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istence of Time Review
Band | |
---|---|
Album | Persistence of Time |
Type | Album (Studio full-length) |
Released | August 21, 1990 |
Genres | Thrash Metal |
Labels | Island Records |
Length | 1:01:15 |
Ranked | #27 for 1990 , #752 all-time |
Album rating : 88.6 / 100
Votes : 30 (2 reviews)
Votes : 30 (2 reviews)
December 31, 2020
웃음기를 빼내고 황금기를 빛내다
1990년은 스래쉬 메탈이 바야흐로 정점에 도달했던 시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래쉬 장르는 80년대 중후반에 이미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1990년에 발매된 다수의 독보적인 스래쉬의 명작들은 이 시기야말로 스래쉬 메탈의 절정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Megadeth의 Rust in Peace라는 기념비적인 명작을 필두로 하여 Seasons in the Abyss, Coma of Souls, By Inheritance 등과 같은 고전적인 작품들이 모두 1990년에 발매되었고, Spectrum of Death, Tortured Existence, The Awakening 등 흔히 데스래쉬라고 불리는 살벌한 걸작들 역시 1990년에 선보였다.
소위 말하는 스래쉬 ‘Big 4’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Anthrax의 Persistence of Time또한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1990년 8월에 발매되었다. 흔히 Anthrax는 Big 4의 마지막 자리에 위치하며 ‘사천왕 최약체’라는 불명예스러운 인식이 깔려 있을 뿐 아니라 Testament나 Exodus 같은 밴드가 Anthrax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들도 유튜브 댓글 등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Anthrax가 상대적으로 Big 4의 나머지 밴드들에 비해 판매고나 인지도 등에 있어서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Anthrax 역시 분명히 Big 4의 한 축으로써 총 10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대형 밴드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비록 Anthrax의 스타일 및 특징이 흔히 ‘유쾌함’으로 정의되며 그와 함께 랩 메탈 등의 장르에 떨친 영향력 및 실험적인 시도 위주로 평가받고는 하지만 이들의 진지한 면모가 돋보인 5집 Persistence of Time이야말로 이들의 실력이 최고조에 도달했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까지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테마 위주를 선보였던 Anthrax는 이 작품에서 더욱 진지하고 사색적인 테마를 차용했으며 음악의 분위기 역시 상대적으로 어둡고 진중해진 느낌으로 변화했다.
밴드의 핵심 멤버 Scott Ian에 따르면 당시 그들은 Judas Priest나 Iron Maiden처럼 진지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밴드에서 작곡을 담당했던 Charlie Benante와 Scott Ian은 이 작품을 인간의 불화와 위선 등을 다룬 어두운 분위기의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이시스트 Frank Bello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앨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못한 것에 불만을 갖기도 했고, 당시 보컬 Joey Belladonna역시 Scott Ian과의 시각 차이로 인해 불화가 생기기도 했으며 이는 이후 보컬 교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1990년 1월에는 그들의 리허설 스튜디오에서 화재가 발생해 많은 장비들을 잃기도 하는 등 이 앨범의 제작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발매된 이들의 다섯 번째 앨범 Persistence of Time은 평단의 호평과 함께 빌보드 차트 24위에 이름을 올리며 당시 그들의 차트 최고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첫 번째 곡 Time은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인트로로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로의 변화를 곧바로 체감하게 해 준다. 기타와 또렷하게 들리는 베이스의 무게감 있는 톤이 눈길을 끌며, 적당한 빠르기 속에서 점차 흥을 돋운다. 분위기의 완급조절과 제법 다채로운 구성으로 7분에 달하는 곡 내내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다음 곡 Blood 역시 Time과 함께 개인적으로 앨범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 중 하나이다. 우선 헤비하고 강렬한 인트로로 귀를 사로잡으며 스래쉬 특유의 맛깔나는 리프들이 뒤를 잇는다. 보컬 Joey Belladonna의 독특한 음색과 랩을 하는 듯한 보컬 스타일이 돋보이기도 하며, 중독성 넘치는 코러스 부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킬링 파트이다. 곡 후반부로 접어들며 기타 솔로로 접어드는 전개 또한 더욱 풍성한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더욱 헤비하면서 그루브함을 강조하는 Keep It in the Family역시 질주감으로 대표되는 통상적인 스래쉬 스타일과는 차이를 두는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또한 자유자재로 템포를 조절하기도 하면서 7분가량의 곡을 지루하지 않게 역동적으로 이끌어나간다. 재치 있는 보컬과 육중한 브레이크다운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흥겨운 느낌을 더하는 네 번째 곡 In My World는 시종일관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자신감 넘치는 가사에 어울리는 캐치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한편 스래쉬 특유의 미친 듯한 질주감을 선보이는 Gridlock은 스래쉬 메탈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트랙이다. 차진 리프들과 격렬한 전개가 인상적이며 장르적 쾌감을 느끼게 해 주는 곡이었다.
반면 여섯 번째 곡 Intro to Reality는 연주곡이자 다음 곡 Belly of the Beast와 이어지는 일종의 인트로 기능을 한다. 하지만 독특하고 몽환적인 도입부와 뒤를 잇는 강렬하고 재미있는 전개로 이 곡 자체도 수준 높은 연주곡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앨범의 중간에 위치해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느낌을 그대로 이어받는 Belly of the Beast또한 매우 빠르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리프들과 구성이 돋보이는 킬링 트랙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원곡 이상으로 유명한 커버 곡이자 이들의 히트곡 중 하나인 Got the Time은 커버 곡에 일가견이 있는 Anthrax의 재치 있는 편곡 능력이 다시 한번 돋보인 곡이다. 3분이 되지 않는 짧은 트랙이지만 강렬한 도입부와 중독성 넘치는 코러스, 멋진 베이스 솔로까지 있을 건 다 있는 굵은 트랙이다.
9번 트랙 H8 Red도 Anthrax 특유의 재치 있는 면모가 부각되는 곡이며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랙이다. 한편 다음 곡 One Man Stands에선 인간의 자유에 대한 진지하고 뚜렷한 주제의식이 담긴 가사처럼 다시금 진중함을 조금 더 강조했다. 마치 RATM처럼 힘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태도와 높은 완성도의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트랙이었다.
마지막 곡 Discharge는 하드코어 펑크적인 색채도 다소 느낄 수 있는 빠른 템포의 곡이다. 본 앨범의 일본반 보너스 트랙에 하드코어 펑크 밴드 Discharge의 커버 곡이 수록된 것을 보면 아마도 그 밴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 같았다. 마치 Metallica의 Dyers Eve같은 곡처럼 마지막으로 한바탕 내달려 주는 분위기 속에서 앨범을 마무리했다.
이렇듯 이 앨범은 더욱 어둡고 헤비해진 분위기와 한층 더 진지해진 Anthrax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우수한 작품이었다. 일부 곡에서는 약간의 프로그레시브함을 더하거나 그루브/랩 메탈의 프로토타입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기존 스래쉬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스래쉬 메탈 Anthrax만의 정체성을 유지함으로써 조금 색다르지만 더욱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Big 4의 다른 밴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편이라고 생각하는 Anthrax 멤버 각자의 기량도 돋보였다. 기존 창법에 약간 변화를 주면서 더욱 역동적이고 성숙한 느낌의 보컬을 선보인 Joey Belladonna를 필두로 재미있는 곡 구성과 리프들이 돋보인 Scott Ian, 멜로딕한 솔로를 보여준 Dan Spitz, 베이스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Frank Bello, 그리고 출중한 드러머이자 작곡가로서 Anthrax의 한 축을 담당하는 Charlie Benante모두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개별 곡들의 완성도가 전반적으로 뛰어난 편이고, 전체적으로도 상당히 다채로운 구성으로 한 시간에 가까운 짧지 않은 앨범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나가는 힘을 보여주었다. 우선 초반부에 7분 내외의 긴 트랙들을 배치해 달라진 스타일을 어필하면서도 Gridlock같은 스래쉬의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이후로는 분위기를 전환하는 연주곡 Intro to Reality와 이어지는 Belly of the Beast로 더욱 흥미로운 전개를 펼치며, 특유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커버곡 Got the Time 등 다양한 매력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짜임새가 무척 인상적이다. 마지막 세 곡의 임팩트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 곡들도 제법 괜찮을 곡일뿐더러 One Man Stands처럼 꽤 강렬한 한 방을 먹이는 곡도 있어서 끝까지 집중하며 즐길 수 있었다.
비록 이 앨범 이후 Anthrax는 John Bush로의 보컬 교체와 음악적 스타일의 더욱 큰 변화를 시도했지만, 많은 스래쉬 메탈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90년대 중후반을 침체기 속에서 보내야 했다. 특히 Anthrax의 경우 00년대에 들어서도 뜸한 앨범 발매 주기와 보컬 재교체 문제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Joey Belladonna의 귀환 이후 2011년 발매된 Worship Music과 2016년의 For All Kings가 모두 상당한 호평과 함께 이들의 차트 성적까지 갱신하면서 Anthrax는 2010년대 들어 다시금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위치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Anthrax의 재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Persistence of Time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보다 진중한 스타일로의 변화를 시도했던 이 작품이 기반이 되어 더욱 성숙한 스타일을 선보인 2010년대의 두 앨범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Worship Music의 In the End, Judas Priest나 For All Kings의 Blood Eagle Wings같은 6~7분대의 대곡 구성은 Persistence of Time에서 이미 시도된 적 있으며, 마찬가지로 두 앨범의 진지한 분위기와 테마 및 헤비한 스타일 역시 5집으로부터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며 오히려 역량이 더 강화된 느낌을 주는 Joey Belladonna의 보컬 역시 본인은 마땅찮아 했지만 결과적으로 5집 당시의 경험이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렇듯 Persistence of Time은 유쾌함으로 대표되는 Anthrax의 스타일에서 탈피를 시도한 작품임에도 더욱 성숙하고 진지한 스타일로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냄으로써 대표작 Among the Living 못지않은 값진 성과를 거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Rust in Peace나 Seasons in the Abyss같은 1990년을 대표하는 명반들이 해당 밴드들의 기존의 80년대 스타일에서 다소 변화를 줌으로써 탄생한 것처럼 Anthrax의 Persistence of Time역시 변화를 통한 발전을 이루어낸 사례이자 스래쉬의 황금기를 장식한 또 하나의 명반이었다.
Anthrax는 이 앨범의 30주년을 맞아 본작의 30주년 기념 리마스터 재발매반을 발매하기도 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Wacken World Wide 2020에서 5집 수록곡 Time을 공연하기도 했다. 또한 Scott Ian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투어가 가능해지는 대로 새 앨범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레이어가 2019년 마지막 투어를 끝으로 사실상 해체해버린 이상 2010년의 The Big Four: Live같은 기념비적인 공연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활동 중인 나머지 밴드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도 굳건한 모습을 보여준 Anthrax의 행보는 앞으로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99/100
1990년은 스래쉬 메탈이 바야흐로 정점에 도달했던 시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래쉬 장르는 80년대 중후반에 이미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1990년에 발매된 다수의 독보적인 스래쉬의 명작들은 이 시기야말로 스래쉬 메탈의 절정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Megadeth의 Rust in Peace라는 기념비적인 명작을 필두로 하여 Seasons in the Abyss, Coma of Souls, By Inheritance 등과 같은 고전적인 작품들이 모두 1990년에 발매되었고, Spectrum of Death, Tortured Existence, The Awakening 등 흔히 데스래쉬라고 불리는 살벌한 걸작들 역시 1990년에 선보였다.
소위 말하는 스래쉬 ‘Big 4’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Anthrax의 Persistence of Time또한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1990년 8월에 발매되었다. 흔히 Anthrax는 Big 4의 마지막 자리에 위치하며 ‘사천왕 최약체’라는 불명예스러운 인식이 깔려 있을 뿐 아니라 Testament나 Exodus 같은 밴드가 Anthrax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들도 유튜브 댓글 등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Anthrax가 상대적으로 Big 4의 나머지 밴드들에 비해 판매고나 인지도 등에 있어서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Anthrax 역시 분명히 Big 4의 한 축으로써 총 10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대형 밴드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비록 Anthrax의 스타일 및 특징이 흔히 ‘유쾌함’으로 정의되며 그와 함께 랩 메탈 등의 장르에 떨친 영향력 및 실험적인 시도 위주로 평가받고는 하지만 이들의 진지한 면모가 돋보인 5집 Persistence of Time이야말로 이들의 실력이 최고조에 도달했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까지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테마 위주를 선보였던 Anthrax는 이 작품에서 더욱 진지하고 사색적인 테마를 차용했으며 음악의 분위기 역시 상대적으로 어둡고 진중해진 느낌으로 변화했다.
밴드의 핵심 멤버 Scott Ian에 따르면 당시 그들은 Judas Priest나 Iron Maiden처럼 진지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밴드에서 작곡을 담당했던 Charlie Benante와 Scott Ian은 이 작품을 인간의 불화와 위선 등을 다룬 어두운 분위기의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이시스트 Frank Bello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앨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못한 것에 불만을 갖기도 했고, 당시 보컬 Joey Belladonna역시 Scott Ian과의 시각 차이로 인해 불화가 생기기도 했으며 이는 이후 보컬 교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1990년 1월에는 그들의 리허설 스튜디오에서 화재가 발생해 많은 장비들을 잃기도 하는 등 이 앨범의 제작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발매된 이들의 다섯 번째 앨범 Persistence of Time은 평단의 호평과 함께 빌보드 차트 24위에 이름을 올리며 당시 그들의 차트 최고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첫 번째 곡 Time은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인트로로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로의 변화를 곧바로 체감하게 해 준다. 기타와 또렷하게 들리는 베이스의 무게감 있는 톤이 눈길을 끌며, 적당한 빠르기 속에서 점차 흥을 돋운다. 분위기의 완급조절과 제법 다채로운 구성으로 7분에 달하는 곡 내내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다음 곡 Blood 역시 Time과 함께 개인적으로 앨범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 중 하나이다. 우선 헤비하고 강렬한 인트로로 귀를 사로잡으며 스래쉬 특유의 맛깔나는 리프들이 뒤를 잇는다. 보컬 Joey Belladonna의 독특한 음색과 랩을 하는 듯한 보컬 스타일이 돋보이기도 하며, 중독성 넘치는 코러스 부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킬링 파트이다. 곡 후반부로 접어들며 기타 솔로로 접어드는 전개 또한 더욱 풍성한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더욱 헤비하면서 그루브함을 강조하는 Keep It in the Family역시 질주감으로 대표되는 통상적인 스래쉬 스타일과는 차이를 두는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또한 자유자재로 템포를 조절하기도 하면서 7분가량의 곡을 지루하지 않게 역동적으로 이끌어나간다. 재치 있는 보컬과 육중한 브레이크다운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흥겨운 느낌을 더하는 네 번째 곡 In My World는 시종일관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자신감 넘치는 가사에 어울리는 캐치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한편 스래쉬 특유의 미친 듯한 질주감을 선보이는 Gridlock은 스래쉬 메탈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트랙이다. 차진 리프들과 격렬한 전개가 인상적이며 장르적 쾌감을 느끼게 해 주는 곡이었다.
반면 여섯 번째 곡 Intro to Reality는 연주곡이자 다음 곡 Belly of the Beast와 이어지는 일종의 인트로 기능을 한다. 하지만 독특하고 몽환적인 도입부와 뒤를 잇는 강렬하고 재미있는 전개로 이 곡 자체도 수준 높은 연주곡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앨범의 중간에 위치해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느낌을 그대로 이어받는 Belly of the Beast또한 매우 빠르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리프들과 구성이 돋보이는 킬링 트랙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원곡 이상으로 유명한 커버 곡이자 이들의 히트곡 중 하나인 Got the Time은 커버 곡에 일가견이 있는 Anthrax의 재치 있는 편곡 능력이 다시 한번 돋보인 곡이다. 3분이 되지 않는 짧은 트랙이지만 강렬한 도입부와 중독성 넘치는 코러스, 멋진 베이스 솔로까지 있을 건 다 있는 굵은 트랙이다.
9번 트랙 H8 Red도 Anthrax 특유의 재치 있는 면모가 부각되는 곡이며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랙이다. 한편 다음 곡 One Man Stands에선 인간의 자유에 대한 진지하고 뚜렷한 주제의식이 담긴 가사처럼 다시금 진중함을 조금 더 강조했다. 마치 RATM처럼 힘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태도와 높은 완성도의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트랙이었다.
마지막 곡 Discharge는 하드코어 펑크적인 색채도 다소 느낄 수 있는 빠른 템포의 곡이다. 본 앨범의 일본반 보너스 트랙에 하드코어 펑크 밴드 Discharge의 커버 곡이 수록된 것을 보면 아마도 그 밴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 같았다. 마치 Metallica의 Dyers Eve같은 곡처럼 마지막으로 한바탕 내달려 주는 분위기 속에서 앨범을 마무리했다.
이렇듯 이 앨범은 더욱 어둡고 헤비해진 분위기와 한층 더 진지해진 Anthrax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우수한 작품이었다. 일부 곡에서는 약간의 프로그레시브함을 더하거나 그루브/랩 메탈의 프로토타입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기존 스래쉬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스래쉬 메탈 Anthrax만의 정체성을 유지함으로써 조금 색다르지만 더욱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Big 4의 다른 밴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편이라고 생각하는 Anthrax 멤버 각자의 기량도 돋보였다. 기존 창법에 약간 변화를 주면서 더욱 역동적이고 성숙한 느낌의 보컬을 선보인 Joey Belladonna를 필두로 재미있는 곡 구성과 리프들이 돋보인 Scott Ian, 멜로딕한 솔로를 보여준 Dan Spitz, 베이스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Frank Bello, 그리고 출중한 드러머이자 작곡가로서 Anthrax의 한 축을 담당하는 Charlie Benante모두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개별 곡들의 완성도가 전반적으로 뛰어난 편이고, 전체적으로도 상당히 다채로운 구성으로 한 시간에 가까운 짧지 않은 앨범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나가는 힘을 보여주었다. 우선 초반부에 7분 내외의 긴 트랙들을 배치해 달라진 스타일을 어필하면서도 Gridlock같은 스래쉬의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이후로는 분위기를 전환하는 연주곡 Intro to Reality와 이어지는 Belly of the Beast로 더욱 흥미로운 전개를 펼치며, 특유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커버곡 Got the Time 등 다양한 매력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짜임새가 무척 인상적이다. 마지막 세 곡의 임팩트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 곡들도 제법 괜찮을 곡일뿐더러 One Man Stands처럼 꽤 강렬한 한 방을 먹이는 곡도 있어서 끝까지 집중하며 즐길 수 있었다.
비록 이 앨범 이후 Anthrax는 John Bush로의 보컬 교체와 음악적 스타일의 더욱 큰 변화를 시도했지만, 많은 스래쉬 메탈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90년대 중후반을 침체기 속에서 보내야 했다. 특히 Anthrax의 경우 00년대에 들어서도 뜸한 앨범 발매 주기와 보컬 재교체 문제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Joey Belladonna의 귀환 이후 2011년 발매된 Worship Music과 2016년의 For All Kings가 모두 상당한 호평과 함께 이들의 차트 성적까지 갱신하면서 Anthrax는 2010년대 들어 다시금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위치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Anthrax의 재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Persistence of Time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보다 진중한 스타일로의 변화를 시도했던 이 작품이 기반이 되어 더욱 성숙한 스타일을 선보인 2010년대의 두 앨범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Worship Music의 In the End, Judas Priest나 For All Kings의 Blood Eagle Wings같은 6~7분대의 대곡 구성은 Persistence of Time에서 이미 시도된 적 있으며, 마찬가지로 두 앨범의 진지한 분위기와 테마 및 헤비한 스타일 역시 5집으로부터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며 오히려 역량이 더 강화된 느낌을 주는 Joey Belladonna의 보컬 역시 본인은 마땅찮아 했지만 결과적으로 5집 당시의 경험이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렇듯 Persistence of Time은 유쾌함으로 대표되는 Anthrax의 스타일에서 탈피를 시도한 작품임에도 더욱 성숙하고 진지한 스타일로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냄으로써 대표작 Among the Living 못지않은 값진 성과를 거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Rust in Peace나 Seasons in the Abyss같은 1990년을 대표하는 명반들이 해당 밴드들의 기존의 80년대 스타일에서 다소 변화를 줌으로써 탄생한 것처럼 Anthrax의 Persistence of Time역시 변화를 통한 발전을 이루어낸 사례이자 스래쉬의 황금기를 장식한 또 하나의 명반이었다.
Anthrax는 이 앨범의 30주년을 맞아 본작의 30주년 기념 리마스터 재발매반을 발매하기도 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Wacken World Wide 2020에서 5집 수록곡 Time을 공연하기도 했다. 또한 Scott Ian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투어가 가능해지는 대로 새 앨범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레이어가 2019년 마지막 투어를 끝으로 사실상 해체해버린 이상 2010년의 The Big Four: Live같은 기념비적인 공연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활동 중인 나머지 밴드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도 굳건한 모습을 보여준 Anthrax의 행보는 앞으로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99/100
9 likes
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
---|---|---|---|---|
1. | Time | 6:54 | 93.1 | 10 |
2. | Blood | 7:15 | 92.5 | 6 |
3. | Keep It In The Family | 7:09 | 93.8 | 10 |
4. | In My World | 6:25 | 87 | 5 |
5. | Gridlock | 5:16 | 88 | 5 |
6. | Intro To Reality | 3:25 | 86 | 5 |
7. | Belly Of The Beast | 4:47 | 89.2 | 6 |
8. | Got The Time | 2:45 | 93.3 | 9 |
9. | H8 Red | 5:04 | 85 | 6 |
10. | One Man Stands | 5:38 | 88 | 5 |
11. | Discharge | 4:12 | 87.5 | 6 |
12. | Protest And Survive (Japanese release only) | 2:22 | 80 | 2 |
Line-up (members)
- Joey Belladonna : Vocals
- Dan Spitz : Guitars
- Scott Ian : Guitars
- Frank Bello : Bass
- Charlie Benante : Drums
18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
100 | Oct 8, 2024 | 0 | |||||
Fistful of Metal Review (1984) | 75 | Sep 23, 2024 | 0 | ||||
Sound of White Noise Review (1993) | 85 | Apr 6, 2024 | 0 | ||||
▶ Persistence of Time Review (1990) | 100 | Dec 31, 2020 | 9 | ||||
Sound of White Noise Review (1993) | 80 | Sep 29, 2020 | 2 | ||||
85 | May 29, 2018 | 0 | |||||
I'm the Man Review (1987) [EP] | 85 | Mar 1, 2018 | 2 | ||||
Persistence of Time Review (1990) | 90 | Jul 4, 2015 | 6 | ||||
State of Euphoria Review (1988) | 85 | Jan 8, 2015 | 0 | ||||
Spreading the Disease Review (1985) | 85 | May 2, 2012 | 1 | ||||
Among the Living Review (1987) | 90 | Sep 26, 2011 | 2 | ||||
Among the Living Review (1987) | 98 | Sep 15, 2011 | 1 | ||||
State Of Euphoria Review (1988) | 90 | Jun 23, 2011 | 0 | ||||
Among the Living Review (1987) | 100 | Feb 9, 2011 | 0 | ||||
Spreading the Disease Review (1985) | 80 | Jul 2, 2010 | 0 | ||||
Among the Living Review (1987) | 90 | Jan 17, 2008 | 1 | ||||
The Greater Of Two Evils Review (2004) [Compilation] | 90 | Mar 7, 2006 | 0 | ||||
Spreading the Disease Review (1985) | 74 | Nov 9, 2005 | 0 |
1
I'm the Man Review (1987) [EP]
휘루 85/100
Mar 1, 2018 Likes : 2
Rap Music과 Rock Music의 결합은 Hip Pop, Rock에 이어 Heavy Metal계에서도 시작이 되었는데, Anthrax의 싱글앨범 [I'm The Man]이다. 비록 Anthrax는 최초의 Rap Metal을 선보인 것은 아니지만, 이 바닥에서는 유명세에 의해 잘 알려진 대표적인 밴드라고 볼 수 있다.
본작은 'I'm The Man'이 두곡 삽입 되었는데,... Read More
TheBerzerker 90/100
Jan 17, 2008 Likes : 1
Anthrax 3장 - Among the Living
흔히 말하는 Thrash 4대 밴드 중 하나인 Anthrax의
흔히 말하는 명반인 Among the Living이다
곡배치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앨범이다. 1번부터 9번까지.
참고로 여러 컴필리에이션을 찾아본 결과 이 앨범의 곡이 안들어간 앨범이 없으며, 들어간 곡 비율이 제일 높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