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reversible Review
Band | |
---|---|
Album | Irreversible |
Type | Album (Studio full-length) |
Released | July 28, 2015 |
Genres | Stoner Metal |
Labels | Stoneage, Mirrorball Music |
Length | 1:00:13 |
Ranked | #1 for 2015 , #203 all-time |
Album rating : 97.3 / 100
Votes : 13 (1 review)
Votes : 13 (1 review)
June 30, 2020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음악을 하는 이유
2005년 인천에서 결성된 둠/스토너/슬럿지 메탈 밴드 블랙 메디신은 한국 최초의 데스 메탈 밴드 스컨드렐과 사두의 기타리스트였던 이명희와 데스 메탈 밴드 시드의 보컬이었던 김창유가 주축이 되었던 밴드이다. 비록 결성은 2005년도에 했었지만 이들의 첫 정규 앨범 Irreversible은 무려 10년 뒤인 2015년이 돼서야 발매될 수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물론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현실적인 요인 또한 매우 컸을 것이다. 그들은 여러 회사와 접촉도 해 보고 EP 발매를 위해 녹음도 했었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일이 안 풀리게 되어 10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특히 보컬 김창유의 경우 음악을 하기 위해 그동안 막노동을 해가며 살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발매된 이들의 1집 Irreversible은 비록 작은 규모지만 순도 높은 호평을 받으며 ‘기적과 같은 앨범’이라는 찬사 또한 받기도 했다. 발매 이후 한동한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들은 2016년 이명희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밴드를 탈퇴한 이후로 별다른 활동이 없기는 하지만 블랙메디신은 아직까지 살아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들의 밴드 로고가 블랙 사바스 1집 시절 로고 폰트를 빼다 박은 수준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음악적 뿌리는 Black Sabbath에서 비롯되었다. 이 앨범의 스타일 또한 Black Sabbath, 그것도 그들의 1집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의 사운드가 50년 전 Black Sabbath와 똑같은 건 아니고 이 앨범 속에는 현대적인 면모 또한 공존한다. 비유하자면 80년대 스래쉬 메탈 사운드와 00년대 이후 소위 리바이벌 스래쉬라고 불리우는 스래쉬 메탈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옛날 그때 그 시절 느낌을 살리면서도 빵빵하고 모던한 레코딩 역시 두드러지는 점이 주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곡 The Arson Boy를 들어 보면 이러한 이 앨범의 특징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Black Sabbath의 명곡 Paranoid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인트로와 함께 시작하는 이 곡은 곧이어 끈덕진 메인 리프와 걸쭉한 보컬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 준다. 이후 취하는 듯한 몽롱한 솔로와 빠른 템포의 후반부 모두 초기 Black Sabbath의 면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이들만의 색깔을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맛깔나는 리프가 인상적인 도입부부터 귀를 사로잡는 Sludge Song 또한 Black Sabbath와 스토너 록/메탈의 무겁고 진득한 느낌으로 가득한 곡이다. 거칠고 매력적인 보컬과 9분이 넘어가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곡을 이끌어나가는 구성 또한 인상적이었다.
한편 세 번째 곡 Medicide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듯한 곡으로, 무겁게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내딛는 듯한 진중함이 두드러진다. 후반부에서는 템포가 빨라지며 다시금 흥겨운 리프와 전개로 깔끔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이어지는 Your Devilish Smile은 시종일관 강하게 몰아붙이는 느낌을 주는 곡으로, 앞선 곡들처럼 메인 리프부터가 마음에 들었던 곡이다. 곡 후반부에서는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솔로 배틀이 인상적이었다.
다섯 번째 트랙 Road Swamp는 마약에 대한 영어 샘플링을 담아 서구적인 느낌을 부각하지만 정작 가사는 유일하게 한국어로 된 곡이다. 때문에 이 곡에서는 한국어 보컬과 스토너 메탈 사운드의 조화를 맛볼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물론 곡의 완성도는 역시나 앞선 곡들 못지않다.
대개 일반적인 앨범의 중후반부에 위치한 트랙은 존재감이 없는 편인 곡인 경우가 많지만 이 앨범의 6번 곡 Night Flames는 초반부 트랙들과 비교해 봐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곡이었다. 역시나 리프 하나하나가 버릴 것 없이 기억에 남았고, 흥 넘치는 전개로 짧지 않은 시간인 7분을 이끌어 간다.
마찬가지로 일곱 번째 곡 Misdirected Rage도 앨범 후반부에 수록된 가장 짧은 곡이지만 무시 못 할 존재감을 표출하는 곡이다. 우선 빠른 템포로 청자를 다시 한번 뒤흔들어 놓은 뒤 후반부에서 무겁고 사이키델릭한 전환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곡 Riots Rage는 조용하고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중반부부터 마치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비장미마저 느껴지는 이 부분은 짧지만 앨범을 대미를 장식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던 강렬한 클라이맥스였고, 이후로는 Black Sabbath 1집의 마지막 곡 Warning처럼 긴 솔로와 가라앉은 분위기로 앨범을 마무리했다.
전반적으로 Black Sabbath를 근본으로 하여 80년대 둠 메탈과 스토너 메탈, 슬럿지 메탈 전반을 아우르는 느낌이 고루 들어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수록된 여덟 곡 모두 어느 하나 버릴 곡 없이 우수했고, 전반적인 구성 역시 한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나갔다. 또한 머리가 절로 흔들어지는 훌륭한 리프들이 가득하며 거칠고 투박한 듯하면서도 현대적인 깔끔함이 공존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드럼 사운드의 고전적인 느낌은 Black Sabbath의 그것과 똑 닮았으며, 퍼지한 기타 톤 역시 나른하고 무거운 장르적 특색을 잘 살리는데 일조했다. 보컬 김창유의 거칠고 걸쭉한 생목 보컬 역시 진득한 연주의 느낌과 완벽한 합치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이 앨범은 Black Sabbath의 사운드를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음악적 세계를 구축한 Pentagram이나 Sleep과 Electric Wizard같은 둠 메탈 및 스토너 메탈 거장들의 음악과 비교해 봐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의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 이 정도 수준의 앨범이, 그것도 데뷔 앨범이 나오리라고 누가 예상했었을까? 물론 이들은 이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결국 이들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록/메탈 계보에 작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결과물이기에 아무리 오랜 시간 노력하고, 또 재능이 있더라도 뚜렷한 결과를 남기지 못하면 기억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타리스트 이명희에 따르면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손가락질도 당하고 했는데 마침내 앨범이 나오고 호평을 받아서 속이 시원했다고 한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것을 증명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간 낭비만 한다’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 메디신은 이 앨범을 통해 그들의 저력을 당당하게 증명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작품이 침체된 한국 메탈 장르를 획기적으로 부흥시켰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이명희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밴드를 탈퇴하게 되면서 블랙 메디신은 짧은 활동 이후 사실상 멈춰 버린 다른 수많은 한국의 메탈 밴드들처럼 멈춰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대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고 해서 이들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앨범을 고생 끝에 발표했다고 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10년씩이나 걸려가며 데뷔작을 발표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보컬 김창유는 2015년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성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게 자신의 정신이 갖는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내 정체성의 일부다. 누구에겐 너무 진지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이러한 그의 답변은 블랙 메디신뿐 아니라 메탈 음악을 포함한 모든 비주류 예술, 즉 돈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술을 계속해나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신념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큰 돈을 써가면서까지 예술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본인이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상업적 성공은 애초에 의도한 주요 목적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블랙 메디신의 데뷔작 Irreversible은 그들 스스로 만족감을 느꼈고, 아무리 적은 수라고 할지라도 열광적이고 진심 어린 호평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대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이 앨범이 세상에 나온 지도 5년 가까이 되었다. 활동을 중단해버린 많은 국내 밴드들처럼 이들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은 막연하게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또다시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니면 더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음악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음악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들의 음악을 즐긴 한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블랙 메디신의 음악이 다시 한번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97/100
*블랙 메디신의 1집 Irreversible은 CD와 LP 모두 향뮤직, Yes24 등의 웹사이트를 통해 지금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허핑턴 인터뷰] 블랙 메디신, '우리 무서운 사람들 아니에요'
https://www.huffingtonpost.kr/sehoi-park/story_b_8102036.html
2005년 인천에서 결성된 둠/스토너/슬럿지 메탈 밴드 블랙 메디신은 한국 최초의 데스 메탈 밴드 스컨드렐과 사두의 기타리스트였던 이명희와 데스 메탈 밴드 시드의 보컬이었던 김창유가 주축이 되었던 밴드이다. 비록 결성은 2005년도에 했었지만 이들의 첫 정규 앨범 Irreversible은 무려 10년 뒤인 2015년이 돼서야 발매될 수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물론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현실적인 요인 또한 매우 컸을 것이다. 그들은 여러 회사와 접촉도 해 보고 EP 발매를 위해 녹음도 했었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일이 안 풀리게 되어 10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특히 보컬 김창유의 경우 음악을 하기 위해 그동안 막노동을 해가며 살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발매된 이들의 1집 Irreversible은 비록 작은 규모지만 순도 높은 호평을 받으며 ‘기적과 같은 앨범’이라는 찬사 또한 받기도 했다. 발매 이후 한동한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들은 2016년 이명희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밴드를 탈퇴한 이후로 별다른 활동이 없기는 하지만 블랙메디신은 아직까지 살아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들의 밴드 로고가 블랙 사바스 1집 시절 로고 폰트를 빼다 박은 수준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음악적 뿌리는 Black Sabbath에서 비롯되었다. 이 앨범의 스타일 또한 Black Sabbath, 그것도 그들의 1집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의 사운드가 50년 전 Black Sabbath와 똑같은 건 아니고 이 앨범 속에는 현대적인 면모 또한 공존한다. 비유하자면 80년대 스래쉬 메탈 사운드와 00년대 이후 소위 리바이벌 스래쉬라고 불리우는 스래쉬 메탈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옛날 그때 그 시절 느낌을 살리면서도 빵빵하고 모던한 레코딩 역시 두드러지는 점이 주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곡 The Arson Boy를 들어 보면 이러한 이 앨범의 특징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Black Sabbath의 명곡 Paranoid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인트로와 함께 시작하는 이 곡은 곧이어 끈덕진 메인 리프와 걸쭉한 보컬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 준다. 이후 취하는 듯한 몽롱한 솔로와 빠른 템포의 후반부 모두 초기 Black Sabbath의 면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이들만의 색깔을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맛깔나는 리프가 인상적인 도입부부터 귀를 사로잡는 Sludge Song 또한 Black Sabbath와 스토너 록/메탈의 무겁고 진득한 느낌으로 가득한 곡이다. 거칠고 매력적인 보컬과 9분이 넘어가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곡을 이끌어나가는 구성 또한 인상적이었다.
한편 세 번째 곡 Medicide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듯한 곡으로, 무겁게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내딛는 듯한 진중함이 두드러진다. 후반부에서는 템포가 빨라지며 다시금 흥겨운 리프와 전개로 깔끔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이어지는 Your Devilish Smile은 시종일관 강하게 몰아붙이는 느낌을 주는 곡으로, 앞선 곡들처럼 메인 리프부터가 마음에 들었던 곡이다. 곡 후반부에서는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솔로 배틀이 인상적이었다.
다섯 번째 트랙 Road Swamp는 마약에 대한 영어 샘플링을 담아 서구적인 느낌을 부각하지만 정작 가사는 유일하게 한국어로 된 곡이다. 때문에 이 곡에서는 한국어 보컬과 스토너 메탈 사운드의 조화를 맛볼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물론 곡의 완성도는 역시나 앞선 곡들 못지않다.
대개 일반적인 앨범의 중후반부에 위치한 트랙은 존재감이 없는 편인 곡인 경우가 많지만 이 앨범의 6번 곡 Night Flames는 초반부 트랙들과 비교해 봐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곡이었다. 역시나 리프 하나하나가 버릴 것 없이 기억에 남았고, 흥 넘치는 전개로 짧지 않은 시간인 7분을 이끌어 간다.
마찬가지로 일곱 번째 곡 Misdirected Rage도 앨범 후반부에 수록된 가장 짧은 곡이지만 무시 못 할 존재감을 표출하는 곡이다. 우선 빠른 템포로 청자를 다시 한번 뒤흔들어 놓은 뒤 후반부에서 무겁고 사이키델릭한 전환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곡 Riots Rage는 조용하고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중반부부터 마치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비장미마저 느껴지는 이 부분은 짧지만 앨범을 대미를 장식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던 강렬한 클라이맥스였고, 이후로는 Black Sabbath 1집의 마지막 곡 Warning처럼 긴 솔로와 가라앉은 분위기로 앨범을 마무리했다.
전반적으로 Black Sabbath를 근본으로 하여 80년대 둠 메탈과 스토너 메탈, 슬럿지 메탈 전반을 아우르는 느낌이 고루 들어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수록된 여덟 곡 모두 어느 하나 버릴 곡 없이 우수했고, 전반적인 구성 역시 한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나갔다. 또한 머리가 절로 흔들어지는 훌륭한 리프들이 가득하며 거칠고 투박한 듯하면서도 현대적인 깔끔함이 공존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드럼 사운드의 고전적인 느낌은 Black Sabbath의 그것과 똑 닮았으며, 퍼지한 기타 톤 역시 나른하고 무거운 장르적 특색을 잘 살리는데 일조했다. 보컬 김창유의 거칠고 걸쭉한 생목 보컬 역시 진득한 연주의 느낌과 완벽한 합치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이 앨범은 Black Sabbath의 사운드를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음악적 세계를 구축한 Pentagram이나 Sleep과 Electric Wizard같은 둠 메탈 및 스토너 메탈 거장들의 음악과 비교해 봐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의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 이 정도 수준의 앨범이, 그것도 데뷔 앨범이 나오리라고 누가 예상했었을까? 물론 이들은 이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결국 이들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록/메탈 계보에 작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결과물이기에 아무리 오랜 시간 노력하고, 또 재능이 있더라도 뚜렷한 결과를 남기지 못하면 기억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타리스트 이명희에 따르면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손가락질도 당하고 했는데 마침내 앨범이 나오고 호평을 받아서 속이 시원했다고 한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것을 증명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간 낭비만 한다’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 메디신은 이 앨범을 통해 그들의 저력을 당당하게 증명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작품이 침체된 한국 메탈 장르를 획기적으로 부흥시켰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이명희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밴드를 탈퇴하게 되면서 블랙 메디신은 짧은 활동 이후 사실상 멈춰 버린 다른 수많은 한국의 메탈 밴드들처럼 멈춰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대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고 해서 이들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앨범을 고생 끝에 발표했다고 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10년씩이나 걸려가며 데뷔작을 발표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보컬 김창유는 2015년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성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게 자신의 정신이 갖는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내 정체성의 일부다. 누구에겐 너무 진지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이러한 그의 답변은 블랙 메디신뿐 아니라 메탈 음악을 포함한 모든 비주류 예술, 즉 돈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술을 계속해나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신념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큰 돈을 써가면서까지 예술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본인이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상업적 성공은 애초에 의도한 주요 목적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블랙 메디신의 데뷔작 Irreversible은 그들 스스로 만족감을 느꼈고, 아무리 적은 수라고 할지라도 열광적이고 진심 어린 호평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대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이 앨범이 세상에 나온 지도 5년 가까이 되었다. 활동을 중단해버린 많은 국내 밴드들처럼 이들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은 막연하게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또다시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니면 더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음악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음악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들의 음악을 즐긴 한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블랙 메디신의 음악이 다시 한번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97/100
*블랙 메디신의 1집 Irreversible은 CD와 LP 모두 향뮤직, Yes24 등의 웹사이트를 통해 지금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허핑턴 인터뷰] 블랙 메디신, '우리 무서운 사람들 아니에요'
https://www.huffingtonpost.kr/sehoi-park/story_b_8102036.html
10 likes
Line-up (members)
- 이명희 (Lee Myung-He) : Guitar
- 이영호 (Lee Young-Ho) : Drums
- 김창유 (Kim Chang-Yu) : Vocal
- 김대일 (Kim Dae-il) : Bass
10,451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
Bloodthirst Review (1999) | 95 | Jul 21, 2020 | 2 | ||||
The Morning After Review (1988) | 85 | Jul 19, 2020 | 0 | ||||
Garden of Storms Review (2019) | 85 | Jul 17, 2020 | 4 | ||||
Blue Blood Review (1989) | 70 | Jul 13, 2020 | 3 | ||||
Yasou Emaki Review (2015) | 85 | Jul 13, 2020 | 2 | ||||
Redeemer of Souls Review (2014) | 70 | Jul 8, 2020 | 2 | ||||
Painkiller Review (1990) | 100 | Jul 7, 2020 | 17 | ||||
I Disagree Review (2020) | 75 | Jul 2, 2020 | 4 | ||||
▶ Irreversible Review (2015) | 95 | Jun 30, 2020 | 10 | ||||
Path of the Hero Review (2020) | 90 | Jun 28, 2020 | 3 | ||||
95 | Jun 27, 2020 | 6 | |||||
Altars of Madness Review (1989) | 95 | Jun 27, 2020 | 12 | ||||
White-Eyed Trance Review (2019) | 90 | Jun 25, 2020 | 6 | ||||
Eaten Back to Life Review (1990) | 80 | Jun 23, 2020 | 3 | ||||
The Time of the Oath Review (1996) | 95 | Jun 22, 2020 | 7 | ||||
Lamb of God Review (2020) | 70 | Jun 20, 2020 | 10 | ||||
Dreary Proximity Review (2018) [Compilation] | 80 | Jun 17, 2020 | 4 | ||||
Calm Before the Storm Review (1987) | 80 | Jun 16, 2020 | 0 | ||||
Maximum Security Review (1987) | 80 | Jun 16, 2020 | 0 | ||||
The Legacy Review (1987) | 90 | Jun 16, 2020 | 5 |
▶ Irreversible Review (2015)
MMSA 95/100
Jun 30, 2020 Likes : 10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음악을 하는 이유
2005년 인천에서 결성된 둠/스토너/슬럿지 메탈 밴드 블랙 메디신은 한국 최초의 데스 메탈 밴드 스컨드렐과 사두의 기타리스트였던 이명희와 데스 메탈 밴드 시드의 보컬이었던 김창유가 주축이 되었던 밴드이다. 비록 결성은 2005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