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Like a Grave Review
Ba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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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 Heart Like a Grave |
Type | Album (Studio full-length) |
Released | October 4, 2019 |
Genres | Melodic Death Metal |
Labels | Century Media Records |
Length | 1:01:05 |
Ranked | #4 for 2019 , #196 all-time |
Album rating : 93.2 / 100
Votes : 34 (2 reviews)
Votes : 34 (2 reviews)
October 31, 2019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이제는 모던 멜로딕 데스의 제왕으로 불러도 좋을 Insomnium의 여덟 번째 정규 앨범이 3년 만에 발표되었다. 어느덧 결성한 지 20년을 지나며 중견 밴드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차근차근 쌓아온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는 그야말로 깔끔함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Winter's Gate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은 3, 4집 무렵부터 이미 독자적인 스타일의 완성을 이루어냈고, 이후로는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도 기존의 애상적이고 서정적인 감수성을 굳건하게 유지해나가며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꾸준하게 그 실력을 입증해왔다. 한편 이들은 전작 Winter's Gate를 통해 더욱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Winter's Gate는 이들의 앨범들 중 최초로 핀란드 앨범 차트의 정상에 올라설 정도로 크나큰 성공이었다.
하지만 대성공은 동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을 나름대로 정립한 상태에서 변화하는 것 그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을 때에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류에 해당하는 앨범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Metallica의 Black Album일 것이다. 물론 골수 메탈 팬들의 Black Album에 대한 평가는 제법 엇갈리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Black Album이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이라는 대박을 터뜨려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박의 영광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차기작에 대한 압박감으로 작용하기 쉽다. 이러한 압박감에 대해 예술가들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변화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초심을 되찾을 것인가? 혹은 절충적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
물론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하나뿐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택은 항상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갈림길은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하리라고 본다. 어쩌면 이러한 고민도 일종의 ‘소포모어 징크스’와 같은 부류에 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Insomnium은 어떤 길을 선택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변화와 유지 사이의 적절한 절충과 조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작품 속에는 3집 즈음부터 정립된 기존의 Insomnium스타일과 전작 Winter's Gate의 진보적인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Insomnium 또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패착이 되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Insomnium은 성공이 주는 부담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태연하게 갈 길을 걸어 나갔다.
본격적으로 이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배경 이야기를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이전까지 Insomnium의 작곡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원년 멤버 Ville Friman이 영국의 요크 대학에서 진화생물학 강사로 일하며 더 이상 밴드 활동을 병행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2010년부터 연구자로서의 삶과 Insomnium의 멤버를 병행해온 그는 Insomnium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빡빡한 투어 일정 등을 소화하기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해서 밴드에서 나갈 수는 없었기에 결국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세 번째 기타리스트 Jani Liimatainen의 영입이 그것이다. Sonata Arctica를 비롯해 여러 밴드에서 활동해온 베테랑인 그는 Ville Friman 대신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고, 본작의 녹음 및 작곡에도 참여했다. 다만 Jani Liimatainen은 이미 2015년부터 Insomnium의 투어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비록 투어의 빈자리를 채웠다고는 해도 작곡의 핵심이었던 Ville Friman의 자리를 전부 대체하기란 어려웠으리라. 특히 4집부터는 사실상 거의 모든 곡을 Friman이 작곡을 맡아왔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던 그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였을 것이다. 물론 이번 앨범에서도 Friman은 제작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그가 작곡한 곡은 가장 먼저 공개되었던 Valediction 하나뿐이었다. 그리하여 이번 앨범은 보컬과 베이스, 그리고 작사를 담당하는 Niilo Sevänen과 Omnium Gatherum 출신 기타리스트 Markus Vanhala가 작곡을 주로 담당했다. 특히 Markus Vanhala는 이번에 절반이 넘는 곡들의 작곡에 참여하며 가장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멤버들은 의외로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단 하나의 곡을 만들어야 했던 지난 앨범에 비해 이번 앨범은 더욱 자연스럽게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지난 앨범의 성공과 밴드의 상황 변동에 대해 딱히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월하게 녹음을 마쳤다. 키보드의 경우 Aleksi Munter가 다시 한번 맡았고, 믹싱 및 마스터링 작업은 Amorphis와 Arch Enemy의 최근작들을 비롯해 수많은 앨범 작업에 참여한 Jens Bogren가 담당했다.
한편 이번 앨범의 테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비애와 고통 등에 대한 것이지만, 이전까지와의 앨범들과는 다르게 핀란드의 우울하고 애상적인 정서에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갔다. 즉, 자살과 같이 삶의 끝에서 오는 고통이 아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의 고통과 애환에 더욱 집중했다고 한다. 이러한 테마는 과거 핀란드의 전통적인 비애의 정서를 담아낸 시와 노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자국의 음악가 Tapio Rautavaara와 Juha Vainio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서 배우, 가수를 겸했던 만능 엔터테이너 Tapio Rautavaara의 경우 이번 앨범이 거의 그에게 바치는 헌정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 예시로 이번 앨범의 5번 트랙 And Bells They Toll은 Tapio Rautavaara의 노래 Peltoniemen Hintriikan surumarssi에서 소재를 따온 곡이다.
첫 번째 곡 Wail of the North는 기존 Insomnium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오프닝 트랙이다. 우선 은은한 건반 멜로디로 분위기를 내다가, 이내 Insomnium특유의 처절하고 애상적인 사운드로 돌입하여 반가운 복귀를 알렸다.
가장 먼저 공개되었던 싱글 Valediction은 앞서 언급했듯이 유일하게 Ville Friman이 작곡한 곡으로, 꽤나 격렬한 도입부로 눈길을 끈다. 6집의 While We Sleep과 마찬가지로 클린 보컬이 먼저 이끌어 나가다가 Niilo Sevänen의 거친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형식을 보여주며, 적절한 완급조절로 깔끔한 구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오프닝 트랙과 함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킬링 트랙들을 배치했었던 지난 앨범들(The Primeval Dark-While We Sleep, Inertia-Through The Shadows, Equivalence-Down With the Sun)의 임팩트에 비하면 살짝 부족한 감이 들기도 했다.
한편 이어지는 Neverlast의 경우 스피디한 메인 리프와 이어지는 리드 기타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전형적인 Insonnium 스타일을 보여준다. 비록 형식적으로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을지라도, 여전히 뛰어난 완성도로 청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앨범 내에서 가장 긴 곡 Pale Morning Star는 본작에서 가장 특색 있는 곡 중 하나이다. 마치 전작 Winter's Gate를 연상시키는 비장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며, 더욱 거칠고 처절한 느낌의 전개를 연출하면서도 애상적인 감수성을 폭발시킨 훌륭한 곡이었다. 또한 키보드와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전작에서 보여준 읊조리는 스타일의 보컬을 적극 활용했으며, 프로그레시브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뚜렷한 구성 역시 출중했던 이번 앨범 최고의 곡 중 하나였다.
5번 트랙 And Bells They Toll역시 극적인 구성과 그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비참한 삶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는 훌륭한 트랙이었다. 이전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Insonnium의 비기 중 하나인 클린 보컬 코러스와 유려한 리드 기타 연주가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여섯 번째 곡 The Offering도 마찬가지로 강렬한 연주와 보컬이 만들어내는 처절하고 애상적인 느낌을 이어나갔고, 역시나 매력적인 솔로가 곡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반면 Mute Is My Sorrow는 유일하게 새 멤버 Jani Liimatainen가 작곡한 곡으로, Markus Vanhala가 6집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Insonnium의 스타일에 녹아든 모습을 증명했다. 그리고 제법 캐치한 후렴구로 듣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했다.
다시 한번 비장미를 폭발시키는 Twilight Trails는 전작 Winter's Gate의 후반부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웅장한 분위기와 빼어난 구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던 곡이었다.
핀란드의 멋진 자연경관이 담겨 있는 뮤직비디오로 먼저 공개되었던 Heart Like a Grave는 유려한 멜로디와 감수성 넘치는 코러스로 청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비록 6집의 Lose to Night같은 곡에서 비슷한 스타일을 이미 보여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청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들의 저력을 증명한 후반부의 킬링 트랙이었다고 본다.
마지막 곡 Karelia는 처음으로 등장한 긴 연주곡이다. 물론 5집의 Decoherence같은 짤막한 연주곡은 이미 보여준 적이 있지만, 이처럼 7분 이상의 연주곡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곡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좀 더 토속적인 느낌을 주는 멜로디와 키보드를 활용해 앨범의 여운을 더욱 깊게 남겨 주며 아웃트로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앨범 역시 Insomnium의 비참하고 애상적인 감성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형식적으로 전작 Winter's Gate 이전의 기존 Insomnium 스타일로 회귀한 것 같지만, 음악 내적으로는 Winter's Gate의 영향 또한 많이 녹아들어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4번 곡 Pale Morning Star를 필두로 곳곳에서 Winter's Gate의 느낌과 색채를 엿볼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단순한 과거 스타일로의 회귀가 아니라 기존 Insomnium의 스타일과 전작에서 보여준 실험적인 면모를 조화시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고 보고 싶다. 개별 곡들의 완성도도 대체로 뛰어난 편이었고, 전작에서 보여준 더욱 발전된 녹음 상태 또한 이어나갔다. 그리고 최초로 한 시간을 넘어선 제법 긴 앨범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구성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앨범의 첫 인상은 전작을 포함한 기존 Insomnium의 앨범들에 비하면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전 앨범들의 경우 하나같이 처음 들을 때부터 단번에 확 와 닿았으며 곧바로 빠져들게 되었으나, 이번 신작은 역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째서인지 생각보다 잘 와 닿지 않는 느낌이 들었었다. 어쩌면 Winter's Gate이후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먼저 언급한 것처럼 작곡의 축이 Ville Friman에서 Markus Vanhala와 Niilo Sevänen로 변한 것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앨범을 계속 들어 보면서 이번 앨범 역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Insomnium만의 색깔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게 들은 앨범은 대개 처음 들었을 때부터 단번에 빠져드는 경우와 처음에는 딱히 좋아하지 않거나 그렇게까지 와 닿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뒤늦게 빠져드는 경우로 나뉘는데, 이번 신작은 후자에 해당했다. 그 이유는 이 앨범이 이전 앨범들의 특색을 절충하여 만들어낸 이번 작품의 좀 더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작품은 Winter's Gate이고, 아직까지는 이 작품보다 3~6집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Insomnium스타일을 약간 더 좋아하지만, 신작 Heart Like a Grave역시 훌륭한 완성도가 돋보이는 아주 우수한 작품이라는 것은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
결국 이번 앨범 역시 Insomnium의 불패신화를 이어나간 또 한번의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작 Winter's Gate의 뒤를 이어 이번 앨범도 핀란드 앨범 차트 1위를 달성했으며, 독일 앨범 차트의 상위권에도 진입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변화를 통한 성공을 거두었던 전작 이후 핵심 멤버 Ville Friman의 활동 축소와 세 번째 기타리스트 영입이라는 격동 속에서도 이들은 굳건하고 태연하게 이번 신작을 만들어냈으며, 결과적으로 실패를 모르는 모범적인 모습을 또다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 핀란드 사람들이 끝없는 고통과 애환 속에서도 이를 감내하며 끈질기게 살아가는 삶을 보여준 것처럼, Insomnium도 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는 충격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96/100
이제는 모던 멜로딕 데스의 제왕으로 불러도 좋을 Insomnium의 여덟 번째 정규 앨범이 3년 만에 발표되었다. 어느덧 결성한 지 20년을 지나며 중견 밴드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차근차근 쌓아온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는 그야말로 깔끔함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Winter's Gate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은 3, 4집 무렵부터 이미 독자적인 스타일의 완성을 이루어냈고, 이후로는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도 기존의 애상적이고 서정적인 감수성을 굳건하게 유지해나가며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꾸준하게 그 실력을 입증해왔다. 한편 이들은 전작 Winter's Gate를 통해 더욱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Winter's Gate는 이들의 앨범들 중 최초로 핀란드 앨범 차트의 정상에 올라설 정도로 크나큰 성공이었다.
하지만 대성공은 동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을 나름대로 정립한 상태에서 변화하는 것 그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을 때에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류에 해당하는 앨범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Metallica의 Black Album일 것이다. 물론 골수 메탈 팬들의 Black Album에 대한 평가는 제법 엇갈리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Black Album이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이라는 대박을 터뜨려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박의 영광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차기작에 대한 압박감으로 작용하기 쉽다. 이러한 압박감에 대해 예술가들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변화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초심을 되찾을 것인가? 혹은 절충적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
물론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하나뿐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택은 항상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갈림길은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하리라고 본다. 어쩌면 이러한 고민도 일종의 ‘소포모어 징크스’와 같은 부류에 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Insomnium은 어떤 길을 선택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변화와 유지 사이의 적절한 절충과 조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작품 속에는 3집 즈음부터 정립된 기존의 Insomnium스타일과 전작 Winter's Gate의 진보적인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Insomnium 또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패착이 되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Insomnium은 성공이 주는 부담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태연하게 갈 길을 걸어 나갔다.
본격적으로 이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배경 이야기를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이전까지 Insomnium의 작곡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원년 멤버 Ville Friman이 영국의 요크 대학에서 진화생물학 강사로 일하며 더 이상 밴드 활동을 병행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2010년부터 연구자로서의 삶과 Insomnium의 멤버를 병행해온 그는 Insomnium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빡빡한 투어 일정 등을 소화하기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해서 밴드에서 나갈 수는 없었기에 결국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세 번째 기타리스트 Jani Liimatainen의 영입이 그것이다. Sonata Arctica를 비롯해 여러 밴드에서 활동해온 베테랑인 그는 Ville Friman 대신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고, 본작의 녹음 및 작곡에도 참여했다. 다만 Jani Liimatainen은 이미 2015년부터 Insomnium의 투어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비록 투어의 빈자리를 채웠다고는 해도 작곡의 핵심이었던 Ville Friman의 자리를 전부 대체하기란 어려웠으리라. 특히 4집부터는 사실상 거의 모든 곡을 Friman이 작곡을 맡아왔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던 그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였을 것이다. 물론 이번 앨범에서도 Friman은 제작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그가 작곡한 곡은 가장 먼저 공개되었던 Valediction 하나뿐이었다. 그리하여 이번 앨범은 보컬과 베이스, 그리고 작사를 담당하는 Niilo Sevänen과 Omnium Gatherum 출신 기타리스트 Markus Vanhala가 작곡을 주로 담당했다. 특히 Markus Vanhala는 이번에 절반이 넘는 곡들의 작곡에 참여하며 가장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멤버들은 의외로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단 하나의 곡을 만들어야 했던 지난 앨범에 비해 이번 앨범은 더욱 자연스럽게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지난 앨범의 성공과 밴드의 상황 변동에 대해 딱히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월하게 녹음을 마쳤다. 키보드의 경우 Aleksi Munter가 다시 한번 맡았고, 믹싱 및 마스터링 작업은 Amorphis와 Arch Enemy의 최근작들을 비롯해 수많은 앨범 작업에 참여한 Jens Bogren가 담당했다.
한편 이번 앨범의 테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비애와 고통 등에 대한 것이지만, 이전까지와의 앨범들과는 다르게 핀란드의 우울하고 애상적인 정서에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갔다. 즉, 자살과 같이 삶의 끝에서 오는 고통이 아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의 고통과 애환에 더욱 집중했다고 한다. 이러한 테마는 과거 핀란드의 전통적인 비애의 정서를 담아낸 시와 노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자국의 음악가 Tapio Rautavaara와 Juha Vainio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서 배우, 가수를 겸했던 만능 엔터테이너 Tapio Rautavaara의 경우 이번 앨범이 거의 그에게 바치는 헌정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 예시로 이번 앨범의 5번 트랙 And Bells They Toll은 Tapio Rautavaara의 노래 Peltoniemen Hintriikan surumarssi에서 소재를 따온 곡이다.
첫 번째 곡 Wail of the North는 기존 Insomnium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오프닝 트랙이다. 우선 은은한 건반 멜로디로 분위기를 내다가, 이내 Insomnium특유의 처절하고 애상적인 사운드로 돌입하여 반가운 복귀를 알렸다.
가장 먼저 공개되었던 싱글 Valediction은 앞서 언급했듯이 유일하게 Ville Friman이 작곡한 곡으로, 꽤나 격렬한 도입부로 눈길을 끈다. 6집의 While We Sleep과 마찬가지로 클린 보컬이 먼저 이끌어 나가다가 Niilo Sevänen의 거친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형식을 보여주며, 적절한 완급조절로 깔끔한 구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오프닝 트랙과 함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킬링 트랙들을 배치했었던 지난 앨범들(The Primeval Dark-While We Sleep, Inertia-Through The Shadows, Equivalence-Down With the Sun)의 임팩트에 비하면 살짝 부족한 감이 들기도 했다.
한편 이어지는 Neverlast의 경우 스피디한 메인 리프와 이어지는 리드 기타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전형적인 Insonnium 스타일을 보여준다. 비록 형식적으로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을지라도, 여전히 뛰어난 완성도로 청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앨범 내에서 가장 긴 곡 Pale Morning Star는 본작에서 가장 특색 있는 곡 중 하나이다. 마치 전작 Winter's Gate를 연상시키는 비장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며, 더욱 거칠고 처절한 느낌의 전개를 연출하면서도 애상적인 감수성을 폭발시킨 훌륭한 곡이었다. 또한 키보드와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전작에서 보여준 읊조리는 스타일의 보컬을 적극 활용했으며, 프로그레시브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뚜렷한 구성 역시 출중했던 이번 앨범 최고의 곡 중 하나였다.
5번 트랙 And Bells They Toll역시 극적인 구성과 그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비참한 삶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는 훌륭한 트랙이었다. 이전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Insonnium의 비기 중 하나인 클린 보컬 코러스와 유려한 리드 기타 연주가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여섯 번째 곡 The Offering도 마찬가지로 강렬한 연주와 보컬이 만들어내는 처절하고 애상적인 느낌을 이어나갔고, 역시나 매력적인 솔로가 곡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반면 Mute Is My Sorrow는 유일하게 새 멤버 Jani Liimatainen가 작곡한 곡으로, Markus Vanhala가 6집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Insonnium의 스타일에 녹아든 모습을 증명했다. 그리고 제법 캐치한 후렴구로 듣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했다.
다시 한번 비장미를 폭발시키는 Twilight Trails는 전작 Winter's Gate의 후반부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웅장한 분위기와 빼어난 구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던 곡이었다.
핀란드의 멋진 자연경관이 담겨 있는 뮤직비디오로 먼저 공개되었던 Heart Like a Grave는 유려한 멜로디와 감수성 넘치는 코러스로 청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비록 6집의 Lose to Night같은 곡에서 비슷한 스타일을 이미 보여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청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들의 저력을 증명한 후반부의 킬링 트랙이었다고 본다.
마지막 곡 Karelia는 처음으로 등장한 긴 연주곡이다. 물론 5집의 Decoherence같은 짤막한 연주곡은 이미 보여준 적이 있지만, 이처럼 7분 이상의 연주곡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곡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좀 더 토속적인 느낌을 주는 멜로디와 키보드를 활용해 앨범의 여운을 더욱 깊게 남겨 주며 아웃트로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앨범 역시 Insomnium의 비참하고 애상적인 감성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형식적으로 전작 Winter's Gate 이전의 기존 Insomnium 스타일로 회귀한 것 같지만, 음악 내적으로는 Winter's Gate의 영향 또한 많이 녹아들어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4번 곡 Pale Morning Star를 필두로 곳곳에서 Winter's Gate의 느낌과 색채를 엿볼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단순한 과거 스타일로의 회귀가 아니라 기존 Insomnium의 스타일과 전작에서 보여준 실험적인 면모를 조화시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고 보고 싶다. 개별 곡들의 완성도도 대체로 뛰어난 편이었고, 전작에서 보여준 더욱 발전된 녹음 상태 또한 이어나갔다. 그리고 최초로 한 시간을 넘어선 제법 긴 앨범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구성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앨범의 첫 인상은 전작을 포함한 기존 Insomnium의 앨범들에 비하면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전 앨범들의 경우 하나같이 처음 들을 때부터 단번에 확 와 닿았으며 곧바로 빠져들게 되었으나, 이번 신작은 역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째서인지 생각보다 잘 와 닿지 않는 느낌이 들었었다. 어쩌면 Winter's Gate이후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먼저 언급한 것처럼 작곡의 축이 Ville Friman에서 Markus Vanhala와 Niilo Sevänen로 변한 것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앨범을 계속 들어 보면서 이번 앨범 역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Insomnium만의 색깔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게 들은 앨범은 대개 처음 들었을 때부터 단번에 빠져드는 경우와 처음에는 딱히 좋아하지 않거나 그렇게까지 와 닿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뒤늦게 빠져드는 경우로 나뉘는데, 이번 신작은 후자에 해당했다. 그 이유는 이 앨범이 이전 앨범들의 특색을 절충하여 만들어낸 이번 작품의 좀 더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작품은 Winter's Gate이고, 아직까지는 이 작품보다 3~6집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Insomnium스타일을 약간 더 좋아하지만, 신작 Heart Like a Grave역시 훌륭한 완성도가 돋보이는 아주 우수한 작품이라는 것은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
결국 이번 앨범 역시 Insomnium의 불패신화를 이어나간 또 한번의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작 Winter's Gate의 뒤를 이어 이번 앨범도 핀란드 앨범 차트 1위를 달성했으며, 독일 앨범 차트의 상위권에도 진입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변화를 통한 성공을 거두었던 전작 이후 핵심 멤버 Ville Friman의 활동 축소와 세 번째 기타리스트 영입이라는 격동 속에서도 이들은 굳건하고 태연하게 이번 신작을 만들어냈으며, 결과적으로 실패를 모르는 모범적인 모습을 또다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 핀란드 사람들이 끝없는 고통과 애환 속에서도 이를 감내하며 끈질기게 살아가는 삶을 보여준 것처럼, Insomnium도 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는 충격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9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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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video | ||
---|---|---|---|---|---|
1. | Wail of the North | 3:05 | 89.4 | 11 | Audio |
2. | Valediction | 5:04 | 93.6 | 16 | Music Video |
3. | Neverlast | 4:46 | 97.5 | 12 | Audio |
4. | Pale Morning Star | 8:58 | 96.3 | 17 | Lyric Video |
5. | And Bells They Toll | 6:02 | 90 | 12 | |
6. | The Offering | 5:00 | 95 | 12 | Audio |
7. | Mute Is My Sorrow | 6:02 | 92.5 | 10 | |
8. | Twilight Trails | 7:06 | 91.1 | 11 | |
9. | Heart Like a Grave | 7:06 | 98.2 | 16 | Music Video |
10. | Karelia | 7:49 | 94 | 12 |
Line-up (members)
- Niilo Sevänen : Bass, Vocals
- Ville Friman : Guitars, Clean Vocals
- Jani Liimatainen : Guitars, Clean Vocals
- Markus Vanhala : Guitars
- Markus Hirvonen : Drums
14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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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 Mar 21, 2012 | 1 | |||||
One for Sorrow Review (2011) | 90 | Nov 14, 2011 | 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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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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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불문하고 북유럽 밴드가 컨셉으로 내놓는 '겨울'의 이미지는 이미 수없이 소비되고 재생산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재생산된 결과물이 다시 소비되고 있기도 하다. 이미지의 접근성과 브랜드 인지도가 뛰어난 만큼, 컨셉의 콘텐츠로서는 일종의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수표...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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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dicHeaven 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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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인 1번트랙부터 가볍게 넘길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며, 2~3번트랙까지 가히 압권이다.
메탈은 광폭하고 공격적이여만 메탈인가? 장르 구분을 떠나서, 어떤 방식으로든 리스너에게 만족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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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북유럽 멜데스의 사운드 포지션은 At the Gates와 Carcass가 장르의 포문을 열어젖힌 90년대에 비하면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며 분화해왔다. 2000년대 초중반의 파워와 멜로디를 잃지 않고 꾸준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Arch Enemy나 Kalmah등의 밴드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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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숨겨진 멜로딕 데스메탈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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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밴드 Omnium Gatherum의 기타리스트인 Markus Vanhala가 새로이 영입된 신보이다. OG의 Beyond와 유사한 방향으로 가면서 밴드 고유의 색깔이 흐려질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Insomnium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음악을 들고 돌아온 것이 느껴진다. One For Sorrow 당시 공간감이 매우 넓은 기타에 보컬이 묻히...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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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멜데스 특유의 태핑리프에 예테보리식 파워를 섞은듯한 느낌이다. 서정성으로 따지자면 동향밴드인 Eternal Tears of Sorrow에 비견될만하며, 다만 표현방식에 있어서 브루털리티를 살려내어 장르의 맛을 끈끈하게 살려내고 있다. 2번트랙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킬링트랙으로, 인섬...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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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모 홍보를 보고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밴드. '약속된 메탈의 땅' Finland the Promised Land의 위용을 보아서라도 일단은 들어봐야 할 밴드였다. 사실 그동안 핀란드 뿐만 아니라 수많은 북유럽 멜데스 밴드들이 상당히 망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그다지 큰 기대는 하기 어려웠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