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neryus –
Into the Purgatory (2019) |
95/100 Dec 3, 2019 |

미묘한 차이가 꽤 큰 차이로 느껴진 앨범. 빠르고 직선적인 멜로디로의 회귀는 Under Force of Courage 때 이미 이루어진 부분이지만, 저 앨범은 전체적으로 탄탄한 구성과 사운드 간의 조화를 상당히 잘 맞춘 것을 장점으로 삼았던 작품이다. 반면 본작은 어두운 분위기에 힘입어 무게중심 또한 메탈 사운드 쪽으로 상당히 많이 치중해 있다. 사실 My Hope is Gone이나 Glory, The Followers 같은 곡들을 들어보면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코러스의 비중이 그렇게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슈의 기타가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어서 대충 들으면 머릿속에 남는 건 결국 기타밖에 없는 앨범이라고 볼 수 있다.
특별히 언급할 점이 많은 앨범은 아니지만, 상당히 인상 깊었던 트랙으로는 Never Again과 The Followers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전작들을 들으면서 In The Delight이나 Bash Out!과 같은 미들템포가 하나 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그게 본작에서 오랜만에 등장해 상당히 반가웠다. The Followers의 경우에는 처음 들을 땐 오노의 어설픈 성악 톤 때문에 이게 뭔가 싶겠지만, 계속 듣다보면 곡 전체적으로 상당히 탄탄한 구성과 좋은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서 슈와 유키의 노련함이 잘 묻어난 곡이라고 본다.
전작인 Ultimate Sacrifice가 다소 용두사미로 끝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분명 그 전작에선 멜로디로의 회귀가 좋았는데 정작 저 앨범에선 프록밖에는 남은 게 없다) 본작은 아직 갈네리우스가, 그리고 슈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오노의 보컬이 과연 언제까지 버텨줄 지, 아니면 다른 보컬리스트가 새로 들어올 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잊을 만 하면 돌아오는 다작 밴드로 팬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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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light Force –
Dawn of the Dragonstar (2019) |
95/100 Sep 21, 2019 |

판타지(를 주제로 하는 파워) 메탈은 현실적으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구닥다리다. 솔직히 용이니 마법이니 선택받은 기사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요즘 누가 좋아한단 말인가? Power of The Dragonflame을 주창하던 루카 투릴리는 이미 범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아득히 먼 영역에 본인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 우주의 본질을 탐구하는 에이리얼의 이야기를 그리던 Kamelot은 기계 문명에 맞서는 (듯 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Twilight Force의 1집인 Tales of Ancient Prophecies는 그래서 시대를 잘못 탄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모처럼만의 이런 유치뽕짝한 파워메탈이, 그것도 꽤나 잘 다듬어진 형태로 등장해서일까, 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고 거기에 루카 투릴리와 파비오 리오네의 결합으로 갈 길을 잃은 콩티마저 영입할 엄청난 천운도 따랐다.
그리고 발매된 이 세 번째 앨범은 그들이 더 이상 랩소디의 아류 따위가 아닌 또 하나의 초신성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전작에서 보였던 세련된 모습에 1집 때의 거침없는 스타일을 적절히 섞어 과하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은 적정선을 찾아냄과 동시에, 앨범 전체적으로 곡의 구성과 배치가 전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상당히 개선되어 지루함을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전임자였던 에릭손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보컬인 콩티도 밴드 전체에 제법 잘 녹아드니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잘 갖춰진 스타일의 파워메탈 앨범이 탄생했다. 아무리 모던 헤비니스니 프로그레시브니 뭐니 하는 게 대세라지만, 적어도 예전부터 파워메탈을 듣던 사람이라면 이 앨범을 좋아하지 않기란 힘들 것이다.
특히나 이들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파워메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요소를 앨범에 투입하고 있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Dawn of The Dragonstar는 예전 스타일의 파워메탈을 상징하는 곡이지만 앨범 중반부에 위치한 Queen of Eternity는 전작의 To The Star를 뛰어넘을 만큼 상당히 세련된 스타일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거기에 Thundersword는 파워메탈에선 잘 쓰이지 않는 초고속 더블킥을 통해 곡 자체의 웅장한 분위기를 살리는 신선한 시도를 하였고, Blade of Immortal Steel은 동양적인 느낌을 살리는 한 편 역시 파워메탈에서 잘 쓰이지 않는 블라스트 비트를 곡 중간에 완벽하게 녹여내면서 파워메탈이라는 장르의 틀을 다양한 방법으로 깨뜨리고 있다. 특히 Blade of Immortal Steel은 곡 전체의 흐름이나 멜로디의 구성, 특히 기타 솔로 파트는 어렴풋이 Galneryus를 (특히 Angel of Salvation을) 떠오르게 만들어 더욱 특이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모든 곡들이 저마다 개성있고 캐치한 멜로디를 통해 듣는 이의 귀를 충분히 사로잡는 곡들이라는 점이다.
딱 하나 아쉬운 것은 여전히 프로듀싱의 문제이다. 전작의 답답한 믹싱보다야 훨씬 낫기는 하지만 여전히 밴드의 중심에 있어야 할 기타가 소리를 뚫고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에서만 맴돌고 있다. 기타가 솔로 파트 때만 선명하게 들리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효과음만도 못 한 취급을 받는 것은 메탈 앨범으로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보컬 역시 선명하게 들리는 건 좋은데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어가 있는 게 또 문제다. 가뜩이나 초고음을 무자비하게 내지르는 앨범의 특성 상 어느 정도는 보정이 들어가야 듣는 데에 불편함이 없는데, 본작의 믹싱은 마치 전혀 보정을 거치지 않은 목소리가 그대로 들어오는 느낌이라 몇몇 부분에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온다. Night of Winterlight가 가장 대표적인 예로, 곡 자체는 정말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보컬의 믹싱 상태가 너무나도 아쉽다. 콩티의 보컬은 자타공인 최상급인 것은 사실이나 거기에는 프로듀싱의 역할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세 번째 앨범이다. 어느 밴드나 세 번째 앨범에 적당한 퀄리티라면 '그래도 다음 앨범을 기대해 볼 만 하다'는 말을 할 수 있다. 본작은 단순히 Twilight Force의 다음 앨범이 기대된다는 정도가 아니라, 이들이 다음 앨범을 통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파워메탈 씬에 가져다 줄 수 있을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미 오래 전부터 죽어가는 장르라는 오명이 붙은 파워메탈이지만, 그렇기에 이런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밴드가 절실히 필요했다. Startovarius나 Rhapsody같은 중견 밴드들이 버티고 버티며 이어온 생명의 끈을 과연 이들이 잘 넘겨받아 이어나갈 수 있을 지 주목해 볼 만 하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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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shgod Apocalypse –
Veleno (2019) |
100/100 Jun 12, 2019 |

전작 King이 발매된 직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밴드와 함께 했던 두 기타리스트가 밴드를 나가버리고 프란체스코 파올리는 별 수 없이 드럼과 기타, 보컬을 모두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였다. 보통 같으면 밴드가 공중분해되거나 장기간 휴식기에 접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파올리는 1집 때도 기타와 보컬을 담당했던 주축 멤버인 만큼 이 상황을 본인의 역량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1집 때의 Fleshgod Apocalypse와 지금의 Fleshgod Apocalypse는 분명히 음악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기에 그가 다시 기타를 잡고 어떤 음악을 선보일 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그 결과물은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다.
밴드의 색깔은 여전히 '오케스트라가 가미된 멜로딕 데스 메탈'이다. 하지만 전작들과 비교하면 한 가지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 있다. 음악의 촛점이 '오케스트라가 가미된'에서 '멜로딕 데스 메탈'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Agony와 Labyrinth에서 오케스트라의 영역을 대폭 확대시키며 약간은 난잡하다는 평을 받은 부분이 King에서는 상당 부분 많이 고쳐지긴 했지만 앨범 컨셉 때문인지 여전히 웅장한 스케일에 더 촛점이 맞춰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본작은 여러 부분에서 King의 연장선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메탈 본연의 느낌을 더 살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특히 이전 작품들에서 문제점으로 지목했던 '리프가 구리다'는 부분은 Carnivorous Lamb와 Sugar만 들어도 상당히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오케스트레이션을 빼고 생각하더라도 타이트하면서도 섬세하게 짜여진 리프만으로도 충분히 귀가 즐거운 앨범이라는 점이다. Oracles의 테크니컬하면서도 다이나믹했던 리프가 파올리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걸 생각하면 과연 이 발전은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초창기의 비교적 원초적인 데스메탈에 가까운 모습으로 회귀한 것은 절대 아니다. 밴드는 이미 멜로딕 데스 메탈로 노선을 틀었고 이에 맞게 멜로디에 촛점을 맞춘 트랙들도 상당히 수준 높게 구현되어 있다. 종합선물세트 격인 Sugar는 물론이고 Worship and Forget, Pissing on the Score 등의 트랙은 Fleshgod Apocalypse 특유의 중세스런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수려하고 캐치한 멜로디를 자랑하며 가볍게 들어도 충분히 좋은 트랙들이다. 반대로 Monnalisa나 Absinthe같은 경우에는 무겁고 화려하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통해 앨범의 중심을 잡는 트랙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흔히 이야기하는 '멜로딕 데스 메탈'이라기 보단 '멜로딕한 데스 메탈'에 더 가까운 느낌이긴 하나 어쨌든 그 특징만큼은 제대로 살린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아쉬움 점도 있기는 하다. The Day We'll Be Gone은 전작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줬던 베로니카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트랙이지만 굳이 하쉬 보컬을 끼얹었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트랙이고, Embrace the Oblivion 역시 전작의 Syphilis에 비해선 임팩트가 약한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다. 끝부분의 서정적인 멜로디는 인상적이고 여운을 남기기에도 충분하긴 하나 조금 더 힘이 들어간 트랙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차라리 10분이 넘어가는 대곡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트랙이다. 한 번쯤은 이들 특유의 웅장함과 멜로딕함, 그리고 파괴력을 오랫동안 느낄 수 있는 곡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5개의 정규앨범을 거쳐오면서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온 Fleshgod Apocalypse이다. 전작이 변화의 종착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본작을 통해 이들은 약간의 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밴드의 구성이 불안정한 상태인 만큼 다음 앨범 역시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Oracles에서 Agony로 넘어갈 때 만큼의 급작스런 노선 변경이 아니라면 아마도 그 변화는 또 한 번의 진보를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의 앨범이 더욱 기대된다는 말을 8년이 지난 지금도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이러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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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ktor –
Terminal Redux (2016) |
100/100 May 19, 2019 |

장대한 스케일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이 수식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상당히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으나, 보통의 경우 저 수식어가 붙은 음악은 대부분 투입되는 악기의 스케일 역시 장대한 편이다. 드림 시어터, 오페스, 엑스재팬, 심포니 엑스부터 시작해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네오블이나 페르세포네, 셰이드 엠파이어 등등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적어도 기본적인 밴드구성 외에 키보드나 피아노, 바이올린, 신디사이저 등등 다양한 악기와 사운드를 첨가하여 그 웅장한 스케일과 분위기를 살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찌보면 메탈에 키보드를 넣은 시도는 또 다른 메탈의 커다란 발전을 이 룩한 위대한 발견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고 하면 좋게 말하면 분위기 쩌는, 나쁘게 말하면 설탕발림이 심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요즈음에 들어서는 더더욱.
그렇기에 이 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지극히 심플하고 베이직한 밴드 구성으로 완성된 본작은 누가 들어도 분명 프로그레시브 메탈이기 때문이다. 평균 러닝타임이 7~8분대에 달하는 장대한 스케일의 곡 구성과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쉴새없이 몰아치는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멜로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탈의 본질을 잃지 않는 리프의 짜임은 2010년대에 나온 앨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심포닉 메탈에 비해 한없이 건조하고 무겁지만, 그 어떤 멜로딕 메탈보다도 화려하고 중독성 있는 앨범을 저 심플한 밴드 구성으로 이룩해낸 것은 감히 메탈이라는 음악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앨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앨범은 아니다. 쓰래쉬 메탈의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리는 '금방 질린다'는 점은 본작에도 예외사항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쓰래쉬라는 장르를 영화 '트랜스포머'에 비교하곤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한 액션이 장식하고 있지만 계속 보다보면 눈이 아파서 금방 질리게 되는 그런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본작은 분명 중독성이 강한 앨범이다. 중반부 트랙 쯤 오면 슬슬 귀가 아파오긴 하지만 막상 마지막 트랙이 끝나고 나면 앨범 리스트를 뒤적거리다 다시 Charging The Void의 폭발력에 끌리게 되는, 청자와 밀당을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앨범이다.
그래서 본작은 여러 측면에서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쓰래쉬라면 질색을 하던 나에게 메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고, 메탈의 본질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으며, 앞으로는 또 어떤 앨범이 내 생각의 틀을 부숴줄까 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어주었다. 이 다음으로는 어떤 음악을 듣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본작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리스너로서는 충분히 행복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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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apsody of Fire –
The Eighth Mountain (2019) |
65/100 Mar 3, 2019 |

좋은 파워메탈 앨범이, 혹은 곡이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물론 파워메탈도 요즘은 프로그레시브 파워도 있고 심포닉 파워도 있고 파워메탈과 정통 헤비메탈의 중간쯤 어딘가에 있는 밴드도 있고 파워메탈과 멜로딕 데스메탈의 경계선에 서 있는 밴드도 있고 여하튼 가지각색 다양한 종류의 음악들이 존재하는 판이지만, 그래도 장르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곡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적어도 머리 속에 각인되어 아무 생각 없이도 흥얼거릴 수 있는 캐치한 멜로디다.
당장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파워메탈 곡 하나를 머리 속에 떠올려보자.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건 당연히 후렴구일 것이다. 언제 따라불러도 신나고 즐겁게 흥얼거릴 수 있는 하나의 멜로디. 벌스 부분이 어떻고 곡 구성이 어떻고간에 상관없이 일단 머리 속에 남는 건 멜로디 뿐이다. 물론 개인마다 곡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기준에는 편차는 있겠지만 일단 많은 사람들이 명곡이라고 칭하는 곡들은 이 공식을 벗어난 적이 없다. 당장 랩소디의 앨범에서만 찾아보자. Land of Immortals, Emerald Sword, Dawn of Victory, Knightrider of Doom, Unholy Warcry, Reign of Terror, From Chaos to Eternity, Distant Sky, 이 곡들의 이름을 보면서 멜로디가 떠오르지 않는 곡이 있는가? (잠깐, Triumph or Agony랑 Dark Wings of Steel은?) 뿐만 아니라 Helloween, Stratovarius, Sonata Arctica, Nightwish, Blind Guardians, Children of Bodom(?) 등 멜로디를 위시한 수많은 밴드들의 명곡들 역시 이름만 봐도 자동으로 머리에서 멜로디가 재생되는 곡들이다. 멜로디가 쉽다 복잡하다를 떠나서 일단 기억하기 쉽고 귀에 쏙쏙 박히는 게 파워메탈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루카의 탈퇴 이후 사람들이 가장 실망하는 부분은 이 기본적인 요소가 지켜지지 않은 것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Into the Legend 때는 그나마 곡들을 워낙 잘 뽑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본작에 와서 로베르토의 한계가 또 다시 드러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스피디한 전개와 심포닉한 터치는 랩소디의 '느낌' 정도는 잘 살렸다고 볼 수 있으나 결국 다 듣고 나서 뇌리에 박혀있어야 할 중요한 '멜로디'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나마 기억나는 건 The Legend Goes On 정도일까? 나머지 곡들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도저히 귀에 익지가 않는다. 멜로디가 귀에 익지 않으니 집중도 안 되고, 결국은 똑같은 느낌의 무언가가 귀에서 계속 흘러나오다가 '어?' 하는 순간 앨범이 끝나버린다. 전작에서도 같은 평을 내렸었는데 결국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와서 상당히 아쉽고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지아코모의 보컬은 나쁘지 않긴 하지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보컬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랩소디의 보컬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의 보컬이라서 그럴수도 있기도 하겠으나, 이상하게 Legendary Years에 비해 고음부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나는 게 조금 아쉽다. 뭐 그렇게 따지면 파비오는 고음을 시원하게 잘 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튼 그냥 들으면 무난하게 들리는 보컬이라 괜찮긴 하지만 옆동네 루카랑 함께하는 괴물이나 음색 깡패인 Seventh Wonder의 토미랑 비교하면 엄청 좋은 보컬이라고 하기엔 살짝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다. 개인적인 기준에선 나쁜 보컬은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문제는 보컬이 아니라 결국 다른 부분에 있다는 게 본 리뷰의 핵심이다. 부자연스러운 곡 전개, 뻔하디 뻔한 심포닉 터치, 느낌만 나는 랩소디 스타일 등등 여러 문제가 산재해있지만 그래도 대충 들으면 뭐 엄청 나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파워메탈 밴드라면, 그리고 랩소디라는 타이틀을 걸고 활동하는 밴드라면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일단 멜로디라도는 잘 뽑아야 할 것 아닌가? 앨범 구성이 어떻네 오케스트라 배치가 어떻네 완급조절이 어떻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믿고 듣는 탄탄한 멜로디가 받쳐줬기 때문이 아니던가? 본작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본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한 것 같아서 정말 아쉽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를 계속 안고 간다면 랩소디라는 밴드도 누구네들처럼 과거의 유산에 얽메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밴드가 될 것 같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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