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작품들로써 노르웨이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 깊은 감동을 전한 윈디르는 2003년 3월 27일, 4집 “Likferd(송달 방언으로 ‘매장’ 혹은 ‘장례식’을 뜻한다)”를 낸다. 그때는 아무도 이 앨범이 그 제목처럼 윈디르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지 몰랐다.
발파르의 음악적 역량과 기량이 최대치에 다다른 명반이라 할 수 있으며, 정교하고 지성적인 악곡 구성을 보여준다. 1집은 윈디르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은 첫 작품이었고, 2집은 윈디르가 추구하는 음악적 사상의 진수를 강력하고 인상적인 민요조의 멜로디들로 표현한 수작이었으며, 3집은 확립된 정체성에 신선한 변화를 주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걸작이었다면, 4집은 원숙함으로 무장하여 보다 큰 스케일로 윈디르적 이상향을 꽃피운 마지막 작품이 된다.
1, 3, 6번 트랙의 가사는 영어로 쓰였고, 송달의 역사와 민속에 관한 나머지 곡들은 모두 송달 방언으로 쓰였다.
3집과 마찬가지로 발파르가 작곡 및 작사를 하고 보컬, 추가 악기들을 연주하였으며, Hváll이 작곡 및 작사, 베이스를 맡았다.
윈디르의 시작부터 끝까지 세션 또는 정규 멤버로서 함께한 드러머 Steingrim이 드럼을 쳤으며, 3집에서부터 함께한 동료들인 Sture, Strom, Righ가 각각 리듬기타, 리드기타, 신스를 맡았다. 3집의 게스트 보컬 Cosmocrator 역시 그대로 클린 보컬을 맡았다.
레코딩 작업 또한 3집과 흡사한 과정을 거쳤다. 앨범은 2002년 12월에서 2003년 1월까지 Akkerhaugen Lydstudio에서 녹음 및 믹싱되었고, 오슬로의 Strype Audio에서 Tom Kvålsvoll과 Windir 멤버들이 마스터링하였다. 믹싱과 프로듀싱한 이들로는 Valfar, Hváll, Steingrim, Torbjørn Akkerhaugen 및 Stig Ese가 있는데, Ese는 Sogn 출신의 아티스트로서 이후 Vreid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이다.
이 밖에도 RMDS와 윈디르가 디자인 및 레이아웃 작업을 하였다.
앨범 아트로는 3집처럼 특정한 그림이 앨범의 표지, CD, 부클릿 등 전반적인 디자인에 사용되었는데, 이는 노르웨이 민족 낭만주의 화가들인 Hans Gude(1825-1903)와 Adolph Tidemand(1814-1876)이 그린 ‘Likferd på Sognefjorden(송네피오르에서의 장례식)’이다. Gude는 윈디르 3집 “1184”의 앨범 아트에 사용된 그림을 그린 화가 J. C. Dahl과 함께 노르웨이 풍경 화가의 거장으로 여겨지는 이로서, 초기에는 자신의 풍경 그림 속에 인물을 그려 넣을 때 Tidemand과 함께 작업하여 이와 같은 명작들을 남기기도 했다. Gude가 풍경을 그리고 Tidemand가 인물을 그린 다른 작품 중 하나인 ‘Brudeferd i Hardanger(하르당에르에서의 결혼식)’는 많은 노르웨이인의 사랑을 받는 매우 유명한 그림이다.
8페이지 분량의 부클릿에는 전곡의 가사들이 1~4번 트랙은 그림의 하늘 부분을 배경으로, 5~8번 트랙은 그림의 물(피오르의 바닷물) 부분을 배경으로 수록되어 있다.
1번 트랙 Resurrection of the Wild(야생의 부활)는 곡의 기저를 이루는 화음들을 제시하는 장엄한 키보드 사운드로 앨범을 시작하며, 이윽고 한 음씩 오르내리면서 울리게끔 연주되는 코드들로 이루어진 기타 도입부가 이어진다.
그 뒤, 기타가 곡의 메인 코드들을 트레몰로 피킹으로 휘몰아치고 드럼 또한 블라스트 비트 패턴으로 강렬해진 분위기 속에서 보컬이 시작된다. 이 리프는 후반부에 한 번 반복되지만, 기존의 많은 곡에서처럼 뚜렷한 절의 역할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후, 발파르의 스크리밍이 Cosmocrator의 클린보컬과 함께하는 파트가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는 리듬기타가 방금의 코드들을 조옮김하여 트레몰로 피킹하는 가운데 리드기타가 매우 노르웨이적인 멜로디를 펼쳐낸다. 다시 원래의 조성으로 돌아오면서도 리드 멜로디는 해당 음조로 자연스럽고도 멋들어지게 가락을 이어낸다.
이윽고 코드들로 비장한 멜로디를 자아내는 이음부 리프가 보컬과 함께 들어오고, 곧이어 리드기타가 신비로운 노르웨이적 기운을 뿜는 멜로디를 수놓으며 주제의 심화를 이룬다.
이후, 튀는 듯한 드럼 속에 짓궂은 트레몰로 멜로디가 연주된다.
그리고 전전의 리듬기타 코드들이 팜 뮤트를 사용해 연주된다.
곧이어 다시 노르웨이적 정체성을 고하는 신비로운 리드기타 멜로디가 이 코드들 위에 반복되는데, 리듬기타는 해당 코드들을 이번에는 트레몰로 피킹으로 연주한다. 드럼 또한 이전과 달리 베이스드럼을 계속 밟아 박진감을 고조한다. 아까의 짓궂은 트레몰로 리프가 바로 뒤따르고, 이 역시 같은 기타 리프지만 드러밍 패턴을 블라스트 비트로 바꾸어 꽉 찬 충만감을 선사하며 연주를 마무리한다.
분명 방금까지의 악곡 진행은 나름의 기승전결로 짜임새 있게 마무리되는 형태를 취했으나 그 풀리지 않은 서스펜스로써 무언가 더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을 남긴다. 이쯤하여 청자들은 남은 러닝타임 동안 곡이 어디로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곡은 더 이상 화려한 진전을 취하는 대신, 다시 첫 시작 부분의 키보드를 돌이켜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리고 키보드-기타의 조합을 통해 이 사색을 서서히 진전시킨다. 곧 도입부 기타 연주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코드들의 음이 하나씩 오르내리며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까와는 다른 코드 진행이 이루어진다. 다시 예전의 것으로 돌아온 뒤에는 아까 클린보컬 뒤에 치고 들어왔던 노르웨이적 멜로디 및 해당 리프로 이어진다. 그 뒤에 있던 비장한 이음부 리프가 아까처럼 보컬과 함께 반복된다.
그리고는 궁극적으로, 아까 두 보컬이 함께 등장했던 그 리프 및 노르웨이다운 멜로디로써 독특하고도 재치 있는 마무리를 선보인다. 그때와 달리 블라스트 비트 드러밍이 휘몰아친다.
맨 처음 키보드가 곡의 자연스러운 시작을 이끌며 주된 정취를 보여주었듯, 마지막에도 아득해진 기타, 베이스가 여운을 남기며 자연스럽게 곡을 끝마친다.
곡은 전체적으로 노르웨이적 정체성을 곳곳에서 상기시키며 뚜렷이 가져간다. 그리고 사색적인 전개를 취하며 인상적인 멜로디들로 포인트를 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가사에서처럼 ‘소박하고도 너무나 완벽한 시간’을 제공한다.
2번 트랙 Martyrium(순교)은 전사가 전투에서 맞이한 명예로운 죽음을 ‘순교’로 표현한 지극히 아름다운 노래이다. 죽은 이를 추념하고 있지만, 애도나 비애감보다는 그의 고매한 정신과 영혼을 기리는 ‘숭고함’이 곡 전반에 짙게 자리한다. 그리고 청자로 하여금 더없이 숭고한 것을 마주하였을 때 저절로 일게 되는 감동과 슬픔, 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오르게 한다. 테마와 완벽히 어울리는 리프 및 멜로디들이 진정 감탄을 자아내며, 이와 함께 윈디르의 원숙한 작곡 또한 빛을 발하는 곡이다.
첫 리프로서 묵념하는 듯한 경건한 선율을 자아내는 코드들이 흘러나오고, 이는 기타 피킹 및 드럼의 패턴을 한 번 바꾼 뒤, 1절과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진행된다.
1절, 조금 전 리프 위에 보컬이 등장하여 죽은 전사의 영혼을 기린다. 이 부분에서 시작되는 리드기타의 멜로디는 숭고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반복됨에 따라 거룩한 의식과도 같은 위엄을 발한다. 클린보컬의 후렴이 이와 같은 분위기에 일조한다.
절 이후, 심화된 리드기타의 애틋한 멜로디에 맞추어 리듬기타가 팜 뮤트 노트를 활용한 코드들의 리프로 그 정취를 돋운다. 1절의 끝부분에 도입되었던 추가 멜로디 기타가 연신 메인 멜로디를 보조하며 아름답고 감동적인 조화를 이루어 낸다. 멜로디들이 층을 이루는 윈디르적 색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파트이다.
2절은 1절과 기본 리프는 동일한 가운데, 리드기타가 기존의 멜로디를 약간씩 바꾸어 곡이 진전되어 가는 느낌을 주고, 이를 방금의 보조 기타 멜로디가 아래에서 계속 받쳐주어 풍부한 감동을 이어간다.
이윽고 속도를 살짝 줄여내며 팜 뮤트를 활용해 절도 있는 느낌을 주는 막간 리프가 나온다. 그리고 이 뒤를 이어, 중간의 변화 파트가 시작된다.
다시금 곡의 호흡이 바뀐 가운데, 리드기타가 연속으로 한 음을 트레몰로 피킹, 리듬기타가 두 가지 코드만을 반복해 트레몰로 피킹, 드럼 또한 단일 패턴을 연주한다. 이로써 곡의 에너지를 축적하며 무언가 엄청난 것이 덮쳐올 것 같은 예감을 준다.
그리고 곧 그 구름 사이에 가려져 있던 엄청난 것이 창공의 빛을 발하며 (보컬이 가사에서 전사를 위해 축원했듯) 영원한 안식처럼, 영혼의 평화처럼, 영광된 기억처럼 울려 퍼진다. 이는 이 곡의 절정 파트이자, 이 앨범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 중 하나이다. 3/4박으로 바뀐 채 극 노르웨이적인 애향심의 결정체를 선사하는 이 연주는 발파르와 윈디르가 옛 노르웨이의 전사들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다. 고결한 리드기타의 멜로디 아래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은은한 보조 기타 선율은 마치 평온한 자장가 혹은 유유자적하는 뱃노래와도 같은 곡조를 띠며 그 민요적 감수성을 짙게 자극한다. 리듬기타 리프와 드러밍에서는 마치 전사의 굳건한 정신이 가슴 속에 아로새겨지고, 생전 고향 땅을 누볐던 전사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하다.
절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4박으로 돌아오며 밀려오는 찬란한 키보드 선율, 두 대의 기타 조합은 전사의 영혼을 진정 노르웨이의 고대 신들에게로 이끄는 듯, ‘승천’의 느낌을 준다.
이윽고 아까 2절 이후 나왔던 막간의 리프가 재등장하는데, 방금의 수려한 키보드라인을 자연스레 이 위에서 너풀거리도록 이어내는 양상이 경이롭다. 윈디르의 특징적인 키보드 스타일이다.
곧 2절의 가사 및 리프를 반복하는 마지막 절이 이어진다. 그리고 초반부 1절 전에 나왔던 리프가 재등장, 페이드아웃하며 곡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처음과 끝이 서로 통하도록 리프를 배치하여 안정감과 완벽감을 부여하는 것은 윈디르가 자주 보여주는 구성 기법이다. 이로써 순교한 전사를 위한 페이건적 찬가가 그 숭고한 의식의 막을 내린다.
전체적으로 박자와 속도의 변화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뛰어난 작곡 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탁월한 멜로디와 리프는 물론 적재적소의 기교와 주법을 활용해 다채로움을 주는 명곡이다. 같은 리프라도 위치나 전개에 따라 섬세한 변화를 주는 윈디르의 특성 또한 매우 찬찬하게 잘 드러나 있다.
3번 트랙 Despot(폭군)은 그 시작부터 블랙메탈적 향취를 느낄 수 있으며, 중간의 참신한 변화 파트가 인상적인 곡이다. 광활히 타오르는 불길 같은 도입부의 트레몰로 기타 리프는 군주의 군림하에 황폐한 사회를 암시하는 듯하다. 이 위에 그 욕망의 불꽃이 일렁이는 듯한 리드기타 트레몰로 멜로디가 이어진다.
1절이 시작되는데, 절의 리프는 코드 및 이의 개별 음 울림을 활용한 것으로서 전에 보인 적 없던 독특한 스타일이다. 어두운 분위기 속, 사악한 트레몰로 후렴이 뒤따른다.
다시 불이 타오르고 일렁이며 번져가는 듯한 느낌의 도입부 리프가 반복된다.
그리고 2절이 기존 1절의 리프를 반복하는데, 이에 뒤따르는 트레몰로 후렴이 이번에는 말발굽 갤럽 소리처럼 코드별 팜 뮤트 후 다운피킹하는 것을 빠르게 반복하는 형태로 전환된다. 이는 윈디르의 몇몇 곡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작법상의 특징 중 하나로 전에 언급한 바 있다.
이윽고 보컬 및 다른 악기들이 모두 멈춘 가운데, 기타의 트레몰로 멜로디가 조명을 받은 채 연주된다. 조금 뒤, 상대적으로 높은음 기타의 트레몰로 멜로디, 베이스와 드럼이 차례로 들어온다. 두 대의 기타가 자아내는 트레몰로 멜로디가 얽히고, 여기에 곧 보컬이 등장한다. 드럼은 군주가 신민들에게 채찍질하고 자신의 욕망에 박차를 가하듯, 호전적이고 사기를 진작하는 느낌을 준다. 이 리프는 후렴 뒤 배치되는 양상을 띠며 나중에 3절의 후렴 이후에도 반복된다.
이후 중간부로 접어들며, 곡의 변화 파트가 시작된다. 기타가 잠시 멈춘 가운데 키보드 화음들 아래서 피어오르는 황홀한 베이스의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윽고 기타가 상응하는 코드를 연주하며 들어온다. 특정 리듬을 타며 코드를 개별 음들로 나누어 연주하는 부분이 이어지는데, 음들이 울리며 내는 모호한 사운드는 몽환적 효과를 낸다. ‘A mission, a vision(이상으로서 그리는 구상, 선견, 상상, 환상, 미래상) of a dark desire’라는 가사가 시작되면서는 여기에 몽환성을 더하는 기타의 멜로디가 리듬기타의 코드에 상응해 추가된다.
이후, 기타가 지배적인 리프로써 곡을 휘어잡는다. 팜 뮤트와 피킹 하모닉스를 활용한, 스래시적인 느낌의 기타 리프이다. 곡의 분위기를 새롭게 환기하며 사운드적으로 교묘한 장르 교차가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블랙메탈적 트레몰로 리프가 뒤따르고, 여기에는 공상적인 신스 멜로디가 따라붙는다. 이 스래시적 리프와 블랙메탈적 리프는 보컬이 입혀진 채 한 번 더 반복된다.
그 뒤, 3절이 기존 절의 리프가 연장된 형태로서 아까처럼 후렴과 함께 이어진다.
이윽고 기타, 베이스, 드럼이 아까 2절의 후렴 이후 연주했던 리프를 재연한다. 그리고 이를 곧 높은 음정으로 조옮김하여 심화해 들어간다. 다시 원래 음조로 돌아간 뒤에는 기존의 리프 및 가사를 반복하며 곡을 마친다.
4번 트랙 Blodssvik(피의 배신)는 드럼과 베이스, 키보드가 차례로 서서히 들어오며 시작된다. 베이스 멜로디가 돋보이는 가운데, 곧이어 리듬기타와 함께 들어온 보컬이 도입부 가사를 읊조린다.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리드기타의 트레몰로 멜로디는 점차 역동적인 리듬기타 및 드러밍과 어우러지며 신선함을 내뿜는다.
드럼의 휘몰아침과 함께 야생성이 느껴지는 거친 기타 리프가 나오고, 보컬의 포효가 뒤따른다. 보컬이 잠시 멈추면서는 리듬이 바뀌면서 새로운 리드기타의 멜로디가 첨가된다. 이 위에 보컬이 다시 들어와 해당 리프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아까 곡의 도입부 이후에 나왔던 기타 트레몰로 멜로디가 이번에는 연발하는 베이스드럼 위에 재등장하며 곡의 첫 파트를 마친다.
키보드 화음을 배경으로 리듬기타가 단순한 코드를 연신 묵직한 리듬으로 연주하는 파트가 이어진다. 보컬의 외침 속에 다시 드럼 패턴이 베이스드럼의 연발로써 긴장감 있게 변화되고, 후속 리프로 연결된다.
리듬감이 살아있는, 다소 스래시적인 기타 리프의 연주 파트가 이어진다.
곡은 초반 트레몰로 멜로디 이후에 나왔던 리프가 다시 보컬과 함께 나오며 통일감을 주면서 끝부분으로 접어든다.
곡의 대미는 베이스가 유도함에 따라 키보드 배킹이 깔리고 그 위에 리드기타의 날카로운 멜로디가 치고 들어오며 시작된다. 신화적인 분위기를 내는 고풍적 멜로디가 반복되며 뇌리에 박힌다. 여기에 클린보컬이 가슴 속 깊이 다짐하고 선언하듯, 비장한 가사를 멋들어지게 읊조린다. 이 뒤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으며 리듬기타가 힘 있고 장중하게 코드를 다운피킹, 팜 뮤트 피킹하고, 크래시 심벌을 활용한 드럼이 이와 함께 굳건한 리듬을 형성한다. 마법적이고 웅혼한 분위기는 마치 옛 페이건 전사들의 의식을 연상케 한다.
이 곡은 곳곳에서 또렷이 들리는 베이스라인이 멋진 곡으로서, 베이스가 전체적인 곡의 흐름 및 분위기와 무게감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례없는 특이한 느낌의 리드기타 멜로디들, 강한 악센트와 뚜렷한 박자감을 주는 리듬기타 등이 개성적인 곡이다. 완급조절이 훌륭하고 남성미 있는 구성과 전개가 돋보인다.
5번 트랙 Fagning(환영회, 기념회, 축전)은 그야말로 윈디르적 이상향을 뛰어난 구성 속 찬란한 멜로디들로 완벽하게 그려낸 ‘향연’ 그 자체이다. 송달의 역사적 시대상을 다루고 당대 선조들의 기개와 정신, 갈망을 표현하며 기리고 있다. 8분이 훌쩍 넘는 대곡으로서, 1부의 주제 제시 및 전개, 2부의 무르익은 환희의 연주, 3부의 평화롭고 서정적인 마무리 등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되돌리는 듯한, 혹은 다른 높은 차원으로 데려다주는 듯한 리프로 곡이 시작한다. 도입부의 빠른 드러밍(블라스트 비트 드럼)과 트레몰로 기타는 잠깐의 단일 코드 트레몰로로 이루어진 사이 연주로 진전된다.
그렇게 격상하는 리프 뒤, 마치 구름이 서서히 젖혀져 옛 선조들의 영혼들이 드러나듯 환상적인 음향 효과의 기타 멜로디가 아련히 울리며 영롱한 키보드 위에 아름다운 자수를 놓는다. 이를 베이스 기타가 민요적인 선율로서 침착히 받쳐준다. 이처럼 이 곡은 도입부가 상당히 긴 편이고 그 리프들이 다양하며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잠깐의 트레몰로 막간 연주 뒤에 1절이 시작된다. 전형적인 윈디르 스타일의 펼침형, 층계식 멜로디가 그 화려한 자태를 빛내며 감동적인 환영식을 연다. 트레몰로 피킹으로 연주되는 리듬기타의 코드들이 이 빛나는 멜로디와 어우러져 매우 애향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이후, 도입부의 간주와 유사한 스타일의 트레몰로 간주가 절과 절 사이를 채운다. 마치 노르웨이의 자연처럼, 어둡고 진지하고 무거운 사이 리프들을 낀 채 더없이 밝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절의 리프가 자연스럽게 번갈아 흘러나오게 함으로써 한껏 노르웨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윽고 2절이 시작되어 아까의 유려한 멜로디가 다시 펼쳐지는 가운데, 1절에서의 트레몰로 리듬기타 리프가 말발굽 소리와 같은 활력적인 리듬으로 전환된다. 이는 윈디르가 각 곡의 2절에서 즐겨 활용하는 전환 스타일이다.
아까 도입부의 간주(드러밍 패턴이 변화함, 클린 보컬이 추가됨)와 1절 뒤 간주(보컬이 추가됨) 리프가 차례로 다시 반복된다.
곧이어 영혼들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울려 퍼졌던 도입부의 멜로디가 같은 사운드 스타일로 다시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특징적인 음향은 이 곡에 독특한 장치로써 두 번 활용되고 있다. 멜로디에는 애수가 어려 있지만, 희망 또한 깃들어 있다. 이와 같은 애환을 담아내며 전반부를 마침과 동시에, 곡은 후반의 2부로 자연스럽게 이행된다.
3박자의 활기찬 박자 변화 파트가 시작되는데, 팜 뮤트를 사용한 흥취 있는 연주는 민속춤과도 같은 분위기를 낸다. 선명한 리듬감이 살아있는 이 리프는 그 생기 속에 강렬하고도 깊은 민속적, 애향적인 정서를 담아낸다. 마치 2번 트랙 Martyrium 중간의 3박 부분에서처럼 셋잇단음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리프들이 활약하고 있다. 정겨운 민속 유희의 도중에 황홀한 트레몰로 리프가 등장하며, 이와 어우러지는 클린보컬의 의기 드높은 외침은 바이킹적, 노르웨이적 정취를 고양한다. 이후, 다시금 리듬기타가 드럼의 발구르기와 함께 정겨운 민속춤을 선사해 보여준다. 리프에 맞춰 장식적인 수를 놓는 리드기타의 멜로디는 리프 뒷부분에 섬세하게 둘로 나뉘며, 마치 정교한 전통 의상의 문양들을 떠오르게 한다.
다시 4박자로 돌아오며 다소 잔잔해진 가운데, 연주 파트가 이어진다. 순박하고 동화적, 민요적인 기타 멜로디가 리드한다. 민속조의 리듬을 구현하는 한결같은 드럼, 재치 있는 보조 및 리듬기타 또한 인상적이다. 이 연주 파트에서 기타의 멜로디는 다시금 층을 이루며 기타 솔로로 심화된다. 윈디르는 이처럼 솔로나 연주 위주 부분에 있어, 일차적으로 제시된 기타 멜로디가 곧이어는 부가 선율이 되어 함께 울려 퍼지는 기법을 매우 아름답게 활용하였다(Saknet, Fagning 등).
잠시 모든 악기가 묵상하듯 잠잠해진 가운데, 키보드 화음 및 멜로디가 3부를 열어온다. 토착 신들이 내려주는 따스한 손길과도 같은,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현명하고 애정 어린 목소리와도 같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을 수 있다. 이 키보드 멜로디를 소중히 받으며 발전시키는 리드기타는 점차 부가 선율과 함께 연주되며 감동을 증폭한다. 이러한 멜로디의 향연은 윈디르 음악의 최대 강점이자 그 매력의 진수이다. 고결한 기타 선율들, 아늑한 리듬기타, 회고하는 듯한 드럼, 그리고 장엄한 클린보컬의 조화로움은 옛 시대와의 깊은 정서적 연결감을 자아낸다. 이로써 이 땅의 역사를 오래도록 잊지 않고 간직하고, 선조들과의 영적 연결을 이루며, 과거를 향한 위로이자 명백한 기념의 뜻을 전하고 있다.
이윽고 속도감을 내며 이를 밝게 정리해 마무리로 향하는 리프가 뒤잇고, 방금에 이어 리드기타 멜로디가 층을 이루어 펼쳐진다. 보컬은 이 위에서 마지막 외침을 한다.
곡의 맨 첫 리프가 그 뒷부분을 결말에 어울리도록 변형한 채 다시 흘러나오고, 이렇게 수미상관을 이루어 페이드아웃하며 명곡은 끝을 맺는다.
6번 트랙 On the Mountain of Goats(염소들의 산에서)는 왕의 악마적인 권세에 관한 곡으로서, 구성과 리프들에서 블랙메탈적 흥취가 매우 돋보인다.
빠른 템포 속, 격한 트레몰로 리프와 블라스트 비트 드러밍으로 시작되며, 마이너 코드의 진행으로 곡의 색채가 드러난다. 곧이어 모두 조용해진 가운데, 음간 보폭을 두며 넘실대는 리드기타의 독특한 멜로디가 시작되고, 이는 템포와 박자를 능란히 바꾸어 가며 절 등장 전 유희를 즐기듯 연주된다. 곧 나머지 악기들이 재투입되어 이를 받쳐준다.
템포를 올려 1절이 시작된다. 방금의 스타일을 변형한 리드기타가 힘을 쥐고 권력을 휘두르듯 가차 없이 쥐락펴락한다.
이윽고 절 사이 리듬감 넘치는 리프가 연주된다. 슬라이딩을 활용한 흥겨운 리듬은 트롤의 발놀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절을 약간 변주한 2절이 등장한다. 1절과 기본적인 양식은 같으나 호흡과 세부 요소를 달리하고 있어 진행 및 변화감이 느껴진다.
이후 나오는 리프는 아까 리듬이 강조되었던 부분과 그 리듬은 유사하게 가져가면서 구체적 코드와 구성은 변형한 채, 한층 더 예사롭지 않은 사악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팜 뮤트를 활용한 리듬기타와 리드기타로 심화된다.
어두운 기운이 자라나는 가운데, 곧이어 블랙메탈적 향취가 짙게 깔리는 구간이 등장한다. 이는 연결부이자 곡 중간 변화 파트의 도입부이기도 하다. 블랙메탈 특유의 차갑고 건조하며 음산한 톤의 기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리듬기타가 파워코드로 이루어진 강력하고 묵직한 리프들을 팜 뮤트 및 슬라이딩을 활용해 연주한다. 해당 리프에서의 보컬이 끝나면서는 팜 뮤트로 결단력 있는 리듬을 조성하는 기타 리프가 나오는데, 이는 마치 왕이 자신의 힘에 도취한 채 위세를 뽐내는 듯하다. 이렇게 변화 파트는 마무리된다.
다시 메인 파트로의 이행을 알림에 이어 세 번째 절이 나오고, 2절에서처럼 그 뒤에 리듬감이 강조되는 리프가 뒤따른다.
마지막으로 앞서 변화 파트의 마무리로써 등장했던 득의만만한 리프가 재등장하며 곡이 끝난다.
7번 트랙 Dauden(죽음)은 가사와 긴밀하고 정교한 연관 관계를 이루는 리프들이 아름다운 곡으로서, 가사 내용에 따른 분위기 전환 및 음악적 장치들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곡은 인트로 뒤, 지성과 감성이 동시에 느껴지는 윈디르적 기타 멜로디가 이끄는 절로써 시작된다. 절의 리프는 곡의 일반적인 주제 인식에 걸맞게 잔잔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며, 가사 속 송네피오르의 묘사처럼 어둡게 빛난다.
이 뒤를 잇는 연결 리프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전환하여, 마치 피오르에 불이 켜지고 희미한 빛이 선명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 빛을 이어가며 기타와 드럼 등이 더욱 역동성을 갖추는 후렴 부분은 실로 밝고 희망찬 느낌마저 선사한다. 이는 명예로운 이의 죽음에 대한 헌사로서의 곡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 자신의 운명이 다했음을 직감했다면 삶을 애틋이 회상하고 이번 생의 끝을 슬퍼하기 마련이다. 곡은 이러한 가사의 내용처럼 일시적으로 애상적인 구간에 들어선다. 잠잠해진 분위기 속, 클린톤 기타의 잔잔한 물결 같은 반주를 배경으로, 마치 운명의 신비와 생사의 신성함을 담은 듯한 키보드 멜로디가 애수 어리면서도 깊이감 있게 연주된다. 보컬은 삶의 끝을 예고하며 슬픔을 노래한다.
이러한 슬픔의 시간을 거친 뒤, 다시 곡의 도입부 인트로가 흘러나오고, 두 번째 절이 시작된다. 가사에서는 죽음의 대상이 점점 구체화되는 가운데, 죽음에 관한 표현들 또한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몸은 죽었지만, 영혼은 자유롭다’라는 표현과 함께, 다시 아까의 밝은 후렴 리프 및 가사가 이어진다.
이윽고 느릿하고 장중한 리듬기타 위에, 클린보컬의 장엄한 목소리가 전사의 죽음을 노래하는 부분이 나온다. 전사는 전투를 돌아보고 자신의 죽음을 고하고 있으며, 음악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향하는 승천의 의식과도 같은 분위기를 준다.
곧이어 마지막 리프로서 다시금 밝고 희망적인 후렴이 등장한다. 전사 Arntor는 죽음을 따라갔지만, 영광된 사후와 미래를 예견하듯 그의 영혼은 밝게 빛나 오른다.
8번 트랙 Ætti Mørkna(혈통이 사라진다)는 발파르가 내리 심도 있게 다뤄온 주제인 1184년 전투 및 그 여파와 관련하여 송달 지역민들이 겪게 된 비애의 응축이자 총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음악적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선보였던 윈디르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미적 기법들이 어우러진 곡이다.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주제 선율들이 등장하며 절과 후렴으로 이루어진 애절한 1부, 중간에 분위기가 전환되는 2부, 어둡게 침잠되어 가는 듯한 3부로 구성된다.
기타의 트레몰로 멜로디가 슬픔을 자아내는 도입부는 1절로 이어진다. 리프들은 슬픔의 격정 그 자체이다. 부르짖는 보컬이 진행됨에 따라 비통한 리듬기타 위로 추가되는 리드기타의 통렬한 선율은 가슴이 찢어지듯 애달프다.
이후 도입부의 리프가 키보드 화음의 볼륨이 한층 높아진 채 재등장하고, 머지않아 2절이 시작된다. 1절에서 리듬기타가 트레몰로 피킹을 이어갔다면, 2절에서는 리드기타 멜로디가 들어오는 부분부터 팜뮤트를 활용한 주법으로 리듬의 변화를 줌으로써 윈디르적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또한, 1절과 달리 클린보컬이 절의 끝부분에 맞추어 후렴을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윽고 1부와 2부 사이를 이어주며 키보드와 드럼만이 연주되는 파트가 잠시 등장한다. 이전 리프들의 향취와 여운을 이어가는 애상적인 키보드 멜로디들이 고저로 층을 이룬 채 먹먹한 드럼 비트 위에서 흘러나온다.
곧 폭포와 같은 트레몰로 기타와 드럼이 돋보이는 리프가 분위기를 완전히 전환하며 2부를 열어젖힌다. 이는 1부 도입부와는 다른 분위기의 격정이다. 전체적으로 이 파트는 밝고 인상적인 리프들, 윈디르 특유의 애향적이고도 서정적인 멜로디들로 가득 차 있다. 이윽고 방금과 같은 코드들을 팜뮤트 노트를 활용해 말발굽 갤럽 소리처럼 연주하는 리듬기타 위로, 섬세한 리드기타의 멜로디와 함께 보컬이 들어온다. 발파르의 스크리밍 이후, 클린보컬이 앞서 후렴구에서 불렀던 가사를 노래하고, 이윽고 두 보컬이 번갈아 나오는 부분은 웅장함을 극대화한다.
이 뒤로, 조금 전 리프의 코드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기타의 잔잔한 멜로디가 울리고, 곧이어 상응하는 추가 기타 선율이 서정적으로 연주된다.
그리고 2부의 시작과 더불어 연주되었던 코드들을 새로운 리듬으로 다시금 연주하는 리듬기타 위, 기타의 리드 멜로디가 어렴풋한 천상계의 빛처럼 높다랗게 퍼져 해당 파트의 절정부를 이루어 낸다.
이후, 곡은 다시 처연한 키보드 멜로디와 함께 새로운 막으로 접어든다.
기타 리프와 키보드 화음들의 조화가 인상적인데, 이는 마치 혈통이 기울고 위태로워진 상황 속에서 각각 묵직한 슬픔과 가슴 깊이 스며드는 애절함을 형상화한 듯하다.
마침내 곡의 맨 첫 번째 도입부 리프가 영롱한 음색의 키보드 추가 선율과 함께 재등장한다. 절의 리프는 반복되지 않고, 보컬이 이 리프 위에서 그대로 부르짖는다. 이어서 후렴구가 되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어둠이 격정적으로 드리워 장막을 치는 듯, 슬픈 기타 리프가 드럼 패턴의 변화 속에서 페이드아웃 되며 이어진다. 이렇게 윈디르의 정규 앨범 마지막 곡이 마무리된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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