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uneral for the World Review

Band	Sanhedrin
Album	A Funeral for the World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September 8, 2017
Genres	Heavy Metal, Hard Rock
Labels	Independent
Length	45:29

Reviewer :  Apache         Rating :  80 / 100

밴드의 데뷔작에는 기본적으로 점수를 높이 주지 않는 편이다. 상당히 설익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Metallica도 그랬고, Helloween도 마찬가지였으며, 심지어 Iron Maiden조차 내 기준에서는 설익은 수준에 그치는 앨범을 내어 놓았다. 데뷔작부터 80점 이상을 매기게 하는 밴드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셈이다. 그래서 이 낯선 밴드, Sanhedrin에게 80점이나 되는 점수를 주는 것은 내 기준으로 봐도 아주 드문 일이다. 메탈킹덤 내에서도 누구도 들은 바 없는 것 같은 그런 밴드에게 80점이나 되는 점수를, 그것도 데뷔작에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 점수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이 점수를 매기게 되었다.

메탈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장르고, 거기에 리스너들이 적응해야 한다고 했던 입장에서는 다소 우스운 말이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래도 메탈의 본령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메탈의 본령은 80년대를 관통하는 하드 락과 헤비 메탈 사이의 가도가 되는 시기, 그 시기가 바로 모든 메탈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지금의 메탈은 그 시기와는 상당히 벗어나 있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이 그 시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현란하고 댄서블한 지금의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내 음악적 취향의 시발이 된 그 시기를 그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지점이다.

덧붙여, 테크니컬한 스래시 메탈, 육중한 그루브 메탈, 그리고 그 시기에 헤비함이 확연히 더해진 헤비 메탈을 들으면서도 가끔은 물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느 순간 테크니컬한 사운드를 얼마나 잘 매조지해 리스너에게 들려주느냐, 이것이 메탈의 본령처럼 통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모던 헤비니스 이후의 프로그레시브를 들으면서도 느꼈던 그런 지점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흐름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과거의 거대한 공룡을 좋아하는 팬들이, 현 시대에 살아남은 공룡인 조류를 공룡의 영역에 놓지 않고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밴드, Sanhedrin은 앞서 말한 그 본령에 충실하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아주 깔끔한 맛의 국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과 보컬, 이 아주 간단한 포지셔닝으로 귀가 듣기 편안한 정통 하드 락과 헤비 메탈 사이에 얹힌 딱 그 음악을 하고 있다. 2017년에 데뷔한 밴드가 이런 식의 정말 기본 중의 기본으로 돌아간 그런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충실한 기분을 하게 만든다. 온통 정신이 산란해지는 현란한 사운드가 아니라, Black sabbath와 Deep Purple을 연상시키는 육중한 하드 락 사운드에 현대적인 변용을 거친 그런 느낌이랄까. 이 시대에 들어 이런 느낌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여간, 낯선 밴드의 낯선 음악을 우연히 찾아 들었고, 마음에 들어 앨범까지 구해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남기고 있는 이 리뷰다. 어제부터 Riding on the Dawn만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다소 아쉬운 사운드 구성 때문에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은 원석의 티 정도로 해 두자.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데뷔작이고, 설익은 맛도 나지만 그 깊은 맛이 영광스러운 메탈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