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리마스터링 되어서 새로 HDCD로 출시되고 있는 그레이트풀 데드의 음반 중 하나.


#만약 이 글을 수월하게 읽고 싶으시다면 먼저 [HDCD,SACD,DVD-A]등에 대해 예습해두시기 바랍니다. 기초적인 설명은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고가형 미니컴포넌트나 거치형 cdp 등등의 상품을 뒤지다 보면 이런 딱지를 떡하니 붙이고 있는 품목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HDCD 디코더 내장으로 CD보다 훨씬 훌륭한 20비트 HDCD의 훌륭한 음질을 즐기실 수 있어요]
[새로나온 마X츠 SACD플레이어에서 24비트 SACD훌륭한 성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오디오포맷의 20비트, 24비트, 8비트, 16비트가 어떤건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그림으로 설명을 하겠다.


8비트 MP3의 계단현상(그 몸에 안좋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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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비트 CD의 계단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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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0비트의 HDCD, 24비트의 SACD는 CD에 비해 계단현상이 월등이 개선되는 걸까? 일부 하드웨어 잡지에서 나오는 광고성 기사글처럼 CD에 비해 SACD의 음질이 월등한 것이며 SACD나 HDCD를 재생시키면 계단현상 없이 매끄러운 그림이 나올까?

틀렸다!

HDCD디코더조차도 HDCD를 16비트로 읽을 뿐이지 '20비트'로 읽을 수는 없다. HDCD도 CD랑 똑같이 16비트로 읽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HDCD가 당당하게 '20bit의 고음질 포맷'이라고 광고가 나가면서도 불공정거래나 과장광고로 고발당하지 않은 이유는, HDCD용 마스터 테잎을 사전에 20bit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요즘은 CD들도 24bit로 녹음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HDCD는 CD보다도 한 수 뒤쳐진 포맷이 된다.(일반 CD 중에서도 64bit리마스터링을 거쳐 나오는 제품이 많다.

솔직히 말하건데, HDCD는 그냥 CD다.

여기에 대해서 물론 여러가지 반박이 있을 수 있다.

반박을 세가지로 정리해보면


1.내 오디오에 HDCD 디코더가 있는데 확실히 음질이 좋던데?

대답: 그 이유가 무엇이냐면, HDCD디코더가 있는 CDP들은 [일부러] 일반 CD음질을 떨어트려서 HDCD가 더 좋게 들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HDCD가 아닌 CD는 일부러 수준낮은 상태로 재생한단 말씀. 열받지?

여기에 대해서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HDCD디코더 내장 CDP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면 CDP에서 HDCD 디코더를 살짝 개조해서, 모든 일반 CD를 HDCD로 인식하도록 만들어놓으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모든 종류의 CD를 'HDCD 특유의 20bit의 선명한 음질'로 즐길 수 있다. 너무 획기적인 발명 아닌가?


2.일반 CDP중에서 HDCD인식 못하는 게 있는데, HDCD를 일반 CD라고 하다니 잘 모르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대답: 일반 CDP중에는, 마이너 레이블 CD를 인식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동영상 파일이 들어간 CD를 인식 못하는 경우도 있다. CD랑 CDP도 나름대로 호환성을 따지기 때문에, 단지 그것 때문에 HDCD를 특별한 CD로 생각하면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3.HDCD디코더가 괜히 있는게 아니잖아?

대답: 맞다. 괜히 있는 게 아니다. HDCD 디코더가 HDCD를 발견하면, '볼륨을 6DB올려준다. 그것으로 끝이다.'(이는 볼륨이 크면 음질이 향상된 것으로 착각하는 습성을 악용한 것이다.) 만약에 CDP제작자가 좀 더 비양심적이라면, HDCD가 아닌 CD의 경우 일부러 CDP의 제성능을 못내도록 설계하는 경우에도, HDCD 디코더는 유용하게 쓰인다.



결론: HDCD는 일반 CD다. 그리고 HDCD가 고음역 부분이나 다이나믹 레인지에서 이점을 누린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도 일반 CD한테 따라잡혔다.-_-;


내가 열받는 것은, HDCD의 사기 때문이 아니다.

처음에 MP3파일 포맷이 나왔을 때, MS는 PC나 관련 멀티미디어 산업을 신장시킬 목적으로 "MP3랑 CD는 음질 차이가 없어요."라는 거짓말을 대대적으로 유포시킨 전력이 있었다. 이 거짓말 때문에 벌을 받기는 커녕, MS는 결국 돈을 더 많이 벌게 되었다.(이 사실도 요즘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그보다 조금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처음 CD가 나왔을 때 라디오 방송국이나 음반 업계에서는 CD가 LP보다 음질이 월등히 좋은 매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벌였다. 그 이유는 CD가 LP보다 제작비용은 다섯배 넘게 싼데도 불구하고, 팔리는 가격은 똑같았기 때문에(음질이 좋다는 핑계로...) 마진이 훨씬 많이 남아서였다.

LP가 음질이 좋냐 CD가 음질이 좋냐는 지금도 판가름 안난 문제이지만, 처음 CD가 나왔을 당시에는 언론의 세뇌가 너무 심해서인지, LP가 CD보다 음질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또라이 취급받기 십상이었다.

근데 지금와서는 CD음반 산업이 몰락하니까, CD보다 음질이 전혀 좋지도 않은 '또다른 종류의 CD'를 들고 나와 과장광고를 하면서, '차세대 오디오 포맷'이라는 거창한 표어를 붙이면서 소비자들을 우롱하다니. 아니 도대체 부모님이 자식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레 그따위로 저급한 사기만 치냐?

해외 주요 음반업계는 음반 구매자들의 수가 줄어든다고, 자꾸 얼마 안남은 음반 구매자들을 우롱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깨끗하고 정직한 거래로 신용을 회복하길 바란다.(내가 말한다고 되나?-_-;)

 

romu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