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sagion Review
May 31, 2022
진주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듯이
Trisagion은 영국의 뮤지션 Joe Hawker에 의해 탄생한 원맨 밴드 Ethereal Shroud의 ‘마지막’ 앨범이다. 2015년에 발매된 전작 They Became the Falling Ash는 평균 20분 가량의 대곡 세 개로 이루어지며 차디차고 음울한 분위기로 특색 있고 완성도 높은 앳모스퍼릭 블랙 메탈을 들려주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Ethereal Shroud는 2020년 싱글 Lanterns를 발표하며 생존신고를 했고, 뒤이어 Trisagion이라는 이름의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하겠다는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본래 2021년 3월 발매를 목표로 했던 Trisagion은 모종의 사유로 인해 발매가 연기되었고, 그 해 12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발매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만들어진 이 앨범은 여러모로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정부의 봉쇄 정책으로 인해 레코딩 작업이 지연되는가 하면, Joe Hawker의 자살 시도로 인해 영영 발매되지 못 할 뻔하기도 했던 앨범이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 끝에 세상에 나온 이 앨범은 그 기대를 보상하고도 남는 수준의 훌륭한 작품이었다. 전작 They Became the Falling Ash까지는 혼자서 모든 작업을 Joe Hawker가 처리했던 반면 Trisagion은 드럼, 베이스 등을 세션 연주자들을 따로 구해 녹음하였으며,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은 Panopticon과 Saor 같은 밴드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Spenser Morris가 담당했다. 그래서인지 전작에 비해 사운드가 더욱 깔끔하면서도 좀 더 풍성한 느낌을 준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 Chasmal Fires는 27분이 넘어가는 거대한 곡이며 그 장대한 분량에 맞게 천천히 비장미 넘치는 분위기를 쌓아 올린다. 뒤이어 첫 멜로디가 등장하며 잠깐 분위기를 환기했다가 곧이어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장르 특유의 거친 면모 속에서도 돋보이는 리드 기타의 멜로디가 단숨에 귀를 사로잡을 뿐 아니라, 은은히 울리는 키보드 사운드의 매력 또한 인상적이다.
지속적으로 리드 기타 멜로디가 곡을 이끌어 가다가 11분 접어들어서는 여성 보컬과 비올라의 선율이 등장하며 분위기를 전환하고 잠깐 쉬어갈 틈을 준다. 다만 이 부분은 단순히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으며 Alcest 같은 밴드가 잘 활용하는 몽환적인 느낌을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깐의 휴식 이후 곡은 다시 시니컬한 에너지를 격정적으로 뿜어내며, 적절한 변주를 통해 지루함을 방지해 준다. 18분 이후로는 곡이 클라이맥스로 접어드는 듯 고조된 느낌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며, 곡 막바지에서 도입부의 멜로디가 반복되고 비올라의 처연한 소리가 더해지며 대미를 장식한다.
이처럼 이 곡은 전작의 1번 트랙 Look upon the Light처럼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는 앨범의 킬링 트랙으로, 20분이 훨씬 넘는 곡 길이에도 역동적인 전개와 환상적인 분위기로 지루하지 않고 매력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지는 곡 Discarnate는 속도감 있는 도입부로 첫 번째 곡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고, 비교적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와중에도 뚜렷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 곡 또한 전반적으로 몽환적이고 차가운 분위기와 격정적인 연주 및 보컬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전개가 더해져 14분 가까운 긴 곡임에도 길지 않게 느껴지는 트랙이다. 특히 곡 후반부에서 비장미가 느껴지는 멜로디와 심포닉 스타일이 더해지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 곡 Astral Mariner는 쓸쓸한 느낌의 건반 멜로디로 시작하며, 둠 메탈 느낌이 드는 좀 더 진중한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5분대 이후로는 다시금 감정이 북받치듯이 터져 나오는 곡 전개가 이어지며, 멋진 멜로디와 클린 보컬이 어우러지는 구간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 곡답게 전반적으로 좀 더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곡이 진행되는 느낌이고, 막바지에 분위기를 잠깐 가라앉혔다가 비장미 넘치는 마무리로 완벽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어낸다.
CD버전 보너스 트랙인 Lanterns는 앞서 언급했듯 2020년에 먼저 공개된 곡이며, Joe Hawker가 자살 기도를 했다가 목숨을 건진 뒤에 만든 곡이다. 비록 보너스 트랙이지만 본래 정규 2집에 수록될 예정이었던 곡인 만큼 이 곡 또한 완성도가 높으며 분위기와 스타일 면에서 앞선 곡들과 유사하다. 이 곡에서도 멜로디가 부각되는 편이며 격정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느낌도 인상적이다.
앨범 종합적으로 볼 때 1번 트랙 Chasmal Fires의 임팩트는 처음 들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강렬하며, 나머지 트랙들의 완성도 또한 아주 높은 편이기에 한 시간이 넘는 긴 앨범을 완주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래도 워낙 곡들이 길어서 전반부에 비하면 후반부가 상대적으로 늘어지는 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영리하게도 앨범의 마지막 몇 분에 끝내주는 마무리를 보여줌으로써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평균 20분 이상(보너스 트랙 제외)의 세 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면서도 다채로운 곡 전개와 빼어난 멜로디, 차갑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로 앳모스퍼릭 블랙 메탈 특유의 장르적 약점을 극복한 작품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분위기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자칫하면 쉽게 지루해지거나 진부해질 수 있는 약점을 다방면으로 보완하고 있었다. 본 작품은 앳모스퍼릭 블랙 메탈로 분류되고는 하지만 멜로디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며 비올라가 이끌어가는 심포닉 사운드와의 조화 또한 이 앨범의 특징이다. 더 나아가 (퓨너럴)둠 메탈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진중한 느낌과 포스트 록 스타일의 은은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2010년대 이후 메탈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앨범들이 종종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하나의 장르적 뿌리를 두되 타 장르의 특징을 아낌없이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퓨전 음식을 만들어낸 인상을 준다. 또한 전작 They Became the Falling Ash가 매우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 위주로 진행되었으나, 반면 이번 앨범은 여전히 차가우면서도 약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좀 더 접근성이 높은 편이라고 본다. 앨범 커버가 주는 느낌이 두 앨범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 전작이 칙칙한 흑백 사진으로 담긴 혹한의 겨울 숲 느낌이라면 이번 앨범은 좀 더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을 강조한 풍경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은 더 많은 메탈 팬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Trisagion은 Metalstorm, Sputnikmusic, Rate Your Music, The Metal Archives 등 사이트의 성향과 관계없이 전작을 뛰어넘는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Black Metal Promotion 유튜브 채널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그 지명도를 높이기도 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Ethereal Shroud가 안티파시즘을 지향하는 밴드라는 것이다. 또한 Joe Hawker는 Violet Cold(Emin Guliyev)의 뒤를 이어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이다. 하지만 Rob Halford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그의 ‘메탈 갓’ 칭호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Ethereal Shroud의 음악 역시 Joe Hawker의 개인적 신념, 사상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여운과 감동을 주고 있다. 물론 예술가의 의도와 신념은 대개 작품에 투영되는 편이지만, 온갖 부류의 극단주의적 성향이 판을 치는 블랙 메탈 계열에서 특정 사상과 신념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치를 애써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그의 음악은 고통과 역경을 표현함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도 하므로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보너스 트랙 Lanterns의 경우 Joe Hawker의 자살 기도 이후 정신치료를 거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의 회고와도 같은 곡인데, 이런 식으로 고통과 상실감 등을 노래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청자에게 희망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음악에 가치를 부여하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번 트랙 Chasmal Fires 또한 Joe Hawker의 PTSD와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하는 곡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아름다움은 마치 진주조개가 고통 끝에 만들어낸 빛나는 진주와도 같기에 듣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 준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장대한 곡 구성과 이에 어울리는 어둡고 비장한 분위기, 매력적인 멜로디와 여러 장르의 복합적인 스타일이 고루 녹아들어 탄생한 2021년 최고의 메탈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앨범이 계획되고 발매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지연되었고, 이 작품 속에는 Ethereal Shroud를 이끄는 Joe Hawker의 역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0년 말 Trisagion의 앨범 커버가 공개된 뒤로도 1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았던 앨범이었다.
하지만 Ethereal Shroud는 Trisagion의 정식 발매 시기에 활동 종료를 선언하며 Trisagion이 마지막 앨범이 될 것임을 밝혔다. 이에 Trisagion으로 Ethereal Shroud를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 된 팬들이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5월 13일, Ethereal Shroud는 복귀를 선언했다. Joe Hawker는 개인적인 심경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아무래도 그를 응원해준 팬들의 역할 또한 컸으리라고 본다. 물론 곧바로 새 앨범이 나올 것은 아니지만, 작품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니 Ethereal Shroud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97/100
Trisagion은 영국의 뮤지션 Joe Hawker에 의해 탄생한 원맨 밴드 Ethereal Shroud의 ‘마지막’ 앨범이다. 2015년에 발매된 전작 They Became the Falling Ash는 평균 20분 가량의 대곡 세 개로 이루어지며 차디차고 음울한 분위기로 특색 있고 완성도 높은 앳모스퍼릭 블랙 메탈을 들려주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Ethereal Shroud는 2020년 싱글 Lanterns를 발표하며 생존신고를 했고, 뒤이어 Trisagion이라는 이름의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하겠다는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본래 2021년 3월 발매를 목표로 했던 Trisagion은 모종의 사유로 인해 발매가 연기되었고, 그 해 12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발매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만들어진 이 앨범은 여러모로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정부의 봉쇄 정책으로 인해 레코딩 작업이 지연되는가 하면, Joe Hawker의 자살 시도로 인해 영영 발매되지 못 할 뻔하기도 했던 앨범이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 끝에 세상에 나온 이 앨범은 그 기대를 보상하고도 남는 수준의 훌륭한 작품이었다. 전작 They Became the Falling Ash까지는 혼자서 모든 작업을 Joe Hawker가 처리했던 반면 Trisagion은 드럼, 베이스 등을 세션 연주자들을 따로 구해 녹음하였으며,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은 Panopticon과 Saor 같은 밴드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Spenser Morris가 담당했다. 그래서인지 전작에 비해 사운드가 더욱 깔끔하면서도 좀 더 풍성한 느낌을 준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 Chasmal Fires는 27분이 넘어가는 거대한 곡이며 그 장대한 분량에 맞게 천천히 비장미 넘치는 분위기를 쌓아 올린다. 뒤이어 첫 멜로디가 등장하며 잠깐 분위기를 환기했다가 곧이어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장르 특유의 거친 면모 속에서도 돋보이는 리드 기타의 멜로디가 단숨에 귀를 사로잡을 뿐 아니라, 은은히 울리는 키보드 사운드의 매력 또한 인상적이다.
지속적으로 리드 기타 멜로디가 곡을 이끌어 가다가 11분 접어들어서는 여성 보컬과 비올라의 선율이 등장하며 분위기를 전환하고 잠깐 쉬어갈 틈을 준다. 다만 이 부분은 단순히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으며 Alcest 같은 밴드가 잘 활용하는 몽환적인 느낌을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깐의 휴식 이후 곡은 다시 시니컬한 에너지를 격정적으로 뿜어내며, 적절한 변주를 통해 지루함을 방지해 준다. 18분 이후로는 곡이 클라이맥스로 접어드는 듯 고조된 느낌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며, 곡 막바지에서 도입부의 멜로디가 반복되고 비올라의 처연한 소리가 더해지며 대미를 장식한다.
이처럼 이 곡은 전작의 1번 트랙 Look upon the Light처럼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는 앨범의 킬링 트랙으로, 20분이 훨씬 넘는 곡 길이에도 역동적인 전개와 환상적인 분위기로 지루하지 않고 매력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지는 곡 Discarnate는 속도감 있는 도입부로 첫 번째 곡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고, 비교적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와중에도 뚜렷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 곡 또한 전반적으로 몽환적이고 차가운 분위기와 격정적인 연주 및 보컬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전개가 더해져 14분 가까운 긴 곡임에도 길지 않게 느껴지는 트랙이다. 특히 곡 후반부에서 비장미가 느껴지는 멜로디와 심포닉 스타일이 더해지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 곡 Astral Mariner는 쓸쓸한 느낌의 건반 멜로디로 시작하며, 둠 메탈 느낌이 드는 좀 더 진중한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5분대 이후로는 다시금 감정이 북받치듯이 터져 나오는 곡 전개가 이어지며, 멋진 멜로디와 클린 보컬이 어우러지는 구간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 곡답게 전반적으로 좀 더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곡이 진행되는 느낌이고, 막바지에 분위기를 잠깐 가라앉혔다가 비장미 넘치는 마무리로 완벽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어낸다.
CD버전 보너스 트랙인 Lanterns는 앞서 언급했듯 2020년에 먼저 공개된 곡이며, Joe Hawker가 자살 기도를 했다가 목숨을 건진 뒤에 만든 곡이다. 비록 보너스 트랙이지만 본래 정규 2집에 수록될 예정이었던 곡인 만큼 이 곡 또한 완성도가 높으며 분위기와 스타일 면에서 앞선 곡들과 유사하다. 이 곡에서도 멜로디가 부각되는 편이며 격정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느낌도 인상적이다.
앨범 종합적으로 볼 때 1번 트랙 Chasmal Fires의 임팩트는 처음 들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강렬하며, 나머지 트랙들의 완성도 또한 아주 높은 편이기에 한 시간이 넘는 긴 앨범을 완주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래도 워낙 곡들이 길어서 전반부에 비하면 후반부가 상대적으로 늘어지는 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영리하게도 앨범의 마지막 몇 분에 끝내주는 마무리를 보여줌으로써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평균 20분 이상(보너스 트랙 제외)의 세 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면서도 다채로운 곡 전개와 빼어난 멜로디, 차갑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로 앳모스퍼릭 블랙 메탈 특유의 장르적 약점을 극복한 작품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분위기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자칫하면 쉽게 지루해지거나 진부해질 수 있는 약점을 다방면으로 보완하고 있었다. 본 작품은 앳모스퍼릭 블랙 메탈로 분류되고는 하지만 멜로디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며 비올라가 이끌어가는 심포닉 사운드와의 조화 또한 이 앨범의 특징이다. 더 나아가 (퓨너럴)둠 메탈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진중한 느낌과 포스트 록 스타일의 은은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2010년대 이후 메탈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앨범들이 종종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하나의 장르적 뿌리를 두되 타 장르의 특징을 아낌없이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퓨전 음식을 만들어낸 인상을 준다. 또한 전작 They Became the Falling Ash가 매우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 위주로 진행되었으나, 반면 이번 앨범은 여전히 차가우면서도 약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좀 더 접근성이 높은 편이라고 본다. 앨범 커버가 주는 느낌이 두 앨범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 전작이 칙칙한 흑백 사진으로 담긴 혹한의 겨울 숲 느낌이라면 이번 앨범은 좀 더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을 강조한 풍경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은 더 많은 메탈 팬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Trisagion은 Metalstorm, Sputnikmusic, Rate Your Music, The Metal Archives 등 사이트의 성향과 관계없이 전작을 뛰어넘는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Black Metal Promotion 유튜브 채널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그 지명도를 높이기도 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Ethereal Shroud가 안티파시즘을 지향하는 밴드라는 것이다. 또한 Joe Hawker는 Violet Cold(Emin Guliyev)의 뒤를 이어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이다. 하지만 Rob Halford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그의 ‘메탈 갓’ 칭호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Ethereal Shroud의 음악 역시 Joe Hawker의 개인적 신념, 사상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여운과 감동을 주고 있다. 물론 예술가의 의도와 신념은 대개 작품에 투영되는 편이지만, 온갖 부류의 극단주의적 성향이 판을 치는 블랙 메탈 계열에서 특정 사상과 신념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치를 애써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그의 음악은 고통과 역경을 표현함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도 하므로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보너스 트랙 Lanterns의 경우 Joe Hawker의 자살 기도 이후 정신치료를 거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의 회고와도 같은 곡인데, 이런 식으로 고통과 상실감 등을 노래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청자에게 희망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음악에 가치를 부여하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번 트랙 Chasmal Fires 또한 Joe Hawker의 PTSD와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하는 곡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아름다움은 마치 진주조개가 고통 끝에 만들어낸 빛나는 진주와도 같기에 듣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 준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장대한 곡 구성과 이에 어울리는 어둡고 비장한 분위기, 매력적인 멜로디와 여러 장르의 복합적인 스타일이 고루 녹아들어 탄생한 2021년 최고의 메탈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앨범이 계획되고 발매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지연되었고, 이 작품 속에는 Ethereal Shroud를 이끄는 Joe Hawker의 역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0년 말 Trisagion의 앨범 커버가 공개된 뒤로도 1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았던 앨범이었다.
하지만 Ethereal Shroud는 Trisagion의 정식 발매 시기에 활동 종료를 선언하며 Trisagion이 마지막 앨범이 될 것임을 밝혔다. 이에 Trisagion으로 Ethereal Shroud를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 된 팬들이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5월 13일, Ethereal Shroud는 복귀를 선언했다. Joe Hawker는 개인적인 심경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아무래도 그를 응원해준 팬들의 역할 또한 컸으리라고 본다. 물론 곧바로 새 앨범이 나올 것은 아니지만, 작품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니 Ethereal Shroud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97/100
5 likes
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video | ||
---|---|---|---|---|---|
1. | Chasmal Fires | 27:47 | 97.5 | 2 | Audio |
2. | Discarnate | 13:54 | 92.5 | 2 | |
3. | Astral Mariner | 22:34 | 95 | 2 |
Line-up (members)
- Joe Hawker : Guitars, Vocals, Music, Lyrics
10,437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
Be Forewarned Review (1994) | 65 | Jun 2, 2022 | 0 | ||||
80 | Jun 2, 2022 | 0 | |||||
Piece of Mind Review (1983) | 95 | Jun 1, 2022 | 2 | ||||
▶ Trisagion Review (2021) | 95 | May 31, 2022 | 5 | ||||
World in Kaleidoscope Review (2016) [EP] | 85 | May 31, 2022 | 0 | ||||
The Force Review (1986) | 75 | May 31, 2022 | 0 | ||||
Siren Charms Review (2014) | 85 | May 30, 2022 | 0 | ||||
95 | May 29, 2022 | 4 | |||||
Rescue Review (2022) | 90 | May 29, 2022 | 1 | ||||
Rebel Extravaganza Review (1999) | 70 | May 29, 2022 | 1 | ||||
QR Review (1988) | 70 | May 29, 2022 | 2 | ||||
Minas Morgul Review (1995) | 100 | May 29, 2022 | 4 | ||||
Power & the Glory Review (1983) | 80 | May 25, 2022 | 2 | ||||
The Crimson Idol Review (1992) | 95 | May 23, 2022 | 4 | ||||
Winter Songs Review (2009) | 70 | May 23, 2022 | 0 | ||||
Carved in Stone Review (1995) | 65 | May 22, 2022 | 0 | ||||
Wolverine Blues Review (1993) | 70 | May 22, 2022 | 0 | ||||
50 | May 22, 2022 | 1 | |||||
In Your Honour Review (2010) | 75 | May 22, 2022 | 0 | ||||
100 | May 22, 2022 | 0 |
▶ Trisagion Review (2021)
MMSA 95/100
May 31, 2022 Likes : 5
진주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듯이
Trisagion은 영국의 뮤지션 Joe Hawker에 의해 탄생한 원맨 밴드 Ethereal Shroud의 ‘마지막’ 앨범이다. 2015년에 발매된 전작 They Became the Falling Ash는 평균 20분 가량의 대곡 세 개로 이루어지며 차디차고 음울한 분위기로 특색 있고 완성도 높은 앳모스퍼릭 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