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 Cannot. Erase. Review
Artis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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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 Hand. Cannot. Erase. |
Type | Album (Studio full-length) |
Released | March 2, 2015 |
Genres | Art Rock, Progressive Rock, Pop Rock |
Labels | Kscope |
Length | 1:05:46 |
Ranked | #10 for 2015 , #487 all-time |
Album rating : 95.6 / 100
Votes : 9 (3 reviews)
Votes : 9 (3 reviews)
March 13, 2020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번은 육체적으로, 또 한 번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짐으로서 정신적으로 죽는다."
2006년 1월 25일, 런던의 한 아파트 단칸방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Joyce Carol Vincent였다. 그녀는 2003년 12월 사망하여 2년 넘도록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가 재산 압류를 위해 아파트로 진입한 집행관에게 발견되었다. 그녀에게는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까지 있었으나 그 누구도 그녀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이 사건은 당시 영국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2011년 Dreams of a Lif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또한 2015년에는 Steven Wilson에 의해 이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컨셉 앨범이 발표되었으니, 바로 이번에 리뷰할 Hand. Cannot. Erase.이다.
Porcupine Tree의 프론트맨으로서 이전부터 그 실력을 입증해온 Steven Wilson은 2010년대 들어 솔로 활동에 집중하면서 더욱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 앨범이 만들어지기 약 3년 전 그는 Joyce Vincent 사건을 다룬 다큐드라마 Dreams of a Life를 본 이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이 경험이 마치 ‘유레카’처럼 이 앨범 제작으로의 즉발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니지만, 신작 구상 도중 머릿속에 남아 있던 사건에 대한 기억이 이 컨셉 앨범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Joyce Vincent 사건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지만, 해당 사건을 그대로 재구성한 논픽션이 아니라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H.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주인공을 새로 등장시킨 픽션이다. 또한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여성이기 때문에 Steven Wilson은 여성의 관점이 투영된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그는 몇몇 곡들에 실제로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낼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그는 동료 Aviv Geffen에게서 소개받은 이스라엘 여가수 Ninet Tayeb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단절, 고독, 외로움 등을 다루는 이 앨범의 테마와 어울리게 이 앨범의 가사는 상당수가가 화자 내면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앨범의 화자는 자신의 하루하루의 생각들을 기록해나가지만 오히려 이는 그녀를 더욱 깊은 고독과 외로움으로 인도한다. 그리하여 그녀의 생각은 더욱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이어지고, 청자로 하여금 무엇이 현실인지, 아니면 그녀의 망상인지 알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의 전개는 ‘거의 모든 소통과 관계가 단절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나?’라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Wilson은 그녀는 남과 이야기하는 대신 다이어리 혹은 블로그에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는 독백 위주의 형식을 갖춘 앨범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Wilson은 앨범의 여성 화자에 감정을 이입시키기 위해 직접 다이어리와 블로그를 작성했고, 이러한 내용은 앨범의 4번 트랙 Perfect Life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성 화자의 색채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Katherine Begley라는 성우의 목소리로 그의 가사, 즉 화자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했다.
앨범의 주요 소재가 고독사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이 앨범의 주제는 당연히 현대 도시 사회의 단절과 고독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Wilson은 단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보다 최근의 현실, 즉 인터넷과 SNS가 사회 속에 깊숙이 파고든 정보화 사회의 어두운 면 또한 부각하는 등 보다 깊고 다양한 메시지를 남겨 주고 있었다.
첫 번째 곡 First Regret는 잔잔하면서도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인트로로 분위기를 조성한 뒤, 이어지는 3 Years Older에서 본격적으로 Steven Wilson 특유의 다채로우면서도 감수성 넘치는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밝은 느낌의 도입부 이후 보컬이 등장하며 따뜻하면서도 우울한 느낌이 공존하는 전개를 이어나가고, 곡 후반부에서는 더욱 예측할 수 없고 강렬한 연주가 펼쳐지며 마치 헤어나올 수 없는 고독 속에 빠진 복잡한 화자의 내면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I can feel you more than you really know/ I will love you more than I'll ever show’ 부분의 보컬 멜로디 라인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곡 전반적으로도 격한 감정의 기복을 형상화한 듯한 다채로운 구성과 따스하면서도 애상적인 분위기로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던 훌륭한 곡이었다.
이어지는 타이틀 곡 Hand Cannot Erase는 앨범 내에서 가장 무난하고 접근성이 높은 트랙 중 하나이다. 부드러운 분위기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짤막한 곡이지만, 세 단어로 이루어진 이 곡과 앨범의 제목 Hand. Cannot. Erase.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의문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에 대해 Wilson 본인은 고독, 외로움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향수, 인터넷과 21세기 현대 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앨범에 굳이 뻔하고 단편적인 제목을 달고 싶지 않았으며, 때문에 일부러 이와 같은 모호한 제목을 선정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명확한 제목으로 전달하려는 바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모호한 제목을 통해 청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자유로운 해석을 유도한 것이다.
네 번째 곡 Perfect Life는 앞서 언급한 대로 앨범의 화자가 쓴 가상의 다이어리를 여성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해나가는 식으로 진행되는 곡이다. 가사는 고작 몇 개월간이었지만 행복했던 언니와의 기억을 회상하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고독의 나날 속에서 서서히 그 좋았던 기억들을 망각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음악의 분위기 또한 가사의 흐름에 따라 전환되면서 더욱 감수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만들기도 했다.
Steven Wilson의 곡들 중에서도 가장 슬픈 곡이자 애니메이터 Jess Cope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다섯 번째 곡 Routine은 아마도 개인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곡이 아닐까 싶다. 우선 곡의 가사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채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가족을 잃기 이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집안일을 계속해 나가며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견뎌 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곡은 여성 화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서두에서 언급한 여가수 Ninet Tayeb의 피쳐링이 포함된 곡으로, 부드러운 노랫말로 시작해 절규에 이르는 역동적인 보컬이 돋보인다. 또한 기승전결의 뚜렷한 구조로 감수성을 폭발시키는 마력을 지닌 우수한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곡은 단순히 슬프기만 한 곡이 아니라 더욱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Wilson 본인에 의하면 이 곡은 슬픔뿐 아니라 극도로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후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오직 나만이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그가 의도한 대로의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Routine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댓글 부분을 보면 뮤직비디오의 내용처럼 실제로 갑작스럽게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 과연 Wilson의 의도대로 극한의 슬픔 속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을 유도해 낸다는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또 한 가지 이 곡과 관련지어 생각해볼 만한 우리나라의 일화를 간단히 이야기하고 싶다. 한 영국인 할아버지가 경찰서를 찾아 한국인 아내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한다. 이에 경찰은 조사에 착수하지만, 사실 그의 아내는 이미 몇 주 전 사망한 상태였다. 사실 그 할아버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었고, 아내가 사망한 것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아내가 보이지 않자 사라진 아내를 걱정하며 경찰서를 찾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아내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다음 날이면 그 사실을 잊어버린 채 아내를 다시 찾으러 나가고 또다시 아내의 사망 소식에 고통스러워한다. 이처럼 그는 매일매일 아내를 잃어버리는 끔찍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그때 그 방식대로의 일상생활을 계속해나갔다.
이러한 일화는 때론 현실이 영화보다도 더욱 잔혹하다는 표현처럼 Routine의 이야기 그 이상으로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일화와 Routine은 공통적으로 극한의 고통을 겪은 대상을 보고 이에 대해 공감, 연민을 느끼지만 깊은 슬픔 속에서도 한 줄기 긍정적인 감정 또한 느낄 수 있다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Routine의 뮤직비디오는 옅게나마 미소를 되찾은 어머니가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끝나고, 방송에 소개된 영국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아내와의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하나는 음악, 하나는 TV 방송이지만 둘 모두 공통적으로 너무나도 큰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되, 듣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단순히 슬픈 감정만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 등의 감정 또한 불러일으키며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Wilson은 ‘Routine’, 즉 일상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것일까? 이 곡의 화자처럼 극단적인 경험을 겪어 보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 역시 대부분 판에 박힌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상을 살아가느라 우리는 다음과 같은 더 중요한 질문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행복한가?’, ‘내가 하는 일이 날 행복하게 만드는 건가?’,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나?’, ‘내 삶은 내가 바라던 대로 가고 있는 건가?’ 이러한 질문들을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판에 박힌 일상에 불만을 느끼고, 때때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똑같고 지루한 일상이란 동시에 소중하고 다행스러운 하루하루를 의미할 지도 모른다. Routine의 화자에게 있어 일상이란 미쳐 버릴 것 같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누르기 위한 일종의 저항이었고, 앞서 이야기한 영국인 할아버지에게 있어 일상이란 매일매일 느끼는 사별의 고통과 죽은 아내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연속이었다. 다시 말해 끔찍한 고통을 겪은 사람에게 있어 판에 박힌 일상이란 오직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꿈만 같은 옛날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하루하루가 되풀이되는 지루한 일상이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누릴 수 없고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시간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때문에 지루한 일상 속에서 일탈을 꿈꾸기 전에, 그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 또한 느낄 필요성을 Wilson은 이 'Routine'이라는 곡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여섯 번째 곡 Home Invasion은 강렬한 도입부와 이어지는 변칙적인 전개로 다양한 장르적 느낌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곡이다. 이 곡은 인터넷,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곡으로, 사람들은 이것들을 통해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꾸미며 소통의 바다로 뛰어들지만, 오히려 이러한 행동은 타인과 소통한다는 환상에 빠지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더욱 소외되게 만든다는 모순적인 SNS의 역기능을 지적하고 있다. ‘Download the life you wish you had.’와 ‘But I have lost all faith in what's outside’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이상향에 도달한 것처럼 행동할 수 있지만, 그것이 현실 세계에서의 삶을 이상향에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욱 멀리 떨어지게 만든다는 모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한편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곡 Regret #9는 연주곡으로,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와 끝내주는 솔로들로 수를 놓는 곡이다. 먼저 그야말로 혼을 쏙 빼놓는 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Adam Holzman의 기막힌 신디사이저 솔로가 귀를 사로잡는다. 또한 이어 흘러나오는 Guthrie Govan의 완벽한 솔로는 이전 앨범 수록곡 Drive Home에 이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고, 가히 Comfortably Numb에 견줄 만한 수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여덟 번째 곡 Transience는 잔잔하고도 우울한 느낌의 짤막한 트랙으로, Wilson의 감수성 풍부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이다. 비록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곡이지만, 캐치한 멜로디라인과 분위기 등으로 다른 곡들 못지않은 인상을 남겨 주는 곡이었다.
앨범 내에서 가장 긴 대곡 Ancestral은 앨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곡이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에 구슬픈 바이올린의 선율이 더해져 비장미를 연출해내고,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강렬한 기타 솔로와 Ninet Tayeb의 보컬이 다시 한 번 연이어 등장한다. 또한 이후로는 분위기를 가라앉혔다가 조금씩 고조시키며 격렬하면서도 기묘한 느낌의 독특한 클라이맥스를 선보였다. 또한 곳곳에 플루트와 바리톤 색소폰을 배치시켜 좀 더 풍성한 느낌과 분위기를 북돋우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앨범의 클라이맥스에 어울리는 훌륭한 트랙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곡 중후반부에서는 기왕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김에 더욱 격렬하고 파괴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Opeth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이후 더욱 메탈릭해졌던 Porcupine Tree 시절 혹은 그 이상의 느낌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열 번째 곡 Happy Returns는 앨범 아웃트로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마지막 곡이자 고독 속에서 끝내 최후를 맞이하게 된 화자의 마지막 순간을 암시하는 곡이다. 또한 가사 중 ‘Do the kids remember me? / Well I got gifts for them’ 이 부분은 Joyce Vincent의 사후 발견 당시 그녀의 옆에 놓여 있던 포장은 했지만 미처 배송하지 못한 채 남아 있던 크리스마스 선물들에서 따온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앨범은 마지막 곡이자 아웃트로 Ascendant Here On...로 조용하고 잔잔하게 끝맺는다.
앨범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당연하게도 Steven Wilson의 명성에 어울리게 매우 빼어난 편이었고, 저마다의 개성과 색깔을 지닌 개별 곡들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또한 앨범 전반적인 컨셉을 비롯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 역시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장르 구분이 무색할 정도의 다양한 장르적 혼합을 자유자재로 선보이면서도 음악 그 자체의 완성도 또한 다잡음으로써 Wilson의 저력을 또다시 증명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이 앨범은 한 젊은 여성의 비극을 그려냄으로써 현대 사회의 단절과 고독, 외로움을 노래한 작품이었다. 그뿐 아니라 행복했던 과거와 현재 살고 있는 현실 사이의 괴리감, 인터넷과 SNS 시대의 모순, 극한의 고통과 이를 견뎌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일상 등등을 표현하며 고달픈 삶에 힘겨워하는 현대인들의 애환에 다방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명작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어쨌거나 이 작품의 주된 주제의식은 ‘고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고독의 결과는 죽음, 그것도 너무나도 비참한 죽음이었다는 것 역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결과는 한 인간이 모두에게 잊힌 결과가 이토록 비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Joyce Vincent 사건과 이 작품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를 문학평론가 故 김현의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번은 육체적으로, 또 한 번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짐으로서 정신적으로 죽는다."
비록 이미 죽은 사람일지라도 누군가가 그 사람을 계속 기억해 준다면 그 또는 그녀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고 볼 수 있고, 비록 살아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누구도 그 또는 그녀를 기억해주지 못한다면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Joyce Vincent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녀가 죽고 나서 발견되기까지 2년이 넘도록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그녀가 죽기 이전부터 이미 그녀를 알았던 모두에게서 잊혀버린 상태였으리라. 물론 그녀에게는 가족도 있었고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그녀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렸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겠지만(완전한 망각은 아니고 단순히 관심이 없던 상태였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죽음을 2년이 넘도록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그녀에 대한 단순한 무관심을 넘어 완전한 망각에 가까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같이 모두에게 잊힌다는 것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 가장 비참한 결말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두려움의 대상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죽은 사람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나, 죽은 이들을 기리는 멕시코의 ‘망자의 날’ 등은 공통적으로 죽은 사람을 계속 기억함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정신적으로나마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잊혀버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멕시코의 전통적인 죽음관에 따르면 인간은 총 세 번 죽는데, 숨이 멎고 몸의 기능이 정지할 때가 첫 번째 죽음, 시신이 땅에 묻히며 인간이 다시 대자연으로 돌아갈 때가 두 번째 죽음, 그리고 아무도 그 망자를 기억해주지 않을 때가 세 번째이자 완전한 죽음을 뜻하고, 이 세 번째 죽음은 곧 영혼의 소멸을 의미한다. 이처럼 모두에게 잊힌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육체적 죽음 그 이상의 끔찍한 최후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현대 사회의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며 이러한 ‘정신적 죽음’을 피하려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극심한 고통이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 각종 갈등, 고뇌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독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정신적 죽음의 상태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독사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한편 Joyce Vincent의 사건은 흔히 고독사 하면 떠오르는 독거노인들의 고독사 사례와는 상당히 다른 특징을 지닌 사건이었기에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Steven Wilson은 이 사건을 통해 나이, 그리고 인간관계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고독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큰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의 고독사 문제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단순히 그 희생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연령대 역시 점차 낮아지며 2~30대 청년층에서도 고독사 사례가 발견된다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2014년 부산에서는 30대 남성이 영양 결핍과 심장마비로 숨진 뒤 두 달 뒤에야 발견된 경우도 있으며, 2018년에는 20대 남성이 숨진 지 무려 4개월여 만에 강제집행을 위해 진입한 집행관에게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그 밖에도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일명 ‘청년 고독사’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채 방치되다가 발견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10여 년 사이 정보·통신의 비약적인 발달은 SNS의 대대적인 확산을 가능케 함으로써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소통의 장벽이 낮아지게 만든 일대 혁신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소통의 장벽이 낮아질수록 점차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앞서 Wilson이 지적한 대로 SNS의 함정과도 같은 역기능 때문일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기술의 발달로 소통의 물리적 장벽은 사실상 허물어졌을지 몰라도, 때때로 오히려 소통이 아니라 단절을 유도하는 SNS로 인해 또 다른 소통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세워지며 사람들을 고독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독일의 잡지 Visions가 이 앨범을 “페이스북 세대를 위한 The Wall"이라고 평가하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깊고 다양하다. 물론 이 작품의 테마는 고독과 외로움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하여 더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청자로 하여금 좀 더 깊고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예술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전부 다를 것이고, 또 사람마다 둘 이상의 다양한 기준과 잣대를 통해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해주는 작품’ 또한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조건 중 하나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작품은 단순히 Joyce Vincent의 비극적인 죽음을 사실적으로 충실히 재구성한 일종의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앨범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Steven Wilson은 굳이 가상의 등장인물을 새로 만들어내고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이야기들을 집어넣어 더욱 다양하고 복합적인 면모를 갖춘 픽션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이는 청자로 하여금 훨씬 깊고 넓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는 앨범의 제목조차도 쉽게 추측할 수 없게 모호하게 붙여 놓았을 만큼 이 작품은 직설적인 메시지보다는 청자의 자유로운 해석과 생각의 여지를 남겨 주었던 작품이었다.
흔히 시간이 갈수록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회는 편리해지지만 또한 동시에 각박해지고 인정이 없어진다고들 이야기한다. 또한 이러한 사회 속에서 끝내 낙오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끝없는 고독과 외로움이었고, 그 고통은 홀로 쓸쓸하게 맞이한 죽음 이후에도 슬퍼해 주는 이 없이, 심지어 죽었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우연히 발견되기 전까지 계속된다. 이러한 비극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간에 그들이 가장 비참하게 죽어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Steven Wilson은 이 잊혀 버린 사람들을 위한 추모곡으로서의 이 작품을 통해 누구도 슬퍼해 주고 안타까워해 주지 않은 죽음들,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들에게 대신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남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99/100
2006년 1월 25일, 런던의 한 아파트 단칸방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Joyce Carol Vincent였다. 그녀는 2003년 12월 사망하여 2년 넘도록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가 재산 압류를 위해 아파트로 진입한 집행관에게 발견되었다. 그녀에게는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까지 있었으나 그 누구도 그녀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이 사건은 당시 영국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2011년 Dreams of a Lif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또한 2015년에는 Steven Wilson에 의해 이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컨셉 앨범이 발표되었으니, 바로 이번에 리뷰할 Hand. Cannot. Erase.이다.
Porcupine Tree의 프론트맨으로서 이전부터 그 실력을 입증해온 Steven Wilson은 2010년대 들어 솔로 활동에 집중하면서 더욱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 앨범이 만들어지기 약 3년 전 그는 Joyce Vincent 사건을 다룬 다큐드라마 Dreams of a Life를 본 이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이 경험이 마치 ‘유레카’처럼 이 앨범 제작으로의 즉발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니지만, 신작 구상 도중 머릿속에 남아 있던 사건에 대한 기억이 이 컨셉 앨범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Joyce Vincent 사건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지만, 해당 사건을 그대로 재구성한 논픽션이 아니라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H.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주인공을 새로 등장시킨 픽션이다. 또한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여성이기 때문에 Steven Wilson은 여성의 관점이 투영된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그는 몇몇 곡들에 실제로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낼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그는 동료 Aviv Geffen에게서 소개받은 이스라엘 여가수 Ninet Tayeb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단절, 고독, 외로움 등을 다루는 이 앨범의 테마와 어울리게 이 앨범의 가사는 상당수가가 화자 내면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앨범의 화자는 자신의 하루하루의 생각들을 기록해나가지만 오히려 이는 그녀를 더욱 깊은 고독과 외로움으로 인도한다. 그리하여 그녀의 생각은 더욱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이어지고, 청자로 하여금 무엇이 현실인지, 아니면 그녀의 망상인지 알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의 전개는 ‘거의 모든 소통과 관계가 단절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나?’라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Wilson은 그녀는 남과 이야기하는 대신 다이어리 혹은 블로그에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는 독백 위주의 형식을 갖춘 앨범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Wilson은 앨범의 여성 화자에 감정을 이입시키기 위해 직접 다이어리와 블로그를 작성했고, 이러한 내용은 앨범의 4번 트랙 Perfect Life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성 화자의 색채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Katherine Begley라는 성우의 목소리로 그의 가사, 즉 화자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했다.
앨범의 주요 소재가 고독사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이 앨범의 주제는 당연히 현대 도시 사회의 단절과 고독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Wilson은 단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보다 최근의 현실, 즉 인터넷과 SNS가 사회 속에 깊숙이 파고든 정보화 사회의 어두운 면 또한 부각하는 등 보다 깊고 다양한 메시지를 남겨 주고 있었다.
첫 번째 곡 First Regret는 잔잔하면서도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인트로로 분위기를 조성한 뒤, 이어지는 3 Years Older에서 본격적으로 Steven Wilson 특유의 다채로우면서도 감수성 넘치는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밝은 느낌의 도입부 이후 보컬이 등장하며 따뜻하면서도 우울한 느낌이 공존하는 전개를 이어나가고, 곡 후반부에서는 더욱 예측할 수 없고 강렬한 연주가 펼쳐지며 마치 헤어나올 수 없는 고독 속에 빠진 복잡한 화자의 내면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I can feel you more than you really know/ I will love you more than I'll ever show’ 부분의 보컬 멜로디 라인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곡 전반적으로도 격한 감정의 기복을 형상화한 듯한 다채로운 구성과 따스하면서도 애상적인 분위기로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던 훌륭한 곡이었다.
이어지는 타이틀 곡 Hand Cannot Erase는 앨범 내에서 가장 무난하고 접근성이 높은 트랙 중 하나이다. 부드러운 분위기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짤막한 곡이지만, 세 단어로 이루어진 이 곡과 앨범의 제목 Hand. Cannot. Erase.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의문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에 대해 Wilson 본인은 고독, 외로움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향수, 인터넷과 21세기 현대 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앨범에 굳이 뻔하고 단편적인 제목을 달고 싶지 않았으며, 때문에 일부러 이와 같은 모호한 제목을 선정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명확한 제목으로 전달하려는 바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모호한 제목을 통해 청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자유로운 해석을 유도한 것이다.
네 번째 곡 Perfect Life는 앞서 언급한 대로 앨범의 화자가 쓴 가상의 다이어리를 여성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해나가는 식으로 진행되는 곡이다. 가사는 고작 몇 개월간이었지만 행복했던 언니와의 기억을 회상하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고독의 나날 속에서 서서히 그 좋았던 기억들을 망각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음악의 분위기 또한 가사의 흐름에 따라 전환되면서 더욱 감수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만들기도 했다.
Steven Wilson의 곡들 중에서도 가장 슬픈 곡이자 애니메이터 Jess Cope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다섯 번째 곡 Routine은 아마도 개인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곡이 아닐까 싶다. 우선 곡의 가사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채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가족을 잃기 이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집안일을 계속해 나가며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견뎌 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곡은 여성 화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서두에서 언급한 여가수 Ninet Tayeb의 피쳐링이 포함된 곡으로, 부드러운 노랫말로 시작해 절규에 이르는 역동적인 보컬이 돋보인다. 또한 기승전결의 뚜렷한 구조로 감수성을 폭발시키는 마력을 지닌 우수한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곡은 단순히 슬프기만 한 곡이 아니라 더욱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Wilson 본인에 의하면 이 곡은 슬픔뿐 아니라 극도로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후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오직 나만이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그가 의도한 대로의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Routine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댓글 부분을 보면 뮤직비디오의 내용처럼 실제로 갑작스럽게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 과연 Wilson의 의도대로 극한의 슬픔 속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을 유도해 낸다는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또 한 가지 이 곡과 관련지어 생각해볼 만한 우리나라의 일화를 간단히 이야기하고 싶다. 한 영국인 할아버지가 경찰서를 찾아 한국인 아내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한다. 이에 경찰은 조사에 착수하지만, 사실 그의 아내는 이미 몇 주 전 사망한 상태였다. 사실 그 할아버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었고, 아내가 사망한 것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아내가 보이지 않자 사라진 아내를 걱정하며 경찰서를 찾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아내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다음 날이면 그 사실을 잊어버린 채 아내를 다시 찾으러 나가고 또다시 아내의 사망 소식에 고통스러워한다. 이처럼 그는 매일매일 아내를 잃어버리는 끔찍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그때 그 방식대로의 일상생활을 계속해나갔다.
이러한 일화는 때론 현실이 영화보다도 더욱 잔혹하다는 표현처럼 Routine의 이야기 그 이상으로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일화와 Routine은 공통적으로 극한의 고통을 겪은 대상을 보고 이에 대해 공감, 연민을 느끼지만 깊은 슬픔 속에서도 한 줄기 긍정적인 감정 또한 느낄 수 있다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Routine의 뮤직비디오는 옅게나마 미소를 되찾은 어머니가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끝나고, 방송에 소개된 영국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아내와의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하나는 음악, 하나는 TV 방송이지만 둘 모두 공통적으로 너무나도 큰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되, 듣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단순히 슬픈 감정만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 등의 감정 또한 불러일으키며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Wilson은 ‘Routine’, 즉 일상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것일까? 이 곡의 화자처럼 극단적인 경험을 겪어 보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 역시 대부분 판에 박힌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상을 살아가느라 우리는 다음과 같은 더 중요한 질문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행복한가?’, ‘내가 하는 일이 날 행복하게 만드는 건가?’,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나?’, ‘내 삶은 내가 바라던 대로 가고 있는 건가?’ 이러한 질문들을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판에 박힌 일상에 불만을 느끼고, 때때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똑같고 지루한 일상이란 동시에 소중하고 다행스러운 하루하루를 의미할 지도 모른다. Routine의 화자에게 있어 일상이란 미쳐 버릴 것 같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누르기 위한 일종의 저항이었고, 앞서 이야기한 영국인 할아버지에게 있어 일상이란 매일매일 느끼는 사별의 고통과 죽은 아내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연속이었다. 다시 말해 끔찍한 고통을 겪은 사람에게 있어 판에 박힌 일상이란 오직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꿈만 같은 옛날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하루하루가 되풀이되는 지루한 일상이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누릴 수 없고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시간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때문에 지루한 일상 속에서 일탈을 꿈꾸기 전에, 그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 또한 느낄 필요성을 Wilson은 이 'Routine'이라는 곡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여섯 번째 곡 Home Invasion은 강렬한 도입부와 이어지는 변칙적인 전개로 다양한 장르적 느낌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곡이다. 이 곡은 인터넷,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곡으로, 사람들은 이것들을 통해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꾸미며 소통의 바다로 뛰어들지만, 오히려 이러한 행동은 타인과 소통한다는 환상에 빠지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더욱 소외되게 만든다는 모순적인 SNS의 역기능을 지적하고 있다. ‘Download the life you wish you had.’와 ‘But I have lost all faith in what's outside’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이상향에 도달한 것처럼 행동할 수 있지만, 그것이 현실 세계에서의 삶을 이상향에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욱 멀리 떨어지게 만든다는 모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한편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곡 Regret #9는 연주곡으로,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와 끝내주는 솔로들로 수를 놓는 곡이다. 먼저 그야말로 혼을 쏙 빼놓는 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Adam Holzman의 기막힌 신디사이저 솔로가 귀를 사로잡는다. 또한 이어 흘러나오는 Guthrie Govan의 완벽한 솔로는 이전 앨범 수록곡 Drive Home에 이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고, 가히 Comfortably Numb에 견줄 만한 수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여덟 번째 곡 Transience는 잔잔하고도 우울한 느낌의 짤막한 트랙으로, Wilson의 감수성 풍부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이다. 비록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곡이지만, 캐치한 멜로디라인과 분위기 등으로 다른 곡들 못지않은 인상을 남겨 주는 곡이었다.
앨범 내에서 가장 긴 대곡 Ancestral은 앨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곡이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에 구슬픈 바이올린의 선율이 더해져 비장미를 연출해내고,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강렬한 기타 솔로와 Ninet Tayeb의 보컬이 다시 한 번 연이어 등장한다. 또한 이후로는 분위기를 가라앉혔다가 조금씩 고조시키며 격렬하면서도 기묘한 느낌의 독특한 클라이맥스를 선보였다. 또한 곳곳에 플루트와 바리톤 색소폰을 배치시켜 좀 더 풍성한 느낌과 분위기를 북돋우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앨범의 클라이맥스에 어울리는 훌륭한 트랙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곡 중후반부에서는 기왕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김에 더욱 격렬하고 파괴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Opeth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이후 더욱 메탈릭해졌던 Porcupine Tree 시절 혹은 그 이상의 느낌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열 번째 곡 Happy Returns는 앨범 아웃트로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마지막 곡이자 고독 속에서 끝내 최후를 맞이하게 된 화자의 마지막 순간을 암시하는 곡이다. 또한 가사 중 ‘Do the kids remember me? / Well I got gifts for them’ 이 부분은 Joyce Vincent의 사후 발견 당시 그녀의 옆에 놓여 있던 포장은 했지만 미처 배송하지 못한 채 남아 있던 크리스마스 선물들에서 따온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앨범은 마지막 곡이자 아웃트로 Ascendant Here On...로 조용하고 잔잔하게 끝맺는다.
앨범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당연하게도 Steven Wilson의 명성에 어울리게 매우 빼어난 편이었고, 저마다의 개성과 색깔을 지닌 개별 곡들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또한 앨범 전반적인 컨셉을 비롯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 역시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장르 구분이 무색할 정도의 다양한 장르적 혼합을 자유자재로 선보이면서도 음악 그 자체의 완성도 또한 다잡음으로써 Wilson의 저력을 또다시 증명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이 앨범은 한 젊은 여성의 비극을 그려냄으로써 현대 사회의 단절과 고독, 외로움을 노래한 작품이었다. 그뿐 아니라 행복했던 과거와 현재 살고 있는 현실 사이의 괴리감, 인터넷과 SNS 시대의 모순, 극한의 고통과 이를 견뎌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일상 등등을 표현하며 고달픈 삶에 힘겨워하는 현대인들의 애환에 다방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명작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어쨌거나 이 작품의 주된 주제의식은 ‘고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고독의 결과는 죽음, 그것도 너무나도 비참한 죽음이었다는 것 역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결과는 한 인간이 모두에게 잊힌 결과가 이토록 비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Joyce Vincent 사건과 이 작품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를 문학평론가 故 김현의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번은 육체적으로, 또 한 번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짐으로서 정신적으로 죽는다."
비록 이미 죽은 사람일지라도 누군가가 그 사람을 계속 기억해 준다면 그 또는 그녀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고 볼 수 있고, 비록 살아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누구도 그 또는 그녀를 기억해주지 못한다면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Joyce Vincent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녀가 죽고 나서 발견되기까지 2년이 넘도록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그녀가 죽기 이전부터 이미 그녀를 알았던 모두에게서 잊혀버린 상태였으리라. 물론 그녀에게는 가족도 있었고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그녀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렸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겠지만(완전한 망각은 아니고 단순히 관심이 없던 상태였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죽음을 2년이 넘도록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그녀에 대한 단순한 무관심을 넘어 완전한 망각에 가까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같이 모두에게 잊힌다는 것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 가장 비참한 결말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두려움의 대상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죽은 사람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나, 죽은 이들을 기리는 멕시코의 ‘망자의 날’ 등은 공통적으로 죽은 사람을 계속 기억함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정신적으로나마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잊혀버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멕시코의 전통적인 죽음관에 따르면 인간은 총 세 번 죽는데, 숨이 멎고 몸의 기능이 정지할 때가 첫 번째 죽음, 시신이 땅에 묻히며 인간이 다시 대자연으로 돌아갈 때가 두 번째 죽음, 그리고 아무도 그 망자를 기억해주지 않을 때가 세 번째이자 완전한 죽음을 뜻하고, 이 세 번째 죽음은 곧 영혼의 소멸을 의미한다. 이처럼 모두에게 잊힌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육체적 죽음 그 이상의 끔찍한 최후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현대 사회의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며 이러한 ‘정신적 죽음’을 피하려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극심한 고통이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 각종 갈등, 고뇌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독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정신적 죽음의 상태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독사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한편 Joyce Vincent의 사건은 흔히 고독사 하면 떠오르는 독거노인들의 고독사 사례와는 상당히 다른 특징을 지닌 사건이었기에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Steven Wilson은 이 사건을 통해 나이, 그리고 인간관계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고독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큰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의 고독사 문제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단순히 그 희생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연령대 역시 점차 낮아지며 2~30대 청년층에서도 고독사 사례가 발견된다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2014년 부산에서는 30대 남성이 영양 결핍과 심장마비로 숨진 뒤 두 달 뒤에야 발견된 경우도 있으며, 2018년에는 20대 남성이 숨진 지 무려 4개월여 만에 강제집행을 위해 진입한 집행관에게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그 밖에도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일명 ‘청년 고독사’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채 방치되다가 발견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10여 년 사이 정보·통신의 비약적인 발달은 SNS의 대대적인 확산을 가능케 함으로써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소통의 장벽이 낮아지게 만든 일대 혁신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소통의 장벽이 낮아질수록 점차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앞서 Wilson이 지적한 대로 SNS의 함정과도 같은 역기능 때문일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기술의 발달로 소통의 물리적 장벽은 사실상 허물어졌을지 몰라도, 때때로 오히려 소통이 아니라 단절을 유도하는 SNS로 인해 또 다른 소통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세워지며 사람들을 고독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독일의 잡지 Visions가 이 앨범을 “페이스북 세대를 위한 The Wall"이라고 평가하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깊고 다양하다. 물론 이 작품의 테마는 고독과 외로움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하여 더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청자로 하여금 좀 더 깊고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예술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전부 다를 것이고, 또 사람마다 둘 이상의 다양한 기준과 잣대를 통해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해주는 작품’ 또한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조건 중 하나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작품은 단순히 Joyce Vincent의 비극적인 죽음을 사실적으로 충실히 재구성한 일종의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앨범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Steven Wilson은 굳이 가상의 등장인물을 새로 만들어내고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이야기들을 집어넣어 더욱 다양하고 복합적인 면모를 갖춘 픽션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이는 청자로 하여금 훨씬 깊고 넓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는 앨범의 제목조차도 쉽게 추측할 수 없게 모호하게 붙여 놓았을 만큼 이 작품은 직설적인 메시지보다는 청자의 자유로운 해석과 생각의 여지를 남겨 주었던 작품이었다.
흔히 시간이 갈수록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회는 편리해지지만 또한 동시에 각박해지고 인정이 없어진다고들 이야기한다. 또한 이러한 사회 속에서 끝내 낙오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끝없는 고독과 외로움이었고, 그 고통은 홀로 쓸쓸하게 맞이한 죽음 이후에도 슬퍼해 주는 이 없이, 심지어 죽었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우연히 발견되기 전까지 계속된다. 이러한 비극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간에 그들이 가장 비참하게 죽어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Steven Wilson은 이 잊혀 버린 사람들을 위한 추모곡으로서의 이 작품을 통해 누구도 슬퍼해 주고 안타까워해 주지 않은 죽음들,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들에게 대신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남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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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video | ||
---|---|---|---|---|---|
1. | First Regret | 2:01 | 83.3 | 3 | |
2. | 3 Years Older | 10:18 | 96.3 | 4 | Audio |
3. | Hand Cannot Erase | 4:13 | 93.8 | 4 | Music Video |
4. | Perfect Life | 4:43 | 92.5 | 2 | Music Video |
5. | Routine | 8:58 | 95 | 3 | Music Video |
6. | Home Invasion | 6:24 | 90 | 2 | |
7. | Regret #9 | 5:00 | 92.5 | 2 | |
8. | Transience | 2:43 | 92.5 | 2 | |
9. | Ancestral | 13:30 | 95 | 2 | |
10. | Happy Returns | 6:00 | 97.5 | 2 | |
11. | Ascendant Here On… | 1:54 | 90 | 2 |
Line-up (members)
- Steven Wilson : Mellotron, Programming, Keyboards, Bass Guitar, Effects, Vocals, Acoustic Guitar, Electric Guitar, Shaker, Sound Manipulation, Banjo, Hammered Dulcimer, Lead Guitar, Vocal Arrangements, String Arrangements
- Guest/Session
- Adam Holzman : Piano, Hammond Organ, Celeste, Fender Rhodes, Moog, Wurlitzer
- Guthrie Govan : Guitar, Lead Guitar
- Nick Beggs : Backing Vocals, Bass Guitar, Chapman Stick
- Marco Minnemann : Drums
- Theo Travis : Flute, Baritone Saxophone
- Dave Gregory : Guitar, 12-string Electric Guitar
- Ninet Tayeb : Backing Vocals
- Katherine Jenkins : Spoken Word
- Leo Blair : Soloist, Children's Choir
- David L. Stewart : Vocal Arrangements, String Arrangements
- The Cardinal Vaughan Memorial School Choir : Children's Choir
- The London Session Orchestra : Orchestra
6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
90 | Dec 26, 2023 | 0 | |||||
Hand. Cannot. Erase. Review (2015) | 100 | Jan 29, 2022 | 1 | ||||
The Future Bites Review (2021) | 70 | Sep 10, 2021 | 1 | ||||
Hand. Cannot. Erase. Review (2015) | 95 | Sep 2, 2021 | 1 | ||||
▶ Hand. Cannot. Erase. Review (2015) | 100 | Mar 13, 2020 | 28 | ||||
To the Bone Review (2017) | 85 | Sep 15, 2017 | 1 |
1
▶ Hand. Cannot. Erase. Review (2015)
MMSA 100/100
Mar 13, 2020 Likes : 28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번은 육체적으로, 또 한 번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짐으로서 정신적으로 죽는다."
2006년 1월 25일, 런던의 한 아파트 단칸방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Joyce Carol Vincent였다. 그녀는 2003년 12월 사망하여 2년 넘도록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
Krindern 100/100
Jan 29, 2022 Likes : 1
Come now and talk to one of the best works of the great genius Stephen Wilson This album is really indescribable because one of the greatest and greatest works you can listen to was a high-class advanced album that was Art Pop and Art Rock at the same time Undescribable Stephen Wilson he made on this album for all the instruments and he was very creative with his keyboard and i... Read More
iluvu20000 70/100
Sep 10, 2021 Likes : 1
윌슨형님이 일렉트로닉 음악 좋아하고 그동안 Bass Communion 활동한것도 아는데, 이 앨범은 뭔가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윌슨형님이 하고 싶어하는 음산한 느낌의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악이 어느 정도 녹아있긴한데, 대중성을 의식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무드가 어중간한게 사실. 그동안에... Read More
iluvu20000 95/100
Sep 2, 2021 Likes : 1
Regret #9의 기타솔로 파트는 기존 락매니아의 관점으로 봤을때 이 앨범의 백미라고 보여지고, 이 앨범의 디럭스 한정판을 가지고 있는 자의 관점으로 봤을때 주인공 H. 심리상태를 중간에 끼워져 있는 메모장같은 서플먼트로 유추해가는 과정은 정말 흥미로운 과정이었습니다. 이 앨범이 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