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ltimate Incantation Review

Band	Vader
Album	The Ultimate Incantation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1992
Genres	Death Metal
Labels	Earache Records
Length	48:27
Ranked	#36 for 1992 , #1,444 all-time

Reviewer :  구르는 돌         Rating :  80 / 100

유러피언 메탈을 즐겨듣는 리스너들은 미국에서 갑자기 나타난 우수한 밴드의 등장에 종종 놀라움을 표시하곤 한다. 이미 Metal이라는 장르가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힘을 상실해 버렸기에 미국 땅에서 이러한 밴드들의 탄생이 메탈 팬들에게는 기이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뛰어난 밴드가 태어나는 것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동구권에서 탄생하는 일단의 밴드들이다. 그중에서도 폴란드의 Behemoth나 Vader, 러시아의 Аспид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들이 21세기 냉전체제가 해체된지 일정시간이 흐른 뒤에 대두된 것이 아니라, 장벽이 붕괴된 직후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동구권은 철의 장막이 쳐진 상태에서도 서방국가들과도 일정한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도 80년대에 동구 공산권 국가에서 영미권이나, 서유럽, 스칸디나비아 지역처럼 자유롭게 음악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동구권 국가 중에서도 특히 폴란드 메탈씬의 약진은 헤비 메탈 팬들을 더더욱 놀라게 한다. 90년대 초반, 폴란드 메탈씬은 익스트림 메탈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Vader를 위시한 일단의 뛰어난 밴드들이 있었다.

Vader는 무명 기간이 긴 밴드이다. 이들과 같은 시기에 활동을 개시한 밴드가 Death Metal의 선구격으로 존경받는 존재인 Possessed와 Death라는 사실을 안다면 이들이 긴 시간을 언더그라운드에서 암암리에 활동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될 것이다. Vader 밴드이다보니 서방 국가들에 비해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현재 데스/스래쉬 메탈 밴드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들이 정규앨범을 발표하기 전에는 다분히 헤비 메탈, 파워 메탈을 추종했다고 한다. 상상이 안될 수도도 있지만, Pantera가 초기에 Pop Metal 밴드였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굳이 놀랄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들이 주 장르를 헤비 메탈에서 데스/스래쉬 메탈로 바꾼 것은 데모 앨범인 Live in Decay를 발표할 즈음이다. 이들은 이후 2장의 데모 앨범을 더 발표한다. 이들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세 번째 데모 앨범인 Morbid Reich가 이례적인 수치인 만 장 이상 발매되면서 부터다. 이러한 성공은 Carcass와 Morbid Angel이 속해 있던 Earache Records와의 컨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Morbid Reich에 실려 있던 곡들은 이후 세련되게 다듬어졌고, 그 결과물이 바로 The Ultimate Incantation이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잔뼈가 굵은 밴드답게 데뷔 앨범 The Ultimate Incantation에서 풋풋한 냄새따위는 풍기지 않고 있다. The Ultimate Incantation은 여러 장의 스트디오 앨범을 발표한 노련한 밴드가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완숙미가 느껴진다. 데스 메탈 특유의 야성과 정교한 연주는 언뜻 안 어울릴 것 같지만, The Ultimate Incantation에서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합을 이루고 있다. 오랜 기간 다져진 이들의 내공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거친 분노를 담아낸 날카로운 리프,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짖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Peter의 보컬링은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유럽이나 미국에도 많은 데스 메탈 밴드들이 있었지만 Vader 만큼의 역량을 지닌 밴드는 흔지 않았기에 이들이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바야흐로 유럽 메탈씬의 한축을 담당하게 된 폴란드 메탈씬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그 스타트를 끊은 대열에는 여러 밴드가 속해있었지만,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Vader는 그 대열에서 가장 선두에 선 존재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