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평생의 끝없던 시험이 모두 끝났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조국 광복의 그날을 맞은지 벌써 9일째네요
너무나 어렵고 힘들었기에 감회가 남달랐네요.
고3때도, 사법시험 합격하고도 해 본 적 없던, 책 화형식까지 했으니까요 ㅎㅎ
그간 너무 정신 없이 노느라 바빠서 글도 못 썼습니다..
저의 감회는 제가 제 싸이에 썼었던 글로 대신할까 합니다. ㅎㅎ(스크롤 압박이 좀 있습니다 ^^;;)
미쳐버리기 딱 좋았던 어렵고 기나긴 공부를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은 메탈이었고, 그 등대가 되어주었던 것은 바로 메킹이었기에 이 글을 여기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제게 남은 것은 군법무관 3년 복무와, 임관과, 결혼인 것 같군요 ㅋㅋ(그러나 대상이 없습니다)
나의 27년 인생은(사실 이건 사법연수원 내에서는 매우 짧은 편이라 민망하긴 하다) 대부분이 끝없는 시험과 공부에 바쳐졌고, 특히 10대 때의 입시공부보다도 20대 때의 사법시험 공부, 연수원 공부의 압박과 두려움이 훨씬 압도적이었다(법정적부합설이니 대화이론이니 이따위 버러지 같은거나 ㅡ 물론 어디까지나 실무가로서의 입장이다 ㅡ 시험문제로 내는, 바퀴벌레가 먹다 토한 음식물쓰레기 같은 대학 중간 기말고사 나부랭이가 감히 그 더러운 손, 아니 앞발로 명함을 내밀면 복날 개 패듯 두드려 패 줄테다).
사법시험 공부 때는 불합격과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고, 연수원에서는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똑똑하고 강력한 연수생들 사이에서 두 번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다시 돌이킬 수 없이 단심제로 결정되어(사법시험은 차라리 떨어져도 절치부심하여 다시 볼 '기회'라도 있지.. 물론 망했을 때의 데미지는 사법시험이 비교할 수 없이 더 크다)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될 연수원성적을 잘 받아야 내 평생이 좌우된다는 심연의 공포를 느껴야 했다.
그리고 내내 나는 스스로 죄인이 되어야 했다. 밥 먹을 때도 시간을 아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야 했고, 폰을 만지작거릴 때도 불안감을 느껴야 했으며, 컴퓨터를 할 때도 죄책감을 느껴야만 했고, 친구들을 만나서 노느라 하루쯤 공치기라도 할 때는 능지처참 당할 대역죄인이 되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시험과의 남은 거리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것은 공부의, 공부를 위한, 공부에 의한 삶이 되어야 했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먹고 있는 음식이, 식도를 넘어가고 있는 음료수가, 심지어는 머릿 속에 떠오르는 수만가지 사고의 흐름들 그 각 하나하나가 공부에 얼마나 마이너스가 될 것인지 매 순간 계산해야 했다. 그렇게 철저하게 계산된 삶을 살게 되었고 처절하게 스스로를 학대해야만 했다.
(...이 대목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무의식적으로 이가 바득 갈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내 젊음과 소중한 것들을 거의 다 포기하게 만들었던 그 고난의 시절들에 대한 아직 풀리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핏빛 증오와, 억눌린 설움 때문이리라...)
그렇게 살던 정신 없던 와중에 4학기 시험기간이 시작되었고, 5분 같은 5시간짜리, 7분 같은 7시간30분짜리 시험들을 치뤘다. 중간중간 내 다이어리에 남아 있듯이 이 시험은 거의 멘탈 붕괴 직전까지(어떻게 보면 이미 수차례 붕괴되고 멜트다운까지 감) 나를 몰아갔고, 때문에 어떻게 시험을 치고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영겁의 시간이 지나고, 시험으로 점철되었던 내 삶의 1/4분기는 사법연수원 4학기 시험의 종료와 함께 그 영원한 종말을 고하였다. 원치 않았던 10대의, 그리고 내가 원했던 20대의 시험강점하로부터 영원한 조국 해방의 그 날을 드디어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난지 며칠이 지난 아직도, 내일 눈 뜨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고 시험을 쳐야 할 것 같은 느낌과, 지금 내가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유익적인지, 무익적인지, 유해적인지 일일이 계산하게 만드는 몹쓸 강박관념 혹은 압박감이 여전히 확고히 건재하다. 한동안은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이 길, 결과가 어찌 되었든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여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졌다고 생각한다. 곧 새로운 분기가 시작될 것이고, 어쩌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도 올 것이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며 반드시 절대적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동안 독기 품은 마음으로 잔인하게 스스로 짓밟아 없애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챙기고 느끼면서 살아야겠다.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김연아 선수가 동계올림픽에서 연기를 마치고 흘렸던 그 서러운 눈물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큐션 2011-10-16 00:21 | ||
저랑 동갑이시군요! 그래도 삶은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향해 달려갈때 의미있고 재밌는게 아닐까요? 화두 가사 생각나네요 목적이 없는 삶은 끝이야~ 그 목적을 이루었을때의 느낌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겠죠.. 그리고 그것을 또 맛보기 위해 새로운 목적을 상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긔~ | ||
DJ-Arin 2011-10-16 02:22 | |||
네 이제는 현직에 나가서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겠죠 ㅎㅎ 그래도 이제 고통스러운 길은 끝났다는 생각에 후련합니다.. | |||
mad butcher 2011-10-16 00:28 | ||
순간 순간을 딛고 일어나 갈 수 없는 길은 없어 맘이 중요해 목적이 없는 삶은 끝이야 산다 해도 죽은 것과 같은 거야 | ||
DJ-Arin 2011-10-16 02:22 | |||
ㅎㅎ 무슨 노래 가사인가요 | |||
이규엽 2011-10-16 09:28 | |||
화두 - downhell | |||
슬홀 2011-10-16 01:15 | ||
몇년간을 치열하게 시험의 연속에서.... 이젠 벗어나서 후련하시겠네요. 저도 다음 학기부터는 못 놀고 졸업할때까지 8학기를 시험의 연속으로 보낼텐데...저도 아린님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축하드립니다. | ||
DJ-Arin 2011-10-16 02:23 | |||
거의 뭐 학창시절부터 평생이 시험의 연속이었네요.. 근데 점점 강도는 강해지기만 하고 ㅠㅠㅎㅎ 감사합니다 | |||
Opetholic 2011-10-16 02:46 | ||
대단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자친구는 저랑 친해지시면 흐흐흐... | ||
DJ-Arin 2011-10-17 11:12 | |||
흐흐흐... | |||
Sonata 2011-10-16 04:39 | ||
우와.. 정말 축하드려요! 제 셤기간은 아무 것도 아닌거 같네요 ㅋㅋ | ||
DJ-Arin 2011-10-17 11:12 | |||
감사합니다! | |||
Rayzzzzz 2011-10-16 08:16 | ||
와~ ^^ 정말 대단하십니다.. 사법시험 합격에... 연수원을 마치셨군요~ 판사인가요? 검사인가요? ^^;;; 아니면 변호사? ........ 젊은 나이에 정말 대단한 걸 해내셨습니다 ^ ^ | ||
DJ-Arin 2011-10-17 11:12 | |||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판사로 갈 듯 합니다 ^^; | |||
Whatever 2011-10-16 08:41 | ||
정말로 고생많으셨고 또한 축하드려요~ 꼭 원하시는 방향으로 일들이 풀리길 바래요~ (사족이지만 우리 어머니는 사시 페스는 하셨지만 연수원 과정을 도중에 그만두셨어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 연수원에서 때려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하셨어요) | ||
DJ-Arin 2011-10-17 11:13 | |||
감사합니다~ 헉 그런 일도 있었군요.. 잘 몰랐네요; | |||
소월랑 2011-10-16 09:26 | ||
훌륭한 검사느님이 되어 우리나라 정의 구현에 앞장서 주세요.ㅋ | ||
DJ-Arin 2011-10-17 11:13 | |||
판사가 될지 검사가 될지 아직은 확실하진 않지만 ㅋㅋ 새겨듣겠습니다 | |||
스크루지 2011-10-16 10:31 | ||
아이고 요즘 진짜 부러워라하는건데 축하드립니다!!! 부럽습니다 | ||
DJ-Arin 2011-10-17 11:13 | |||
감사합니다 ^^ | |||
MaidenHolic 2011-10-16 11:05 | ||
아 진짜 수고 많으셨어요 ㅠㅠ | ||
DJ-Arin 2011-10-17 11:14 | |||
저도 저한테 요새 항상 수고 많았다고 스스로 말하는 중입니다 ㅋㅋ;; | |||
로렐라이 2011-10-16 12:48 | ||
저랑 동갑이신데 훌륭한 삶을 살고 계시네요~고생하셨고 덕분에 저도 이글을 통해 좋은 자극을 받고 갑니다^^ | ||
DJ-Arin 2011-10-17 11:14 | |||
훌륭하다기보단 그냥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 ㅡ,.ㅡ;;ㅎㅎ 자극이 되었다니 기분이 좋군요^^ | |||
Stradivarius 2011-10-16 13:30 | ||
오오!! 끝나셧군요 ㅋㅋㅋ 사시준비하시던 모습을 봣던 기억이 아직도 나는데^^ 멋진 법조인 되시갈 바랍니다!!! | ||
DJ-Arin 2011-10-17 11:15 | |||
오 아직 기억하시는군요 ㅋㅋ 저도 이제 가물가물한데 ^^; | |||
DevilDoll 2011-10-16 16:49 | ||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에 행복한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 ||
DJ-Arin 2011-10-17 11:15 | |||
감사합니다 이젠 정말 앞으론 뭘 해도 적어도 여태까지보단 행복할 것이란 확신이 듭니다 ㅎㅎ | |||
Allen 2011-10-16 16:53 | ||
수고많으셨습니다 ^^ | ||
DJ-Arin 2011-10-17 11:15 | |||
감사합니다! | |||
dImmUholic 2011-10-16 18:47 | ||
수고 하셨고, 축하드립니다 ㅎ. | ||
DJ-Arin 2011-10-17 11:16 | |||
감사해요 에고고고 | |||
caLintZ 2011-10-16 19:19 | ||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감히 부탁드리고싶은것은 메탈의 스트레이트하고 화끈한 정신으로 살아있는 법조계의 전설이 되어주십시오. | ||
DJ-Arin 2011-10-17 11:16 | |||
네 새겨듣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법조계에 메탈 스피릿을..후후후후후후 | |||
HardLine 2011-10-16 20:26 | ||
축하합니다~ 당분간은 '빡센'음악과 함께 온갖 여유로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ㅋㅋㅋ | ||
DJ-Arin 2011-10-17 11:17 | |||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 |||
SilentScream 2011-10-17 00:49 | ||
멋지시네요... 더 멋진 법조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 ||
DJ-Arin 2011-10-17 11:17 | |||
늘 노력하며 살아야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 |||
LaClayne 2011-10-17 12:14 | ||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니까 지금부터 인생을 만끽하시면서 사세요 ^^ | ||
cruxdrum 2011-10-18 08:25 | ||
고생 마니 하셨네요~~ | ||
아노마 2011-10-18 20:16 | ||
ㄷㄷ 정말 열심히 하셨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