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별로인 Pissgrave다. 6년 동안 쥐어짜내서 나온 정규가 이 정도라니. 그 동안 잘 놀고 잘 마시다가 어느 순간 술이 깨서 대충 기타 걸치고 손에 익은 리프들로만 휘갈겨 맨든 그런 앨범이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또라이가 AI한테 인칸테이션의 전집을 학습시킨 후 이런 무쓸모 데스메탈의 과잉생산을 요구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이거는 완성도를 논할 앨범은 아니고, 그냥 음악으로써의 감흥이 너무 부족하다. 프로덕션도 특색 없어졌고 리프는 Interment Orgy 한 곡을 빼면 기억에 남는게 진짜 없다.

나치즘이라는 사상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손이 가는 기묘한 매력의 앨범. 블랙메탈 무리중 일부가 나치 민족주의에 심취해 이런 음악을 만들곤 하던데, 이 앨범은 그들이 향수를 느끼는 유럽의 풍경과 상실한 역사에 대한 비탄, 내셔널리즘이 승리한 세계에 대한 도취 등을 표현한 듯 싶다. 구슬픈 정서와 승리감이 교차하는 흔치않은 분위기가 뭔가 금단의 아티팩트 같은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그런데 좀 지나치게 밝고 유치한 면이 있어서 메탈적인 낭만이 깊게 느껴지진 않는다. 메탈을 듣고싶지 않을때 생각이 나는 이상한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