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rvana Review
February 9, 2023
블랙메탈을 완벽히 정의한, 그 자체가 블랙메탈이라 할 수 있는 Mayhem의 1집 De Mysteriis Dom Sathanas 이후 수많은 밴드들의 명반들이 블랙메탈이라는 세계수를 지탱하고 영양분을 더해왔다. 그래서 열린 열매들은 지금까지 곳곳에서 싹이 트고 또 어느새 훌쩍 자라 2세대의 열매를 맺고 있다.
그 중에서 Mayhem 1집 만큼의 완성도 있는 앨범을 내어놓고 그들만큼이나 블랙메탈의 주제, 심오함, 음악적 진지함에 접근한 이들이 있다.단 한 밴드를 꼽으라면 나는 바로 꼽을 수 있는 이가 Cult of Fire라 할 수 있다. (세대를 논하지 않고 Mayhem 외 세 밴드를 꼽으라면 Cult of Fire, Mystifier, Inquisition을 꼽겠다.)
이들은 1집 Triumvirát과 2집 मृत्यु का तापसी अनुध्यान을 통해 블랙메탈이 가질 수 있는 종교적 진실성, 혹은 블랙메탈을 음악이 아닌 자신의 자아를 살펴보고 그 너머의 어떠한 종교적 체험을 갈망하는 수단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리더 Vladimír Pavelka는 나와의 메일 속에서 '나는 블랙메탈을 하면서 있어보이기 위해 무엇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사상을 표현할 방법론으로 블랙메탈을 선택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주요 관심사(종교, 죽음, 열반, 극치)에 대한 탐미는 계속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의 3집과 4집(2020년 동시 발매)에서 이들은 드디어 해탈과 열반에의 여정을 그려낸다. 이들은 Moksha에서 전작에 이어지는 힌두 테마를 통해 마하데브(힌두교의 세 주신(主神) 가운데 하나. 파괴와 생식의 신으로, 네 개의 팔, 네 개의 얼굴, 그리고 과거ㆍ현재ㆍ미래를 투시하는 세 개의 눈이 있으며, 이마에 반달을 붙이고 목에 뱀과 송장의 뼈를 감은 모습을 하고 있다.)를 노래하고 힌두 신과 파괴 후의 재탄생을 이야기한다.
모든것이 혼돈에 빠지고 무너지지만 그 속에서 그것들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해탈은 불안함 가득한 베이스 라인이 이끄는 인트로와 함께 '나마스테'로 시작되는 Zrození výjimečného로부터 완성된다. Cult Of Fire의 사운드,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는 이 곡은 특유의 비장하고 유려한 멜로디 속에서 웅장한 코러스와 함께 진행되는 미들템포에서 듣는 이를 완벽하게 '넋'다운 시키며 문을 열어젖힌다.
(ne)Čistý와 환상적인 라이브 클립으로 많이 알려진 Har Har Mahadev, 해탈로의 깨우침을 얻는 과정을 그려낸 듯한 후반부가 인상적인 Mokša까지, 이들의 3집 Moksha는 Cult Of Fire의 신보를 설렘만큼 두려움으로 기다리던 이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그리고 열반.
불교적 성취의 끝을 보여주는 이 테마, 모든 곡명이 Buddha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자켓을 보면 마치 탄트라(힌두교·불교·자이나교 등에서 행해지는 밀교 수행법, 또는 밀교 수행법을 담은 경전)의 방법을 다루는 듯하다.
색과 악(사), 즉 모든 번뇌와 유혹이 사방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것은 열반에 이르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상징하는 불타오르는 원의 바깥에 위치한다. 그 안에 위치한 부처와 제자의 모습을 통해 열반이 가진 강력한 힘을 보여주며 이것의 완성은 모든 삿된 것들에 대한 완벽한 해방이자 진정한 자유와 깨달음의 성취임을 보여준다.
Zrození výjimečného와 함께 이 앨범의 베스트 넘버라 할 수 있는 Buddha 1을 보자. 아르페지오 위로 깔리는 미들템포의 사운드는 열반을 앞둔 이의 고뇌와 희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후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열반에 대한 진정한 오의를 깨달은 듯, 고승의 한탄과도 같은 보이스 스트링이 이어지며 이윽고 터져나오는 만트라 진언은 삶이 다할 때까지 자신을 파고들 사(邪)에 대한 방어와도 같다. 정말로 듣는 이를 숙연하게 할 정도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중반부 부터 후반부까지 메인 멜로디와 키보드의 조화가 환상적인 Buddha 2는 이들의 블랙메탈이 흔한 '사악함'과는 완벽하게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말로 육탈한 영혼이 하나의 광원이 되어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이랄까. 거대함 속의 허무, 그 허무를 인정하고 모든것을 품은 거대함에 몸을 맡기는 것도 열반이 될 수도 있을까? 청자는 이 곡을 통해 그런 망상을 해 봄직하다.
깨달음이 주는 기쁨이랄 수 있는 Buddha 3, 번뇌를 벗어던지는 Buddha 4와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후반부가 인상적인 Buddha 5까지, 정말로 거대한 한 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들이 느끼고 다가가려 하는 방법이 야호선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진지하게 노력하려 하지 않는 이들이 그것을 폄하할 수는 없다. 야호선도 분명 깨달음이고 그조차 안한 이는 감히 넘보지 못할 경지이다. 게다가 이들의 출신국을 본다면 더더욱이 그러하다.
메이헴 이후 1집부터 4집까지, 잇따른 풀렝스를 통해 음악적으로도, 주제의 진지함으로도 이만치의 경지에 이른 블랙메탈 밴드는 없다. 블랙메탈이 얼마나 심오할 수 있는지, 진지한 탐구가 가능한지 묻는다면 앞으로 수십 년간 이들의 앨범이 대답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2000년 이후의 블랙메탈을 진지하게 듣고자 하는 이들은 반드시 Cult Of Fire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태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정말이다.
그 중에서 Mayhem 1집 만큼의 완성도 있는 앨범을 내어놓고 그들만큼이나 블랙메탈의 주제, 심오함, 음악적 진지함에 접근한 이들이 있다.단 한 밴드를 꼽으라면 나는 바로 꼽을 수 있는 이가 Cult of Fire라 할 수 있다. (세대를 논하지 않고 Mayhem 외 세 밴드를 꼽으라면 Cult of Fire, Mystifier, Inquisition을 꼽겠다.)
이들은 1집 Triumvirát과 2집 मृत्यु का तापसी अनुध्यान을 통해 블랙메탈이 가질 수 있는 종교적 진실성, 혹은 블랙메탈을 음악이 아닌 자신의 자아를 살펴보고 그 너머의 어떠한 종교적 체험을 갈망하는 수단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리더 Vladimír Pavelka는 나와의 메일 속에서 '나는 블랙메탈을 하면서 있어보이기 위해 무엇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사상을 표현할 방법론으로 블랙메탈을 선택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주요 관심사(종교, 죽음, 열반, 극치)에 대한 탐미는 계속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의 3집과 4집(2020년 동시 발매)에서 이들은 드디어 해탈과 열반에의 여정을 그려낸다. 이들은 Moksha에서 전작에 이어지는 힌두 테마를 통해 마하데브(힌두교의 세 주신(主神) 가운데 하나. 파괴와 생식의 신으로, 네 개의 팔, 네 개의 얼굴, 그리고 과거ㆍ현재ㆍ미래를 투시하는 세 개의 눈이 있으며, 이마에 반달을 붙이고 목에 뱀과 송장의 뼈를 감은 모습을 하고 있다.)를 노래하고 힌두 신과 파괴 후의 재탄생을 이야기한다.
모든것이 혼돈에 빠지고 무너지지만 그 속에서 그것들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해탈은 불안함 가득한 베이스 라인이 이끄는 인트로와 함께 '나마스테'로 시작되는 Zrození výjimečného로부터 완성된다. Cult Of Fire의 사운드,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는 이 곡은 특유의 비장하고 유려한 멜로디 속에서 웅장한 코러스와 함께 진행되는 미들템포에서 듣는 이를 완벽하게 '넋'다운 시키며 문을 열어젖힌다.
(ne)Čistý와 환상적인 라이브 클립으로 많이 알려진 Har Har Mahadev, 해탈로의 깨우침을 얻는 과정을 그려낸 듯한 후반부가 인상적인 Mokša까지, 이들의 3집 Moksha는 Cult Of Fire의 신보를 설렘만큼 두려움으로 기다리던 이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그리고 열반.
불교적 성취의 끝을 보여주는 이 테마, 모든 곡명이 Buddha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자켓을 보면 마치 탄트라(힌두교·불교·자이나교 등에서 행해지는 밀교 수행법, 또는 밀교 수행법을 담은 경전)의 방법을 다루는 듯하다.
색과 악(사), 즉 모든 번뇌와 유혹이 사방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것은 열반에 이르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상징하는 불타오르는 원의 바깥에 위치한다. 그 안에 위치한 부처와 제자의 모습을 통해 열반이 가진 강력한 힘을 보여주며 이것의 완성은 모든 삿된 것들에 대한 완벽한 해방이자 진정한 자유와 깨달음의 성취임을 보여준다.
Zrození výjimečného와 함께 이 앨범의 베스트 넘버라 할 수 있는 Buddha 1을 보자. 아르페지오 위로 깔리는 미들템포의 사운드는 열반을 앞둔 이의 고뇌와 희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후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열반에 대한 진정한 오의를 깨달은 듯, 고승의 한탄과도 같은 보이스 스트링이 이어지며 이윽고 터져나오는 만트라 진언은 삶이 다할 때까지 자신을 파고들 사(邪)에 대한 방어와도 같다. 정말로 듣는 이를 숙연하게 할 정도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중반부 부터 후반부까지 메인 멜로디와 키보드의 조화가 환상적인 Buddha 2는 이들의 블랙메탈이 흔한 '사악함'과는 완벽하게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말로 육탈한 영혼이 하나의 광원이 되어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이랄까. 거대함 속의 허무, 그 허무를 인정하고 모든것을 품은 거대함에 몸을 맡기는 것도 열반이 될 수도 있을까? 청자는 이 곡을 통해 그런 망상을 해 봄직하다.
깨달음이 주는 기쁨이랄 수 있는 Buddha 3, 번뇌를 벗어던지는 Buddha 4와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후반부가 인상적인 Buddha 5까지, 정말로 거대한 한 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들이 느끼고 다가가려 하는 방법이 야호선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진지하게 노력하려 하지 않는 이들이 그것을 폄하할 수는 없다. 야호선도 분명 깨달음이고 그조차 안한 이는 감히 넘보지 못할 경지이다. 게다가 이들의 출신국을 본다면 더더욱이 그러하다.
메이헴 이후 1집부터 4집까지, 잇따른 풀렝스를 통해 음악적으로도, 주제의 진지함으로도 이만치의 경지에 이른 블랙메탈 밴드는 없다. 블랙메탈이 얼마나 심오할 수 있는지, 진지한 탐구가 가능한지 묻는다면 앞으로 수십 년간 이들의 앨범이 대답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2000년 이후의 블랙메탈을 진지하게 듣고자 하는 이들은 반드시 Cult Of Fire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태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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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up (members)
- Infernal Vlad (Vladimír Pavelka) : Guitars, Bass, Vocals, Songwriting
- Devilish : Vocals
- Tom Coroner : Drums
10,434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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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복이 100/100
Feb 9, 2023 Likes : 9
블랙메탈을 완벽히 정의한, 그 자체가 블랙메탈이라 할 수 있는 Mayhem의 1집 De Mysteriis Dom Sathanas 이후 수많은 밴드들의 명반들이 블랙메탈이라는 세계수를 지탱하고 영양분을 더해왔다. 그래서 열린 열매들은 지금까지 곳곳에서 싹이 트고 또 어느새 훌쩍 자라 2세대의 열매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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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ex and Death Review (2016) [EP]
피규어no5 100/100
Jun 2, 2018 Likes : 1
체코 출신의 블랙메탈 밴드 Cult of Fire는 힌두교 문화에서 착안한 독특한 컨셉과 환상적인 완성도의 음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충실히 펼쳐 나가고 있는 밴드이다. 이들의 정규2집 Ascetic Meditation of Death은 인도 포크적인 색채가 가미된 걸작 블랙메탈로서 과포화상태였던 블랙메탈계에 이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