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 En Grey –
Arche (2014) |
90/100 Sep 8,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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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엔젤 분과 조금 다른 의견을 적자면(의견을 폄하하고자 하는건 아닙니다), 비쥬얼계였던 시절을 거쳐 Uroboros 나 Dum spiro spero까지 Dir en grey는 점점 익스트림 메탈의 방법론을 수용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저 역시 Uroboros와 Dum spiro spero를 가장 좋아하는 앨범으로 꼽지만 Dir en grey의 음악을 초창기 부터 즐겨 들어온 사람으로 서 그들의 초기작들 또한 특유의 매력이 있다 생각합니다.
이 앨범을 듣는대에 있어서는 Dir en grey가 어떤 의도로 이 앨범을 발매했는지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처음 Arche를 들었을 때 당혹스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Uroboros의 발 매 이후 연속으로 싱글 앨범을 내놓으며, 2번째 트랙으로 그들의 초중기 대표곡들을 요즘의 방법으로 리메이크해서 발매를 하였고, EP의 개념이던 Unraveling 은 한곡을 제외한 모든 곡이 예전 곡들에 대한 리메이크로 구성되어 있지요.
또한 최근의 라이브에서는 메탈적인 영역을 수용한 이후로 한번도 한적이 없던 초창기의 팝락,발라드락 같은 곡들 (Cage, 유라메키)을 다시 부르는 행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보았을때, 본 앨범 Arche는 처음으로의 회귀와 같은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Uroboros에서 부터 이어진 본격적인 익스트림 메탈의 맥락을 끊고, 지금의 더욱 성숙하고 깊이 있어진 Dir en grey가 처음으로 돌아가 유일무이한 Dir en grey의 음악을 만들겠다, 라고 하는.
영어에서 앨범 타이틀인 Arche의 뜻은 앞에 붙임으로서 원형의,최초의 라는 뜻을 가지게 되고
크리스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많은 유럽국가에서는 노아의 방주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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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수식어를 빼고 들었을 때 음악 자체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됩니다.
쿄의 보컬 능력은 좀 더 발전 되고 안정 되었다고 느껴집니다. 쿄의 멜로디는 언제나 좋았지만, 창법에 있어서도 그로울링, 하이 피치 스크리밍, 고음의 클린 보컬, 가성으로 연출하는 가곡과 같은 분위기 또한 일품입니다.
기타와 베이스의 경우는 조금 더 리프 중심의 구성으로 변했는데,
Uroboros와 Dum spiro spero에서는 메탈 코어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팜뮤트+멜로디의 진행이 주를 이루었던 반면에 이번 앨범은 조금 더 다채로운 주법들과 이펙터들이 이루어져 더 자유로운 연주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인 악기 구성 이외에도 신디사이저, 스트링등의 도입이 연출하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 또한 성공적이였다 생각됩니다.
작곡의 영역에서는 사족을 붙이기 힘들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마이너와 메이저를 넘나드는 악곡과, 기존의 Dir en grey가 가지고 있던 빡센 메탈 진행후 서정적인 후렴 이라는 전형적인 구성을 버린 것. 그럼에도 Dir en grey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파괴적이고 어두운 메탈, 처절한 서정성의 배합은 뛰어나다는 점이 앨범을 Dir en grey가 아니면서도 Dir en grey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앨범으로 만들어 줍니다.
또한 Uroboros부터 보여준 일본불교음악의 음계가 앨범 곳곳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것에 아주 높은 평가를 해주고 싶습니다. (보컬 쿄가 그런 종교적/철학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사와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적이 있지요.)
가사 또한 쿄 개인의 고통에 집중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더 성숙하고 깊은 단위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좋네요.
총합적으로 봤을 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전의 앨범을 닳고 닳게 들었던 저에게 또 한번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며 역시 Dir en grey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앨범이였습니다.
개인적인 영역 이외에도, 아티스트에게 매너리즘을 깨부수는 행위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끊임없는 자아복제가 일어나기 쉬운데, 매 앨범 Dir en grey라는 중심은 변하지 않은채로 매번 자신이 만든 방법론을 스스로 깨부수고 또 한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몇 번의 칭찬을 해도 모자라다 말하고 싶습니다.
일본내에도 Dir en grey의 과거를 답습하는 밴드는 많지만, 지금의 Dir en grey는 Dir en grey 한 밴드 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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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은 부분이 있어 하나 사족을 붙이자면 레코딩과 믹싱/마스터링은 상당히 신경에 거슬리네요.
음압을 한계까지 끌어 올렸다는 느낌은 들지만, 인간미가 거의 거세 되었다 싶은 악기들의 소리가 그리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사실 Uroboros 때의 힘이 있으면서도 따듯한 울림, 여유가 같이 있는 사운드를 좋아하는데요
Dum spiro spero에서 소리가 너무 깔끔하고 얇아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激しさと、この胸の中で絡み付いた灼熱の闇의 싱글 버젼과 재녹음된 Dum spiro spero 버젼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차이가 심하죠.)
하지만 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반대로 풍성함과 웅장한 느낌을 살리려 했으나 그 성향이 너무 텁텁하고 기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거기에 한치의 프리퀀시도 남기지 않고 꽉꽉 눌러 담은 소리가 듣다보면 너무 지치고 힘이 드는, 한 마디로 여유가 없는 느낌이 들죠.
이러한 문제는 Unraveling E.P에서도 이미 있었던 일입니다.
음압과 풍성함은 충분했으나, 그 정도가 너무해 Bottom of the death valley 같은 곡의 초반부 베이스 솔로에서 피크가 떠서 음이 찢어지는 걸 그대로 발매해 버린 경우가 있었습니다.(하지만 재미있게도 Unraveling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는 좋아합니다.)
Uroboros때 부터 쭉 같은 프로듀서와 작업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사운드의 영역에서도 다음 앨범에서는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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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lica / Lou Reed –
Lulu (2011) |
90/100 Jun 14,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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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 Reed / Metallica의 LuLu.
유튜브와 기타 우리나라 메탈 커뮤니티들에서 굉장한 욕을 얻어 먹고 있는 앨범이다.
솔직히 말해서 스래쉬 메탈에 그렇게 관심이 없으므로 메탈리카의 초기작들이나 조금 들어본 정도인데. 유튜브에서 LuLu 앨범 수록곡인 Dragon의 라이브를 보고 정말 이건 물건이라 생각했다.
이 앨범이야 말로 메탈리카와 루 리드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앨범이다.
메탈리카는 1981년 부터 31년동안 음악을 해오고 있다.
이 앨범을 듣고 '메탈'이 아니라며 욕을 해대는, 이미 메탈리카는 과거로는 돌아올 수 없다고 말하는 다수의 인간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들은 음악을 해왔다.
루 리드는 말할 것도 없고. 궂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이름까지 꺼내지 않아도 되겠지.
메탈리카는 왜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가?
음악이란 인간의 내면이 소리로 구체화된 것이다. 인간이 31년동안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인간은 변하고, 그에 맞춰 음악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죽어 있는 것이다. 왜 메탈리카를 죽여 박제시켜 보관하고 싶어하는가? 메탈리카는 진보하고있다.
스스로 메탈의 정의를 만든 존재가 스스로 그 한계를 깬 앨범이 바로 이 LuLu 앨범이다.
장르와 경계는 아무 의미도 없다. 당신은 한국인이니 국악만을 들어야 한다고 누군가 말하고 그 외의 것을 듣는것에 질타 받는다면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 하는가?
왜 메탈은 이래야 하는가? 왜 메탈은 저래야 하는가? 항상 인간은 스스로 그 경계를 규정하고. 그 경계를 깨는 사람에 의해 진보해왔다. 메탈리카는 이번 앨범을 스스로 스래쉬 메탈이라 부르지 않았다. 앨범 정보에도 '아방가르드 락' 이라고 되어 있다.
앨범을 잘 들어보자.
팜뮤트된 다운 피킹, 빠른 더블 베이스 드러밍등 스래쉬 메탈의 요소는 앨범에 전부 녹아 들어있다. 물론이지, 메탈리카가 만든 앨범인걸.
하지만 스래쉬 메탈이 아니다. 슈게이징의 냄새도 풍겨 나오며, 포스트 락에서 느낄 수 있는 폭발하는 감성도 가지고 있다.
이 앨범의 장르를 뭐라고 부를 것인가? 아마 스스로도 이 앨범의 장르의 이름을 가진적이 없을 것이다. 음악 역사상 단 한번도 그 뮤지션 스스로가 자신들의 장르를 지칭한 적은 없다. 블랙 사바스, 딥 퍼플 부터 슬립낫 까지. 자신이 헤비 메탈이라던가 뉴 메탈 모던 메탈 따위로 불러주길 바란적이 없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아방가르드란 이름이 붙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니까. 기존에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들에게 두려움을 사는 것이니까.
그런 이 앨범을 메탈의 잣대에서 욕을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바보같은 일이다.
왜냐, 이 앨범은 메탈이 아니니까.
음악을 다시 들어보자 이 앨범에서 이들이 전하려 하는것을 느껴보자.
아름답고, 섬세하며 동시에 헤비하고 격렬하다.
인생에서의 (음악에서의) 경지에 오른 자들의 성숙함과 경건함 속에 분출하는 에너지가 있다.
대단하다. 한 평생동안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있는 밴드가 얼마나 있는가? 많은 전설적인 밴드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고착되어 죽어버리기 전에 그 활동을 정지해 왔다. 과거의 영광이라는 말은 없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우리는 항상 수용해야 한다. 삶을, 변화를, 미래를. 우리는 단 한 순간도 과거에 존재할 수 없다.
메탈리카라는 이름에 걸린 무게가 얼마나 큰지 상상이 가는가. 메탈의 역사이며 이미 만들어진 메탈의 틀 속에서 끊임 없이 칭송받으며 전설로서 존재해 왔다. 하지만 메탈리카는 죽어버린채 전설이 되느니 틀을 부수고 욕을 먹기를 선택했다.
시간이 흐른뒤 이 앨범은 재평가 받을 것이다.
정체된 지금까지의 메탈의 형식을 깬, 그리고 앞으로의 락/메탈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앨범으로써.
마지막으로 모든 락/메탈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모든 틀을 스스로 부숴 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 루 리드/메탈리카에게 경의를 표한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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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ormight –
Civilization Down (2011) |
88/100 Mar 24,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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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가 굉장히 쫀득 쫀득하고 귀에 잘 들어온다, 쓰고 있는 화음도 일반적이지 않고 허를 찌르는 매력이 있다.
매우 살벌하게 달리는 드럼과 달리 기타와 베이스 라인은 꽤나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낸다.
(곡 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다.)
적절한 키보드 사용과 서정적인 기타 멜로디 라인이 참 좋은 조화를 이루며,
보컬의 내장을 긁는 듯 한 그로울링도 일품.
3번 트랙인 Sorrow 와
5번 트랙인 Requiem For The Living,
6번 트랙 Black Salvation 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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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garoth –
Jahreszeiten (2009) |
82/100 Feb 9,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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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전체적으로 보자면 곡의 기반을 이루는 테마와 군데 군데 보이는 처연한 리프가 상당히 잘 배합되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때 지겨운 느낌을 지울 수는 없는데, 그것은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라 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리프에서 조금씩 변하는 스타일의 반복적 리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곡을 하나하나 씩 뜯어 보았을 때는 구성이나 리프들의 개별적인 퀄리티도 훌륭한 편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의 테마를 유지하면서 그 특유의 처절함과 사악함을 잘 표현해 냈다고 느껴진다.
Frühling의 한 리프만 보고 앨범 전체를 깍아 내리는건 섵 부른 판단인 듯 하다.오히려 이런 저런 실험성과, 블랙 메탈의 가능성이 더욱 열린 수작이라고 본다.
벌써 12년째 앨범을 내고 블랙메탈을 하고 있는 나가로쓰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앨범을 만들 었을까? Frühling에서 화재의 그 리프 이후에 분위기가 바뀌며 나오는 리프에 순간 찡 하고 감동을 받은건 나뿐인가?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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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wilight –
Section X (2005) |
90/100 Oct 9,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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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wilight - Section X
프로그레시브 메탈계의 어두운 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작품.
이번엔 Kelly Sundown Carpenter이란 Outworld 출신의 보컬리스트와 함께했다.
전작의 Jorn Lande라는 괴물 보컬리스트가 워낙 큰 존재감을 가지고 있지만, Kelly Sundown Carpente의 목소리는 Jorn Lande에게 지지 않고 Jorn Lande와는 또 다른 개성으로 청자를 압도한다.
(Outworld의 앨범에서도 Kelly Sundown Carpente는 미친 노래실력을 보여준다.)
전작에 비해서 키보드 사운드보다 기타나 드럼의 헤비함이 강조되으며, Finn Zierler특유의 '미친' 멜로디와 구성이 돋보인다. 리더인 Finn Zierler의 취향인지 기타나 베이스가 강조되지않고, 보컬이 곡을 이끌어가며. 알게모르게 있는 변박과 키보드 솔로, 기타 솔로등이 간간히 나와 곡의 구성을 꽉 차게 해준다. 연주곡과 인트로등을 제외한 곡들은 거의 6~9분대로 부담스럽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중 하나는 보컬의 역량이다.
여타 장식용 보컬과 화려한 연주와 구성으로 밀어붙이는 밴드와 다르게, 앨범 전체를 통틀어 엄청난 보컬 실력을 보여준다.
저음부의 표현력, 중~고음부의 파워, 초 고음 샤우팅등 거의 완벽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Shadow self의 샤우팅은 필청해야할 부분.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는 클래시컬하고, 어두우며 서정적이다.
클래식한 곡조를 기본으로 몰아칠땐 아주 격하고 어둡게 몰아치고, 서정적일땐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 선율로 가슴을 찡하게 한다.
마치 광인의 아름다운 비극을 보는듯 하는데, 보컬의 어둡고 거친 음색과 앨범의 전체에 걸쳐 자주 나오는 그랜드 피아노소리는 이런 분위기를 한층 더 해준다.
전작인 The Devil`s Hall Of Fame이 조금 더 밝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면(물론 Hellfire나 Godless and Wicked 처럼 어두운곡도 있다.) Section X는 좀 더 차갑고 어둡지만, 웅장하고 서정미 또한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Dream theater식의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질렸거나, 어둡고 헤비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멜로디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분명 큰 만족을 얻을 앨범이다.
전 곡이 킬링트랙.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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