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데스메탈이 연주 되었는지, 알 길이 전무하다. 한국 데스메탈의 1세대 격 밴드들도 대부분 활동을 접었을 뿐만 아니라,( off, 사두, 시드, 그 외 또 누구 있는지;;;) 이들에 대한 기록들(영상, 문서, 특히나 가장 중요한 이들이 남긴 레코드)도 찾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레코드가 계속 유통되지 못 하는 것도 많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음악은 그림과 다르게 그 자리에 멈추어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속 대중들에게 들려줘야 기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레코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귀에다 대고 불러주지 않고는 이들이 남긴 유산을 음악 그 자체로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 것이다. 유통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 너무나 투철한 인디정신이 낳은 역효과 때문인지 알 길은 없지만, 자신의 저작권을 지켜나갈 수 있는 뮤지션들이 활동까지 접은 이상, 그 시기의 것들은 사라지고 더 이상 존재의 가치를 판가름할 수 없는 과거로 전략된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는 대한민국 데스메탈씬이 극심한 침체에 빠져있는데, 밴드의 수도 더욱 더 급격히 줄어들었고, 데스메탈을 연주하려는 후발 주자들 조차 잘 나타나지 않는 악재까지 겹쳐있다. 어쩌면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았을 때 시드의 씬으로 복귀는 너무나도 기다렸던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일일지, 잠시 회의적인 순간일 때도 있었다.
2008년 3월 22일에 열렸던 A 메탈 페스티발과 같은 해 7월 13일에 있었던 b 뭐시기 라이브는 시드 분들이 재결성한 후 본인이 처음 접해보았던, 시드 분들이 참여한 라이브 공연들이었지만, 솔직히 그렇게 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던 공연들이기도 했다. 행사 진행의 미숙의 결과로 밴드와 음악적으로 소통을 나눌 수 있을 정도 필요한 최소의 사운드가 나오지 못 한 것이었다. 모든 소리는 허공에서 산산조각이 나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깨졌고, 왕년에 카르카스, 네이팜 데스 등에 대한 이해가 깊은 그라인드코어를 들려주었던 시드의 명성을 도리어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전달되는 것이 제대로 없었다. (특히 A뭐시기 때는 보컬 마이크의 하울링 현상도 정말 듣기 너무 괴로울 정도였고, ) 물론 본인이 시드 분들의 예전 레코드를 소유하고, 계속 반복 청취를 통해 많이 익숙한 상태로 라이브를 접했다면, 조금이라도 기억을 더듬으며 이 분들의 복귀를 더 환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어쩌면 우리가 드림 씨어터의 라이브에 환호하는 거는 , 레코드에 담겨진 내용들을 완벽에 가깝도록 라이브에서 연주로 재현해서 아닐지? 라이브는 레코드 보다 장소의 제약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크게 작용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레코드보다 더 완벽한 매체가 되긴 힘들 것이다. 최상의 질 좋은 사운드 제공을 위해 필요한 몇 톤의 장비를 운송하며 투어를 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것도 그런 경제력을 갖춘 밴드에게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아무튼 잡설은 접고, 그래도 시드 분들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며, 데스파티, 트랜드 킬, 부산의 Bullshit Fest 같은 정기공연을 참여하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밴드의 가치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을 잃지 않으며, 라이브 활동을 꾸준히 전개 하였고 서서히 2집 정규 앨범에 대한 막바지 작업을 2010년에 봄쯤에 마무리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 결과물들이 긴 공백 기간을 만회할 만큼 양질이라는 점도 오래 기다린 팬 분들에게도 큰 기쁨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인트로가 흐른 후 바로 시작되는 I KILLED MY FATHER, 시드의 두 번째 앨범 Origin의 전체적인 특징이 잘 담겨 있는 트렉으로, 대체적으로 스래쉬메탈 적인 템포로 달리다가 블라스트 비트의 드러밍과 스크리밍 백 보컬의 활용으로 긴장과 긴박감을 더욱 더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발휘시키고 있다. 물론 곡 중간에 미들템포로 흥겨운 그루브를 살리는 부분도 곡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이어지는 The Relationship Between Devil And Human은 첫 번째 곡과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헤비함을 극대화하는 빗다운과 변박의 활용이 보다 더 적극적인 곡으로, 첫 곡이 베이더의 형태와 가깝다면 이 곡은 좀 더 서포케이션이나, 후기 디어사이에 근접한 곡이지만 시드스럽다. Inserting Her Fear는 보다 빠른 스래쉬메탈적인 질주감과 그루브한 드라이브감의 안배가 잘 된 곡으로, 역시나 중간에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자연스럽게 빗다운을 전개 시켰다.. 보다 적극적인 블라스트 드러밍과 함께 긴박감 있게 브레이크 거는 리프가 인상적인 war opera 역시 청자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만큼 간결하면서도 매섭게 몰아치지만, 흥겨운 빗다운으로 긴장을 이완 시켰다가 막판에 보다 무자비한 블라스트 드러밍과 스크리밍 백 보컬의 동원으로 사악함을 극대화시키며 곡을 마무리해 듣는 재미도 비교적 쏠쏠했다. Fatal Grudge Of Mayhem 앨범의 두 번째 곡과 비슷하게 헤비한 빗다운과 변박의 적극적인 활용이 돋보이는 곡으로, 전 곡까지 끊임없이 달려온 분위기를 살짝 탈피하고 있지만, 쉬지 않고 밟아대는 투베이스 드러밍 덕분에 부루탈의 강도는 그대로 유지 되고 있다. God Slayer 도 스래쉬적인 질주감과 부루탈한 드러밍과 스크리밍 백보컬의 활용이 역시나 돋보이며, 다른 트랙 보다 비교적 긴 솔로연주도 들어가 있는 곡이다. 막판까지 조져주는 분위기가 가히 인상적이다. Their Bodies Covered In Flames은 앨범에서 가장 이색적인 곡으로 앨범에서 모쉬한 그루브가 가장 인상적으로 살아있는 곡인데 좀 더 그라인드 코어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Strangled by Abomination 역시, 쉬지 않고 조져주면서 무자비하게 뭉개주는 맛이 살아 있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Murder 187 잦은 엇박과 변박, 쾌속질주 속에 흘러나오는 가학적인 트레몰로 기타 연주와 모쉬한 빗다운이 돋보이는, 시드 2집을 마무리 하는 트랙이 되겠다.
시드 2집의 앨범에, 질 좋은 사운드 구현하는데 까지 큰 열의를 가지고 앨범 제작에 임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양질의 사운드와 멋진 곡들로 꽉 채워져 있다. 드럼 소리가 살짝 기계적으로 들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라이브에서 소화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일본인인 시드의 드러머 Naoya Hamaii 도 눈여겨 볼만 하지만, 현재 라이브 세션인, 레전드와 네크라미스에서 활동한 바가 있는 이웅범씨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시드 2집 앨범 Origin에는 아주 새로운 것은 없지만, 부루탈 데스메탈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괜찮은 그루브까지 포함하고 있고 현재의 데스코어에 길들여진 분들에게도, 괜찮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데스메탈씬의 대선배밴드로서의 연륜과 시대에 둔감하지 않은 감각까지 잘 살아있는 앨범임이 분명하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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