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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5 metalisking
Date :  2023-11-08 23:55
Hits :  3060

벡터 오사카 공연 후기

*엄청나게 긴 후기입니다. 좋은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개인적인 일기 같은 느낌으로 적었음을 양해 바랍니다*
*사진도 없습니다. 평소 공연 그 자체에 몰입하기 위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안 찍는 편입니다*

2023 벡터 일본 투어의 마지막 11월 5일 일요일 오사카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공연장은 Socore Factory란 곳이었는데 도톤보리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었습니다.
5시 입장에 맞춰 갔는데 많은 팬들이 벌써 부터 줄을 서 있었습니다.

티켓을 확인하고 들어가는데 추가로 음료권을 무조건? 돈 주고 사야 입장이 가능하더라구요 뭐 저는 말이 안 통하니 앞에 사람들이 하는 데로 그냥 따라서 샀습니다.
공연장은 좌우로 좁고 앞뒤로 긴 형태였고 무대가 엄청 높아서 멀리서도 잘 보이는 구조였습니다. 공연장 내 바도 제법 크고 여러 주류/음료들도 잘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머천을 사러 갔는데 맙소사.. 사전구매를 해서 수령하는 구조였고 현장구매는 재고가 있는것만 가능했습니다. 앞선 도쿄공연에서 다 팔렸는지 한두장 남은 후드 겨우 구매했는데 너무 이뻐서 만족했습니다.
관객들은 다양하게 왔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회사원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메탈냄새가 풀풀나는 사람들까지 심지어는 최소 60대는 되보이는 머리 희끗하신 할아버지가 피어싱을 수십군데 하고 불릿벨트까지 차고 오셨습니다 허허.

6시가 되자마자 오프닝 밴드 없이 바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간혹 오프닝 밴드가 흐름을 깨거나 분위기의 결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지라 이 부분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포문은 1.Charging the void..!!
깔끔하면서도 날카로운 사운드가 바로 고막을 후벼팠습니다ㄷㄷ
생각보다 사운드 퀄리티가 좋았습니다.
보면서도 이게 진짜 맞나 실감이 안나고 있었는데

두번째 곡으로 2.Black Future가 나왔습니다 띠용..벌써부터 이러시면 어떻합니까ㅠㅠ
오사카 사람들 정말 빡세게 잘 놀더군요...때창은 기본이요 모슁슬램도 무자비한 광란의 도가니탕!!
누가 일본 관객들 얌전하다 했나요?

매 곡이 끝날 때 마다 David DiSanto 가 간단하게 다음 곡 소개를 해주었는데 이어진 곡은
3.Fast Paced Society! 도입부 DiSanto의 히스테릭한 스크리밍은 라이브에서도 완벽히 재현되었는데 진짜 귀가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벡터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분이 바로 이 히스테릭한 보이스인데
개인적으론 척슐디너 롭헬포드의 보이스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신경질적인 날카로움..

그리고 이어진 곡은 줄임말 2연타!
4.LCD와 5.DNA 였습니다.

벡터의 특징이라면 대곡이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점인데 그 비결은 적시적소에 신박한 화제전환을 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게 라이브에서도 엄청난 효과를 발휘 한다는 걸 이번 공연에서 확인했습니다.

보통 일반 메탈공연들은 관객들이 초반리프에 미친듯이 슬램모슁을 하고 - 중반부 부턴 살짝 지쳐 흐지부지되며 관객 무빙이 끝나게 되는데
벡터공연은 초반 슬램, 중간 휴식 그리고 전환부에서 파워업 되서 오히려 처음보다 더 미친 슬램을 보여주는 구조를 보여주었습니다. 거의 모든 곡이 이런 패턴으로 가다 보니 그야말로 흥분이 가라앉을 새가 없었습니다.

6. Dying World
의외의 곡이 나왔습니다. 도입부 베이스 연주가 인상적인데 라이브에서 그 질감이 정말 쫄깃했습니다.
베이스와 드러머는 비교적 최근에 합류한 맴버들이었는데 베이스는 정말 맛깔나게 잘 쳤고 드럼은 약간 불안불안한 부분이 있었고 다른 맴버들에 비해 파괴력이 좀 부족하지 않나 했지만 공연 중반을 지나면서 부터 그래도 좀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7.Cosmic Cortex
이번 공연에서 의외로? 2집의 곡들을 많이 해줬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덜 들었던 엘범이었지만 라이브에선 2집곡들이 훨씬 살벌하고 에너지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연주한 2집 곡들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은 다음 곡인 8.Tetrastructural Minds 이었습니다.
곡 중반 빠른 기타 멜로디가 펼쳐질 때 제가 그 템포에 맞춰 빠른 박수를 넣으니 관객들이 다같이 박수를 치는데 그게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일반 메탈공연에서 하는 박자넣기와는 다른 페턴이었기에 멤버들도 약간 놀란 눈빛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대망의 3집 3단 콤보가 펼쳐졌습니다..!

9. Psychotropia
10. Collapse
11. Recharging the Void

말해 무엇합니까.. 유산소 유중력 상태에서의 우주여행!!!!

곡의 분위기에 맞춰 무대 조명이 펼쳐지는데 그것 또한 예술이었습니다. 따로 밴드 엔지니어가 온 것 같진 않았는데 어찌 저렇게 딱딱 맞추는지 하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다들 아시는 막판 그 멜로디에서 우렁찬 떼창이 나왔고 진짜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내가 메탈을 좋아하게 되서 이렇게 행복한 순간을 느낄수 있다는게 실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제 공연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 벅찬 감정을 빨리 추스릴 순 없어서 열심히 벡터!벡터!를 연호하였는데
이게 왠걸..

앵콜을..??

12. Accelerating Universe

으아!!!!!!
이미 우주속인데 추가로 우주가속이라니...

무려 12곡을 조졌습니다!!!
앞선 도쿄공연들은 10곡씩이었는데 개이득!!!

사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기타리스트 Erik Nelson 이었습니다.

공연 시작전부터 머천다이즈 부스에서 밝은 모습으로 관객들과 인사하고 사인도 해주었는데
무대위에 올라서는 개미친 기타 살인마로 빙의해서 그야말로 스트링을 도륙내었습니다.
절대 허투루 피킹하는거 없이 모든 피킹을 풀파워로 조지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헤드뱅잉까지 하는데도 살벌하리만큼 정확한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다 이상하게 앵콜곡 Accelerating Universe에서 곡 시작 30초 만에 표정이 싹 굳더니 기타를 던지고 갑자기 무대에서 벗어났습니다.
David DiSanto 혼자 기타치면서 공연은 진행되었는데 곡 중반부 쯤에 안색이 몹시 안 좋은 상태로 무대에 다시 올라왔습니다. 뭔가 몸상태가 안 좋아 보였는데 몸을 비틀거리면서도 혼신을 다해서 기타를 치더군요ㄷㄷ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빨리 쉬러 가고 싶을 법도 한데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해주고 셋리스트들을 손수 접어서 비행기(단순한 종이비행기가 아닙니다 스페이스테크놀로지입니다)를 '여러번' 날려주고 다시 머천 부스쪽으로 내려와 나가는 관객들과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주었습니다.

근 20년간 수많은 메탈공연을 봐왔는데 Erik Nelson 같은 분은 거의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실력과 인성 그 모두를 갖춘 엄청난 뮤지션이었습니다. 제 인생 최고의 메탈기타리스트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평소 벡터를 너무 좋아하긴 해서 일본까지 가서 공연을 본거긴 하지만 이 정도로 개쩌는지는 몰랐습니다.
이번 벡터의 라이브는 메탈의 묘미인 속도, 공격성, 파괴력, 테크닉을 완벽히 재현한 무대와 사운드 그리고 관객과의 호흡과 에너지..
그야말로 완벽한 메탈공연 그 잡채였습니다 ㄷㄷ

*티켓값이 무려 7000엔!
현환율 6만원대로 2시간짜리 고-순-도-풀-파-워-메-탈 공연을 보다니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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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8 klegio     2023-11-09 10:34
최근에 본 공연 후기중 가장 생동감 있고 자세하게 써주셔서 제가 공연 보고 온 기분이... 2집은 없는데 2집도 구매해야 겠네요.ㅋ 부럽습니다.
level 8 Kvarforth     2023-11-09 10:39
와 텍스트로만 읽어도 마치 이미 태평양건너 오사카 다녀온 기분 lml
level 14 쇽흐     2023-11-09 10:57
미쳤다리...저도 언젠가 보고싶네요ㅠ
level 10 마르코     2023-11-09 11:07
일본은 대부분 공연장이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내고 있어서 음료가 강제구매입니다 흑..
level 18 Evil Dead     2023-11-09 12:18
진짜 부럽습니다~!!
level 15 metalnrock     2023-11-09 12:39
자세한 공연후기 감사합니다
level 8 flamepsw     2023-11-09 14:57
와 제발 내한한번만 와주길..ㅠㅠ
level 9 버진아씨     2023-11-09 20:37
기시다가 작살낸 일본은 우리에겐 그야말로 노다지...ㅠㅜ
level 14 Burzum     2023-11-09 21:26
하… 저도 고민 때렸는데 갈걸 그랬어요 ㅠㅠ
level 1 Budas_Priest     2023-11-11 15:03
고-순-도-풀-파-워-메-탈
level 5 metalisking
  벡터 오사카 공연 후기 [10]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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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co1975 2025-01-01 09:32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앤더스 2024-12-30 20:02
2024년도 한해 고생하셨습니다. 연말 잘 마무리 되시길요!
gusco1975 2024-12-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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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아씨 2024-12-29 18:26
와.... 이게 뭔 일이래요... 올 해는 정말이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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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메탈 크리스마스요~ 연말 막바지 음반 스퍼트 되세요들!!
gusco1975 2024-12-24 16:44
메리 크리스마스~!!!
MasterChef 2024-12-14 02:05
물론 이름 바꾼 Patriarkh였지만 볼만한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