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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14 Kahuna
Date :  2021-10-10 10:02
Hits :  4020

잡설) 시디 사기 힘드네요 ㅎㅎ

요새 목돈 들어갈 일이 많아서 음반 구매를 자제 하던 중,

제 생일이 돌아와서

'그래도 생일인데 몇장만!'

이라는 마음으로 추리고 추려 10장의 시디를 주문하기로 마음 먹고 와이프의 결재를 받으러 갔습니다.


가격은 대략 180달러, 환율 따져보니 우리 돈으로 20만 몇 천원.


언젠가 생일에 약 15만원어치의 시디를 산 기억이 있어 불안불안합니다. 그 때에 비해 오버한 것만 같아서.


와이프는 옷, 신발, 가방 등의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에는 전혀 까다롭지 않습니다. 다만, 시디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격합니다...안타깝게도...


예상대로 5만원 줄이란 얘길 듣습니다. 정확히 16만원 안으로.


평소같으면 좀 적극적으로 우겨도 보겠지만, 요새 집 형편을 빤히 알고 있으니 직접 와이프에게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 옆에서 초등학생 딸래미가 책을 보고 있길래 돌려서 한마디 했습니다.


"○○아, 너 같으면 니가 좋아하는 삼국지 5권하고 그리스로마신화 5권을 다 사고 싶은데 합쳐서 7권만 사라고 하면 어떻게 할거니? 어떻게든 10권 다 사야되지 않겠니?"


딸래미는 바로 무슨 얘긴지 알아들었는지 곤란한듯 엄마아빠 눈치 살피다가 답을 못하고 웃으면서, "아빠, 어렵다." 하고 웃었습니다.


그 때 와이프가 딸에게,


"그 책들 다 홈런(학습기기 이름입니다)에서 그냥 볼 수 있는거야. 그럼 살 필요 있겠어?"


라고 말합니다. 딸은 그 얘길 듣자마자, "그럼 홈런으로 보면 되겠네. 굳이 살 필요 없네"합니다.


와이프는 게임 끝났다는 듯 저에게


"그냥 멜론으로 들으셔 ㅎㅎ"


한마디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멜론 끊고 유튜브뮤직으로 넘어간게 언젠데...


딸래미도 쐐기를 박으며 일어납니다.


"시디로 들으나 핸드폰으로 들으나 똑같은 노래잖아. 아빠 생일이라고 뭐 살거면 커피머신 사. 아빠 커피 좋아하잖아. 엄마도 그거 갖고싶어 하던데"


거기다가 자기 방에서 놀다 나온 둘째 딸마저


"아빠! 엄마 말 들어!"


하고 갑니다. 제 편은 하나도 없습니다.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며 쳐낼 수 없는 3장의 시디를 쳐내고, 7장에 2순위지만 가격이 조금 저렴한 시디 한 장 장바구니에 우겨넣어 130달러 가량 되는 8장을 주문하며 생각합니다. 정말 딸래미 말대로 내용물은 같은데 내가 괜한 거에 집착하는가.


언젠가는 여기 계신 괴수와도 같으신 컬렉터분들처럼 진열장보며 흐뭇해하고 싶은데,


...앞으로 어째 시디 사는 일이 더 힘들어질 것만 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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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12 ween74     2021-10-10 11:29
ㅎㅎ 와이프하자는 대로 무조건 하세요~ 까짓 동그란 접시떼기 좀 덜 사면 어떴습니까? 사랑하는 아내와 딸래미가 둘이나 있는데요(전 딸이 하나뿐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세요.^^
level 14 Kahuna     2021-10-10 12:10
소심하게든 적극적으로든 반항해봐야 별 소용없는 거 압니다만 그 놈의 접시떼기가 뭔지 ㅎㅎ 교육 잘 시켜서 제 딸들도 아빠한테 시디 사줬음 합니다 ㅎㅎ
level 11 respinmusic     2021-10-10 11:45
친한 동호회 형님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자식들이 거들떠도 안 볼 음반들...인생의 황혼기가 오면 내 것, 네 것 모두 모아서
하루에 몇 장씩 팔아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는데 쓰자고...
가끔 내가 뭐 하려고 이것들을 사고 있나? 라는 궁금증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level 20 꽁우     2021-10-10 12:14
와우!
지금 제가 그렇게하고 있습니다
음반이 전혀 안팔릴줄 알았는데
시디 테이프 엘피가 있어서
의외로 잘팔리더라구요ㅎ
level 11 respinmusic     2021-10-10 17:23
꽁우님 컬렉션들이 워낙 다양하고 귀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level 14 Kahuna     2021-10-10 12:18
동호회 형님이랑 배분 잘하십쇼. 리스핀뮤직님의 방대한 컬렉션이 더 비쌀 것만 같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눈이 즐겁고,
가끔 꺼내서 듣기도 하고,
동호회 형님 말씀처럼 여차하면 팔아서 밥 먹고 술 먹고..오래두면 소맥값뿐이 안될게 양주값이 나올테니 얼마나 좋은 취미입니까

다만 배우자가 좋아할 직접적인 이유는 없는 듯 합니다...
level 11 respinmusic     2021-10-10 17:32
접착력 떨어진 OPP비닐(찍찍이)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고, 한 달에 한 번은
CD 장 먼지 깔끔히 닦아주고, 가끔은 멍하니 앉아서 흐뭇하게 음반들을
바라보는 걸로 봐서 아직 그러고픈 마음은 전혀 없는듯합니다.
물론 노년을 거론할 나이도 아니고요. ^^

어떤 경우이건 간에 총무부장님들이 이득 볼일은 없다는 것...공감합니다. ㅎㅎ
level 8 lastsummerdream     2021-10-10 12:30
유부초밥이 아닌 지금 열시미 달려야겠네요.. ㅎㅎ
level 14 Kahuna     2021-10-10 12:31
전력질주하십쇼!
level 16 rag911     2021-10-10 13:31
저도 가끔 이게 뭐라고 돈만 있으면 사들일까 했는데 노년에 팔아 소주값 하면된다니 한결 맘이 편해지네요!!^^
level 14 Kahuna     2021-10-10 14:34
리스핀뮤직님 동호회 형님 얘기에 마음의 평안을 얻으셨군요 ㅎㅎ
level 17 댄직     2021-10-10 14:11
노년에 팔아서 손주들 용돈이나 주렵니다~ ^^
level 14 Kahuna     2021-10-10 14:35
파시는 시디 줄 서봅니다 ㅎㅎ
level 악의꽃     2021-10-10 15:09
저도 줄서 봅니다.
level 악의꽃     2021-10-10 15:09
재미있네요.^^ 나중에 시디 팔아서 다 같이 모여 소주잔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오랜만에 이베이랑 일본 야후에서 쇼핑 좀 했습니다. ㅋ
level 17 댄직     2021-10-10 15:11
일본 야후옥션 구매대행으로 하시면 괜찮은 대행 사이트 추천 부탁드려요~
level 14 Kahuna     2021-10-10 16:13
소주 사먹기 위해 팔 시디를 마련합시다!
level 16 dragon709     2021-10-10 15: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원이 아닌 실물음반에 대한 유혹은 절대 떨칠수 없죠~!
모쪼록 가정의 평화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지름이 계속 되시길 기원합니다~! ^^
level 14 Kahuna     2021-10-10 16:12
매년 평화를 위해 구매량을 줄이고 있습니다ㅜㅜ
level 8 금언니     2021-10-10 17:24
강철노래를 사랑하시는 겨레의 메탈아빠들 중 한분의 장엄하고 처절한 음반쇼핑영웅서사시 잘 읽었습니다. 심장을 후려치는 비장함에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군요!!! ㅎㅎㅎ 신곡? 파우스트? 니벨룽겐의 노래?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ㅎㅎㅎ 조금씩 사모으면 부인께서도 조금씩만 야단치시겠죠?
힘들게 구하신 음반들 도착하면 시원하게 즐기세요! ㅎㅎㅎ 메탈아빠 여러분! 홧팅!
level 14 Kahuna     2021-10-10 17:43
그런 명작들까진... ㅎㅎ
남편의 취미가 뭐든 곳간지기 입장에서 태클은 당연한 거겠죠. 아니면 집안이 거덜나버릴테니 ㅎㅎ 좋게 좋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매번 구매 때마다 아쉬움이 있어서 그 앨범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고 여태 이 취미?를 갖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요.
level daundertaker     2021-10-11 09:41
다른 이야기인데, 서태지 열혈팬인 저와 친구 하나가 있습니다. 친구 결혼하고 이사가는데 친구 아내가 친구 갖고있던 서태지 DVD, 블루레이 등 처분하라 해서 제가 그것들 장기대여 형식으로 받아왔죠. 그거 보고 '결혼 힘든 일이구나.' 싶더라고요.
level 14 Kahuna     2021-10-11 10:20
어이쿠, 사정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친구분께서 매우 속상하셨겠네요. 장기대여라고 하지만 사실 서태지 음반 등은 친구분 손에서 이미 떠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ㅜㅜ
level 8 DT2508     2021-10-11 09:56
가족이 시디구입에 확실히 영향을 주긴 하는데..요즘엔 거의 음원(리핑한 것, 유투브, 멜론 등)으로 음악을 듣다보니 실물음반을 꼭 소장해야하나 라는 생각도 드는 것 같습니다.
level 14 Kahuna     2021-10-11 10:34
스트리밍, e북, 공유되는 수많은 영상 등에 익숙한 다음 세대의 입장에서보면 형태가 있는 매체의 구매는 비합리적이고 사치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죠. 근데 어쩝니까 그걸 구매하면서 느끼는 설렘, 사서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만족감이 높음을 학창시절 이미 깨달았고 지금까지 그렇게 느끼는걸요 ㅎㅎ
아날로그 시대를 살짝 경험한 입장에서 그 시절 느끼던 만족감은 지금도 여전히 느끼고픈 감정입니다. 최소한 저는 이번 생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ㅎㅎ
level 8 DT2508     2021-10-11 12:01
충분히 공감하고 존중합니다ㅎ
level 7 choinuno     2021-10-11 17:04
한때 3000장 넘게 시디 모았지만....리마스터반이 남발되는거보고 그냥 접었습니다 ㅎㅎ 애플뮤직과 타이달로 너무 만족합니다 ㅎㅎㅎ 그나저나 딸들이 너무 귀엽네요 ㅎㅎ
level 14 Kahuna     2021-10-12 08:48
제 입장에서는 그 3천장 아깝네요 ㅎㅎ 딸들은 기본적으로 엄마편입니다만, 가끔 아빠 생각도 해줍니다. 성인되서도 그 정도 유지되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ㅎㅎ
level 15 scratch     2021-10-12 08:46
실물 소장의 욕구는 줄이기 힘들죠. 저는 스트리밍으로 넘어온 뒤 마음의 평화를 찾았으나, 아직도 음반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힘내십쇼.
level 14 Kahuna     2021-10-12 08:53
한정된 자원과 끝없는 욕심으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일이 많아서 그 찾으셨다는 마음의 평화가 부럽기도 합니다 ㅎㅎ
level 19 앤더스     2021-10-12 11:10
그래도 야금야금 모으시다 보면 쌓여가실 겁니다 굿컬렉팅 되세요~
level 14 Kahuna     2021-10-12 14:45
네 조금씩 조금씩 모아갈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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