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on and Warfare Review

Artist	Steve Vai
Album	Passion and Warfare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September 1990
Genres	Hard Rock, Progressive Rock, Instrumental Rock
Labels	Relativity Records
Length	53:21
Ranked	#20 for 1990 , #480 all-time

Reviewer :  구르는 돌         Rating :  95 / 100

인스트루멘탈 록은 사실 그렇게까지 상업성을 띤 장르는 아니다. 대중음악에서 아무리 기타리스트나 키보디스트가 화려한 연주를 펼친다고 해도 가장 서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결국 보컬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컬이 없는 인스트루멘탈 록의 상업적 성공은 제한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뚫고 상업적 성공을 구가한 이로 주목받을 만한 사람으로는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있다. 한 명은 80년대 헤비 메탈 기타리스트들의 스승으로서 유명세를 얻었던 Joe Satriani며,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가공할 실험성으로 본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한 Steve Vai일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연주 스타일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두고 있었지만, 양자 모두 화려한 연주 기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 독창적인 작곡 스타일을 통해 인스트루멘탈 록의 상업성을 시험하고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Steve Vai는 현재까지 10여장의 앨범을 남겼는데, 거의 모든 작품이 그의 빼어난 연주력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개중에 단 한 장만을 거론해야 한다면 역시 Passion and Warfare일 수밖에 없다.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이 앨범은 Steve Vai의 최고작이자 인스트루멘탈 록의 정점이다. Passion and Warfare를 통해 그는 Joe Satriani와 함께 인스트루멘탈 록 씬을 양분하는 거장으로 자리잡았다. Steve Vai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이만한 위치를 점하는 앨범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적어도 이 앨범과 대등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품으로는 Joe Satriani의 Surfing With the Alien와 Yngwie Malmsteen의 기념비적인 작품 Rising Force말고는 없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 앨범 이후로는 인스트루멘탈 록 시장에서 이만큼 상업성이나 음악적 가능성을 확장한 작품은 더이상 탄생하지 않았다.

Passion and Warfare가 Steve Vai의 작품 군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앨범 이후에 나오는 모든 Steve Vai의 앨범들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운드는 이 앨범에서 유래하고 있으며, 기타 이펙트와 앰프의 창의적인 활용을 통해 혁신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Steve Vai의 연주에서 가장 독창적인 포인트는 기타를 마치 보컬처럼 활용하는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Steve Vai는 Jimi Page나 Slash, Joe Perry 같은 연주자들과는 대척점에 있는 연주자인데, 이는 그가 필링을 살리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기타리스트가 아닌 늘 새로운 방법을 탐구하고 주도면밀하게 계산하면서, 늘 실험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성향과 깊은 관계가 있다. 본작에 수록되어 있는 트랙들에는 그의 실험적인 성향이 유독 잘 드러나고 있다. Passion and Warfare의 또다른 미덕으로는 락,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앨범을 듣는 청자는 한 장의 음반을 통해 매우 폭넓은 음악적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앨범에 실린 곡들은 음악적 감각이 절정에 이른 Steve Vai의 역량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Erotic Nightmares는 복잡한 리프와 독특한 하모니, 강렬한 리듬이 특징적인 곡으로 그의 초현실적인 상상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 곡은 제목처럼 관능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꿈을 연상시키면서, 동시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The Animal은 강력한 그루브와 변칙적인 리듬을 동반한 트랙으로, 본작에서 가장 뛰어난 트랙 중 하나로 꼽고 있다. Answers는 Steve Vai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을 통해 기타를 단순한 악기가 아닌 대화 상대로 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곡으로 인해 Steve Vai는 기타에게 말을 거는 괴짜로 여겨지게 된다.

For the Love of God은 Steve Vai의 현재까지도 가장 유명한 트랙으로 남아있다. 이 곡의 감동적인 선율은 발표된지 3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생생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라이브 무대에서 태핑 기법을 통해 빠른 속도의 솔로와 복잡한 멜로디 라인을 서정적인 스타일로 풀어내는 그의 연주는 가히 경이로운 수준이다. Steve Vai의 기타 테크닉과 감정표현의 극한을 추구하는 이 곡은 Steve Vai의 상징적인 트랙으로 남아있다. 개성이 그나마 덜한 I Would Love To는 평이한 진행을 보이지만, 역시 그의 멜로디를 짚어내는 비범한 역량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으며, 재즈와 블루스를 융합한 Blue Powder는 Steve Vai의 실험정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명트랙이다. Greasy Kid's Stuff는 다양한 이펙터 사용을 통해 우주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마지막 트랙 Love Secrets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리면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Passion and Warfare는 단순히 하나의 기타 연주 앨범으로 남기를 거부한 작품이다. 이 앨범은 현재 인스트루멘탈 록의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 앨범의 영향력은 이후에 출현한 기타리스트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데, Steve Vai는 이 앨범을 통해 단순히 기타 연주라로서의 연주를 넘어, 기타를 하나의 예술적 도구로 보고 다양한 색깔의 연주를 통해 개성을 폭넓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의 연주는 스튜디오에서의 제약 너머에서 음악적 창조의 가능성을 확장하면서 음악적 자유의 한계를 시험했다. 또한 전통적인 기타 리프와 솔로에서 벗어나, 기술적인 테크닉의 범주를 다양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좀더 감정적으로 풍성하게 하였다. Steve Vai는 가공할 테크닉으로 인해 기계적인 연주력을 자랑하는 기타리스트로 간혹 오해받기도 했지만 누구보다도 감정 전달과 함께 서정적인 무드를 중시한 연주자이기도 하다. Passion and Warfare는 기타 연주자에게는 인스트루메탈 록 음악의 이상적인 기준을 실체화해서 제시했으며, 인스트루멘탈 록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적 차원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 작품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