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유로니무스랑 사진도 많이 찍었고(밴드 프로필에 사진 올려놨음) 데드랑 헬해머 오기 전에 잠깐(1987-88) 메이헴에 있었다는데 얘네는 뭐냐 싶은 뮤지션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노르웨이 올드스쿨 데스메탈밴드 Vomit의 멤버들이고, 그냥 넘겨버리기엔 노르웨이 익스트림씬 팬으로서 천추의 한이 맺히도록 아쉬울만큼 흥미로운 곡들을 남겼다는 사실은 본국 노르웨이에서도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이들에 비해 비교적 잘 알려진 노르웨이의 동류 밴드들인 Old Funeral, Amputation, Cadaver 등보다도 2-3년 이른 시기에 이미 뛰어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였음에도, Vomit은 짧았던 활동 시기 그리고 멤버들의 향후 메탈음악 활동 단절 때문인지 아마도 ‘뛰어나지만 가장 잊혀진’ 노르웨이 올드스쿨 데스메탈 밴드가 되어버렸다. 본인이 Vomit에 가장 호감과 정이 가는 이유인즉슨 Vomit은 보기 드문 노르웨이적 패기와 흥이 넘치고 시대정신 충만한 담백한 데스 밴드였기 때문이다.
☆ 메이헴과의 인연과 추억
서두에서 언급한 김에 Mayhem과의 관계 및 유로니무스와의 추억을 이야기해보면, Vomit은 같은 노르웨이 언더그라운드 익스트림 씬의 초창기 주역이었던 Mayhem과 인연을 맺는다. Vomit 멤버 대부분이 오슬로 윗동네 Nittedal 출신이었는데, Mayhem은 오슬로 아랫동네 Langhus를 본거지로 8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하였으니 거리상 서로 멀지 않았던지라, 위치도 시기도 취향도 잘 맞아떨어진 음악적 동료가 된 것이다.
1987년 메이헴이 Deathcrush를 발매한 뒤 보컬 매니악과 드러머 만하임이 밴드를 나가는데, 이 공백기 때 유로니무스는 Vomit의 베이시스트 Kittil Kittilsen과 드러머 Torben Grue를 각각 보컬, 드러머로 메이헴에 초청하여 함께 리허설을 하였다. 그 둘은 네크로부처와도 친하였기에 십여년 뒤 그와 셋이서 Kvikksølvguttene라는 재미있는 데스메탈 밴드를 결성하기도 한다.
Vomit의 핵심 멤버인 기타리스트 Lars는 메이헴에서 활동한 바는 없지만 유로니무스, 데드와도 친분이 깊었다. Lars는 특히 유로니무스와 아주 친했다. Lars의 회상 내용에 따르면, Vomit과 Mayhem은 오슬로 근교 농장에 원래 돼지들 거처로 만들어졌었던 장소를 구해서 함께 리허설을 하곤 하였는데, 드러머가 없을 시절에 Mayhem이 Vomit의 드러머 Torben을 많이 빌려갔다고 한다. Lars와 유로니무스는 같은 기타리스트로서 많은 프로젝트 밴드들을 함께 구상했고, 같이 음악도 많이 만들었다. 대부분 데스메탈이나 블랙메탈류였는데, 가끔은 키보드나 신디사이저(1982년 출시됐던 Roland 303 썼음)가 잔뜩 첨가된 탈메탈 곡들도 만들었다.
당시 십대 중후반의 이 어린 분들은 어찌나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몰두했던지, 하루 웬종일 리허설 장소에 머물러 음악에 매진하다 배가 고플 때만 가게에 들르러 방을 나갔다고 할 정도이다.
Lars는 유로니무스의 죽음을 ‘음악계에 있어 엄청나게 큰 상실’이라 표현하며, 그와 좋은 친구였던 자신에게는 더욱 큰 상실이라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를 칼부림하여 잔혹하게 죽인 바르그는 엿같은 나치라며 반감을 표하였다.
Lars의 당시 노르웨이 메탈씬에 대한 회상이 흥미로운데, 유로니무스가 들어본 뒤 좋다고 한 밴드는 ‘좋은 밴드’라는 라벨이 붙었고, 이는 밴드에게 시작부터 막중한 PR 효과가 되었다고 한다. 반대로 유로니무스가 구리다고 한 밴드는 ‘구린 밴드’라는 라벨이 붙게 되었다. 유로니무스의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는데, 아무튼 중요한 사실은 유로니무스가 자신의 동료 밴드 Vomit은 좋은 밴드라고 했다는 것이다. 유로니무스도 그 진가를 알아뵀던 Vomit은 활동 당시 노르웨이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인정받던 실력파 밴드였다.
또한 유로니무스는 Mayhem 리허설과 Vomit의 86년 리허설 스플릿 테잎을 본인의 레코드샵 Helvete에서 판매한 바 있다. 87년 초에 발매된 Rot in Hell 데모테잎은 2006년 메이헴 전 보컬 매니악에 의해 원본에 충실한 CD로 발매되었는데 정작 Lars는 본인 밴드의 카피가 없어 이때 주문을 넣어야 했다.
☆ Vomit은 이런 밴드
Vomit 멤버들의 음악 활동은 고작 13, 14살 먹은 기타리스트 Tommy와 Lars를 주축으로 드러머 Torben과 베이시스트 Kittil과 함께 1982-83년쯤부터 시작된다. 초기에는 주로 헤비메탈 커버곡을 연주하던 Kabel 등의 밴드로 활동하였고, 본격적으로 익스트림 메탈을 연주하며 본인들의 곡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85년에 4인조로 Vomit을 결성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런데 십대 중반의 새파랗게 어리신 분들이 곡 만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당대 언더그라운드 익스트림 데모들 중 가히 상급으로 분류될만한 매력있는 곡 구성과 진취적인 기타솔로 및 몸을 흔들어 남아나지 않게 하는 정직하면서도 흥겹고 재치 있는 리프 전개, 그리고 그때 그 시절만의 시대 감성 즉 시대적 아우라의 컬트적 플러스 요소 그 모든 것을 갖췄다. 스래쉬적 윤곽 안에서 오목조목 잘도 생긴 이 올드 데스 곡들을 쭉 듣다보면 Vomit이 얼마나 양질의 아이디어로 가득한 괴짜 밴드였는지 감이 잡힌다. 본격적인 오늘날의 데스메탈에 대한 사운드적 예시와 정의가 충분히 제공되기 이전 80년대 초중반에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십대 소년들이 만든 곡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 감상 리뷰
리뷰하려는 것은 이들의 86년, 87년 데모 곡들을 한데 모아 2007년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본인이 86년도 리허설 데모(6곡짜리)에 아주 큰 애착을 갖고 있으므로 이 곡들이 온전히 수록되어있는 CD버전의 리뷰인데, 실제 녹음된 시기순대로 그리고 본인의 페이보릿 곡들 위주로 적어보려 한다.
6번~11번 트랙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86년 리허설 곡들이다. (1986.11.25.)
Tormentor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불어넣는 intro로 평화롭게 도입부를 이어가다 중독성 강한 데스 리프로 청자를 집중시킨 뒤 앞부분부터 압도적인 기타솔로를 터뜨려버린다. 그리고 청량감있게 쏴주는 절정 솔로 부분이 나올 때까지 여유있는 템포로 태평스럽게 곡을 전개시키는 데에 매력이 깃든 곡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내지르는 스래쉬스러운 보컬이 귀에 척척 감기는데, 이처럼 보컬 톤과 창법에서 느껴지는 스래쉬적 흥취+독창적인 올드스쿨 데스 리프+스래쉬와 올드데스의 밀고 땡기는 드럼의 조합은 본작의 모든 곡들에 적용되는 특성이다.
Armies of Hell은 진지빨고 시작하다 마구잡이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제목처럼 사기를 북돋우는 전투적인 리프와 드럼 그리고 본능적으로 날뛰는 한 마리 야생동물 같은 전개가 특징적인 짤막한 곡이다. 보컬은 목에 걸걸히 긴장감을 걸었다가 유유히 박자를 타기도 하며 리프 위에서 한껏 즐기는 듯하다. 달리는 비트에서 미드템포 파트로 수축이완을 하는 드러밍 등 각 악기군에서 스래쉬적 올드데스의 감성도 강하게 묻어난다.
Sadistic Mind는 제목처럼 어두운 내면을 잠시 보여주는 듯하다가 극단적으로 신나는 축제를 열어제끼는 쾌활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마치 사디즘이란 이렇게 생기 넘치는 것임을 어필하는 듯한 장난끼 다분한 기조를 띠고 있다. 멜로디를 타는듯한 보컬과 덩실대는 기타리프, 오르막길의 분주다사한 기타솔로 진행도 곡 분위기를 제대로 치켜올리며 축제에 일조한다. 어쩌면 청자들을 음악에 굴복시켜 머리통을 얼굴 잃어버릴 때까지 흔들게 만드는 사디스트적 임무를 완수하는 곡일지도 모르겠다. 곡의 마지막은 액자식 구성마냥 서두의 어두운 리프로 마무리짓는데 마치 흥에 취해 흔들던 머리를 가장 예기치 못할 때 다시 어둑한 심연 속으로 침강시키는 것 같다. 진정한 사디즘이란 이런 것인가 싶다.
Rotting Flesh는 유튜브에 낱곡으로도 올려져 있어 아마 가장 잘 알려진 곡 중 하나일 듯한데, 기본적 구성 틀 속에서 찰진 전개를 해나가며 캐치하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고퀄 리프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계속적으로 통솔력있게 곡의 분위기를 띄우는 박력있는 보컬과 지적인 리프, Vomit이 작곡에서 빼놓지 않고 애용하여 곡에 대망의 포인트장식을 풀어넣는 기타솔로 파트가 일품이다. 기타솔로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는듯한 리듬기타 리프도 좋다.
Lord of Death는 도입부가 언질을 주듯 신명나는 완급조절이 뛰어난 곡이다. 고농축 데스에 고열량 스래쉬의 고명을 얹은 진수성찬이 밀고 땡기는 완급조절의 훌륭한 전개 속에서 오븐에 들어간 것마냥 푹 익어서 곡의 마지막까지 그 풍미가 푹푹 발산된다. 86년 리허설 곡들 중 다음 트랙과 함께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너무 명곡이라 어떤 수식어도 이 곡의 맛을 표현해내기에 충분치 못하다. 인간 언어 대 음악에서 음악 승이다.
Lust of Terror는 86년 리허설을 정리하는 마지막 곡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명곡이다. 듣기 좋은 멜로딕 데스적인 리프가 첨가되어 독특한 곡이기도 한데, 멜로딕한 리프가 그윽하게 퍼져나올 때의 감동이란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과 조우했을 때 가슴이 뭉클히 와락 무너져내리는 기쁨과도 같다. 도입부 리프를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변주해 후렴처럼 끼워넣을 생각을 했을는지, 기타리스트의 재치와 감각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을 듣고 있자면 Vomit과 같은 밴드들이 활동했던 옛 시절이 재현되어 머릿속에 그려진다. 오랜 추억을 묘하게 건드리는 리프들의 향연이 조성하는 길을 따라 걷다 마주하게 되는 감정 깊이 파고드는 멜로딕한 후렴리프 그리고 기타솔로의 감동의 물결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비록 본인 그때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아련한 과거 시절이 직감적으로 떠오르게 되는 아늑한 곡이다.
87년 녹음된 새로운 곡들은 패기와 리프 자체로 승부를 보았던 86년 리허설 곡들보다 좀더 복잡다양한 구성을 시도하였고 이성적인 느낌의 리프들을 계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완성도에 노력을 기해 꽉 찬 느낌의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1번~5번 트랙은 87년 데모인 Rot in Hell의 곡들이다. (1987.1.31.)
Armies of Hell, Rotting Flesh는 86년 리허설 버전보다 빠른 템포로 녹음되어 더 심술이 난 폭군적 모습을 취하고 있다.
Damnation Of Sin과 Dark Abyss는 이전에 작곡해 놓았지만 처음 녹음된 곡들로서 역시 Vomit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여전히 흥미롭고도 유려한 리프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개인적으로 녹음된 템포와 음질, 추가 리프 등의 이유로 다음의 2월 리허설 버전을 선호한다.
12번~14번 트랙은 87년 초반의 리허설 곡들이다. (1987.2.)
본인은 이 버전의 Damnation of Sin, Dark Abyss, Demonoid를 많이 들었다. 음질이 개선되었으며 속도감 또한 안정감 있고 완벽하다. 이 리허설 녹음을 마지막으로 밴드를 떠난(그리고 세상을 떠난) Tommy Berg의 재능 넘치는 리프 구성력과 86년도보다 한층 더 정제되고 섬세해진 테크닉, 그리고 청자를 압도하는 무지막지한 기타솔로력은 그가 자신의 기량을 전력투구해 털어넣은 백조의 노래처럼 들린다.
Damnation of Sin은 노르웨이 데스의 새로운 장을 여는듯한 비장한 데스적 음계의 서막 리프로 시작하여, 동력을 공급하는 드럼에 의해 톱니바퀴들이 하나둘씩 맞물려 돌아가는듯한 공장 기계음적인 리프로 이어지는 초반부부터 먹고들어가는 곡이다. 이후 Vomit이기에 믿고 듣는 데스리프들이 때로는 박자 변화에 때로는 속도 변화에 힘을 주며 기타솔로 파트까지 이어진다. 기타솔로는 이전 파트들이 우직하게 공들여 주조해놓은 무언가를 재파괴하려 작정한 듯한 기세로 곡의 전개 자체를 농간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Dark Abyss는 전 악기군이 손색없는 명곡으로서 5/8 비트로 변화있는 시작과 스래쉬적 팜뮤트로 수축 이완 갈기다 모터달고 부릉부릉하는듯한 뮤트맥인 슬라이딩으로 이어지는 리프, 우주적 함정에 빨려들어가는듯한 하이테크 느낌을 발산하는 투기타 음찍기 리프 등이 독창적이며 곳곳에 배치된 뇌리에 박히는 연결 파트들이 곡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분위기 고조에 열일하는 트랙이다. 곡 구성에 있어서도 기존 애용하던 틀에서 벗어나 절의 메인리프 외에는 반복이 거의 없이 전진하여 지루할 틈이 없는 탐험정신의 곡이기도 하다. 87년 리허설 곡들 중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Demonoid는 Vomit이 피를 투석하여 보다 테크닉적 면모가 부각된 이성의 차갑고도 시니컬한 피를 다량 투입하였음을 확실하게 고하는 곡이다. 후반부 기타솔로 직후에 등장하는 절정 파트가 인상적인데, 이는 맨처음 도입부에 제시되었던 복선의 절망적이고도 극적인 심화라고 할 수 있다. 지구 멸망의 날 같다.
15번~22번 트랙은 87년 중후반의 리허설 곡들이다. (1987.6.24., 1987.12.3.)
Tommy Berg가 있었을 당시 만들었던 곡들보다 전개상 개연성이 덜하고 몇몇 곡들은 완성도가 아쉽지만 리프 자체는 나쁘지 않다.
Orgie of Piss는 이전의 스래쉬적 감성의 천진난만한 데스에서 벗어나 데스메탈의 본연에 충실해진 곡으로서 무정하게 뚝뚝 끊기는 리프와 불길하고도 어두운 트레몰로가 특징적인 곡이다.
이와 같은 음악적 성향의 변화는 Boiling Puke에서도 잘 드러난다. 육중한 쇳덩이로 칼을 갈 듯 어둡고 비장해진, 더불어 평범해진 데스메탈 곡이다. 이제 정겨웠던 86년 시절처럼 청자를 쉽사리 놀아주지 않는다. 소리로 군림할 뿐이다.
이 마지막 활동기에 녹음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Animal Bizarre로, ABR이 이 곡의 앞선 버전이다. 흉악한 음질 덕분에 온전히 들리지는 않지만 키틸 키틸센의 개처럼 으르릉 짖어대는 악에 받친 보컬은 꽤나 사악하고 귀엽다. 말을 우라지게 듣지 않아 행동교정 제보 당한 문제견 같다.
☆ Vomit 멤버들의 향후 삶
Vomit 멤버중에 현재 메탈밴드를 하고 있는 멤버는 하나도 없다. 오직 기타리스트 Lars만이 비록 활동은 접었을지언정 아직 메탈 음악에 애정을 두고 있는 듯하다. Lars는 십여년 전까지 함께 연주하던 음악적 동료가 있었으나 그가 약물 과다로 죽어 혼자 연주하는 중이라고 한다. Lars 자신도 헤로인을 비롯한 각종 약물에 꽤 심한 중독이 되었다가(1989년쯤 Vomit이 해산한 이유 중 하나가 Lars의 약물중독 때문이었음) 현재는 메타돈 치료를 받고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Tommy Berg는 Vomit의 가장 특징적이고도 훌륭한 곡들을 쓰는데 기여한 보컬기타로서 Vomit을 결성하고 이끌었으며 그 밴드로고까지 직접 그렸을 만큼 밴드의 주역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Rot in Hell 데모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곡들에서 모든 기타솔로를 치고 보컬까지 맡았던 능력자였다. 하지만 그 또한 어린 나이에 약물중독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카를 요한 거리에서 떠돌며 구걸하는 처지에 이르렀고 결국 오슬로의 온갖 약물중독자들이 모여 사는 호스텔에 투숙하며 헤로인을 하였다고 한다. Lars는 그를 찾아가 봤지만 약물을 끊을 의지가 없어보였고, 호스텔에 들어간 이상 유일한 출구는 관 속에 들어가 나오는 것 뿐임을 알고 있기에 유감을 표했다. Tommy는 결국 약물 과용으로 2014년에 사망하였다. 심각한 재능 낭비를 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 Tommy에 대해 회상하며 Lars는 그가 계속 기타를 쳤더라면 가장 뛰어난 기타리스트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안타깝다)
베이시스트이자 87년에는 보컬도 겸했었던 Kittil Kittilsen은 현재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되어 메탈 음악을 접은 상태다. 구약성서에 따라 생활하는 Fredrikstad 지역의 요상한 컬트 집단 소속이라는데, 여성을 남성에게 복종시켜야 된다는 등의 지침을 엄격수행 한다고 한다.
당찬 드러밍과 밝은 미소가 유난히 해맑던 Vomit의 드러머 Torben Grue는 오페라 음악을 전공해 가수가 되어 오슬로의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단에서 활동중이라고 한다!!! 락밴드들에서도 악기를 연주하고 예전에 헬리콥터 면허를 땄다고 라스한테 연락도 했다는데 아무래도 멤버들 중에 가장 건전한 삶을 영위중인 듯하다.
Lars는 Vomit 활동 시절을 회상하며 이 당시에 자신을 포함한 멤버들은 어린 애들이었고, 리프에 리프를 꼬리물려 조금은 과하게 리프들을 채워넣은 감이 있다고 시인하였다. 한마디로 리프 욕심을 좀 부렸다는 것이다. 허나 본인이 듣기엔 그 시절의 그러한 욕심이 더욱 Vomit의 곡들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워낙 리프가 좋아서 95 언저리만 채워도 걸작으로 남을 것을 100 넘치게 (그것도 건성으로 때우는 파트나 어떠한 꾸밈장치도 없는 순도 백퍼센트 리프들만을) 정성맞게도 꾹꾹 눌러담아 주는 정직하고도 순박한 노르웨이인의 인심, 그리고 그 시절 그들의 열정과 근성이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곡들마다 밴드의 재능과 능력치가 최고로 끌어올려져 최대로 발휘된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그 덕분일 것이다. 유익한 욕심이다.
☆ 사심 가득한 마지막 말
본인은 86년의 11월 25일자 리허설 레코딩으로 처음 Vomit을 접했을 때 퍼뜩 머릿속에 나는 이것을 만나려고 여태 데스메탈을 좋아했나보다 하는 깨달음을 얻음과 동시에 경건해졌다. 개인적으로 이런 어린 분들의 패기넘치는 파릇파릇한 올드스쿨 작품들에는 뭐라 형용하지 못할 특별한 애정과 정감이 간다. 노르웨이 올드스쿨 음악에 콩깍지가 씌인 본인의 취향 탓일지는 모르겠으나 올드스쿨 데스메탈에 있어 본인에게 이 밴드가 갖는 의미를 대체할 밴드는 찾지 못하였다. 그만큼 정들었고 특유의 담백함에 매력을 느꼈다. 데스메탈이 이렇게도 정답고 흥겹고 아기자기하고 아늑하게 좋아도 되는 것인지 듣는 내내 끝없는 의문을 던진다. 스래쉬적 영향 아래 젊은 뮤지션들의 자존감과 패기, 노르웨이적 소박 솔직 담백한 리프스타일, 그리고 그 시절만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에 본인에게는 마치 희귀한 천연기념물처럼 소중한 음악이다. 당대의 동류 밴드들과는 다른 성향의 노르웨이 데쓰를 써나갔던 단명 밴드 Vomit은 이 컴필 앨범 한 장으로 그 업적을 고하며 본인의 최애 데스밴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딸랑 데모만 몇 장 있는 밴드면 어떠하리.. 첫술에 배부르고 단방에 명중인 밴드
세 줄 요약
- 80년대 초중반 만든 음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뛰어났던 노르웨이 올드스쿨 데스의 샛별같은 존재 Vomit
- 유로니무스도 그 진가를 인정한 밴드이며 온종일 함께 음악 작업을 했을 만큼 서로 친분이 각별했다.
- 멤버들 중 현재 음악활동을 이어가는 뮤지션은 없지만, 당시 어린 나이였던 기타리스트 Lars와 기타 겸 보컬이었던 Tommy Berg(RIP)의 천재적인 열연이 감동적인 밴드이다.
최강곡들: 86년도 리허설 데모와 87년도 2월 리허설 데모 전곡
페이보릿: Lord of Death, Rotting Flesh, Lust of Terror, Dark Aby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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