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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8 금언니
Date :  2021-07-26 20:40
Hits :  3948

몇년전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겪었던 일

지금 아파트로 이사온 첫 겨울이었습니다. 5년쯤 됐죠. 퇴근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바닥에
아주 연한 분홍색의 네모난 물건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지갑이나 파우치처럼 보였기에 무심코 주워들려
했죠. " 돈줍게 됐네!! 히힛!!! 아니다 CCTV 있구나 관리실 갔다 줘야지;;;;;; "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몸을 숙이며 보니 그건 지갑도 아니고 파우치도 아니었습니다. 속옷. 그것도 여자속옷이었습니다. 정말
놀랐죠. 잠깐 멍해졌지만 " 누군가 빨래방 다녀오다 떨어뜨렸나보다 그것 참;;;;;;;;; " 대충 그렇게 합리화하고
내렸죠. 제가 사는 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으니까요. 저녁동안 이상하단 생각이 가끔 들었습니다.
떨어뜨린 옷이 지갑처럼 네모난 모양이 될 순 없잖아요. 널부러진 모양이 되는게 당연하니까요.

그리고 개인차는 있지만 대부분 여자들은 속옷을 빨래방에 갖고 가지 않습니다. 공용세탁기에 속옷을???!!!
설령 빨래방에서 빨았다해도 집에 갖고올때 겉으로 보이지않게 빨래감 가장 안쪽에 넣어서 오겠죠? 한마디로
승강기에 떨어뜨릴 확률은 정말 희박하죠. 물론 부주의한 사람은 떨어뜨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네모난 모양은 어떻게 된걸까요? 대충 이런저런 생각해봤고 다음날 출근길엔 그 물건이 보이지않았습니다. 저도 잊어버렸죠. 한 일주일쯤 지난 주말 느지막이 일어나 편의점 가는길에 관리실앞에 경찰차가 서있는걸 봤습니다. 경관들과 관리실 직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층간소음인가 여기고 말았죠.
이틀후 월요일 저녁 퇴근길에 엘리베이터에 벽보가 붙어 있더군요. 어이없는 내용이었습니다.

" 며칠전 우리 아파트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입주민 여러분께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미신적/
주술적 목적의 행위가 승강기 내부에서 이루어져 경찰에 신고하였고 현재 CCTV를 통해 범인을 검거하였습
니다. 입주민 여러분께 사과말씀 올립니다. - 00아파트 관리소장 - "

벽보에 제가 봤던 그 물건 사진과 그 물건을 승강기에 갖다놓는 범인 사진도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모자이크 처리 되어있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왜 범인을 모자이크 해야 하는건지 화가 납니다)
목요일쯤 제가 사는 통로에서 누군가 이사가는 것을 출근길에 봤습니다.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죠.
3월쯤에 분리수거 하러 갔는데 경비아저씨와 아주머니 두명이 얘기 나누는 걸 듣게 됐습니다. (아주머니 중 한명은 인근 부동산 소장이라더군요)
" *** 층 아가씨 이번 겨울에 이사 나갔죠 ? "
" 예 울고불고 난리났데요. 하긴 그꼴 당했는데 나라도 그러겠다 "
" 아줌마한테 전화왔던거에요? "
" 예 자기 부모한테 먼저 하고 집을 빨리 빼야 하니까 나하고 집주인하고 다 전화했어요 "
"그럼 집에서 범인한테 당한거에요?"
" 단순한 도둑놈이었나? "
" 아뇨 그날 집에 올때 승강기에서 무슨 여자팬티같은게 있길래 이상하네 생각했데요.
설마 자기꺼라 누가 상상해요? 그런데 집에 들어가서 씼고 머리 빗으려는데 온 집안에
자기 머리카락이 한가닥도 없이 깨끗하더래요 "
" 에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
" 아저씨는 모를수도 있겠네. 여자들 드라이 하는 동그란 빗 알죠? 그리고 헤어롤. 일본말로 구루뿌 있잖아요
거기 머리카락 칭칭 감겨 있거든요. 어느 집이나 그래요. 근데 그게 새것처럼 돼있는거야 "
" 아 그럼 그놈이 그 아가씨 머리카락 뭉치하고..... 그 .... 팬티하고....?"
" 예!! 이 아가씨가 놀래가지고 혹시 싶어 옷장 자세히 보니까 자기 팬티가 한두개 없는거야!!
바로 뛰어나와서 엘리베이터 타고 그 물건 보니까 머리카락 한뭉치를 팬티로 네모나게 꽁꽁
싸놓은 거 였데요. 물론 자기 옷 맞고요, "
" 참! 별 미친놈이 다있네!!! 아는 놈이었데요?"
" 아뇨 전혀 모르는 놈이었데요"

실제 대화내용을 축약한겁니다. 부동산 아주머니가 사건내용을 자세히 알게 된건 피해자가 최대한 빨리
이사가려고 부모와 경찰을 동반하고 집주인 , 부동산 양자를 만났기 때문이라 하더군요. 아마 범인은 아주
가벼운 처벌만 받았을테죠? 집행유예든 무죄든 말입니다. 제 이야기의 진정한 공포는 바로 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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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sdgdsaghd [강퇴됨]     2021-07-26 20:47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IP : 125.128.33.76
level 10 Angry Again     2021-07-26 20:55
오늘 가입한 사람이ᆢ 무슨일로ᆢ 처음쓰는 글에 욕부터 쓰는거로,..끌끌ᆢ
세상ᆢ 말세데이ᆢ
level 8 금언니     2021-07-27 21:36
아하? 누군가 제 글에 욕 한바가지 했나보군요? 뭐 그럴 수도 있죠
level 18 휘루     2021-07-26 20:58
이미 강퇴처리 되셨지만, 다시 방문하실걸 알고 미리 댓글답니다. 타인의 글에 대해 불필요하게 댓글다는 행태도 수준 낮지만, 다소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공감형 게시글에 대해 3줄 요약을 바라며 주저리라고 표현하는 행사는 감히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level 11 D.C.Cooper     2021-07-26 23:25
외모만큼이나 말씀도 멋지게 하시는 휘루님 ^^
level 18 휘루     2021-07-28 01:13
:)
level 8 금언니     2021-07-27 21:45
아마 제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누군가 한바탕 욕을 했었나봅니다. 정말 석줄요약 원한다면

" 승강기에 남의 속옷놔둔 범인을 잡았다 " (가만! 이건 한줄요약 아닌가요?)

이렇게 하는거 맞죠? ㅎㅎㅎ 제가 글재주가 워낙 메주라서 ㅎㅎㅎ
level 18 휘루     2021-07-28 01:11
^^
level 9 술 룹코     2021-07-26 21:01
실화가 아니고 썰인거죠?
level 8 금언니     2021-07-27 21:30
실화입니다.
level 9 술 룹코     2021-07-27 21:53
그렇군요. 실화가 아니길 바랐는데 무서운 일이네요. 집행유예인지 무죄인지도 궁금해집니다.
level JFK2001 [강퇴됨]     2021-07-26 21:19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IP : 125.180.4.107
level 7 StormGanzi     2021-07-26 21:39
주술이 뭐길래~
level 8 금언니     2021-07-27 21:31
아마 피해자를 스토킹하던 놈이었겠죠. 직접 공격하진 않았지만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level 11 D.C.Cooper     2021-07-26 23:24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건 맞는 말인 듯해요.
피해자분의 고통이 엄청났었겠네요.
남자인 저도 저의 집에 부모님이 이야기 없이 다녀가는 것도 좀 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저의 집에 드나들었다고 하면...ㄷㄷㄷ
level 8 금언니     2021-07-27 21:33
그러게 말입니다. 저런 경우를 당한다면 상상만해도 무섭고 찝찝하죠.
level 19 Rock'nRolf     2021-07-27 07:32
놀랍기는 하지만 납량특집은 아니네요. ㅜㅜ
무션 야그 들려주셔요.^^
level 8 금언니     2021-07-27 21:35
그런가요? 무서운 경험을 돌이켜 보고 정리해보겠습니다 ㅎㅎㅎ
level 13 AlternativeMetal     2021-07-27 18:36
ㅗㅜㅑ...... 이 ㅁㅊ ㅂㅌㅅㄲ.... 금언니!!! 언니는 괜찮아요???
level 8 금언니     2021-07-27 21:35
전 무사합니다.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level 7 갈비맨     2021-07-28 07:46
저런 미친 변태새끼는 bpm300으로 몽둥이찜질을 70년 동안 해야 됩니다.
이 나라의 법이 성범죄자 새끼들에 너무 관대한 게 이해가 안 갑니다.

오밤중 우범지역의 주택가도 아닌 대낮의 아파트에서 저런 일이 생기다니......
진짜 무섭고 찝찝하셨겠습니다.

저도 고1 하교 시간 때 부평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딸잡이바바리맨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딸을 치고 있어서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지역 특성상 여학생들이 엄청 많은 곳이었는데 사람들이 소리 지르니깐 도망가더군요.

잡혔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
level 8 금언니     2021-07-29 00:24
범죄자가 죗값을 치러야 하는데 이 나라는 피해자가 죗값을 치러야 하는 해괴한 곳이죠.
" 한국은 치안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새벽까지 여자 혼자 다녀도 아무 일 없다. 미국 같은 곳은
아무나 총들고 다닌다 " 그런 얘기들 있잖아요? 전 도대체 어떤놈들이 그런 말 퍼뜨리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미국에선 아무나 총들고 다니는게 맞긴한데 범죄자 잡으면 통쾌할만큼
무거운 형벌을 선고하잖아요. 과연 우리가 선진국이라 불리울 수 있을지 전 회의적입니다.
level 12 ween74     2021-07-28 21:43
그러고보면 세상은 넓고 싸이코는 많습니다ㅜㅜ
level 8 금언니     2021-07-29 00:25
맞습니다. 처벌조차 되지 않으니 큰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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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속상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