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gades Review
December 19, 2020
학생 때, 무슨 이누이트 족이 눈에 대한 표현이 많다는 뻥을 배운 적이 있다.
언어란 사회의 필요에 의해 세분화된다는 근거로 말이다.
졸업을 하고 한참이나 지난 후, 꺼무위키를 보다가 그 말이 뻥이란 얘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사실 저 말이 뻥이란 건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이 앨범의 수록된 모든 곡은 원곡이 따로 있는, 말하자면 커버 앨범이다.
앨범 내에서 보이는 '커버링'의 정도는 #7과 같이 '호오 제법이군요' 수준부터 #11같이 프리저 장님 만드는 스카우터-브레이커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큰데, 아쉽게도 커버링의 정도에 따른 세분화된 표현 없이 이 모두를 커버링이라 부르며, 이 앨범은 커버 앨범이라 부르곤 한다.
커버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 우타이테같은 커버 말고 진짜 커버를 부르는 사람들 말이다.
아무튼, 본 앨범은 헤비니스 파트와 rap 파트의 균형을 잃으면서 휘청댔던 2,3집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헤비니스 파트가 보강되어 명반 1집의 향을 느낄 수가 있었고, 그 점이 앨범을 좋게 감상한 온전한 이유이다.
원래 가사나 컨셉과 같은 부가적인 부분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으며, 그동안의 감상에도 대부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하의 부분은 사족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 앨범의 커버의 대상은 힙합, 하드락, 개러지, 신스팝, 포크에 이르기까지 맥락없다 싶을 만큼 다양하다.
거기까지는 그냥 그렇다 치는데, 트랙 리스트에서 한번씩 튀어 나온 이질적인 결과물을 처음 접했을 땐 밴드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Prodigy가 연상되는 #11나 하드코어 트랙 #7같은 트랙은 이론의 여지 없이 눈에 띄는 불순물이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역시 #5였다.
#5의 원곡은 Devo의 신스팝으로, 장르 특유의 밝고 미래적인 분위기, 찬미적인 가사와는 대비되는 MV를 갖고 있는 곡이다.
가사는 시종일관 세상이 아름답다느니,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굉장하다느니 노래하지만, MV는 반복되는 for you란 가사에 맞추어 전쟁, 기아, 인종차별, 핵폭발 따위를 보여준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마지막 가사 'not me'를 통해 "네겐 저런 부조리가 있겠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고, 나한텐 이 세상이 겁나 좋아."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RATM은 저 원곡의 가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곡의 분위기 변화 만으로 곡의 화자를 뒤집었다.
동시에, 원곡에서 사회적 강자가 약자를 손절하는 장치였던 가사 'not me' 는 소외된 약자가 강자를 바라보는 염세적인 시선으로 탈바꿈 되었다.
이 재치있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원곡과 커버곡을 관통하는 주제는 불평등, 소외, 저항이었다.
이것은 소위 좌파 메탈로 악명이 높은 RATM이 지난 세 장의 앨범 내내 주목했던 주제의식과 맞닿아있었고, 마치 이곡에서 RATM은 자신들의 정체성이란 랩메탈이란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항시라는 정신에 있는 것이라고 외치는 듯했다.
전 앨범의 가사를 면면이 살펴본 게 아니라, 어쩌면 저 곡에만 해당하는 우연한 논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모니카가 인상적이었던 포크 송을 기깔나게 RATM-forming해버린 #9를 듣다보면, '다 뭔가 RATM이 생각이 있어서 저렇게 만든거겠지.'란 생각이 들긴드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앨범의 마지막 트랙을 평일밤에 들을 시, I ain't gonna work on 뻐킹 ㅇ사장's office no more! 를 유발하여 고용안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경고를 하며, 각 트랙의 원곡 정보를 덧붙인다.
#1 : Eric B & Rakim (Follow The Leader,1988, Hiphop)
#2 : Volume 10 (Hip-Hopera, 1994, Hiphop)
#3 : MC5 (Kick Out Jams, 1969, Garage)
#4 : Afrika Bambaataa (Renegades Of Funk, 1983. Hiphop)
#5 : Devo (New Traditionalists, 1981, Synth Pop)
#6 : EPMD (Strictly Business, 1988, Hiphop)
#7 : Minor Threat (In My Eyes, 1981, Hardcore)
#8 : Cypress Hill (Cypress Hill, 1991, Hiphop)
#9 : Bruce Springteen (The Ghost Of Tom Joad, 1995, Folk)
#10 : The Stooges (Fun House, 1970, Garage)
#11 : The Rolling Stones (Beggars Banquet, 1968)
#12 : Bob Dylan (Bringing It All Back Home, 1965)
언어란 사회의 필요에 의해 세분화된다는 근거로 말이다.
졸업을 하고 한참이나 지난 후, 꺼무위키를 보다가 그 말이 뻥이란 얘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사실 저 말이 뻥이란 건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이 앨범의 수록된 모든 곡은 원곡이 따로 있는, 말하자면 커버 앨범이다.
앨범 내에서 보이는 '커버링'의 정도는 #7과 같이 '호오 제법이군요' 수준부터 #11같이 프리저 장님 만드는 스카우터-브레이커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큰데, 아쉽게도 커버링의 정도에 따른 세분화된 표현 없이 이 모두를 커버링이라 부르며, 이 앨범은 커버 앨범이라 부르곤 한다.
커버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 우타이테같은 커버 말고 진짜 커버를 부르는 사람들 말이다.
아무튼, 본 앨범은 헤비니스 파트와 rap 파트의 균형을 잃으면서 휘청댔던 2,3집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헤비니스 파트가 보강되어 명반 1집의 향을 느낄 수가 있었고, 그 점이 앨범을 좋게 감상한 온전한 이유이다.
원래 가사나 컨셉과 같은 부가적인 부분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으며, 그동안의 감상에도 대부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하의 부분은 사족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 앨범의 커버의 대상은 힙합, 하드락, 개러지, 신스팝, 포크에 이르기까지 맥락없다 싶을 만큼 다양하다.
거기까지는 그냥 그렇다 치는데, 트랙 리스트에서 한번씩 튀어 나온 이질적인 결과물을 처음 접했을 땐 밴드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Prodigy가 연상되는 #11나 하드코어 트랙 #7같은 트랙은 이론의 여지 없이 눈에 띄는 불순물이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역시 #5였다.
#5의 원곡은 Devo의 신스팝으로, 장르 특유의 밝고 미래적인 분위기, 찬미적인 가사와는 대비되는 MV를 갖고 있는 곡이다.
가사는 시종일관 세상이 아름답다느니,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굉장하다느니 노래하지만, MV는 반복되는 for you란 가사에 맞추어 전쟁, 기아, 인종차별, 핵폭발 따위를 보여준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마지막 가사 'not me'를 통해 "네겐 저런 부조리가 있겠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고, 나한텐 이 세상이 겁나 좋아."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RATM은 저 원곡의 가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곡의 분위기 변화 만으로 곡의 화자를 뒤집었다.
동시에, 원곡에서 사회적 강자가 약자를 손절하는 장치였던 가사 'not me' 는 소외된 약자가 강자를 바라보는 염세적인 시선으로 탈바꿈 되었다.
이 재치있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원곡과 커버곡을 관통하는 주제는 불평등, 소외, 저항이었다.
이것은 소위 좌파 메탈로 악명이 높은 RATM이 지난 세 장의 앨범 내내 주목했던 주제의식과 맞닿아있었고, 마치 이곡에서 RATM은 자신들의 정체성이란 랩메탈이란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항시라는 정신에 있는 것이라고 외치는 듯했다.
전 앨범의 가사를 면면이 살펴본 게 아니라, 어쩌면 저 곡에만 해당하는 우연한 논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모니카가 인상적이었던 포크 송을 기깔나게 RATM-forming해버린 #9를 듣다보면, '다 뭔가 RATM이 생각이 있어서 저렇게 만든거겠지.'란 생각이 들긴드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앨범의 마지막 트랙을 평일밤에 들을 시, I ain't gonna work on 뻐킹 ㅇ사장's office no more! 를 유발하여 고용안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경고를 하며, 각 트랙의 원곡 정보를 덧붙인다.
#1 : Eric B & Rakim (Follow The Leader,1988, Hiphop)
#2 : Volume 10 (Hip-Hopera, 1994, Hiphop)
#3 : MC5 (Kick Out Jams, 1969, Garage)
#4 : Afrika Bambaataa (Renegades Of Funk, 1983. Hiphop)
#5 : Devo (New Traditionalists, 1981, Synth Pop)
#6 : EPMD (Strictly Business, 1988, Hiphop)
#7 : Minor Threat (In My Eyes, 1981, Hardcore)
#8 : Cypress Hill (Cypress Hill, 1991, Hiphop)
#9 : Bruce Springteen (The Ghost Of Tom Joad, 1995, Folk)
#10 : The Stooges (Fun House, 1970, Garage)
#11 : The Rolling Stones (Beggars Banquet, 1968)
#12 : Bob Dylan (Bringing It All Back Home, 1965)
1 like
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video | ||
---|---|---|---|---|---|
1. | Microphone Fiend | 5:01 | 87.5 | 2 | Audio |
2. | Pistol Grip Pump | 3:18 | 80 | 2 | Audio |
3. | Kick Out the Jams | 3:11 | 80 | 2 | |
4. | Renegades of Funk | 4:35 | 85 | 2 | Music Video |
5. | Beautiful World | 2:35 | 82.5 | 2 | Audio |
6. | I'm Housin' | 4:56 | 87.5 | 2 | Audio |
7. | In My Eyes | 2:54 | 85 | 2 | Audio |
8. | How I Could Just Kill a Man | 4:04 | 86.7 | 3 | Audio |
9. | The Ghost of Tom Joad | 5:38 | 93.3 | 3 | Music Video |
10. | Down on the Street | 3:38 | 77.5 | 2 | |
11. | Street Fighting Man | 4:42 | 80 | 2 | |
12. | Maggie's Farm | 6:54 | 90 | 2 | Audio |
Line-up (members)
- Zack de la Rocha : Vocals
- Tim Commerford : Bass, Backing Vocals
- Tom Morello : Guitars
- Brad Wilk : Drums
10,437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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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tScream213 45/100
Sep 28, 2021 Likes : 1
Another one of those “did it first” albums that in my opinion doesn’t live up to the hype its legacy implies. Aside from Anthrax’s “I’m the Man” and a couple Faith No More songs (if we’re being generous), there really wasn’t much Rap Metal prior to RATM, and certainly not a full album of it. The band certainly took a unique approach and recreated Hip-Hop using... Read More
▶ Renegades Review (2000)
제츠에이 80/100
Dec 19, 2020 Likes : 1
학생 때, 무슨 이누이트 족이 눈에 대한 표현이 많다는 뻥을 배운 적이 있다.
언어란 사회의 필요에 의해 세분화된다는 근거로 말이다.
졸업을 하고 한참이나 지난 후, 꺼무위키를 보다가 그 말이 뻥이란 얘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사실 저 말이 뻥이란 건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