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Moon Review
Band | |
---|---|
Album | December Moon |
Type | EP |
Released | 2000 |
Genres | Death Metal |
Labels | Reaper |
Length | 17:47 |
Ranked | #22 for 2000 , #788 all-time |
Album rating : 91.4 / 100
Votes : 15 (1 review)
Votes : 15 (1 review)
December 13, 2019
*전에 올렸던 리뷰가 이 앨범의 특별함에 걸맞지 않게 성의 없어 보여서 재업*
*페르=데드*
12월 밤이면 떠오르는 앨범이 있다. 바로 87년 12월 발매된 Morbid의 December Moon이다.
한 해의 끝 12월과 하루의 끝에 뜨는 달의 조합인 이 앨범 타이틀은 데드의 끝을 향한 열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운명을 연상케 한다.
초기 스웨덴 데스메탈 사운드의 가장 개성적인 발현이었으나 데드처럼 이른 죽음을 맞아 안타까운 밴드 Morbid는 어쩌면 이 데모 한 장으로 하나의 밴드가 할 일을 모두 끝내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흔히 Mayhem에서 Dead(Per Yngve Ohlin)의 존재감에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들이 그가 Mayhem 이전에 활동했던 Morbid라는 밴드를 찾아 이 demo를 접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데모는 Dead의 생애와 음악적 커리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작품이자, 작곡이나 프로덕션 면에서도 재치가 넘치는, 단순히 ‘데드의 메이헴 전 밴드 앨범’이라고 치부되기엔 지극히 안타까운 명반이다. 언제 들어도 십대 중후반 언저리의 멤버들이 데모 앨범으로 낸 성과라기에는 너무 뛰어나서 데드가 자주 짓던 교살된 표정마냥 흰자위 까뒤집고 혓바닥 내두를 지경이다.
이 앨범이 나오던 시절의 Morbid는 Dead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상향을 귀신 들린 듯 여한 없이 펼쳐놓았던 그야말로 Dead의, Dead에 의한, Dead를 위한 밴드였다.
Morbid와 Mayhem 두 밴드에서의 데드의 보컬 스타일은 은근히 차이가 큰데, 이는 각 밴드의 음악적 지향과 최상의 궁합을 이루는 쪽으로 벌어진 차이성이다. 이렇듯 메이헴에서의 데드의 행적도 블랙의 정수이자 전설 그 자체이지만, Morbid가 Dead의 사상과 이상의 정점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Morbid는 애초 뿌리부터 데드가 손수 만들고 이끌었던 순수 데드의 밴드이기 때문이다.
Morbid는 기타리스트 Gehenna(John Hagström)가 밴드를 나간 뒤 삐걱거리다가 데드가 메이헴을 찾아 노르웨이로 떠나자 사실상 수명을 다했던 아쉬운 단명 밴드이다. 그래서인지 번쩍 나타났다 금세 사라져버린 초자연적 현상처럼 나에게 더욱 이례적이고 각별한 밴드가 되었다.
12월에 어울리는 타이틀의 앨범 곡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우선 Morbid라는 밴드의 형성과 정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Morbid는 데드가 만든 밴드인 만큼, 데드의 평소 관심사와 오랜 취향에 대해 알고 들으면 그 음악이 더욱 각별히 와닿게 된다.
데드는 십대 초반부터 각종 호러 만화책과 필름들을 섭렵하던 호러광이었다. 그는 고대 역사와 옛 전설들, 괴이한 마술, 미신, 초자연 현상 등 오컬트에 심취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흡혈귀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는 트란실베이니아를 동경하였고, 자신의 서랍 안쪽까지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호러 테마의 그림들을 엄청나게 그렸다. 그는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그림을 그리곤 하였으며, 그림들 중 일부는 Slayer fanzine 등에 실리기도 하였다.
페르는 듣는 음악에 있어서도 점점 이러한 취향에 걸맞는 공포 분위기의 익스트림 계열로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그 시절 대부분 메탈러들이 그러했듯 그의 남동생 Anders와 함께 KISS, Iron Maiden, Metallica 등을 들으며 입문하였으나 점차 Venom, Destruction, Sodom, Sarcofago, Bathory 등의 보다 익스트림한 음악으로 취향이 확고히 기울어간 것이다. 여담이지만 페르는 Bathory를 스웨덴의 유일한 Venom급 밴드라고 여기며 엄청 좋아하였고, 처음 Mayhem을 알게 되었을 때도 Bathory의 등가라 여기며 좋아했다고 한다. 비록 Heavy Sound(헤비메탈이나 락 뿐만 아니라 당시 거의 유일하게 Sarcofago, Sodom, Possessed 같은 익스트림 음악들과 언더 밴드들의 데모를 취급하였던 레코드샵으로, 당대 스웨디쉬 데스 메탈의 생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스웨덴 익스트림 씬의 성지였음. 데드가 모비드 멤버들을 만난 것도 이곳을 통해서였음)에 썬글라스를 낀 채 손을 흔들며 락스타처럼 등장하는 쿼쏜을 본 뒤로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이미지에 실망하며 그에게 죽은 햄스터를 전송하는 일화도 있었지만..
그러던 페르는 15살 무렵에 자신이 밴드를 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온 가족을 놀라게 한다. 그의 남동생 말에 따르면 페르는 그 즈음 첫 기타를 샀지만 정작 기타를 연주하기보다는 기타 위에 그림을 그려넣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페르는 점차 보컬에 재미를 붙였고 밴드에서의 포지션을 그 쪽으로 굳혀갔다. 그의 밴드의 첫 이름은 Ohlin Metal이었고, 이것이 Scapegoat(이 시절 데드의 닉네임은 염소를 뜻하는 예뗀(Geten)이었음), 그리고 Morbid로 발전하게 되었다.
페르는 당시 자신이 좋아하던 드라큘라 만화의 로고에서 영감을 얻어 Morbid 로고를 제작하였고, 이 로고값을 톡톡히 하는 흡혈귀스러운 데스 스래쉬 음악을 구현하게 된다. 그는 밴드 시작 첫날부터 밴드가 어떤 사운드를 내고 무엇을 노래할지에 대한 방향점이 확실했고, 특히 기타 파트에 높은 기대를 적용했다고 한다.
이제 이 앨범의 악기 파트별 특징들을 살펴보려 한다. (2000년에 발매된 오피셜 CD 원음을 토대로 작성)
1. 보컬
Dead의 시체 광증 보컬은 마치 죽어있는 존재가 저 세상에서 외치는 소리가 이 세상에 부딪치면서 메아리치는 소리처럼 들린다. Dead의 음색에서는 일반적인 데스, 스래쉬 보컬들의 공격성이나 장난기 있는 짓궂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삶을 버린 유령 같은 공허함과 인간존재로서의 육신을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는 고통의 애잔함마저 느껴진다.
장르의 다른 보컬리스트들이 적극적 사디스트 혹은 반항적 방어자라면 데드는 소극성 속에 무한한 섬세함을 내포한 마조히스트적 보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데드가 앓았던 우울증적 특성이기도 한데, 그러한 표현적 수동성이라는 의미에서 나는 DSBM식 보컬보다도 데드의 자조적 보컬이 더 우울하게 들릴 때가 있다. DSBM 보컬들이 대부분 밖을 향해 자신을 찢어내며 자학을 시도하고 있다면 데드의 보컬은 자기 자신 속을 향해 스스로를 잠식해 먹어버릴 듯한 끔찍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한 창법은 그 어떤 데스나 스래쉬적 그로울, 그런트, 외침도 아닌, 깊은 숲 속으로부터 들려오는 흑마술사의 쉭쉭거리는 속삭임 혹은 숲 속 정체불명 괴생명체의 거친 하악질같은 쉰소리에 가깝다. 이런 데드만의 보컬 스타일은 장르에서 유일무이한 것이고, 목에 죽음을 담아 뱉는다는 뚜렷한 보컬 가치관은 데드가 죽음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데드는 7학년 때 독특한 성격과 취향(당시 스웨덴 학생들은 컴퓨터뮤직이나 하드락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기에 음악적 동료가 부족했음) 때문에 종종 괴롭힘을 당했는데, 하루는 따돌림의 일환으로 심한 폭행을 당한 뒤 비장이 파열되어 심한 내출혈(맥박이 정지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기에 구급차가 오기 전 간호사 새어머니가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죽었을 것이라 함)을 겪은 적이 있었다. 데드는 이 때 혼절하여 투명한 푸른빛과 흰 광명을 목격하였고, 점성술사에게 들은 바대로 그것이 산 자는 갈 수 없는 차원이며 그곳에 존재했던 이상 자신은 이미 죽었다고 여기게 되었다. 이렇듯 페르는 길지 않은 생애동안 평생 자신이 살아있는 인간이 맞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었는데, 이런 코타르 증후군적 망상이 데드 보컬 스타일의 주축이자 데스, 블랙 보컬로서 일종의 상징 및 개성이 된 것이다. 이 demo에서도 데드의 피와 죽음에 굶주린 것 같은 독특한 음색, 창법은 그가 Mayhem에 헌신했던 것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더불어 보컬의 속삭이는 내용 또한 죽음 매니아였던 Dead가 작사했기에 썩어 뒤틀린 나무같이 건조하고 황량한 가사들이므로, 듣는 내내 정신줄을 바짝 붙잡고 있지 않으면 정신계가 흩뜨려 헤집어져 데드처럼 되기 십상이다. 데드의 유서 중 일부인 I belong in the woods라는 구절처럼,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이승에 붙들려 있던 그의 영혼은 아마 숲에 속해있었던 것 같다.
스웨덴 전통 빵 셈라(앨범 타이틀에 December가 있듯 주로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먹음)를 시체의 살에 비유한 것이나, 죽음은 군침 돌게 juicy하다는 가사는 결코 아무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표현이 아닐 것이다.
2. 기타
투기타로 달리는 기타 파트는 스래쉬의 극단성과 데스의 어두운 무게감을 그대로 담아 마치 암흑 짙은 숲 속에서 (사실은 흡혈귀인) 박쥐들이 떼거지로 지지지직 푸드득거리는듯한 감각을 실어낸다. 또한 음향에 있어서도 다수의 동류 밴드들과는 조금 다른 편인데 중저음역대를 깎아내리기보다 날 것 그대로 살려 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이런 적당히 빳빳하게 풀먹인듯한 음향의 매력에 놀랐고, 이 매력요소를 데드가 좋아하는 날카롭게 벼린 칼날 같은 예리, 건조한 기타 위에 의외로 섬세하게 잡아낸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각 곡마다 리프의 배치 면에서도 센스가 기막히고, 미드템포에서부터 가차없이 몰아쳐 질주하는 부분들을 오가는 속도 변화 또한 맛깔나며, 올드스쿨 데스스러운 리프들과 스래쉬적 매력이 터지는 리프들의 황홀한 배합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가변적 리프들이 각 속도 구간들에 매번 아주 미묘하게 치고 들어왔다가 제 역할을 다한 뒤 자연스럽게 벗어나며 구간을 통과해 가는 양상 또한 경이로운 수준이다. 다양한 매력의 중독적인 기타솔로도 즐길 수 있다.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인 Ulf Cederland는 후에 Entombed 기타로도 활동한 사람인데, 고작 16세에 이 모든 감각을 갖추다니 될성부른 나무였음을 알 수 있다.
3. 베이스 기타
데드에게 키우던 햄스터를 희생당했던 동료멤버 Jens의 베이스 또한 내게는 좋은 인상을 주었다. 베이스는 기타와 드럼 사이에 끼어들어가 중재하며 소리의 균형을 맞추어 내는 본업에 충실함은 물론, 크진 않지만 깊고 청명한 톤으로 전체적인 전경을 말끔하게 정돈해낸다. 동시에 위 언급된 건조하고 지직거리는 스크래치한 기타에 foggy하고 soggy한 음영을 깔아 한층 무게감을 준다. 그래서 Morbid의 기타를 밑에서부터 윗방향으로 묘사한다면, 밑동 썩은 나무 위에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지들이 말라비틀어져 건조한 질감을 띠고 있는 하나의 으스스한 나무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Morbid 음악이 고도의 테크닉을 수반한 기교적 데스나 스래쉬가 아니기 때문에 가공할 만하게 복잡하고 현란한 기타 전개나 기타를 위압하며 치고 올라오는 특별한 베이스라인은 없지만, 이렇듯 Morbid 기타는 특유의 호러 분위기와 블랙휴머적 감성을 자아내며 러닝타임 내내 꾸준히 소탈한 섬세함을 선보이고 있다.
4. 드럼
이 앨범의 드러머는 Entombed의 보컬리스트로 장기간 활동했던 Drutten(L-G Petrov)이다.
전체적으로 유일하게 조금 부실한 부분을 꼽아야 한다면 드럼의 믹싱 상태와 베이스드럼의 다소 얕은 깊이감일 것이다. 허나 드러밍 자체는 준수하며 어떻게 보면 그 속에서 이 시절만의 언더그라운드 b급 호러 감성이 피어오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포지션들이 앨범 내내 그려내는 예리하고 기민한 흡혈귀스러운 파노라마 즉 Transilvanian soundscape에서 한시도 거슬리지 않게 원만히 밑바탕을 깔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위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이곳저곳에서 드럼이 기타 멜로디나 진행을 보조하며 돋보이게 하는 재치있는 부분들이 상당수 발견되며, 심플하고 블랙스러운 드럼패턴이 전체적으로 데스, 스래쉬적 리프가 주를 이루는 Morbid의 음악에 독특한 블랙메탈적 기류를 형성, 초기 블랙의 색채를 덧입힌다.
이 앨범에 수록된 각 곡들의 특징들을 적어보면,
음침한 명물 데스 리프들로 그득 차있으며 긴장감 팽배한 지능적이고 독특한 가락의 솔로 진행 및 적당하게 땡기는 맛이 일품인 구성적 완성도 가장 높은 1번 트랙
감미로운 인트로 뒤 흡혈귀가 변신할 때 나는 음산한 끼리릭 소리와 함께 속도감 있게 트레몰로 갈겨대는 치명적인 데스적 리프들 + 팜뮤트 갈겨대는 매력적인 스래쉬적 리프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중간의 속도완화 부분으로 공포감을 일시적으로 거둬주는 척 하다가 또 날 선 송곳니 같은 리프 들이밀면서 휘갈기는 무조의 기타솔로 끝맺음이 이색적인 2번 트랙
템포변화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색다른 리프들의 예측 불허한 연결이 듣는 재미를 선사하고 조금은 의외였던 브레이크와 무언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언변 좋은 솔로 멜로디가 짙은 호소력을 선보이는 3번 트랙
끝을 모르는 듯 조증처럼 켁켁거리며 달리던 기타가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우왕좌왕 비틀거리다가 드디어 깊은 숲 속에서 흡혈 박쥐 떼를 맞닥뜨린 것 마냥 급제동 걸리면서 흡혈귀스럽게 끼이익거리는 기타 효과음 + 흡혈귀에게 경동맥 깊숙이 목을 물리는 기분이 들게 하는 미스테리한 베이스 + 최종보스 등장하는 불길함 끝판왕의 기타리프와 함께 시작되는 역대급 정신 나간 떼창을 들을 수 있는 4번 트랙
으로 구성된다.
매순간 데스, 스래쉬, 블랙 차트의 퍼센티지가 광기어리게 흔들리며 오르내린다고 할 수 있는 이 앨범은 굳이 장르적 구분과 해석이 필요 없는, 괴이하기 짝이 없는 문제적 걸작이다. 듣다 보면 저절로 이러한 속성이 오싹한 전율과 함께 와닿아 장르의 구획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Dead의 정신세계와 기질과도 흡사하게, 이 음악에는 외부세계와는 단절된 채 존재하는 데드만의 비밀스럽고 환상적인 세계관이 녹아들어가 독특한 음악적 특성들로 표현되어 있으며, 이 같은 특이성 때문에 Morbid는 동시대의 적합한 비교대상 밴드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밴드이다.
완벽주의자 데드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운드가 뽑힐 때까지 멤버 전원에게 리프를 바꾸게 하고 연주하도록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앨범은 데드의 이상주의와 완벽주의가 탄생시킨 명반답게 트란실베이니아로 대변되는 그의 이상적 세계관이 녹아있다. 그래서 Morbid를 청취하는 것은 올드스쿨 데스 팬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하고 정묘한 방식으로, 마치 커버아트의 트란실베이니아 흡혈귀 성 안으로 걸어 들어가 그 안에 얼마나 충격적이고 상식을 깨버리는 아름다움이 즐비한지 확인하며 한껏 정취를 느껴보는 것과 같다.
데스 스래쉬 블랙 세 장르를 다 가져야만 속이 후련했던 Dead의 완벽주의 욕망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Morbid는 언급된 장르들 사이를 사신이 이승저승 넘어가듯 넘나들며 아주 폼 나는 방황을 한다. 뭇 올드 데스 팬들은 물론, 각 장르 고유의 정통성을 중시하는 분들에게도 본 작품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확신한다.
아무리 들어 보아도 Morbid는 단순히 데드의 전처 취급 받기에는 다른 악기 파트들까지 너무 뛰어나고 독창적이며 주목할 만하다. Morbid는 데드의 정체성이 Mayhem에서보다 덜 위험하게 그러나 정겹고 완벽에 가깝게 발현되었던 조강지처격 밴드이고, Mayhem은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주었으나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힘들게 하고 상처도 많이 안긴 독한 인연의 후처에 비유할 수 있다. 물론 유로니무스와 데드는 블랙 역사상 길이 남을 환상의 콤비임에도, 본인 하나만으로도 감당이 벅찬 캐릭터인 데드가 극단성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또 하나의 초강력 아이콘 유로니무스를 만난 것은 그의 인생에 양면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유로니무스와 데드 둘 다 블랙메탈이라면 인간적 삶도 포기하고 영혼도 팔아치울 만큼 본인들 음악에 전적으로 매진 몰두하던 순수예술가형 인재들이었으나, 메이헴의 다른 멤버들과 달리 데드는 어찌됐든 가족을 고국 스웨덴에 두고 온 이방인이었기에 음악 외에는 돌아갈 데가 없었으며, 혼자 남겨지게 되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는 혼자 남겨지게 되면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편지글을 쓰는 것 이외에도 여러 우울하고 극단적인 생각들에 빠지고는 하였다.
실제로 페르는 자신만의 사고방식과 세계가 뚜렷해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Metalion, Tompa(At the Gates 보컬), Maniac, Faust 등 그와 친했던 사람들은 그가 평소 내성적이지만 순수하고 잘 웃던 사심 없는 인간이었으며, 사석에서는 굉장히 공손하고 나름의 독특한 유머를 가진, 그리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오랫동안 대화 가능했던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특히 페르의 가족 및 페르가 노르웨이로 가기 전에 알고 지냈던 스웨덴의 음악적 동료들은 그의 변화 및 마지막 소식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Dead는 Morbid 멤버들을 십대 중반에 만났는데, 그들은 데드와 음악적 취향이 잘 맞아 당시 그가 진정 마음을 터놓고 소통했던 사람들이었다. 데드의 힘들었던 과거를 그 어린 나이에 이렇게나 만족스러운 음악적 결과물로 전환시켜준 Morbid 멤버들도 참 대단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호러와 오컬트 테마를 본인 취향의 데스, 스래쉬 음악에 결합시켜 독창적인 성과를 이뤄낸 Dead는 더할 나위 없는 괴짜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요약하자면 이 앨범은: 데스/ 스래쉬/ 블랙이 교묘히 혼재하는 총체적 난국이고, 그 괴이함에 있어 비교할 대상이 없는, Dead의 이상향이 여타 밴드들이 구현할 수 없는 엉뚱하고 괴상하지만 흥미롭고 기발한 방식으로 Dead 감독 하에 섬세하게 기획, 연출된 한 편의 희극적 호러물이자 블랙 코미디이다.
Of Dead, by Dead, for Dead 앨범
*페르=데드*
12월 밤이면 떠오르는 앨범이 있다. 바로 87년 12월 발매된 Morbid의 December Moon이다.
한 해의 끝 12월과 하루의 끝에 뜨는 달의 조합인 이 앨범 타이틀은 데드의 끝을 향한 열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운명을 연상케 한다.
초기 스웨덴 데스메탈 사운드의 가장 개성적인 발현이었으나 데드처럼 이른 죽음을 맞아 안타까운 밴드 Morbid는 어쩌면 이 데모 한 장으로 하나의 밴드가 할 일을 모두 끝내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흔히 Mayhem에서 Dead(Per Yngve Ohlin)의 존재감에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들이 그가 Mayhem 이전에 활동했던 Morbid라는 밴드를 찾아 이 demo를 접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데모는 Dead의 생애와 음악적 커리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작품이자, 작곡이나 프로덕션 면에서도 재치가 넘치는, 단순히 ‘데드의 메이헴 전 밴드 앨범’이라고 치부되기엔 지극히 안타까운 명반이다. 언제 들어도 십대 중후반 언저리의 멤버들이 데모 앨범으로 낸 성과라기에는 너무 뛰어나서 데드가 자주 짓던 교살된 표정마냥 흰자위 까뒤집고 혓바닥 내두를 지경이다.
이 앨범이 나오던 시절의 Morbid는 Dead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상향을 귀신 들린 듯 여한 없이 펼쳐놓았던 그야말로 Dead의, Dead에 의한, Dead를 위한 밴드였다.
Morbid와 Mayhem 두 밴드에서의 데드의 보컬 스타일은 은근히 차이가 큰데, 이는 각 밴드의 음악적 지향과 최상의 궁합을 이루는 쪽으로 벌어진 차이성이다. 이렇듯 메이헴에서의 데드의 행적도 블랙의 정수이자 전설 그 자체이지만, Morbid가 Dead의 사상과 이상의 정점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Morbid는 애초 뿌리부터 데드가 손수 만들고 이끌었던 순수 데드의 밴드이기 때문이다.
Morbid는 기타리스트 Gehenna(John Hagström)가 밴드를 나간 뒤 삐걱거리다가 데드가 메이헴을 찾아 노르웨이로 떠나자 사실상 수명을 다했던 아쉬운 단명 밴드이다. 그래서인지 번쩍 나타났다 금세 사라져버린 초자연적 현상처럼 나에게 더욱 이례적이고 각별한 밴드가 되었다.
12월에 어울리는 타이틀의 앨범 곡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우선 Morbid라는 밴드의 형성과 정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Morbid는 데드가 만든 밴드인 만큼, 데드의 평소 관심사와 오랜 취향에 대해 알고 들으면 그 음악이 더욱 각별히 와닿게 된다.
데드는 십대 초반부터 각종 호러 만화책과 필름들을 섭렵하던 호러광이었다. 그는 고대 역사와 옛 전설들, 괴이한 마술, 미신, 초자연 현상 등 오컬트에 심취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흡혈귀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는 트란실베이니아를 동경하였고, 자신의 서랍 안쪽까지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호러 테마의 그림들을 엄청나게 그렸다. 그는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그림을 그리곤 하였으며, 그림들 중 일부는 Slayer fanzine 등에 실리기도 하였다.
페르는 듣는 음악에 있어서도 점점 이러한 취향에 걸맞는 공포 분위기의 익스트림 계열로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그 시절 대부분 메탈러들이 그러했듯 그의 남동생 Anders와 함께 KISS, Iron Maiden, Metallica 등을 들으며 입문하였으나 점차 Venom, Destruction, Sodom, Sarcofago, Bathory 등의 보다 익스트림한 음악으로 취향이 확고히 기울어간 것이다. 여담이지만 페르는 Bathory를 스웨덴의 유일한 Venom급 밴드라고 여기며 엄청 좋아하였고, 처음 Mayhem을 알게 되었을 때도 Bathory의 등가라 여기며 좋아했다고 한다. 비록 Heavy Sound(헤비메탈이나 락 뿐만 아니라 당시 거의 유일하게 Sarcofago, Sodom, Possessed 같은 익스트림 음악들과 언더 밴드들의 데모를 취급하였던 레코드샵으로, 당대 스웨디쉬 데스 메탈의 생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스웨덴 익스트림 씬의 성지였음. 데드가 모비드 멤버들을 만난 것도 이곳을 통해서였음)에 썬글라스를 낀 채 손을 흔들며 락스타처럼 등장하는 쿼쏜을 본 뒤로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이미지에 실망하며 그에게 죽은 햄스터를 전송하는 일화도 있었지만..
그러던 페르는 15살 무렵에 자신이 밴드를 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온 가족을 놀라게 한다. 그의 남동생 말에 따르면 페르는 그 즈음 첫 기타를 샀지만 정작 기타를 연주하기보다는 기타 위에 그림을 그려넣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페르는 점차 보컬에 재미를 붙였고 밴드에서의 포지션을 그 쪽으로 굳혀갔다. 그의 밴드의 첫 이름은 Ohlin Metal이었고, 이것이 Scapegoat(이 시절 데드의 닉네임은 염소를 뜻하는 예뗀(Geten)이었음), 그리고 Morbid로 발전하게 되었다.
페르는 당시 자신이 좋아하던 드라큘라 만화의 로고에서 영감을 얻어 Morbid 로고를 제작하였고, 이 로고값을 톡톡히 하는 흡혈귀스러운 데스 스래쉬 음악을 구현하게 된다. 그는 밴드 시작 첫날부터 밴드가 어떤 사운드를 내고 무엇을 노래할지에 대한 방향점이 확실했고, 특히 기타 파트에 높은 기대를 적용했다고 한다.
이제 이 앨범의 악기 파트별 특징들을 살펴보려 한다. (2000년에 발매된 오피셜 CD 원음을 토대로 작성)
1. 보컬
Dead의 시체 광증 보컬은 마치 죽어있는 존재가 저 세상에서 외치는 소리가 이 세상에 부딪치면서 메아리치는 소리처럼 들린다. Dead의 음색에서는 일반적인 데스, 스래쉬 보컬들의 공격성이나 장난기 있는 짓궂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삶을 버린 유령 같은 공허함과 인간존재로서의 육신을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는 고통의 애잔함마저 느껴진다.
장르의 다른 보컬리스트들이 적극적 사디스트 혹은 반항적 방어자라면 데드는 소극성 속에 무한한 섬세함을 내포한 마조히스트적 보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데드가 앓았던 우울증적 특성이기도 한데, 그러한 표현적 수동성이라는 의미에서 나는 DSBM식 보컬보다도 데드의 자조적 보컬이 더 우울하게 들릴 때가 있다. DSBM 보컬들이 대부분 밖을 향해 자신을 찢어내며 자학을 시도하고 있다면 데드의 보컬은 자기 자신 속을 향해 스스로를 잠식해 먹어버릴 듯한 끔찍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한 창법은 그 어떤 데스나 스래쉬적 그로울, 그런트, 외침도 아닌, 깊은 숲 속으로부터 들려오는 흑마술사의 쉭쉭거리는 속삭임 혹은 숲 속 정체불명 괴생명체의 거친 하악질같은 쉰소리에 가깝다. 이런 데드만의 보컬 스타일은 장르에서 유일무이한 것이고, 목에 죽음을 담아 뱉는다는 뚜렷한 보컬 가치관은 데드가 죽음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데드는 7학년 때 독특한 성격과 취향(당시 스웨덴 학생들은 컴퓨터뮤직이나 하드락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기에 음악적 동료가 부족했음) 때문에 종종 괴롭힘을 당했는데, 하루는 따돌림의 일환으로 심한 폭행을 당한 뒤 비장이 파열되어 심한 내출혈(맥박이 정지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기에 구급차가 오기 전 간호사 새어머니가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죽었을 것이라 함)을 겪은 적이 있었다. 데드는 이 때 혼절하여 투명한 푸른빛과 흰 광명을 목격하였고, 점성술사에게 들은 바대로 그것이 산 자는 갈 수 없는 차원이며 그곳에 존재했던 이상 자신은 이미 죽었다고 여기게 되었다. 이렇듯 페르는 길지 않은 생애동안 평생 자신이 살아있는 인간이 맞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었는데, 이런 코타르 증후군적 망상이 데드 보컬 스타일의 주축이자 데스, 블랙 보컬로서 일종의 상징 및 개성이 된 것이다. 이 demo에서도 데드의 피와 죽음에 굶주린 것 같은 독특한 음색, 창법은 그가 Mayhem에 헌신했던 것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더불어 보컬의 속삭이는 내용 또한 죽음 매니아였던 Dead가 작사했기에 썩어 뒤틀린 나무같이 건조하고 황량한 가사들이므로, 듣는 내내 정신줄을 바짝 붙잡고 있지 않으면 정신계가 흩뜨려 헤집어져 데드처럼 되기 십상이다. 데드의 유서 중 일부인 I belong in the woods라는 구절처럼,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이승에 붙들려 있던 그의 영혼은 아마 숲에 속해있었던 것 같다.
스웨덴 전통 빵 셈라(앨범 타이틀에 December가 있듯 주로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먹음)를 시체의 살에 비유한 것이나, 죽음은 군침 돌게 juicy하다는 가사는 결코 아무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표현이 아닐 것이다.
2. 기타
투기타로 달리는 기타 파트는 스래쉬의 극단성과 데스의 어두운 무게감을 그대로 담아 마치 암흑 짙은 숲 속에서 (사실은 흡혈귀인) 박쥐들이 떼거지로 지지지직 푸드득거리는듯한 감각을 실어낸다. 또한 음향에 있어서도 다수의 동류 밴드들과는 조금 다른 편인데 중저음역대를 깎아내리기보다 날 것 그대로 살려 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이런 적당히 빳빳하게 풀먹인듯한 음향의 매력에 놀랐고, 이 매력요소를 데드가 좋아하는 날카롭게 벼린 칼날 같은 예리, 건조한 기타 위에 의외로 섬세하게 잡아낸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각 곡마다 리프의 배치 면에서도 센스가 기막히고, 미드템포에서부터 가차없이 몰아쳐 질주하는 부분들을 오가는 속도 변화 또한 맛깔나며, 올드스쿨 데스스러운 리프들과 스래쉬적 매력이 터지는 리프들의 황홀한 배합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가변적 리프들이 각 속도 구간들에 매번 아주 미묘하게 치고 들어왔다가 제 역할을 다한 뒤 자연스럽게 벗어나며 구간을 통과해 가는 양상 또한 경이로운 수준이다. 다양한 매력의 중독적인 기타솔로도 즐길 수 있다.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인 Ulf Cederland는 후에 Entombed 기타로도 활동한 사람인데, 고작 16세에 이 모든 감각을 갖추다니 될성부른 나무였음을 알 수 있다.
3. 베이스 기타
데드에게 키우던 햄스터를 희생당했던 동료멤버 Jens의 베이스 또한 내게는 좋은 인상을 주었다. 베이스는 기타와 드럼 사이에 끼어들어가 중재하며 소리의 균형을 맞추어 내는 본업에 충실함은 물론, 크진 않지만 깊고 청명한 톤으로 전체적인 전경을 말끔하게 정돈해낸다. 동시에 위 언급된 건조하고 지직거리는 스크래치한 기타에 foggy하고 soggy한 음영을 깔아 한층 무게감을 준다. 그래서 Morbid의 기타를 밑에서부터 윗방향으로 묘사한다면, 밑동 썩은 나무 위에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지들이 말라비틀어져 건조한 질감을 띠고 있는 하나의 으스스한 나무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Morbid 음악이 고도의 테크닉을 수반한 기교적 데스나 스래쉬가 아니기 때문에 가공할 만하게 복잡하고 현란한 기타 전개나 기타를 위압하며 치고 올라오는 특별한 베이스라인은 없지만, 이렇듯 Morbid 기타는 특유의 호러 분위기와 블랙휴머적 감성을 자아내며 러닝타임 내내 꾸준히 소탈한 섬세함을 선보이고 있다.
4. 드럼
이 앨범의 드러머는 Entombed의 보컬리스트로 장기간 활동했던 Drutten(L-G Petrov)이다.
전체적으로 유일하게 조금 부실한 부분을 꼽아야 한다면 드럼의 믹싱 상태와 베이스드럼의 다소 얕은 깊이감일 것이다. 허나 드러밍 자체는 준수하며 어떻게 보면 그 속에서 이 시절만의 언더그라운드 b급 호러 감성이 피어오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포지션들이 앨범 내내 그려내는 예리하고 기민한 흡혈귀스러운 파노라마 즉 Transilvanian soundscape에서 한시도 거슬리지 않게 원만히 밑바탕을 깔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위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이곳저곳에서 드럼이 기타 멜로디나 진행을 보조하며 돋보이게 하는 재치있는 부분들이 상당수 발견되며, 심플하고 블랙스러운 드럼패턴이 전체적으로 데스, 스래쉬적 리프가 주를 이루는 Morbid의 음악에 독특한 블랙메탈적 기류를 형성, 초기 블랙의 색채를 덧입힌다.
이 앨범에 수록된 각 곡들의 특징들을 적어보면,
음침한 명물 데스 리프들로 그득 차있으며 긴장감 팽배한 지능적이고 독특한 가락의 솔로 진행 및 적당하게 땡기는 맛이 일품인 구성적 완성도 가장 높은 1번 트랙
감미로운 인트로 뒤 흡혈귀가 변신할 때 나는 음산한 끼리릭 소리와 함께 속도감 있게 트레몰로 갈겨대는 치명적인 데스적 리프들 + 팜뮤트 갈겨대는 매력적인 스래쉬적 리프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중간의 속도완화 부분으로 공포감을 일시적으로 거둬주는 척 하다가 또 날 선 송곳니 같은 리프 들이밀면서 휘갈기는 무조의 기타솔로 끝맺음이 이색적인 2번 트랙
템포변화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색다른 리프들의 예측 불허한 연결이 듣는 재미를 선사하고 조금은 의외였던 브레이크와 무언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언변 좋은 솔로 멜로디가 짙은 호소력을 선보이는 3번 트랙
끝을 모르는 듯 조증처럼 켁켁거리며 달리던 기타가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우왕좌왕 비틀거리다가 드디어 깊은 숲 속에서 흡혈 박쥐 떼를 맞닥뜨린 것 마냥 급제동 걸리면서 흡혈귀스럽게 끼이익거리는 기타 효과음 + 흡혈귀에게 경동맥 깊숙이 목을 물리는 기분이 들게 하는 미스테리한 베이스 + 최종보스 등장하는 불길함 끝판왕의 기타리프와 함께 시작되는 역대급 정신 나간 떼창을 들을 수 있는 4번 트랙
으로 구성된다.
매순간 데스, 스래쉬, 블랙 차트의 퍼센티지가 광기어리게 흔들리며 오르내린다고 할 수 있는 이 앨범은 굳이 장르적 구분과 해석이 필요 없는, 괴이하기 짝이 없는 문제적 걸작이다. 듣다 보면 저절로 이러한 속성이 오싹한 전율과 함께 와닿아 장르의 구획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Dead의 정신세계와 기질과도 흡사하게, 이 음악에는 외부세계와는 단절된 채 존재하는 데드만의 비밀스럽고 환상적인 세계관이 녹아들어가 독특한 음악적 특성들로 표현되어 있으며, 이 같은 특이성 때문에 Morbid는 동시대의 적합한 비교대상 밴드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밴드이다.
완벽주의자 데드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운드가 뽑힐 때까지 멤버 전원에게 리프를 바꾸게 하고 연주하도록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앨범은 데드의 이상주의와 완벽주의가 탄생시킨 명반답게 트란실베이니아로 대변되는 그의 이상적 세계관이 녹아있다. 그래서 Morbid를 청취하는 것은 올드스쿨 데스 팬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하고 정묘한 방식으로, 마치 커버아트의 트란실베이니아 흡혈귀 성 안으로 걸어 들어가 그 안에 얼마나 충격적이고 상식을 깨버리는 아름다움이 즐비한지 확인하며 한껏 정취를 느껴보는 것과 같다.
데스 스래쉬 블랙 세 장르를 다 가져야만 속이 후련했던 Dead의 완벽주의 욕망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Morbid는 언급된 장르들 사이를 사신이 이승저승 넘어가듯 넘나들며 아주 폼 나는 방황을 한다. 뭇 올드 데스 팬들은 물론, 각 장르 고유의 정통성을 중시하는 분들에게도 본 작품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확신한다.
아무리 들어 보아도 Morbid는 단순히 데드의 전처 취급 받기에는 다른 악기 파트들까지 너무 뛰어나고 독창적이며 주목할 만하다. Morbid는 데드의 정체성이 Mayhem에서보다 덜 위험하게 그러나 정겹고 완벽에 가깝게 발현되었던 조강지처격 밴드이고, Mayhem은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주었으나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힘들게 하고 상처도 많이 안긴 독한 인연의 후처에 비유할 수 있다. 물론 유로니무스와 데드는 블랙 역사상 길이 남을 환상의 콤비임에도, 본인 하나만으로도 감당이 벅찬 캐릭터인 데드가 극단성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또 하나의 초강력 아이콘 유로니무스를 만난 것은 그의 인생에 양면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유로니무스와 데드 둘 다 블랙메탈이라면 인간적 삶도 포기하고 영혼도 팔아치울 만큼 본인들 음악에 전적으로 매진 몰두하던 순수예술가형 인재들이었으나, 메이헴의 다른 멤버들과 달리 데드는 어찌됐든 가족을 고국 스웨덴에 두고 온 이방인이었기에 음악 외에는 돌아갈 데가 없었으며, 혼자 남겨지게 되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는 혼자 남겨지게 되면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편지글을 쓰는 것 이외에도 여러 우울하고 극단적인 생각들에 빠지고는 하였다.
실제로 페르는 자신만의 사고방식과 세계가 뚜렷해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Metalion, Tompa(At the Gates 보컬), Maniac, Faust 등 그와 친했던 사람들은 그가 평소 내성적이지만 순수하고 잘 웃던 사심 없는 인간이었으며, 사석에서는 굉장히 공손하고 나름의 독특한 유머를 가진, 그리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오랫동안 대화 가능했던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특히 페르의 가족 및 페르가 노르웨이로 가기 전에 알고 지냈던 스웨덴의 음악적 동료들은 그의 변화 및 마지막 소식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Dead는 Morbid 멤버들을 십대 중반에 만났는데, 그들은 데드와 음악적 취향이 잘 맞아 당시 그가 진정 마음을 터놓고 소통했던 사람들이었다. 데드의 힘들었던 과거를 그 어린 나이에 이렇게나 만족스러운 음악적 결과물로 전환시켜준 Morbid 멤버들도 참 대단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호러와 오컬트 테마를 본인 취향의 데스, 스래쉬 음악에 결합시켜 독창적인 성과를 이뤄낸 Dead는 더할 나위 없는 괴짜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요약하자면 이 앨범은: 데스/ 스래쉬/ 블랙이 교묘히 혼재하는 총체적 난국이고, 그 괴이함에 있어 비교할 대상이 없는, Dead의 이상향이 여타 밴드들이 구현할 수 없는 엉뚱하고 괴상하지만 흥미롭고 기발한 방식으로 Dead 감독 하에 섬세하게 기획, 연출된 한 편의 희극적 호러물이자 블랙 코미디이다.
Of Dead, by Dead, for Dead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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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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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My Dark Subconscious | 4:40 | 96.3 | 4 |
2. | Wings of Funeral | 3:47 | 95 | 3 |
3. | From the Dark | 6:00 | 88.3 | 3 |
4. | Disgusting Semla | 3:17 | 96.7 | 3 |
Line-up (members)
- Dead (Per Yngve Ohlin) : Vocals
- Napolean Pukes (Uffe Cederlund) : Guitar
- Gehenna (John Berger) : Guitar
- Dr. Schitz (Jens Näsström) : Bass
- Drutten (L-G Petrov) : Drums
10,438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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