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o 1696 Review
August 23, 2023
2010년대 이후 북유럽 멜데스의 사운드 포지션은 At the Gates와 Carcass가 장르의 포문을 열어젖힌 90년대에 비하면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며 분화해왔다. 2000년대 초중반의 파워와 멜로디를 잃지 않고 꾸준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Arch Enemy나 Kalmah등의 밴드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재정난과 완벽주의와 싸우며 극도의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는 Wintersun, 클린/하쉬 보컬의 유연함과 확실한 컨셉으로 여전히 질주하는 Scar Symmetry, 멤버 변동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와 멜로디만큼은 여전한 Mors Principium Est, 오로지 바이킹과 마초성만으로 승부하는 Amon Amarth, 그리고 돌아온 In Flames와 다양한 변화의 물결에서도 정체성을 유지하고 때로는 그러한 물결의 선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제는 역사적인 상징성과 그에 걸맞는 음악적 성과로 사실상 독보적인 위치에 다다른 Dark Tranquillity가 있다. 이외에도 가장 매력적인 흐름을 추가하자면, 더 이상 올드스쿨의 개념이 아닌 Progressive를 장르 안으로 포섭할 뿐만 아니라 포스트락에서 느낄 수 있는 청량함과 약간의 앰비언트를 가미하여 새로운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한 밴드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모던 헤비니스"의 범주에 속하면서도 Djent의 영향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이 특기할만 하다. Meshuggah, Periphery, Tesseract 등 Djent의 선구자들이 남긴 유산들이 우후죽순 쏟아져온 시대에 "세련된 올드함"을 맛볼 수 있는 북유럽 멜데쓰 씬에는 미래지향적인 밴드들이 아직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며, 여전히 20세기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청자들의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셈이다. Amorphis의 사례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포크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등 독특한 흐름이 있어왔고, Omnium Gatherum, Insomnium은 마지막 보루에 벽돌을 몇 개 더 얹어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데 튼튼한 기둥을 세웠음이 분명하다.
최근 프록 멜데스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Persefone, In Mourning이 소묘하는 악곡은 화려하거나 차갑거나, 혹은 비장하다. 반면에 Insoumium은 서정적인 측면에서 비장한 분위기를 그려내왔는데, 이는 분명히 밴드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대담한 시도를 했던 Winter's Gate에서 확실하게 정점을 찍은 듯 하다. 그 이후로는 "Prog-" 혹은 "Post-"에 관하여 밴드가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없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다음 작품인 Heart Like A Grave에서는 Jani Liimatainen이라는 자국 메탈계의 스타를 데려오면서 기가막힌 분위기 전환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세련된 클린보컬로 서정미를 더하는 대신에 더욱 육중해진 기타 리프는 오히려 Across the Dark 시절보다도 이 장르(밴드)에 팬들이 기대하는 정확한 지점을 타격했다. 마치 Kalmah가 최근작인 Palo와 셀프 타이틀인 Kalmah를 통해 팬들이 느낄 수 있게 했던 쾌감은 Insomnium의 본작에도 여지없이 적용될 수 있으리라 본다.
Anno 1696은 지난 15년 동안 이 밴드를 들어온 팬들에게는 '더 이상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어도 너무 좋은', 그런 앨범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컨셉으로 잡았다는 것과 White Christ에서 뜬금없이 Rotting Christ의 Sakis Tolis를 피쳐링으로 데려온 것 이외에, 기본적인 사운드 포징은 전작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세련된 뮤비로 팬들을 사로잡은 Lillian은 과거 Ephemeral의 질주감과 함께 서정적인 발라드 가사를 녹여냈고, 자국의 가수인 Johanna Kurkela가 참여한 대곡 Godforsaken 또한 Pale Morning Star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Starless Paths는 트레몰로 주법을 활용한 메인 리프로 초반을 사로잡고, 어쿠스틱 기타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블래스트 비트로 달리다가 또 다시 어쿠스틱으로 돌아오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뻔하지만, 정말 너무 뻔하지만 "그래서 이게 더 좋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바로 밴드의 음악적 세계관에 제대로 빠져있다는 증거이다. 때로는 이러한 악곡 진행이 일종의 매너리즘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앨범을 듣다보면 서서히 멜로디에 빠져들면서 그런 걱정이 저 멀리 날아갈 정도로 Insomnium이 쌓아놓은 만년설은 우뚝하다.
2년전에 상당한 퀄리티로 뽑아낸 EP앨범인 Agent Moon에서 들려주었던 적나라한 애수와 비장미가 어느정도 희석된 가운데, 늘 그랬듯이 Insomnium은 둠메탈 사운드에 가까울 정도로 어둡고 무거운 기타톤을 앞세우면서도 속도감과 과격한 리듬을 통해 멜데쓰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Niilo Sevänen이 내세운 밴드의 색깔, 즉 '맹렬하지만 멜로딕하며, 다층적이고 약간은 복잡한 구성'이라는 작곡 철학을 완벽하게 지켜낸 셈이다. Insomnium의 다음 작품들이 어떤 영역으로 사운드와 컨셉을 확장할 것인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프록 멜데스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Persefone, In Mourning이 소묘하는 악곡은 화려하거나 차갑거나, 혹은 비장하다. 반면에 Insoumium은 서정적인 측면에서 비장한 분위기를 그려내왔는데, 이는 분명히 밴드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대담한 시도를 했던 Winter's Gate에서 확실하게 정점을 찍은 듯 하다. 그 이후로는 "Prog-" 혹은 "Post-"에 관하여 밴드가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없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다음 작품인 Heart Like A Grave에서는 Jani Liimatainen이라는 자국 메탈계의 스타를 데려오면서 기가막힌 분위기 전환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세련된 클린보컬로 서정미를 더하는 대신에 더욱 육중해진 기타 리프는 오히려 Across the Dark 시절보다도 이 장르(밴드)에 팬들이 기대하는 정확한 지점을 타격했다. 마치 Kalmah가 최근작인 Palo와 셀프 타이틀인 Kalmah를 통해 팬들이 느낄 수 있게 했던 쾌감은 Insomnium의 본작에도 여지없이 적용될 수 있으리라 본다.
Anno 1696은 지난 15년 동안 이 밴드를 들어온 팬들에게는 '더 이상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어도 너무 좋은', 그런 앨범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컨셉으로 잡았다는 것과 White Christ에서 뜬금없이 Rotting Christ의 Sakis Tolis를 피쳐링으로 데려온 것 이외에, 기본적인 사운드 포징은 전작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세련된 뮤비로 팬들을 사로잡은 Lillian은 과거 Ephemeral의 질주감과 함께 서정적인 발라드 가사를 녹여냈고, 자국의 가수인 Johanna Kurkela가 참여한 대곡 Godforsaken 또한 Pale Morning Star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Starless Paths는 트레몰로 주법을 활용한 메인 리프로 초반을 사로잡고, 어쿠스틱 기타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블래스트 비트로 달리다가 또 다시 어쿠스틱으로 돌아오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뻔하지만, 정말 너무 뻔하지만 "그래서 이게 더 좋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바로 밴드의 음악적 세계관에 제대로 빠져있다는 증거이다. 때로는 이러한 악곡 진행이 일종의 매너리즘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앨범을 듣다보면 서서히 멜로디에 빠져들면서 그런 걱정이 저 멀리 날아갈 정도로 Insomnium이 쌓아놓은 만년설은 우뚝하다.
2년전에 상당한 퀄리티로 뽑아낸 EP앨범인 Agent Moon에서 들려주었던 적나라한 애수와 비장미가 어느정도 희석된 가운데, 늘 그랬듯이 Insomnium은 둠메탈 사운드에 가까울 정도로 어둡고 무거운 기타톤을 앞세우면서도 속도감과 과격한 리듬을 통해 멜데쓰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Niilo Sevänen이 내세운 밴드의 색깔, 즉 '맹렬하지만 멜로딕하며, 다층적이고 약간은 복잡한 구성'이라는 작곡 철학을 완벽하게 지켜낸 셈이다. Insomnium의 다음 작품들이 어떤 영역으로 사운드와 컨셉을 확장할 것인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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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video | ||
---|---|---|---|---|---|
1. | 1696 | 6:19 | 91.9 | 10 | Audio |
2. | White Christ | 6:03 | 93.8 | 10 | Music Video |
3. | Godforsaken | 8:36 | 94.5 | 12 | Music Video |
4. | Lilian | 4:29 | 96.7 | 11 | Music Video |
5. | Starless Paths | 7:48 | 93.9 | 11 | Audio |
6. | The Witch Hunter | 5:44 | 93.9 | 9 | Music Video |
7. | The Unrest | 3:52 | 89.4 | 8 | Audio |
8. | The Rapids | 7:39 | 92.5 | 8 | Audio |
Deluxe Artbook and Japanese Edition Bonus CD | |||||
1. | Flowers of the Night | 5:28 | 85 | 1 | |
2. | Stained in Red | 6:50 | 85 | 1 | |
3. | Song of the Dusk | 9:43 | 87.5 | 2 | Music Video |
Line-up (members)
- Niilo Sevänen : Bass, Vocals
- Ville Friman : Guitars, Clean Vocals
- Jani Liimatainen : Guitars, Clean Vocals
- Markus Vanhala : Guitars
- Markus Hirvonen : Drums
10,413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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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4, 2019 Likes : 10
전작인 Winter's Gate에서 서사적인 구성과 서정적인 멜로디로 디스코그라피의 정점을 찍은 Insomnium이 새로운 멤버와 함께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프론트맨이자 메인 송라이터인 Niilo Sevänen은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음악에 대해 'furious and yet melodic metal with many acoustic passages - catchy music... Read More
Stradivarius 95/100
Apr 17, 2018 Likes : 10
장르를 불문하고 북유럽 밴드가 컨셉으로 내놓는 '겨울'의 이미지는 이미 수없이 소비되고 재생산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재생산된 결과물이 다시 소비되고 있기도 하다. 이미지의 접근성과 브랜드 인지도가 뛰어난 만큼, 컨셉의 콘텐츠로서는 일종의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수표... Read More
Argent Moon Review (2021) [EP]
건치미소 100/100
Sep 23, 2021 Likes : 8
인솜니움의 승승장구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멜로딕 데스 메탈 밴드를 꼽으라면 단연 Insomnium일 것이다. 커리어 내내 실패라는 것을 겪어보지 않고 꾸준히 그들만의 길을 걸어왔고 이제 그 길은 현시데 멜로딕 데스 메탈의 패러다임이 되려 하고 있다. 음질... Read More
MelodicHeaven 95/100
Nov 15, 2018 Likes : 7
밴드 디스코그라피중 Shadows of the Dying Sun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다.
Intro인 1번트랙부터 가볍게 넘길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며, 2~3번트랙까지 가히 압권이다.
메탈은 광폭하고 공격적이여만 메탈인가? 장르 구분을 떠나서, 어떤 방식으로든 리스너에게 만족감, 감동,
나아가서 카타... Read More
Stradivarius 90/100
Nov 14, 2011 Likes : 7
스피드감과 브루털리티를 절제하고 서정성을 극대화한 전작 Across the Dark의 연장선상에 있는 Insomnium의 신보. 애절한 멜로디와 코러스에서의 클린 보컬 비중이 다소 늘어난듯 하며, 초중기작에 비하면 어느정도 노선이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언뜻 보면 전작의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 Read More
▶ Anno 1696 Review (2023)
Stradivarius 90/100
Aug 23, 2023 Likes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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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Duality 90/100
May 28, 2014 Likes : 3
핀란드에 숨겨진 멜로딕 데스메탈밴드입니다.
이 밴드를 접해보시는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이 밴드에게는 '실망' 이라는 단어가 존재 하지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매 앨범마다 새로운 모습, 새로운 멜로디, 새로운 주제를 이용하여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신작은 전작들... Read More
Stradivarius 85/100
May 16, 2014 Likes : 2
동향 밴드 Omnium Gatherum의 기타리스트인 Markus Vanhala가 새로이 영입된 신보이다. OG의 Beyond와 유사한 방향으로 가면서 밴드 고유의 색깔이 흐려질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Insomnium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음악을 들고 돌아온 것이 느껴진다. One For Sorrow 당시 공간감이 매우 넓은 기타에 보컬이 묻히... Read More
Stradivarius 85/100
Mar 21, 2012 Likes : 1
핀란드 멜데스 특유의 태핑리프에 예테보리식 파워를 섞은듯한 느낌이다. 서정성으로 따지자면 동향밴드인 Eternal Tears of Sorrow에 비견될만하며, 다만 표현방식에 있어서 브루털리티를 살려내어 장르의 맛을 끈끈하게 살려내고 있다. 2번트랙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킬링트랙으로, 인섬... Read More
Stradivarius 95/100
Sep 19, 2011 Likes : 1
최근 프로모 홍보를 보고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밴드. '약속된 메탈의 땅' Finland the Promised Land의 위용을 보아서라도 일단은 들어봐야 할 밴드였다. 사실 그동안 핀란드 뿐만 아니라 수많은 북유럽 멜데스 밴드들이 상당히 망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그다지 큰 기대는 하기 어려웠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