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0번째 앨범을 기념하여 마타타비[瞬火] 오리지널의 귀자모신「鬼子母神」 이야기를 주제로 만든 컨셉 앨범. 이야기 상 ‘요괴’에 대응하는 사다가 화자인 #5와 #8 는 특히나 이펙트가 강하며, 이 중 #5는 그야말로 트랙 전체에 귀기가 어린 것이 음양좌만이 낼 수 있는 마스터피스가 아닐까 싶다.
곡명이 한자로 되어있기 때문에 간단히 연상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덧붙인 후 TMI 리뷰를 잇습니다.
# 공통1. 組曲 : 조곡, 곡의 형식 중 하나로 몇 개의 악장을 조합하여 하나의 곡을 구성시킨 형태이나, 음양좌의 경우 한가지 주제로 여러개의 트랙을 연이어 만듦으로 표현한다.
# 공통2. 鬼子母神 : 귀자모신, 불교에서 기원한 어린 아이를 잡아먹는 야차로, 자신의 아이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반대 속성을 갖고 있으며, 귀자모신에게 아이를 잡아먹힌 이들의 염원으로 부처가 귀자모신의 막내 자식을 숨겨 깨우침을 준 후 보살이 되었다고 한다. 이 때 인육의 맛을 잊지 못할 귀자모신에게 석류를 권하였기에 석류가 인육의 맛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앨범의 컨셉은 앞서 말했듯 위의 설화를 기반으로 마타타비가 재창작한 이야기로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1. 啾啾 : 슈슈, 귀신의 울음소리가 구슬피 들리는 모양, 또는 귀기가 서린 모양.
#2. 徨 : 방황
#3. 産衣 : 배냇저고리, 갓난아이의 옷
#4. 膾 : 회, (사람 등을) 회 뜨듯 베다.
#5. 鬼拵ノ唄 : 귀신 만드는 노래
#6. 月光 : 달빛
#7. 柘榴と呪縛 : 석류와 저주
#8. 鬼子母人 : 귀자모인
#9. 怨讐の果て: 원한의 결과
#10. 径: 길
#11. 紅涙 : 피눈물
#12. 鬼哭 : 귀곡
TMI 리뷰
1. 서론
일본은 잡신의 나라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무튼 실재 일본을 가보면 정말 어디에서든 소위 ‘잡신’을 모신 신사가 있다. 심지어 나이트 옆에 버젓이 있는 신사를 보고 놀란 적도 있다. 음양좌는 ‘요괴메탈‘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에서 일본에 특히나 많은 ’잡신‘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들을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밴드이다.
음악적인 성향은 아무래도 Heavy Metal이라 해야겠지만, Iron Maiden 류의 Progressive적 성향이나 Black Sabbath 류의 Doom적 성향에, 메이저로 올라오며 급격히 짙어진 일본 특유의 Pop적 멜로딕함이 뒤섞인 음악을 보이는 게 특색이다. 아마도 누군가가 이들에게 밴드의 장르를 물을 때 Heavy Metal이 아닌 요괴 메탈이란 대답을 하는 까닭은 음악적 성향 대신 주제에 맞추어 나름 여러 장르를 넘나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닐지 생각하는 건 지나친 추측일까?
아무튼 언더에서 메이저까지 음악적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가던 2011년, 이들은 10번짼 정규반을 기념하기 위하여 특별한 앨범을 준비하게 된다. 組曲은 서사성을 극대화 하기 위하여 한가지 이야기 주제를 잡고 여러 곡을 이야기를 풀어내듯 만드는 형식으로, 쿠로즈카[黒塚] 설화를 다루었던 황신나찰(3rd), 미나모토 요시츠네[義経] 설화를 다룬 와룡점정(6th), 구미호[九尾]의 전설을 다루었던 금강구미(9th) 등 이전 앨범에도 몇 번이나 발표한 적 있는데, 난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형식이었다. 셋 모두 자국민에겐 널리 알려져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이야기겠지만, 외국인 입장에선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감상을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게 되며, 난 음악을 듣기 전 올바른 감상을 위하여 소위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음양좌는 외국인에게 전혀 친절한 밴드가 아니다. 일본어로 꽉꽉 차 있는 그들의 앨범도 그러하며, 주제 역시 외국인에겐 생소하다. 하지만 백 명의 사람이 음악을 듣는다면 백 가지 음악을 듣는 방법이 존재하며, 그 모든 방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기에, 최소한 도움을 위하여 나름 큰맘 먹고 공부를 하여 이야기 중심의 TMI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다.
한/일 위키, 꺼무위키, 마타타비의 블로그, 조훈님의 블로그(http://whathefuck.egloos.com/)를 참고하였으며, 특히 조훈님의 블로그에는 마타타비가 쓴 귀자모신의 희곡과 전곡을 진접 번역하여 올려두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2. 배경
마타타비가 재창작한 귀자모신 설화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냉소적인 관점으로 볼 때, 역설적으로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그 곳에는 요괴도 없고, 저주도 없으며, 신도 무엇도 없었다. 그는 원전(原典)에서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썼다.
첫 번째 키워드는 귀자모신에게 아이를 빼앗겼던 주민들과 그 대가로 부처에게 다시 아이를 빼앗겼던 귀자모신으로부터의 공통점, ‘자식을 잃은 부모’다. 마타타비의 이야기의 주요한 주인공들이자 앨범에 실린 곡의 화자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자식을 잃고 그것이 큰 멍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끈다.
두 번째 키워드는 귀자모신에게서 자식을 빼앗긴 주민들의 염원으로 귀자모신의 자식도 빼앗기게 되는 ‘원한과 복수의 굴레’다. 다만 마타타비는 원전이나, 얼마 전 가학적인 시나리오로 디렉터의 파탄난 인격을 유감 없이 자랑한 모 게임 등에서 제시한 ‘용서’를 통한 갈등의 봉합 대신 폭력의 반복을 통하여 비극을 극대화 시킨다. #1과 #12의 앞부분이 똑같은 것은 이러한 반복성을 나타내는 가시적 장치 중 하나라 생각한다.
3. 마타타비의 귀자모신
#1 啾啾
이야기의 서막에 해당하며, 이는 #12때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2 徨
첫 번째 주인공, 쥬조[十藏]에 대한 곡.
그는 무사로서, 가족이 있는 마을에 적이 도달했단 이야기를 듣고 다급히 전장을 이탈하였으나, 처참히 살해된 가족의 시체만을 발견할 수 있었고, 전장 이탈에 대한 대가로 임관처로부터도 쫓겨난 비운의 방랑자이다. 그는 방랑의 끝에 이야기의 중심인 오니쿠사 마을에 도달하게 된다. 가족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향할 데 없는 분노와 복수심에 대한 심적 방황이 곡의 주제이다.
방황하는 무사의 이야기이니만큼 보컬링은 주로 마타타비가 맡았고, 가사는 앨범의 대부분 곡이 그러하듯, 직설적이다. 마타타비 특유의 익살이나 느끼함은 최대한 절제하고 있단 느낌이 있었다. 불온함을 내뿜는 단조로운 키보드 위에 깔린 짙은 리프는 캐치할 뿐만 아니라 곡의 주제와도 잘 맞닿아있는 듯했다.
#3 産衣
두 번째 주인공, 시즈[静]에 대한 곡.
그녀는 배움이 짧은 유녀(遊女) 출신으로 손님의 아이를 임신한 대가로 유곽에서 쫓겨나 오니쿠사 마을에 유입된, 이른바 ‘외계(外界)의 존재’이다. 그녀는 그녀의 전부였던 아이를 전염병으로 잃었지만, 아이를 되살릴 수 있다는 미신에 빠져 갓난아이의 생 간(肝)을 노리는, 귀자모신의 화신과도 같이 그려진다.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의 곡으로, 요사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쿠로네코[黒猫]의 선 굵은 보컬 라인의 조합은 이계의 존재에 대한 불온함을 부각시키는 것만 같았다.
#4 膾
해석이 가장 난해했지만 마을사람들과 마을의 절대 권력자 무녀의 필요에 의하여 ‘오니[鬼]’가 되어버린 자들에 대한 곡이라 생각한다.
방황 끝에 마을에 도달한 쥬조는 마을을 괴롭히는 오니를 잡아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고자 그들이 알려준 동굴에 가게 되는데, 오니라 불린 존재는 한쪽 눈이 적출된 채 무기력하게 묶여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쥬조 역시 그 '오니'를 베고나면 다음 오니가 되어 이듬해에 희생될 예정이었다.
(난해했던 이유는 #7에 다시 설명한다.)
마타타비 파트의 전반부 무기력함은 오니가 될 희생자들의 목소리이며, 후반부 윽박지름은 희생자들에게 죄악을 뒤집어쓰라고 강요하는 주변인들(무녀의 하인이나 주민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중간을 잇는 쿠로네코 파트는 특별한 화자가 없는 설명 파트가 아닐까 싶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마타타비의 보컬링이 부각되는 데다가 혼란스러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특히나 평가가 고르지 못할 것 같은 곡.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혼란스러운 분위기 역시 대단히 음양좌스러웠다.
#5 鬼拵ノ唄
세 번째 주인공, 사다[禎]와 마을에 대한 곡.
사다는 으레 산촌에는 하나씩 있는 산신을 모시는 오니쿠사 마을의 무녀였지만, 몇 년 전 아들을 병으로 잃고, 그 아들을 되살리기 위해 갓난아이의 생 간을 노리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잃고 타인의 아이를 노린다는 점에서 시즈와도 같은 귀자모신의 또 다른 화신으로 그려지지만, 유곽 출신의 타지 사람으로 마을 사람의 경계 대상인 시즈와는 달리 사다는 마을 사람의 절대적인 경외의 대상이었다. 이에 사다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매년 산신제를 통하여 마을로부터 갓난아이를 제물로써 공양 받고, 대신 마을의 축복을 위한 오니기리(귀신잡이)를 하는데, 오니가 있을 턱이 없었기에 매년 이런저런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오니로 삼곤 했다. (이 내용이 곧 곡에 앞서 나오는 주술적인 분위기의 떼창 내용이다.)
곡의 화자는 오니나 다름없는 무녀와 마을 사람들로, 유감 없이 내뿜는 주술적인 분위기와 요사스러운 쿠로네코의 보컬링, 찐득거리는 기타톤이 악의 시너지를 내며 귀기를 절정에 이르게 한다. 마타타비는 맹목적으로 악에 동참하는 주민을 연기하느라 희극 톤을 사용하지만, 오히려 이 곡에서만큼은 호불호를 떠나 굉장히 어울렸다 생각한다.
#6 月光
시즈의 이야기.
시즈는 쥬조의 오니기리를 구경하기 위해 주민이 모두 빠진 틈을 타, 사다를 위해 바쳐진 제물(갓난아이)를 훔치는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사다에게 들키게 되었고, 사다의 분노를 피해 숲으로 도망을 가는데,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면서도 품에 안은 '제물'을 소중히 대한다. 한참을 헤매다 달빛이 드는 땅에서 시즈는 문득 이름도 모르는 아이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좀 당황스러운 전개임에 분명하나 원전에서 부처의 가르침으로 불법에 귀의하는 귀자모신을 상징하는 듯하다.(#11에서 다시 설명)
그에 따라 같은 화자의 곡인 #3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수를 놓는듯한 백킹 키보드 사운드를 제외하곤 보컬톤을 포함한 모든 사운드가 한층 유해진 게 보인다.
#7 柘榴と呪縛
마지막 주인공, 모키치[茂吉]에 대한 곡.
그는 오니쿠사 마을의 원 거주민으로 오래 전 자신의 아이가 사다에 의해 제물로 지정되자 부인이 사다에게 진정을 하러 갔다가 오니(鬼女)로 몰려 살해되고, 자신 역시 오니로 몰려 쫓기는 몸이 된 채 산 속에 숨어 살게 되었다. 그는 사다와 마을에 대한 반발로 이듬해에 진상된 제물(갓난아이)을 훔쳐 달아난다. 애초에 그의 행동은 사다를 엿먹이고자 하는 일념 뿐이었지만, 그역시 시즈처럼 훔친 아이에게 연민과 자식의 정을 느껴 몇 년째 키우게 됐다. 하지만 그는 가슴에 사무친 원한을 잊지 못하는데, 이를 표현한 게 석류이다.
원전에서 석류는 모든 복수의 굴레를 잊고 해탈을 하기 위한 도구로 그려지며, 이 이야기에서는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자연의 혜택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의 석류는 풍성하게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는 굶주림 때문에 석류 대신 자신의 살을 파내어 인육을 섭취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4에서 느낀 난해함은 이 석류와 인육의 상징성 때문이었다. 그 역시 필요에 의해 오니로 내몰린 처지이며, 무엇보다 #4의 제목 '膾'는 그가 굶주림때문에 잘라내었던 자신의 살점을 의미할 수도 있다.
아무튼 그는 시즈가 제물을 훔쳐 달아나는 바람에 일어난 난리 통 속에서 쥬조를 구해 달아났고, 도주 도중 실신한 시즈 역시 우연히 발견하여 다함께 석류를 먹으며 허기를 채운다.
곡은 앞, 뒤의 마타타비의 파트와 중간의 쿠로네코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마타타비의 파트는 남성인 모키치가 화자이며, 쿠로네코의 파트는 죽은 그의 아내의 닿지 않는 목소리로 그려진다. 제목만 인지한 채 곡을 들으며 예상했던 바와 실제 가사 내용의 차이가 가장 컸던 곡 중 하나. 절제된 감정과 그에 따른 처연함이 곡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라 할 수 있지만, 최후반부의 짧은 변주에서는 그의 복수에 대한 다짐을 표현한 것 같다.
#8 鬼子母人
무녀 사다의 또다른 이야기.
사다는 주민을 동원해 재앙을 피하고 싶으면 제물을 훔쳐 도망친 시즈를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보컬링은 긴장감을 표현하는 곡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유하단 느낌이었다. 이에 가사를 모를 땐 귀자모신(-神)의 자식을 잃은 어미[-人]로서의 정서를 나타내기 위해 그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지만, 가사를 알고 보니 곡에서의 온화함이란 사다가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그리고 주민들이 믿고 싶어하는 거짓된 온화함이었다. 그 온화함은 곡의 마지막 파트의 고압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통해 거짓임을 드러내는데, 그에 맞추어 쿠로네코의 보컬링에도 변화를 준 것이 재미있었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곡이고, 무엇보다 7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9 怨讐の果て
모키치의 곡.
모키치의 거처에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던 시즈는 아이를 훔친 일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 주민 대부분이 자신들을 수색하고 있는 틈을 타 아이를 원래 부모에게 돌려주기 오기 위해 마을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미 사다에게 매몰된 아이의 부모는 재앙을 두려워하여 시즈를 사다에게 고발을 했고, 그 결과 아이가 예정대로 희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즈마저 이듬해의 오니로서 동굴에 감금되게 된다.
수색을 마치고 돌아오는 주민들로부터 이 사실을 엿들은 모키치와 쥬조는 시즈를 구하기 위해 그 동굴로 잡입하는데, 모키치는 그곳에서 처자식의 원수인 사다와 사다의 하인을 마주치게 된다. 그는 사력을 다하여 결국 원수를 갚았지만 기력이 다하여 주민들에게 최후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비장한 곡 분위기에 걸맞은 내용. 가사를 잘 보면 ‘하나’라는 단어에 대응하는 한자가 '花'、'華'두가지로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키치는 그가 훔친 아이에게 하나(はな)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이는 자신의 죽은 딸의 이름[華奈]에서 따온 듯한 암시가 있다. 따라서 추측건대, '華'는 죽은 딸을, '花'는 현재의 딸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에 따라 원한의 하나(怨讐の華)와 나의 하나(吾儕の花)란 후렴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10 径
쥬조와 시즈의 곡.
쥬조는 동굴에서 사다를 물리치고 시즈를 구해내었지만 이미 모키치는 주민들에게 살해된 후였고, 사다에게 매몰되었던 주민들이었기에 쥬조와 시즈, 그리고 사다의 하인이 잡아온 어린 하나(はな) 모두 죽을 운명에 놓여있었다. 이에 쥬조는 기지를 발휘하여 주민들을 속여 길을 트게 하였으나, 그들이 충분히 고망을 치기도 전에 이내 그의 재치는 간파되었고, 이에 쥬조는 하나와 시즈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희생을 하게 된다.
곡은 비장미를 내뿜는 마타타비(쥬조)의 허장성세 파트(전반부)와 긴박감이 흐르는 쿠로네코(시즈)의 도주 파트(후반부)로 나누어진다.
#11 紅涙
시즈의 파트.
쥬조의 희생으로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언덕까지 도망칠 수 있었던 시즈는 언덕 위에서 쥬조의 최후를 목격할 수 있었고, 여러 만남과 상실 등에 지친 시즈는 덧없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마타타비는 여기에서 앞서 말한 갈등의 봉합 대신 폭력의 반복,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오니의 탄생을 그리게 된다.
#6 에서 시즈는 부처를 상징하는 달빛 아래에서 오니가 아닌 인간의 길을 선택했지만, 같은 상처를 두 번째 겪은 후인 #11 에서는 웃기지 말라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오니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오니로 몰려 적출당한 한쪽 눈으로 피눈물을 흘린다는 마지막 가사에 이어 백킹으로 깔리는 요기(妖氣)어린 의 반복은 사다의 시중을 들던 견습 무녀가 후임이 되어 예정대로 산신제를 행했음을 의미하는 한편, 복수와 희생의 굴레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씁쓸한 상징이기도 한 것 같다.
#12 鬼哭
희곡에서의 종막 이후의 이야기.
희곡을 모두 읽은 후 #12 을 들었을 때, 처음 한마디 はな、行こう(하나야, 가자.)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아버렸다. 마타타비가 쓴 희곡은 딱 저 대사를 하는 순간에서 멈추게 된다. 그가 그린 희곡의 세계는 요괴도, 저주도, 신도 없었지만, 분노를 넘어선 숭고한 해탈도 없었고, 용서는 배신당했으며, 거악(巨惡)이 지난 후엔 또 다른 악이 등장하고 마는,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였다. 그는 희곡에는 자세히 실지 않은 '진짜 오니의 이야기'를 마지막 곡을 통하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앨범 인트로에도 쓰인 앞쪽 파트의 반복은, 마치 사다가 죽자 후임 무녀가 그녀를 계승했던 것과 같이, 반복되는 굴레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4. 마치며
전체적으로 보컬과 기타 외의 사운드에는 비중이 너무 적은 것은 좀 의외였다. 곡을 쓰는 마타타비가 베이스를 잡고 있고, 그들의 곡들 중 베이스가 강조된 곡이 충분히 많이 있었단 것을 볼 때, 나름 그럴만한 판단 하에 내린 결론이었겠지만, 내 짧은 지식 한도 내에선 기타와 보컬, 그리고 요사한 분위기를 내는 키보드 외의 사운드엔 소홀했던 것으로 보여 아쉬웠다.
한편 와룡점정(6th)에서부터 꾸준히 증가해온 Pop 갬성은 대체로 적절하게 체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체화된 갬성 역시 거의 거세시킴 느낌이었다. 애초에 마타타비는 이전부터 10번째 앨범은 반드시 이 컨셉으로 간다고 벼르고 있었다고 하던데, 그랬던 만큼 음양좌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앨범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음악을 들으며 이 앨범만큼이나 열심히 공부를 한 적이 없었는데, 확실히 배경을 좀 더 알고 들으니 감상이 훨씬 더 좋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여지껏 그런 공부 없이 곡 평가를 해왔으니 이 앨범의 곡 평가 역시 공부를 하기 전 매겨두었던 점수로 통일시킨다. 다만, 앨범에 전체에 대해선 미리 매겨둔 점수가 없어 애정이 잔뜩 들어간 감상 평가가 될 것 같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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