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uveitie in Hollywood 후기, 9.26
난 에스닉 음악을 참 좋아합니다. 대중음악에서 하나의 소스로 쓰이면 묘한 감칠맛과 이국의 향취를 느끼게 해주고, 그 자체로써는 그 문화권에 친숙해질 수 있는 하나의 효소로써 작용하니까요. 메탈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텐버그의 메탈은 그 나라의 기후답게 어둑어둑한 애수와 맹렬한 공격성을 동반하고, 브라질의 메탈은 흥겨운 리듬과 MPB의 향연을 맛볼 수 있으며, 독일은 덕국이미지와 맞게 단단하고 다분히 거친맛이 있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사나이의 처연한 멜로디를 가지고있지요. 나라마다 같은 장르를 다뤄도 전부 개성이 다르다는 건 리스너에게 있어서 축복입니다.
중간중간마다 관객들에게 떙큐를 연발하며 내가 이무대에 있어서 즐겁다는 것을 꾸준히 리핏하는 모습에서 인상을 깊이 받았습니다. 기억하기론 가장 최근의 미국투어가 2012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멤버 모두가 단순히 돈을 위해서 투어를 떠나는게 아니라는 것을 토킹으로 내내 말해주었던게 감동입니다.
저 머리칼에 스쳐도 즉사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처음 이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백파이프에 만돌린에 허디거디같은 악기소리가 메탈음악에 나오는지 황당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 코르피클라니나 핀트롤처럼 대놓고 험파쇼에 맥주파티 이런거는 이미 핀란드 밴드들에게서 익숙해져있긴 하지만, 이렇게 켈트음악이 베이스가 된 메탈밴드는 좀 의외였다고나 해야할까요. 플룻 솔로잉만 들으면 Jethro Tull의 이안 앤더슨이 피쳐링 넣어줬나 의문했을 정도기도 하고, 아무튼 묘한 느낌을 많이 줬던 밴드로 기억합니다.
이번 공연은 사실 에피카의 공석으로 인해 과연 메인스테이지를 어떻게 메꿀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세팅에만 거의 45분을 소비해서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었지만, 공연 자체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돈이 아깝지 않았던 공연입니다
총 인원 8명에 각종 악기를 번갈아가면서 1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신작 Origin 뿐만 아니라 디스코그라피 내의 곡들을 골고루 섞어가며 풀밭에 군중을 몰아넣고 흥겹게 무대를 이끼는 능력이 인상적입니다. 저기 메인 보컬은 만돌린, 플룻, 기타 등 못다루는 악기가 없고 하쉬보컬도 알맞게 소화해냅니다. 악기 다루랴 소리지르랴 호흡이 가쁠만도 한데 햇필드마냥 쩍벌자세로 무릎을 튕기며 리듬을 타는 모습이 은근히 귀엽습니다. 크리겔은 스위스 출신인데 영어발음만 들으면 그냥 미국인인게 좀 희안하긴 합니다. 보통 유럽쪽은 영국식 인토네이션이 나오던데... 개인과외라도 받고왔나
관악기 다루는 사람만 3명에 현악기 2명이라 키보디스트 하나가 내는 소리보다 훨씬 풍부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데, 이게 메탈음악과의 어울림이 CD로 들을때보다 현장에서 조화가 더 좋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인원이 많을수록 박자 맞히기도 쉽지 않은데 이들의 연습량이 대강 예상됩니다
아름다운 두 여성멤버는 각각 바이올린과 허디거디를 각각 맡고있습니다. 아쉽게도 바이올린을 맡고있는 Nicole은 이번 투어를 마지막으로 떠난다고 하네요. 솔로잉이 상당히 인상적이며 클래식을 전공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허디거디는 사실 소리만 대충 들어봤지 무대 위에서 저렇게 직접 다루는건 처음봤는데, 운지가 아코디언 비슷하고 반댓손은 솜사탕기계 돌리듯 꾸준히 돌려줘야 소리가 나옵니다. 무게가 꽤 무거워보이는데 젊은 여성이 저걸 공연 내내 들고다닌다는게 참 신기하긴 합니다. 아리땁고 갸냘퍼 보이지만 스크리밍도 열라 잘 지릅니다. 노래할 때 목소리는 상당히 앳된데... 갭모에
허디거디는 사실 소리만 대충 들어봤지 무대 위에서 저렇게 직접 다루는건 처음봤는데, 운지가 아코디언 비슷하고 반댓손은 솜사탕기계 돌리듯 꾸준히 돌려줘야 소리가 나옵니다. 무게가 꽤 무거워보이는데 젊은 여성이 저걸 공연 내내 들고다닌다는게 참 신기하긴 합니다. 아리땁고 갸냘퍼 보이지만 스크리밍도 열라 잘 지릅니다. 노래할 때 목소리는 상당히 앳된데... 갭모에
실제로 멤버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멤버로 Anna가 자주 꼽힌다고 합니다. 함성도 제일크고
저기 백파이프와 휘슬을 담당하고 있는 조용한 Pade는 공연내내 표정변화가 없지만 저사람 없으면 숲내나는 이들의 음악이 안나옵니다. 두 여자가 화려한 향신료와 같다면 이 사람은 밴드의 소금같은 존재.
정작 기타, 베이스를 맡고있는 멤버의 특징은 잘 못찾겠습니다(?). 파워코드 위주로 치고 베이스도 피킹으로 까니까 사실 특별한 점은 없는듯
중간중간마다 관객들에게 떙큐를 연발하며 내가 이무대에 있어서 즐겁다는 것을 꾸준히 리핏하는 모습에서 인상을 깊이 받았습니다. 기억하기론 가장 최근의 미국투어가 2012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멤버 모두가 단순히 돈을 위해서 투어를 떠나는게 아니라는 것을 토킹으로 내내 말해주었던게 감동입니다.
2부는 좀더 브루털하게 달려줍니다. 쌩쌩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템포 위주의 선곡으로 관객들의 stamping과 추임새를 불러일으켰던 점이 묘했습니다. 그날따라 머천다이징 셔츠에서 유난히 포크메탈 밴드가 많았던게 어쩐지...
아무튼
성황리에 공연이 끝났습니다.
근데, 에피카의 공석을 이걸로만 막았을까요?
사실, 1부와 2부 중간에 크리겔이 자신들이 영향받은 뿌리를 보여줄 시간이라고 하면서 무대에서 퇴장합니다. 공석의 무대에서 전자악기들이 내려가고 몇개의 의자만 덜렁.
그리고 무대위로 멤버들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무대위로 멤버들이 올라갑니다.
만돌린과 휘슬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어쿠스틱 스테이지
바이올린이 추가되고 다른 메들리가 추가
허디거디와 통기타 추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사실 그냥 메탈만 들려주고 퇴장했으면 그냥 흥겨웠던 공연 중 하나였을텐데, 이 무대가 신의 한 수였다고 해야할까요. 단순히 메탈을 넘어서 켈틱음악을 직접적으로 맛볼수 있는 몇안되는 기회를 주고 Call & Response를 관중들과 주고받으며 무대를 같이 이끌어간 모습에서 마음속에 작은 파원을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메탈 뮤지션으로써의 정체성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과 그걸 녹여내 무대에서 담백하게 읊조리는 그 분위기가 지금도 참 인상적입니다. 나이트위시도 사실 비슷한 스테이지를 가졌었지만, 깊이는 이쪽이 더 컸다고 해야할까.
- 시대가 지나도 변치않는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베이스로 삼고있는 음악 말이죠 -
- 당신들이 있기에 우리가 이 스테이지의 영광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무대는 네들겁니다 -
- 같이 일어나서 발구르고 춤판 한번 벌립시다 -
== Chrigel Glanzmann ==
무대 위에서 꾸준히 이 말을 반복했던 크리겔의 말이 떠오르는 하루입니다
제주순둥이 2015-09-28 12:18 | ||
원래 Epica랑 합동공연인데 무슨 일 있었나보군요.. | ||
DeepCold 2015-09-28 13:56 | |||
시모네의 가족에 긴급한 일이 생겨서 출국했다고 합니다. 원래는 전반기에만 결석하고 나머지 투어는 다 참여하기로 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 결국 나머지 투어 전부 취소하고 내년으로 미룬다고 하네요. 사실 작년에도 머신헤드, 칠보하고 조인트 공연을 할려 그랬는데 그때는 머신헤드 앨범 발매일이 늦춰지는 바람에 취소. 운 참 드럽게도 없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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