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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8 금언니
Date :  2021-12-14 23:22
Hits :  3095

바에서 마주쳤던 록 전문가들 시즌 2

몇달 후 시즌 1의 무대인 그 바에 친구와 둘이 갔었습니다. 주말이라 정말 북적였고
한국사람들도 좀 있었지만 외국사람들이 훨씬 많았기에 이민가서 술 마시는 느낌이었죠.
그날 Motorhead 티를 입고 있었는데 기억하는 이유는 맥주 주문하러 바 카운터에 섰을때
어떤 외국인이 " 어? 너 Motorhead 좋아하냐? 한국사람 그 옷 입은거 처음봐! " 이렇게
말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헤비메탈 좋아한다 대답하며 대화가 이어졌고 영국사람이라더군요.

가게 주인이 외국인이니 운영도 외국식이겠죠? 다들 술잔들고 돌아다니며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서서 얘기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린 겨레의 문화를 지켜내고자 앉아서 마셨지만 몇잔 마시고 나니
어느새 술잔들고 이사람 저사람과 어울리고 있더군요 ㅎㅎㅎ 처음 제게 말 붙인 언니 일행은
남여 5~6명 쯤 됐는데 주로 그들과 얘기했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전부
다른 나라 사람들이었어요. 학생들이었고 여름방학이라 그중 몇몇은 파트타임으로 영어강사
잠깐 하고 있다더군요. 재미나게도 전부 메탈팬들이었습니다. 물론 취향들은 각자 달랐죠.

나 - (모두에게 말한다) 아까 저 영국친구랑 Motorhead 얘기 했는데 니네들은 메탈 좋아해?
미국 - 그럼! 멋있잖아! 술마실땐 메탈이야 메탈! Pearl Jam이랑 Iron Maiden은 신이라구!!
호주 - Pantera도 있잖아? 그리고 말야. AC/DC는 호주 할아버지들인걸 잊어선 안돼.
아일랜드 - 야야 이 자식들 좀 봐? 니넨 U2도 모르냐? 그리고.... 누구더라.... 아무튼.....
친구 - 야 ~ 얘들 외국사람이라 역시 록 메탈 좋아하네. Judas Priest는 얘기 안할려나?
나 - 모르지. 얘기해보면 알겠지 뭐.
캐나다와 미국 - ( 동시에 말한다 ) 근데 역시 Aerosmith가 최고야!!! 더 옛날 사람중엔... Jimi Hendrix !!!!
영국 - (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있다 뻐기며 말한다 ) 니네들 그런데 메탈이 우리 발명품인건 알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미국친구 발끈하며 강력한 반론을 시작합니다. 나머진 볼만한 대결이
벌어지리란 기대감에 건배를 하며 서둘러 한잔씩 더 주문했죠 ㅎㅎㅎ 그리고 아일랜드 사람은 남자
혼자였는데 많이 취해서 혼자 중얼중얼대며 컴퓨터로 가더니 우리가 지금껏 얘기한 팀들 노래를
열심히 틀어대더군요 ㅎㅎㅎ 덕분에 다들 즐거웠죠. 저랑 친구도 가끔 그 친구한테 신청곡 말했죠.
한참 왁지지껄 신나게 놀던 중 영국친구에게 처참하게 무너지던 미국친구 비장한 표정을 짓더군요.

미국 - 흥 좋아! 그래! 메탈은 영국 니네꺼다! 됐냐? 우리 미국이 졌다 졌어!
( 모두들 환호하며 기쁨의 술잔을 나누었죠. 저랑 친구도 포함해서요 ㅎㅎㅎ )
미국 - (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위협적으로 목소리를 낯추며 ) 하지만 이 노래는 우리꺼야!!!

자기 잔을 주욱 비우더니 컴퓨터로 가서 뭔가 노래를 틉니다. 첫 소절이 나오는 순간 바안의 모든
외국인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미친 사람들이 되더군요. 모든 한국사람들은 멍해졌습니다. 뭐야?
전 저 노래가 미국민요란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영어권 나라 사람들도 저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죠.
완전히 낯설고 다른 젊은 외국인들과 어울려보니 재미있었습니다. 뇌가 젊어지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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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9 seawolf     2021-12-14 23:27
역시 메탈지옥 한국이네요.
영미에서 태어나셨으면 저런분들과 즐겁게 어울리셨겠네요.
그나마 이런 커뮤니티라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level 8 금언니     2021-12-14 23:37
아마 현지인들도 메탈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우리나라보다
메탈문화가 발달한건 사실이죠. 저 바에 가서 만나본 외국인들 중
메탈팬을 한꺼번에 만난건 처음이었습니다. 대부분 무난한 노래를
좋아하지 메탈팬은 많지 않더군요. seawolf 님도 바에 갔을때 저런
경험 해보실 수 있을겁니다.
level 9 seawolf     2021-12-15 00:19
외국에서도 아주 흔한경험은 아닐거 같긴 해요.
매우 즐거운 경험 이셨을거 같아요.
level 19 Rock'nRolf     2021-12-15 09:45
1999년 다음카페가 처음 생기면서부터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 만났지 그 이전에 만난사람들은 하나같이 학창 시절에 잠깐 듣다 세월 바뀐줄 모르고 "라떼는"을 외치는 그러한 부류들입니다. 어찌어찌하여 너바나 까지는 알더군요. 그런데 외국도 우리와 별반 차이없는 사람들 많은가봐요
level 8 금언니     2021-12-15 10:38
어느나라 출신이든 사람이야 비슷하죠. 저날 밤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여러나라 사람들이 모였으니 모두들 자기 나라 최고라 떠들어대는 만담의
연속이었죠 ㅎㅎㅎ 아일랜드 사람은 취해서 노래 틀러 갔다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자기 나라 노래 나오면 헤드뱅잉 마구 해대더군요. ㅎㅎㅎ
level Rookiess     2021-12-16 16:14
이거 부러운 경험이군요. 저도 서울등 수도권에 있는 고급바가면 저런 대화를 할수 있을까요? 메탈 관련 대화할때면 정말 기쁜 일이라 생각합니다.
level 8 금언니     2021-12-16 16:50
서울 아니더라도 외국인들 많이 오는 바에선 저런 경험 가능하죠.
전 울산 사는데 저 바는 아주 허름한 곳입니다. 그리고 전 영어 잘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다들 취하고 나니 말이 통하더군요. 저랑 친구는 유창한
한국어로 외국인들은 유창한 영어로 와글와글 떠들어댔죠 ㅎㅎㅎ
Rookiess 님 계신곳에서 외국인들 자주 가는 바 찾아보세요.
level Rookiess     2021-12-17 01:57
여기는 도시라도 광역시도 아닌 촌동네라서 외국인들이 그리 많지 않은듯한데 그런바가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있다면 한번 찾아가봐야 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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