있다. Skyggen의 이러한 곡 메이킹 능력은, 기존의 정통 블랙메탈 앨범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으로, Skyggen의 높은 장르 이해도와 응용 능력을 여실히 보여 주는 훌륭한 결과물들이다. 비록 본 필자가 무슨 아쉬운 부분이 어쩌고 언급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퀄리티의 정통 세컨드웨이브 블랙메탈 앨범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으며, 이는 우리나라 익스트림 메탈 씬이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작에서는 Gorgoroth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곡들을 제시한 반면, 본작에서는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임과 동시에 전작에서 한층 진일보한 독창성까지 겸비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팬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다른 스플릿 앨범들과 15년 발매할 예정인 정규 앨범에서는 또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가게 만드는 밴드이다. 이들의 음악적 성취에 존경을 보내며,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본 감상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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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작성한 "음악 리뷰에 대한 생각(http://weirdsoup.tistory.com/312)" 에 따라, 본 글은 리뷰가 아닌 "감상문"으로 쓰여졌다.)
2014년 최고의 메탈 앨범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전부 다를텐데, 만약 이를 "한국" 내로 한정한다면 본 필자는 단연코 "Methad/Skyggen 스플릿 앨범"을 꼽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2014년에 나온 한국 메탈앨범이라고는 몇 개 없는 게 사실이지만 넘어가자...)
각각 13년과 14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경이로운 신인들은, 본인들의 이전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역량들을 더욱 갈고 닦은 끝에 마침내 한국 익스트림 메탈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예술적 성취를 이뤄내고야 말았는데, 그러한 그들의 최신 성과가 담긴 결과물이 바로 본작이다.
(본 앨범에는 밴드별로 각각 한개씩의 커버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필자로서는 별다른 의의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본 앨범을 감상할 때에도 커버곡이 나오면 그냥 트랙을 넘겨버린다. 이하에서도 커버곡은 제외하고 언급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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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전공생으로 알려진 신승엽씨의 원맨 밴드인 Methad는, 13년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14년 네이버 뮤지션리그에 참여함으로써 국내 메탈 팬들에게 그 이름을 알리고, 그의 음악적 가치를 알아보는 많은 메탈 팬들에게 주목과 기대를 받아온 바 있다. 심포닉 블랙메탈 밴드인 Fanisk의 광팬으로 알려진 그는, Fanisk의 음악들을 분석하고 해체/재구성하여 몇몇 곡들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 중 본작에도 실린 "오감도 시제 1호"라는 곡은 네이버 뮤지션리그에서 발표가 되어 Fanisk를 인상 깊게 들은 많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준 바 있다.
본 필자도 본작이 발표되기 전에 공개된 Methad의 음악들을 들어본 바 있는데, 그 당시의 감상에 따르면 우선 음악적 가치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잘못된 프로덕션이 너무나도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 또한 곡들은 Fanisk의 표면적인 요소를 너무 많이 차용함으로써 오히려 그것이 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악곡과 올드스쿨 익스트림 메탈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충실해 보이는 곡들을 통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했는데, 본 앨범은 그러한 기대치를 여실히 충족시켜줌으로써 Methad의 미래가 밝다는 사실을 메탈 팬들에게 공언해 주고 있다.
먼저 기존에 많은 팬들에게 지적받았던 프로덕션을 살펴보면, 같은 밴드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엄청나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선 공개되었던 "오감도 시제 1호"를 살펴보면 그러한 변화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는데, 기존에 발표되었던 버전이 차마 듣고 있기 괴로울 정도로 형편없는 프로덕션을 자랑(?)한 반면에 본 작에서의 프로덕션은 매우 깔끔하고 악기를 잘 살려주며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굉장히 독특한 제목을 살펴볼 수 있는데, 바로 이상의 시 "오감도" 시리즈 중에서 1~4호를 택하고 있다. 가사 또한 각각의 시에서 차용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데, 본 필자가 감상한 바에 따르면 매우 독특하게도, 해당 가사들은 각 곡의 주제와 상당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
이상의 시들은 수십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정확한 해석이 불가능한 시들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본 필자 또는 Methad의 해석 또한 "틀린 해석" 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본 필자가 이해한, Methad가 차용한 이상의 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선 첫번째 트랙인 시제 1호를 살펴보자. 전반부에서 느낄 수 있는 주제는 "불안"이다. 13인의 아해가 불안에 휩싸여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불안감을 조성하는 멜로디의 변화와 그로울링->스크리밍->그로울링으로 주고 받는 창법, 스피디한 트레몰로 피킹을 통해 긴장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질주하는 부분이 끝나면 곧바로 리프가 두 차례 바뀌면서 분위기를 쌓아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직후에 분위기가 급변하며 애상적인 키보드 멜로디가 등장한다.
본 필자가 여기서 느낀 것은 "존재의 의미에 관한 고찰"이다. 왜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는가, 질주하는 행위에 대한 불안과 함께 "왜 불안해 하는가", 즉 무엇이 무서운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들어간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파트와 애상적인 멜로디 파트를 대조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이 키보드 파트는, 전반부에서 조성한 불안감의 폭발과 함께 격화된 감정의 급격한 해소를 통해 명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주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앞뒤의 연결 또한 뜬금없지 않고 자연스럽게 폭발하고 있으며, 키보드 파트 이후의 트레몰로 피킹 파트 또한, 전반부에 등장했던 리프와는 다른, 키보드 파트에서 파생되는 멜로디를 바탕으로 한 리프를 등장시킴으로써 자연스러운 전환과 함께 키보드 파트에서의 주제를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다. 후반부는 전반부의 약간 변형된 반복으로 안정감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트랙인 시제 2호가 나타나는데, 본 트랙은 단연 본 앨범에서의 Methad 파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명곡이다. 우선 주제를 보면, 아버지의 얼굴에서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어떠한 숙명이나 운명을 느끼고, 또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고통받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절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초반부 리프 멜로디를 보면 1번 트랙에서와 같은 불안감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강한 슬픔과 같은 것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것이 자신의 아버지의 얼굴에서 위와 같은 운명을 관찰하며 느낀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본 트랙은 가장 데스메탈적인 트랙인데, 본 트랙의 성공으로 인해 Methad는 "블랙메탈보다 데스메탈을 더 잘 하는 블랙메탈밴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트랙에서는 다른 트랙에서 볼 수 있는 조용하고 명상적인 파트가 전혀 없고, 대신에 초반부 리프가 끝나면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 뛰어넘어야 하는지~" 부분과 이어지는 파트에서 데스메탈적인 리프가 등장하며 자신의 운명의 굴레에 대해 깨닫고 회의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어지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느냐" 다음 파트는 이 곡의 백미로써, 격하게 긴장적인 멜로디 진행 이후에 전반부 파트가 변형되어서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등장하는데, 빠름->느림으로의 리듬전환을 통한 주제의 절정+해소의 역할을 하며 말 그대로 "에픽"적인 코다를 연출하고 있다. 불필요한 부분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곡 진행과, 주제의 효과적인 전달과 완급 조절을 통한 클라이막스 연출은 본 곡이 단연 Methad 최고의 곡임을 선언하고 있다.
3번 트랙은 상당히 명상적인 트랙이다. 본 트랙에서 필자가 느낀 주제는 "달관"이다. 싸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떠헌 행위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일종의 초월적 달관을 느끼는 것이 시제 3호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본 곡 또한 이러한 달관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곡을 재생하면 애상적인 전통 관악기 멜로디가 등장하는데 이 관악기는 곡의 전반에 걸쳐 등장하고(이 악기 뿐만 아니라 배경에는 플루트로 예상되는 악기가 연주된다), 기타 연주는 이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드럼 또한 마치 북을 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튀지 않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곡이 특이한 점은, 기타 연주의 경우 중반부에 독창적인 리프를 구성하기도 하고, 배경 멜로디 또한 곡의 진행에 따라 계속 변하는데, 저 드럼 연주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똑같은 박자를 계속 연주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관된 박자를 통해 마치 수면 위에 흘러가듯이 일관적인 명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청자에 따라 본 트랙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필자의 경우는 무난하게 들었다.
4번 트랙은 본 필자로서는 솔직히 잘 의미를 알 수 없는 곡이다. 실제로 시의 내용을 보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시인데, 어쩌면 그러한 느낌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시의 내용에 맞게 본 곡은 가사가 없는 인스트루멘탈이다.
Methad에게 있어 본 앨범은 그가 이전에 공개했던 앨범들에 비해 훨씬 진일보한 작곡과 프로덕션을 갖추고, 기존에 다소 지루하거나 의미를 알기 힘들었던 몇몇 곡에 비해 상당히 발전된 리프 메이킹과 구성력을 보여 주는, Methad의 향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가 깊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오감도 시제 2호에서 보여준 상당한 가능성은 국내 익스트림 메탈 팬들에게 Methad를 주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본 앨범에서 보여준 Methad의 높은 예술적 성취에 찬사를 보낸다.
다만, 전작에서 보여 주었던 Fanisk 계열의 음악적 성취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팬들이라면, 시제 2호가 보여준 기존과는 다른 노선에서의 음악적 성취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향후 Methad의 음악 노선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드는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 필자의 경우는 시제 2호 노선으로의 변경 또한 충분히 납득 가능하며 합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엇이 되었든 간에 Methad의 다음 앨범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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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중반에 자작곡 두개와 커버곡 한개를 포함한 데모 앨범을 발표하고 밴드 멤버들을 모집하여 정식 밴드로 거듭난 Skyggen은, 데모 앨범에서 밴드 이름인 Skyggen이나 커버곡으로 실린 Maaneskyggens Slave 등에서 알 수 있듯이 Gorgoroth의 영향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곡인 Huset paa helheim과 Whispering Death를 통해, 기존 한국 익스트림 메탈계에서는 매우 드물었던 정통 노르웨이식 세컨드웨이브 블랙메탈 스타일을 표방하며 익스트림 메탈 팬들에게 그 이름을 널리 알린 바 있다. Methad가 Fanisk의 음악을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곡을 내놓았다면, Skyggen은 Gorgoroth의 음악을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곡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기존 앨범인 데모 앨범이, 아직은 미숙하지만 한국 익스트림 메탈 씬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며 팬들을 흥분시켰다면, 그들의 본 스플릿 앨범은 그러한 팬들의 기대를 여실히 충족하며 그들의 데모 앨범을 뛰어넘는 상당한 음악적 성과를 여실히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적 성과를 감상하기 전에, 한 가지 반드시 언급해야 할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프로덕션이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울리는 효과"를 주려다가 망쳤다고 하는데, 프로덕션 자체가 전반적으로 매우 뭉툭하고 마치 동굴 속에서 연주하는 듯한 두루뭉술한 효과를 주는 바람에 기타 음선이 날카롭지 못하고 잘 들리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을 낳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단점 정도는 본 앨범을 감상하는데 크게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작에 비해 매우 퇴보한 이러한 프로덕션이 상당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본 앨범에서는 전에 공개되었던 곡 중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Whispering Death와 3개의 신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본 신곡들은 올해 나올 이들의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않을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그만큼 본 밴드의 팬이라면 본 앨범을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이 곡들을 정규 앨범에 수록하지 않고자 하는 큰 이유는, 곡의 일관성 문제이다. 물론 필자로서는 곡의 일관성은 앨범을 감상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밴드 입장에서는 곡의 통일성을 염두에 두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먼저 Whispering Death의 경우는 Gorgoroth의 느낌이 나는 반면 (밴드 스스로가 언급했듯이) Dødenøya는 Enslaved의 영향력이 느껴지고, 나머지 트랙은 Sacramentum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곡이 막곡인 Dødenøya인데, 본 필자는 첫번째 트랙인 Saepe Peccamus를 최고의 곡으로 꼽고 싶다. 본 곡에서는 개인적으로 좀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시작부분의 샘플링과 무슨 구울이 울부짖는 듯한 이상한 외침을 빼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깔끔하게 떨어지는 구성을 보여주고, 리프는 적당히 밝은 듯한 느낌이면서도 마냥 밝은 것이 아니라 멜로디컬함을 유지하면서 시종일관 진지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곡도 마찬가지지만 기타 두대가 서로 약간씩 다른 음을 치면서 화음을 조성하는데, 특히 중반부로 들어서면 서로 다른 리프를 대위해 나가는 부분이 있는데 필수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기타 한 대가 무거운 리프를 연주하는 동시에 한 대가 멜로디컬한 리프를 연주하는데 이 둘의 균형이 매우 절묘해서, 무거우면서도 멜로디컬한 균형을 잃지 않고 매우 안정적으로 곡을 진행해 나간다. 리프의 연결은 매우 논리적이며 어색한 부분이 없고, 반복되는 파트 또한 불필요하게 반복되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반복되며, 후반부의 분위기 전환과 새 리프 등장 또한 매우 깔끔하게 떨어지는 명곡이다.
이어지는 Bone Knapper 또한 멜로디컬하면서 깔끔한 리프가 돋보이는 곡인데, 다소 아쉬운 점은 처음 절이 등장할때 앞뒤로 연결되는 인트로 리프와 중간 리프가 다소 두루뭉술한게 약간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특히 인트로 리프의 멜로디와 절 부분 멜로디가 좀 잘 안 맞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이 곡은 특이하게 중반부에 분위기 전환과 함께 클린보컬 목소리가 잠깐씩 등장하는데,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 부분 또한 살짝 늘어지는 느낌이 나서 아쉽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을 제외하면 이 곡 또한 불필요한 반복 없이 상당히 깔끔하고, 리프 멜로디 또한 상당한 곡이다.
그리고 이 두 곡은 뒤에 등장하는 Whispering Death와는 달리 좀 더 밴드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곡으로써 그 가치가 있다. Whispering Death도 충분히 명곡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곡을 들을 때 Gorgoroth 느낌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오감도 시제 1호를 들을 때 Fanisk 느낌이 나는 것과 비슷한데, 그 곡보다 더 그러한 느낌이 강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앞의 두 곡은 우선 구조에 있어서도 더욱 다채로운 면이 돋보이고(특히 리프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반부와 후반부의 구성을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듣는다면 이들이 이 곡을 만들 때 곡의 구성을 더욱 세밀히 고려했음을 느낄 수 있다), Sacaramentum이 연상된다고는 하지만 훨씬 독창적이다.
이전에도 공개되었던 Whispering Death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깔끔한 인트로 리프와 이어지는 리프는 절 부분 이후에 한번 더 반복되다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점차 긴장감을 조성하도록 멜로디와 박자의 변화를 겪는다. 멜로디는 전반적으로 매우 차갑고, 어두우며, 묘한 슬픔이 느껴지는 에픽적인 멜로디인데, 이것이 앞서 언급한 리프의 변화와 후반부 반복을 통해 감정을 고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앨범 내 다른 곡들과는 달리 굉장히 저돌적이고, 곡 길이도 가장 짧으면서 중반부 완급조절 파트를 제외하면 상당히 빠른 템포를 유지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다른 곡들과는 달리 제일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될 만 하다. 예전에 어떤 사람은 너무 트레몰로 위주의 리프로 진행되는 것을 단점으로 꼽은 바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는 리프 구성 자체가 약간 단조로운 점이 아쉬운 부분이지 않나 생각된다.(어쩌면 그 사람도 그러한 느낌을 바탕으로 이야기한 것일 수 있다.) 다만 본 곡은 짧고 스피디한 곡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 않나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중반부 완급조절 부분에서 드럼을 내려칠때 프로덕션 때문에 묘하게 울리는 듯한 느낌이 나는데, 굉장히 독특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었던 부분이다.
마지막 곡은 8분여에 달하는 에픽적인 대곡으로, 많은 리스너들의 감탄을 자아낸 곡이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조용하면서도 강한 에너지가 꿈틀대는 듯한 기타 연주는 이윽고 다른 기타가 이어받으면서 분위기를 점차 고조해 나가는데, 가히 8분여의 대곡에 걸맞는 에픽적인 인트로이자 본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이 인트로 리프는 나중에도 반복되면서 곡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든다.
이윽고 등장하는 느리고 조용한 리프는 몇 차례 반복되다가 마침내 높은 음이 반복되는 리프로 바뀌면서 감정의 고조를 이끌고, 그렇게 고조된 감정은 이후에 등장하는 두 차례의 변형으로 해소되면서 곡의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청자를 주제의 중심으로 끌고 가는데 그야말로 곡의 흡인력을 느낄 수 있는 에픽적인 부분이다.(참고로 이 부분은 중반부 이후에도 한 차례 반복되고, 그 이후에 다시 앞서 등장했던 느리고 조용한 리프가 등장하면서, 곡의 구조가 마치 앞뒤에 두 기둥이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상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상당히 견고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 곡은 끝날 때도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다. 인트로 리프가 등장하며 끝나는 듯 하더니, 성악 코러스가 등장하면서 극도로 웅장한 느낌을 자아내면서 서서히 페이드 아웃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실제로 페이드 아웃되는 것은 아니다). 앞뒤로 반복되는 안정적인 구조에 곡의 중반부로 자연스럽게 청자를 이끄는 상당히 에픽적인 대곡으로, 이 곡을 만든 Skyggen의 노력이 돋보이는 명곡이다.
그러나 본 필자가 이 곡을 최고의 곡으로 꼽지 않는 이유는, Saepe Peccamus가 가감의 요소 없이 매우 깔끔하고 안정적이며 주제를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비해, Dødenøya는 덩치가 너무 큰 나머지 약간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약간 쓸데없는 반복의 느낌을 받았다.
사실 본 필자는 Enslaved의 명작 Vikingligr Veldi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리프의 갯수가 적고 이들 리프의 반복을 통해 곡을 구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 반복이 필수적인 것인가?" 라는 의문을 항상 품고 있었다. 같은 의문을 Dødenøya에게 던진다. 곡을 듣다 보면, 여기서 반복이 끝났으면 좋겠는데 마치 사족처럼 무의미한 반복이 지속되는 느낌을 곳곳에서 받았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템포가 약간 늘어지면서 감정의 몰입이 깨지는 구간이 존재한다. 그러한 점이, Saepe Peccamus의 강한 집중력과는 대조적으로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된다.
뭐가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이들은 14년 데모 앨범에서 보여줬던 가능성을 한층 끌어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탈 한국 급" 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앨범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깊은 만족감을 선사해 주고 있다. Skyggen의 이러한 곡 메이킹 능력은, 기존의 정통 블랙메탈 앨범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으로, Skyggen의 높은 장르 이해도와 응용 능력을 여실히 보여 주는 훌륭한 결과물들이다. 비록 본 필자가 무슨 아쉬운 부분이 어쩌고 언급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퀄리티의 정통 세컨드웨이브 블랙메탈 앨범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으며, 이는 우리나라 익스트림 메탈 씬이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작에서는 Gorgoroth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곡들을 제시한 반면, 본작에서는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임과 동시에 전작에서 한층 진일보한 독창성까지 겸비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팬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다른 스플릿 앨범들과 15년 발매할 예정인 정규 앨범에서는 또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가게 만드는 밴드이다. 이들의 음악적 성취에 존경을 보내며,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본 감상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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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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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had | ||||
1. | 오감도 시제 1호 | 5:20 | - | 0 |
2. | 오감도 시제 2호 | 5:40 | - | 0 |
3. | 오감도 시제 3호 | 8:03 | - | 0 |
4. | 오감도 시제 4호 | 2:45 | - | 0 |
5. | I Am The Black Wizards (Emperor Cover) | 6:11 | - | 0 |
Skyggen | ||||
6. | Saepe Peccamus | 5:03 | - | 0 |
7. | Bone Knapper | 4:06 | - | 0 |
8. | Whispering Death | 3:46 | - | 0 |
9. | My Journey to the Stars (Burzum cover) | 7:37 | - | 0 |
10. | Dødenøya | 8:33 | - | 0 |
2 reviews
1
기븐 90/100
Feb 23, 2015 Likes : 4
(본인 블로그(http://weirdsoup.tistory.com/313)에서 발췌함. 수정일: 2015. 0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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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작성한 "음악 리뷰에 대한 생각(http://weirdsoup.tistory.com/312)" 에 따라, 본 글은 리뷰가 아닌 "감상문"으로 쓰여졌다.)
2014년 최고의 메탈 앨범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전부 다를텐데, 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