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araki –
Rashomon (2022) |
95/100 Oct 6,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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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놀라운 앨범이다. 트리비움의 최신작은 준수한 작품이지만, 그보다도 훨씬 좋게 들었다. Matt Heafy가 메탈코어씬의 젊은 기재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이 정도 수준일거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내 예상보다 훨씬 넓었으며, 깊이 또한 상당한 수준이었다. 특히 곳곳에 배치된 프록스러운 터치들이 아주 맛깔스러운데, 그 중에서도 중기 오페쓰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1, 4번 트랙의 어쿠스틱 라인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로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이 트리비움의 과거 작품들에서 다소 어정쩡한 모습들을 보였던 것이 '자신의 음악적 포부'와 '초창기 트리비 움 음악의 색깔을 지켜야한다는 신념' 사이에서의 갈등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근래 들은 모든 코어류 음악 중 가장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하기에 현재의 심정으론 100점을 줘도 전혀 아깝지 않으나, 아직 5회밖에 전체 청취를 하지 않아 조금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어 보증금 개념으로 만점에서 5점을 깎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지금은 만족하겠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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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jira –
Fortitude (2021) |
95/100 May 17,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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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메탈밴드는 무엇일까? 나이트위시? 고스트? 사바톤? 램오브갓? 모두 훌륭하고 인기있는 밴드들이지만, '현 시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정답은 단연 Gojira이다. Gojira는 밴드 역사상 최초로 지난 주 빌보드 Top Album Sales Chart 1위를 거머쥐었다. 빌보드 Top Album Sales Chart는 물리적 음반(CD, Vinyl 등) 판매순위만을 집계하여 매기는 리스트인데, 메탈 장르의 특성상 팬들이 물리적 음반을 잘 구매해준다는 어드밴티지는 있겠으나 '비영어권 출신 국가의 메탈 밴드'가 미국에서 가장 유서깊은 빌보드 차트에서 짱을 먹었다는 것은 어쨌든 이들이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밴드임을 방증하는 것이 다. 이 외에도 Gojira는 지난주 빌보드 Hard Rock Songs Chart 1위도 동시에 거머쥐었다. 프랑스 출신으로 이만큼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메탈 밴드는 이전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사실 매니아층에서야 이전부터 꽤 인지도가 있는 밴드였지만, 이 들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건 정작 골수팬들은 별로라고 평가하는 'L'enfant sauvage' 때부터이다. L'enfant sauvage 이전까지 Gojira는 큰 틀에서 볼때 Opeth 류의 프록데스메탈 음악을 하던 밴드였다. Opeth 같은 특유의 서정성을 머금지는 않았지만, 여러 부분에서 그 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바가 있음이 뚜렷한 음악을 했다. 그러나 L'enfant sauvage 이후 Gojira는 점차 그 들의 음악에 그런지 느낌을 섞기 시작했고, 특유의 원시적인 리듬을 강조하는데 힘을 더 쏟기 시작했다. Fortitude는 그 부분에서 절정에 달한 앨범이다.
어? 프록메탈하는데 그런지?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그렇다. Gojira의 인기비결은 Mastodon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물론 두 밴드의 음악은 많이 다르다. Gojira는 여전히 프록데스메탈에 기본 틀을 두고 있고, Mastodon은 그런지에 좀 더 힘을 준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 두 밴드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분명히 있다. 메탈 밴드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역시 그런지와 그루브가 답이란 것이다. 멀리는 판테라 때부터, 가깝게는 메탈코어까지해서 꽤나 오랫동안 제시되어왔던 정답이지만, 이토록 극적인 케이스에게도 통하는 걸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한다. 이 쯤되면 나름의 필승공식이 아닐까.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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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rath –
Hope (2007) |
90/100 Feb 4,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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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대중문화의 소프트파워는 서구권에 절대적으로 집중되어있다. 영미를 위시로 하는 서구권 선진국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대중문화의 헤게모니를 쥐고있다. 예외라고 한다면야 일본과 우리나라와 같은 일부 동아시아 선진국들일텐데, 사실 해당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는 애니메이션이나 K-POP같은 분야들도 앞서 언급한 서구권에서 대체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파워를 얻는게 전혀 아니다. 그저 그 들의 독특한 개성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을 뿐. 일본이 애니메이션의 왕국이라지만 디즈니는 그 위용이 날이 갈수록 강성해지다못해 '문화제국'이라고 불리고 있고, BTS가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올해 그래미는 빌리 아일리쉬가 다 먹었다.
소위 '제 3세계'라 불리는 권역에 속한 국가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브라질과 같은 남아메리카 국가들은 오히려 나은 형편이다. 이들에겐 세계적 공용어 중 하나인 스페인어라는 힘이 있으니까. 반면 아프리카 지역은 어떨까. 이 들에게는 세계적 공용어(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긴 하지만 국어 수준의 화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UN지정 공식언어라고는 하지만 프랑스어의 힘이란게 영어와 스페인어에 비할 바는 아니다.)의 힘도, 경제적 배경도 없다. 이런 현실 아래에서, 그 들에게 대중문화세계에서의 성공이란 일종의 세렌디피티이다.
본 리뷰의 주인공 Myrath는 위에서 언급한 제 3세계 권역국가 출신 아티스트의 특징들을 모두 가진 밴드이다. 그나마 상황이 좀 나은 점이라면 생활 수준이 비교적 나은 북아프리카 튀니지 출신이란 정도...? (참고로 메탈킹덤 몇몇 코멘트들에서 이 들의 출신 국가를 터키로 언급하고 있는데, 저어언혀 다른 나라이다. 튀니지는 지중해와 접해있는 북아프리카 국가이고,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 경계 지역에 위치한 국가이다. 거의 한국보고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쌀 몇 톨 더 보탠다고 만석꾼 집안이 되는 건 아니다. 튀니지라는 나라 자체가 "아 그런 나라가 있긴했지" 정도의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인데, 실제로도 딱 그 정도 수준으로 산다. 나라 자체가 지중해와 접하고 있어 관광산업이 발달해있고 프랑스어가 공용어라서 유럽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이점이 있는거지, 서유럽의 다른 선진국의 대중문화 인프라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 절대 아니다.
내 리뷰가 늘 그렇듯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Myrath 칭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한 말들이다. 이 들이 하는 음악의 수준은, 앞서 말한 서구권 선진국 출신 아티스트들이 하는 음악의 그 것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독특하면서도 아주 현대적인 아랍풍 사운드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여 기존의 아티스트들이 보여줄 수 없었던 신선함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점이 잘 먹혔는지 이 들의 2016년 작품인 Legacy는 상업적으로도 꽤나 흥행을 했다. 작년에 나온 신작 Shehili도 인기를 좀 끈 것 같고.
본격적으로 음악 이야기를 좀 해보자. Myrath의 앨범들을 다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데뷔작 Hope는 이 들의 모든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다. 가장 화려하고, 복잡하며, 테크니컬하고, 빠르다. 또 아직은 자신만의 색깔을 완전히 갖추지 못해서 대선배들의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특히 Symphony X의 향기는 거의 모든 곡에서 아주 진하게 느껴진다. 이후 앨범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네오클래시컬한 터치도 이 작품에서는 보이며, 보컬인 Zaher 가창도 마찬가지로 러셀 알렌의 그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Seven sins 같은 곡은 아마 모르는 사람한테 들려줬으면 Russel Allen이 부른다고 해도 믿을 정도일거다. 그렇다고 이 들의 음악이 종래의 프로그레시브메탈의 전형을 따르고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린아들이 다 그렇듯 첫 작품부터 아주 대단한 포스를 뿜어낸다. 레코딩에서는 아쉬운 면이 아직 있지만, 작곡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때가 전혀 없는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Myrath의 아랍풍 사운드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보자. 아랍식 음악은 중독성이 강하고, 특유의 비트가 매력적이지만 대중적으로 소비되기에는 그 폭이 좁아 그 동안은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활용되어왔는데(우리나라 국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다.) Myrath가 나타남으로써 상황이 반전되었다. Myrath의 음악을 논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두 명의 인물이 있는데, Myrath의 키보디스트이자 리더격인 Elyes Bouchoucha와 전 Adagio의 키보디스트이자 Myrath 모든 앨범의 프로듀서인 Kevin Codfert이다. Myrath 음악의 70%는 이 들의 역량 덕분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할 정도로 이 들이 밴드의 음악적 세계관에 기여한 바는 엄청나다. 모든 포크음악의 공통점은 잘 쓰면 세상에 둘도 없는 신박함을 줄 수 있지만 못쓰면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다는 건데, Elyes Bouchoucha는 밴드의 아랍풍 사운드를 거의 전담하면서도 전체 음악이 촌스럽지 않게 들리도록 조타를 아주 잘 잡고있다. 이제 Kevin Codfert의 프로듀싱을 논할 차례인데, 사실 1집의 레코딩은 후속작들, 특히 4, 5집의 레코딩과 믹싱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꽤 보이는 작품이긴 하다. 하지만 2집부터 급격히 변화하는 Myrath의 음악 성향을 고려해봤을 때, 이들의 1집은 정통적인 메탈 음악을 잘 재현해보려는, 일종의 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때문에 프로듀싱을 다소 올드하게 작업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추측'해본다. (사운드 면에서 떨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Myrath 1집의 사운드 세팅은 Symphony X의 Odyssey와 비슷하다.) 다만 이후 작품들에 비해 다소 아쉽다뿐이지 1집의 프로듀싱도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Kevin Codfert의 프로듀싱 역량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음 앨범들을 리뷰할 기회가 있으면 다시 언급하는걸로 하자.
Myrath라는 밴드가 메탈킹덤에서 인지도가 낮은 밴드는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이 들의 음악을 얼마나 진지하게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특이하다'라는 이유만으로 일순간에 소비해버리기에는 너무 잘 만든 음악들이다. 수 많은 감상포인트가 있는 밴드이니 만큼 좀 더 귀 기울여 이 들의 음악에 집중해보는 것도 현 세대 메탈의 위치를 파악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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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th Wonder –
Tiara (2018) |
95/100 Nov 11,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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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이라는 음악에서의 서브장르 나누기 떡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음악은 데스라느니, 블랙이라느니 수준의 논쟁은 애교 수준이다. 어떤 음악은 너무 모던하다느니, 이건 그냥 헤비 사운드지 메탈이 아니라느니하는 구분조차 어려운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누군가에게는 우주의 근원만큼이나 의미있고 심오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저 의미없는 에너지 소모처럼만 보인다.
이런 메탈 리스너들이 가진 페티쉬에 가까운 수준의 장르 구분짓기 성향을 상기해볼때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서브장르는 상당히 독특한 케이스다. 다른 메 탈 음악들은 해당 음악의 서브장르를 구분짓는 비교적 명확한 특징이 있다. '보컬의 창법 스타일', '드럼의 템포', '특유의 지글거리는 기타 사운드' 등과 같은 것 말이다. 프로그레시브 메탈도 그런식으로 굳이 구분을 짓자면 못할 바는 없겠으나, 일반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변박을 즐겨쓰면 프로그레시브 메탈인가? 익스트림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대표적인 밴드인 Opeth의 대표곡들은 생각보다 변박이 그렇게 많지 않다. 연주하기 어려우면 프로그레시브 메탈인가? Fleshgod apocalypse의 Violation은 어지간한 프로그레시브 메탈곡보다 연주하기가 훨씬 빡세다. 곡의 길이가 길면 프로그레시브 메탈인가? 아무도 Metallica를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라고 하지 않는다. 요지는, 단순히 곡의 난도나 복잡함만으로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장르를 구분짓기는 너무나 '모호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정체성은 이 '모호함'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메탈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들에게는 다 똑같이 이질적인 장르라고 하더라도, 프로그레시브 메탈만큼 대중에게, 아니 메탈 리스너들에게조차 이질적이고 어려운 서브장르가 또 있을까 싶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대중성이, 그와 더불어 상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일단 대중이 많이 들으려면 이해하기 쉬워야한다. 멜로디는 한 번 들으면 귀에 쏙 들어와야하고, 가사는 흥얼거리기 쉽거나 내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주제를 다뤄야하며, 비트는 춤을 출 수 있는데 적합해야한다. 이러한 요소들의 수준이 높고 낮고를 떠나서, 일반 사람들이 굳이 '대체로 어렵고, 복잡하며, 모호한' 이 장르를 찾아들어야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냉정히 생각해보라. 내 인생 관리하면서 사는 것만해도 복잡하고 어려운데 왜 취미로 듣는 음악까지 머리 아프게 이해하고 생각해야하는가.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인 것이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 역시 굳이 대중성을 갖으려고 하지 않아왔다. 멜로디 기가 막히게 뽑아도 어차피 박자 한두번 비틀면 일반 사람들은 다른 노래를 튼다. 그런데 굳이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타협보면서까지 대중성을 얻을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까지 타협보아서 대중성을 얻는다해도 본질은 메탈인데 사람들이 많이 들으면 얼마나 들을까. 뮤지션들 입장에서도 매우 현명한 판단인 것이다.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나는 이 리뷰를 통해 Seventh wonder라는 밴드가 대다수 종래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다르게 대중성이라는 요소를 어느 정도 가진 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선 보컬인 Tommy Karevik의 스타일부터가 그렇다. 어느 누구도 Tommy의 가창 스타일을 일반적인 메탈 싱어의 그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의 가창 스타일은 팝 쪽, 특히 뮤지컬같은 무대음악에 잘 어울린다. (개인적인 의견인데 Tommy Karevik이 부른 겟세마네를 한번 들어보고 싶다. 그의 스타일대로 소화하면 아주 걸작이 나올 것 같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그의 창법이 메탈 음악에 그닥 이질감이 들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물론 이건 믹싱의 승리겠지만, 그런걸 고려하더라도 Tommy가 내는 특유의 음색은 다소 놀라울 정도로 이 들이 만들어내는 메탈 음악과 잘 어울린다.
굳이 Tommy의 가창만을 칭찬할 필요도 없다. Seventh wonder 멤버들의 작곡 능력은 아주 훌륭하며 또 그걸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머리가 좋다'. 앨범 전체를 쭉 들으면 쉽게 알 수 있듯, 이 앨범은 '메인 멜로디' 요소가 있다. 즉, 곡 A에서 사용한 멜로디를 바리에이션하여 곡 B에서 다시 사용하고 이후 한번 더 바리에이션하여 곡 C에서 사용한다. 이런 메인 멜로디 요소는 앨범 전체를 통틀어 두, 세개 정도 나오는데, 중요한 건 이걸 아주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멜로디라 해도 단순히 똑같이 반복시키면 그냥 '자기복제'밖에 안된다. 이 들은 이런 상황을 스스로 아주 잘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훌륭한 음악적 컨셉을 만들어냈다. 또한, 본 앨범은 음악적인 요소뿐 아니라 가사나 스토리적 컨셉 역시 Seventh wonder 스스로의 과거 작품들과 공유한다. 본 앨범에서 선공개된 Tiara's song의 후반부에 나오는 가사 'With you tiara, we crown the skies'는 이 들의 전작의 마지막 트랙인 'The great escape' 후반부에서 거의 동일하게 나오는 가사이다. 이 Tiara라는 가상의 인물(혹은 개념)이 곡의 주제뿐만 아니라 앨범 타이틀까지 가져갔다는 것은 결국 이번 앨범이 전작 마지막 곡의 컨셉을 어느 정도 계승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가사나 다른 부수적인 요소를 보면 더욱 명확해지는데 앨범 커버를 봐도(소녀가 '지구'를 들고 있는 사진), Tiara's song의 가사를 봐도, 또 마지막 곡 Exhale의 가사를 보아도 결국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전작의 'The great escape'의 그것과 어느정도 통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참고로 'The great escape'는 오염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떠난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겪는 흥망성쇠를 그린 일대기이며, 스웨덴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Harry Martinson의 공상과학 서사시인 'en revy om människan i tid och rum'를 음악적으로 각색한 것이다.)
음악적 컨셉도 컨셉이지만, 사실 그 메인 멜로디란게 워낙 서정적이고 또 듣기 좋다는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놀랍게도 Seventh wonder는 본인들이 만들어내는 멜로디가 많은 리스너들에게 듣기 좋게 작용할 것이란걸 '잘' 알고있다. 물론 치밀한 분석을 통한 수도 없는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본인들이 만들어낸 멜로디를 앨범 전체에 걸쳐 배치시키는 것은 그 것들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다른 밴드들은 그 정도의 노력을 하지 않고 음악을 대충 만들었을까. 이렇게 본인들의 음악을 컨셉화시켜서 앨범 전체에 지루하지 않고 귀에 잘 들어오게 배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능력'이고 '역량'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해보면, 결국 Seventh wonder가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는 것은 일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어 작품을 계산해놨는데 그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비록 대중성이란 것이 잘 팔리는 상업성을 바로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 들의 작품이 가진 두가지 장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메탈을 새롭게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음악을 입문서와 같은 역할을 하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모호하고, 어려운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음악적 한계를 뚫고 말이다.
8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돌고돌아 결국 Seventh wonder는 새 앨범을 발매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다. (안타깝게도) Tommy Karevik의 Kamelot 활동이 현재 진행형이기에 Seventh wonder의 다음 앨범은 또 다시 8년이 걸릴지 아니면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들이 8년이라는 시간을 뚫고 그 기다림에 보답하는 멋진 앨범으로 팬들에게 돌아왔듯이, 우리는 이 들의 다음 작품을 시간에 관계없이 다시 한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전작이 이 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걸작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정당화 시킬만하기에, 충성심을 공고히 다지는 명작이니 말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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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turus –
The Sham Mirrors (2002) |
90/100 Jul 14,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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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의 오류'란게 있다. 한 집단 내에 위치한 개체의 속성이 전체의 속성을 대표할 수 있다라고 믿는 오류인데, 쉽게 말해 '잘난 놈끼리 모인 집단은 언제나 잘났고 못난 놈끼리 모인 집단은 언제나 못났다'라는 결론을 단정짓는다는 식의 오류다.
이렇듯 잘난 놈끼리 모인 집단이 항상 잘난 것은 절대 아니다. 잘난 놈끼리 모여서 내린 결론이 천치들이 모여서 내린 결론보다 못한 경우도 허다한게 세상 이치다. 메탈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대단하다는 뮤지션들 싸그리 다 모아둔 프로젝트들 망한거 본게 하루이틀일인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소리가 헛으로 나온게 아니란 말이다.
그 럼에도 세상이 잘난 놈들을 모아두면 그 결과도 뭔가 다를 것이라 기대하는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이런 앨범 때문에 그렇다. 블랙메탈계에서 내로라하는 거장들을 다 모아두니 이런 기가 막힌 결과물이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식의 악곡을 상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감탄이 나올 뿐이다. 누구 말마따나 정말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랄까.
메킹에서는 이 앨범을 아방가르드 블랙메탈이라 소개해놨지만 나는 이 앨범이 왜 그렇게 소개되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런식으로만 소개하기엔 본 앨범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이 앨범에서 블랙메탈스럽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심블랙 특유의 화려한 음산함뿐이다. 나머지는 다른 장르에서 다 따온 아이디어인듯하다. 근데 그래서 이 앨범이 더욱 기가 막히다.
보통 어설픈 주방장이 퓨전 스타일 음식 만들겠다고 칼을 잡으면 그 때부터 재앙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궁합이 맞을 수 있을지, 맛이란게 형성될 수 있는 조합인지 생각하고 냄비에 때려박아야하는데 그냥 신선하고 남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조합이니까 다 집어넣고 팔팔 끓이고 보는거다. 그래놓고 "내가 새로운 거 만들었다!" 라면서 남들한테 막 권하고 그런다. 물론 그런거 먹으면 (먹는 사람이 있는지는 몰라도) 고통이 그런 고통이 없다.
이 아날로지를 메탈에 적용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어설픈 뮤지션이 "우어어 이거 크로스오버야!!" 하면서 있는거 없는거 다 때려박는 순간, 세상에 둘도 없는 (미친) 음악이 탄생한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을 접한 솜씨좋은 뮤지션이 다양하게 재료를 넣어 만든 음악은 처음에는 얼핏 청자들도 갸웃할지 몰라도 듣는 순간 "아!"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이렇듯 자고로 재료는 죄가 없는 법이다. 다 사람이 문제인거지. 넣어도 '어떤걸 어떻게' 넣어서 만드느냐에 따라 해당 제품의 품질은 천지차이가 난다.
바로 이 점이 이 앨범을 '블랙메탈'로만 한정지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다시 예를 들어보자. 양식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주방장들이 협업을 하여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려 한다. 근데 이 주방장들의 솜씨가 범상치가 않을 뿐더러 고른 재료들의 조합도 엄청나다. 그리하여 양식, 중식, 일식, 한식을 다 짬뽕해서 어디 음식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지만 아무튼 참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먹어본 사람들은 전부 다 이건 양식이라고 한 입으로 말한다. 자, 이 음식은 어느 나라 음식인가.
이렇듯 참여 뮤지션들이 주로 했던 장르가 블랙메탈이어서, 또한 심블랙 분위기가 무겁게 깔려서 블랙메탈이라고만 이 앨범을 뚝 잘라 이야기하는건 좀 많이 그렇다. (차라리 포스트 블랙메탈 이런식이면 모를까) 그냥 장르에 대한 편향없이 이 앨범은 좋은 앨범이고 잘 만든 앨범이다. 이 이상 나가는 순간 불필요한 논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거장들이 잘 만든 앨범이니, 별 생각하지말고 열심히 감상하자. 악튜러스 = 아방가르드 블랙메탈 이라는 불필요한 등식을 넣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결합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을테니.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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