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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level 10 Redretina
Date :  2014-11-22 16:05
Hits :  4249

Tears님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음... 아무래도 돼지귀라는 말 때문에 일이 좀 커진 거 같죠? 대중문화가 쇠퇴했다느니 뭐 그런 논란거리보다도 그냥 돼지귀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거북한 말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대중문화 자체를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하지만 전 그들의 입장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서로 생각이 다를 뿐인 것이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뿐이니까요. 물론 그 가치가 다르다는 것 자체가 거북할 수 있겠으나 그걸 '공격'하는 순간 당연히 반대쪽에서 '반격'이 들어올 거라는 건 글을 쓰면서 '당연히' 예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사이트 프리보드 취지상 그러한 '공격'을 취하는 건 별로 좋게 보지 않는 것 같고요.

재밌는 주제가 나왔으니만큼 제 생각을 좀 적어보려고 합니다. 특정 집단이나 특정 사고방식을 따르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우위를 따지는 내용은 없으니 그냥 편하게 읽어보시고 여러분들의 생각을 적어주셨으면 합니다.

1. 대중문화

전 대중문화를 전공하거나 관련한 공부를 심도있게 한 것이 아니니만큼 짤막한 지식으로 제 생각을 담아보려 합니다. 본래 '대중문화'가 생겨나게 된 것은 '귀족문화'의 반대급부에서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있겠죠. 중세시대에 귀족들만이 향유하던 음악, 미술 등의 예술들이 귀족의 몰락과 계급의 평등화로 인해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된 것이죠. 문제는 여기서 예술을 이해하는 가치관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예술을 예술로 바라보려면 '공부'가 필요합니다.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페이스북 클래식 음악 페이지에 달린 댓글들을 봐도 '모르는 사람들은 피아노를 빠르게 치기만 하면 잘 치는 줄 안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마찬가지로 미술에 문외한인 제 입장에서는 그냥 화려하거나 극현실주의적으로 그리면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대중문화를 접하는 대중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귀족문화를 누리기 위한 전제조건은 그에 대한 일말의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대중들은 분명히 그것들을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어떤 분야의 지식도 우리는 추구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가장 기초적인 지식들조차 추구하지 않으면서 예술을 평가합니다. 오히려 여러 예술적 지식을 가지고 예술을 '분석'하는 사람들을 '잘난 척 하는 사람'으로 몰아가고 '귀족주의의 잔재'라거나 '엘리트주의에 젖은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일수입니다. 그런데 전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 몇 가지 포인트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2. 예술의 엔터테인먼트 화와 대중성

지금까지 흘러온 대중문화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음악이나 미술이 '예술'에서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지식을 필요하는 영역입니다. 예술가가 작품에 어떠한 가치관을 투영하고 작품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은가,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엔터테인먼트의 목적은 어떠한 예술적 가치나 심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쾌락'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말 그대로 '즐기기 위한 수단'인 것이죠. 대중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들 중에서는 예술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하면서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그런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육체적, 정신적인 쾌락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죠. 중요한 건 이들 중에 누구는 뛰어나고 누구는 뛰어나지 않다는 식의 가치판단은 불가하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예술적인 가치와 심미적인 부분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실이나 '대중들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저급한 이들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여튼, 이러한 대중들의 다양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예술성만을 강조하는 작품들과는 별개로 순간적인 쾌락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필요해집니다. 흔히 우리가 '키치'라고 말하는 미술작품들이나, TV를 켜면 나오는 대중음악들이 그런 예시로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여기서 '대중성'이라는 개념이 생겨납니다. 얼마나 많은 대중들을 포괄할 수 있는가, 얼마나 다양한 대중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가가 대중성의 핵심이죠. 요즘 오디션 프로들을 보면 하나같이 똑같은 게,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랩이면 랩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는 것을 요구합니다. 댄X9 같은 프로도 보면 춤이라는 것에도 여러 가지의 장르가 있는데, 참가자들은 모든 장르의 춤들을 어느 정도 이상은 소화해야 우승을 거머쥘 수 있게끔 되어있죠. 왜냐하면 그게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장르간 구분이 별로 의미가 없는 대중들에게 장르의 다양성이란 '변화'의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하나의 장르를 꾸준하게 파고드는 것은 장르를 모르는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매너리즘과 권태로 보일 수 있습니다. 끝없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옛날로 회귀도 했다가 또 대세에 맞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런 것이 대중들이 바라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예술을 '예술'로써 바라보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 '엔터테인먼트'로써 바라보는 사람이 나뉘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같은 예술작품을 바라볼 때 그것에 대해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기준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거기에 어떤 가치적인 '우월함'은 없다는 것입니다. 예술이건 엔터테인먼트건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뿐이지, 예술성이 없다고 하여 그것이 가치가 없다거나 질이 떨어진다고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3.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의 아티스트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지만 전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모두 존중하는 입장입니다. Ne Obliviscaris도 좋고 소녀시대도 좋고 저에겐 이 둘은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것들일 뿐 뭐가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NeO에게 아이돌 댄스를 추라고 할 수 없는 것 처럼, 소녀시대에게 프로그레시브한 음악을 요구할 수는 없죠). 그러니 이쯤에서 이 문제는 접어두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제외되었던 사람이 하나 있는데, 바로 아티스트들입니다. 청자는 예술성을 추구하는 청자와 엔터테인먼트성을 추구하는 청자로 분리가 되어있는데,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대중들을 두고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놓고 본다면 엔터테인먼트가 음악시장의 절대다수를 장악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성만을 추구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내가 추구하고 싶은 음악성은 있는데 대중들의 요구에만 맞추는 것이 좋을까?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죠. 2번까지의 제 글을 읽으셨다면 제가 내놓는 답변은 뻔히 보일 겁니다. 전 그건 아티스트의 선택으로서 존중한다는 입장입니다. 지금의 시장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명히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을 많이 맞추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돈을 벌기 위해 예술성을 팔았다, 저급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들은 그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고 그 선택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만약 그게 싫다면 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안 들으면 됩니다. 예술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이 점점 줄어들어서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현실이고 그게 지금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논란이 된 댓글 내용중에 80년대 대중문화까지는 괜찮았다고 말씀하시는 부분도 봤습니다. 당연한 겁니다. 다수의 논리에 따라가는 시장의 특성상 다수가 원한다면 그것을 하게 됩니다. 80년대에는 메탈이 부흥하다가 지금은 왜 이렇게 침체기인가? 답은 간단합니다. 그 때는 다수가 메탈을 원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어떠한 가치적인 부분이 존재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을 원하는 사람들 보다 엔터테인먼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었을 뿐이고, 예술을 원하는 사람들의 가치나 엔터테인먼트를 원하는 사람들의 가치나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죠.

4. 결론적으로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물론 소수의 입장에서 그것이 불만족스러울 수는 있습니다. 예술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이 점점 줄어들고 요상한 사운드를 내세우는 이상한 작곡가들이 더 각광받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를 폄하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분명히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그것을 근거로 다른 쪽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 '반격'이 들어오는 것은 예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엔터테이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가들이 있는 것 처럼, 예술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엔터테이너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과 '다른 것'이 '틀렸다'는 사고방식은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싸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분들의 입장은 전 존중합니다만, 간단히 이야기해서 그건 Eagles님이 원하는 이 게시판의 가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이니만큼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게시판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죠. 뭐 엔터테인먼트가 맞냐 예술이 맞냐로 밤새도록 토론을 한다면 전 그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겠습니다만, 되도록이면 덜 공격적인 단어를 들어서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아서요.

쓰다보니 꽤나 길어졌네요. 뭐,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여기까지 다 읽으셨다면 꽤나 감사드립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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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7 Inverse     2014-11-22 17:39
공감합니다. 이럴때일수록 각자 좋아하시는 음악 마음껏 들으시먼서 안좋은 감정 훌훌 털어버리시길......
level 7 갈비맨     2014-11-22 19:28
아이고 눈 아파라#_#
level 7 갈비맨     2014-11-22 19:30
이런 소소한 언쟁이 있어야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돌아가는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ㅎㅎ
level 11 샤방Savatage     2014-11-23 14:25
"우리나라의 대중들의 돼지 귀를 척결하려는 의지"에서 저는 미친듯이 웃었습죠 ㅋㅋㅋㅋㅋㅋ
"지금은 듣기 거북하다 하겠지만, 이해가 올 때가 있을 겁니다." 라닠ㅋㅋㅋㅋㅋㅋ
깨시민은 정말 어디에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level 10 BlackShadow     2014-11-24 10:59
한마디로 병림픽 참가안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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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아씨 2024-12-24 23:35
해피홀리데이~
metalnrock 2024-12-24 21:49
하루 종일 캐롤 박살 메탈 박살 하십시요
앤더스 2024-12-24 19:47
메리 메탈 크리스마스요~ 연말 막바지 음반 스퍼트 되세요들!!
gusco1975 2024-12-24 16:44
메리 크리스마스~!!!
MasterChef 2024-12-14 02:05
물론 이름 바꾼 Patriarkh였지만 볼만한 공연이었습니다
gusco75 2024-12-13 11:48
서버가 또...불안정하네요ㅠㅠ
서태지 2024-12-12 07:52
바트쉬카 장난 아니었나 보군요 ㄷㄷ 내년에는 Cult of fire 오길 기도합니다
MasterChef 2024-12-09 18:35
어제 바트쉬카 내한 정말 지렸습니다 이름 바꾼김에 제대로 활동 해줬으면..
jun163516 2024-12-08 23:36
저는 블랙메탈... 이모탈 듣고있습니다 내일 출근이라 맥주는 다음에 ㅋㅋ
앤더스 2024-12-08 14:43
데스메탈의 후끈함이 필요한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