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men –
Here for None (2023) |
85/100 Aug 20,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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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멜로딕 데스 메탈의 팬이라면, Children Of Bodom과 Norther을 모를 래야 모를 수가 없다. 근데 이 둘을 하나로 합친다면? 그것도 2023년에?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이 앨범, Here For None이다.
본래 얀네 위르만의 솔로 프로젝트였던 Warmen은, 1~2집까지는 네오클래시컬 기반의 화려한 키보드 솔로를 뽐내며 음악원 전공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다 3~5집은 슬슬 다양한 피쳐링진을 도입하며 정말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형형색색의 스타일로 앨범을 만들어 왔다. 그렇게 14년에 마지막 앨범을 낸 뒤 한동안 잠잠하다가, 돌연 올해에 공식 보컬을 영입한다고 공지를 내놓았는데 그게 Petri Lindroos일 줄이야 . 그때부터 이들의 신보가 COB 아니면 Norther의 방향성을 따라갈 것이라는 건 예정된 결과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첫 싱글로 나온 Warmen Are Here for None을 듣고는 실망을 많이 했었다. 노래의 퀄리티가 엄청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얀네는 COB에서 워낙 여러 명반들과 함께 했고 페트리도 Norther에서 Mirror Of Madness라는 명반을 낸 전적이 있었던 만큼 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나 높다 보니까 그거에 한참 미치지 못한 느낌... 너네 진짜 이거 밖에 못하니? 비록 COB에서 메인 작곡가는 얀네가 아니라 알렉시였고, 초기 Norther의 작곡가였던 페트리가 이번 Warmen에서는 송라이팅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만 둘 능력이라면 분명 뭔가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괘씸하더라. 그러다가 두 번째 싱글인 Hell on Four Wheels가 나왔고, 이걸 너무 좋게 들었던지라 반신반의하며 앨범을 기다렸다.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은 아무래도 얀네가 메인으로 있는 데다, 얀네의 시그니쳐 키보드 사운드 덕에 Norther보다는 COB의 맛이 더 강하게 나는 편. 처음 들었을 때 1~5번까지는 여전히 실망스러운 상태였다. 1번은 그래도 그 동안 조금 들어서 귀에는 익었지만, 나머지 곡들은 한참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저 중에서는 4번이 좋은 정도. 사실상 키보드가 메인으로 나오는 밴드에서 키보드의 역할은 너무 사기적이라 키보드 멜로디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안 좋을 수가 없지만, 전체적인 곡의 흐름이 뜬금없고 너무 뚝뚝 끊기는 느낌. 기타와 키보드가 곡 전체를 물 흐르듯 누비며 깔끔하게 전개해 나가는 멜로디를 기대하면서 들으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메인은 6번 트랙부터 시작한다. 이 때부터 곡의 흐름이 좀 잡혀나가며 딱 후기 COB 스타일, 특히 Relentless Reckless Forever이나 I Worship Chaos의 느낌을 구축해 나가더라. Hell on Four Wheels는 AYDY 앨범의 Trashed, Lost and Strungout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그 곡에서 터지는 카타르시스를 좋아하는 터라 해당 트랙도 좋게 들었음. 싱글 발매되지 않은 곡들 중 최고라 생각하는 곡은 9번, The Cold Unknown. 듣자마자 아 이건 Roundtrip to Hell and Back이구나 싶었다. 미들 템포의 나름 발라드(?)인 트랙, 평소에 COB 스타일 발라드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다른 것들은 몰라도 이 트랙만큼은 한 번 청취해 볼 것을 권장. 특히나 키보드 솔로에서 기타 솔로로 넘어가는 부분이 예술이다. 천천히 페이드 아웃되며 여운있게 앨범을 끝낸 뒤, 깔끔한 Ultravox 커버로 마무리.
냉정하게 보았을 때, 입이 떡 벌어지는 퀄리티의 그런 앨범은 아니었다. 하지만 멤버들의 연차가 연차인 만큼 아무리 못해도 평타 이상은 침을 보장 가능하다. 게다가 현 시점에서 COB가 해체하고 알렉시가 타계한 데다, 페트리는 진작 Ensiferum으로 넘어가 Norther 역시 과거의 영광 속으로 사라진 지금 이들의 사운드를 그리워 하는 골수 팬들에겐 분명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감사한 앨범. 특히나 감동받았던 부분은 Hell on Four Wheels 뮤직 비디오에서 페트리가 잭슨 rr24(로 추정되는) 기타를 들고 나오는데, 이 기타가 바로 알렉시가 ESP로 갈아타기 전 초기에 사용한 Wildchild 기타 모델이라는 점(Everytime I Die 뮤직 비디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얀네가 9년 동안 솔로 프로젝트를 묵혀두다 왜 갑자기 활동을 재개했는지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알렉시 트리뷰트의 목적이 있음에는 분명하지 않을까.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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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lames –
Foregone (2023) |
90/100 Feb 11,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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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4번 + a 돌리고 쓰는 리뷰. 우선 시작하기 전, 나는 극한의 초기 In Flames 팬인 것을 먼저 밝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얼터너티브 메탈로 완전히 변한 후기 앨범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멜로딕 데스 메탈 냄새가 난다며 적당히 괜찮은 평을 받은 중기 앨범 몇 개도 영 감흥 없이 들은 데다가 심지어 Clayman 조차 특유의 과도기적인 사운드 때문에 초기 앨범들 중 제일 듣지 않는 앨범이 되었기 때문. 그래서 역시나 신보를 낸다는 소식을 듣고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선공개 된 The Great Deceiver의 해외 반응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기대 반 의심 반으로 틀었더니 이게 웬걸? 놀랄 정도로 마음에 들 었다. 이후 우후죽순 공개된 싱글들도 차례대로 들으며 더욱 부푼 기대를 안고 기다리던 찰나 마침내 앨범이 발매가 되었구나. 정말 기대를 많이 가진 앨범인 만큼 정성을 들여 리뷰를 써 보겠다. 각 곡들 별로 개인적인 감상평을 써 두었는데, 아무래도 개인 취향이 들어가 있으니 참고용으로만 봐 주시길 바라는 바.
1. The Beginning Of All Things (80/100)
2분대의 가벼운 인스트루멘탈 어쿠스틱. 이렇게 통으로 옛날 느낌 나는 어쿠스틱 곡은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아 틀자마자 많이 반가웠다. 근데 앨범을 전체적으로 다 듣고 이 곡을 다시 들으니 다른 곡들에 비해 붕 뜨는 느낌이 나는 건... 착각일까? The Jester’s Dance나 Whoracle과 같은 초기 앨범들에 실렸던 어쿠스틱 곡들은 어떤 곡들 사이에 끼워놔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는데, 이건 어떤 곡 사이에 끼워 넣든 갑자기 전개가 확 어색해질 것 같은 느낌.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조성이 비플랫 단조인 터라(이 곡과 7번 트랙을 제외하고 모든 곡 조성이 똑같다) 그것만이라도 맞춰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아쉽긴 하지만 말했듯이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들의 과거의 어쿠스틱 스타일이기에 감안해서 80점.
2. State of Slow Decay (80/100)
선공개 된 곡들 중에서 제일 무감흥으로 들었다. 멜로딕 데스 메탈이라 하기엔 멜로디도 많이 부족하고, 굳이 따지자면 그~나마 IF 1집 시절 덜 정제된 느낌에 가까운 것 같기야 하면서도 당연히 비교도 안 될 만큼 1집이 멜로디를 잘 뽑아낸 수준. 이게 최선이니?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곡이다. 싱글로 나왔을 때도 그저 그렇다 하고 넘겼는데 앨범이 나온 후 앞 어쿠스틱 곡이랑 연이어 들어보니 상당히 여기에 왜 대체 이걸 넣은 건가 싶음. 1~2번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좀 어색하다(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1번의 영향이 클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원래는 75점 매겼는데 나름 멜데스로 회귀하려는 노력이 보여 5점 올렸다.
3. Meet Your Maker (90/100)
선공개 EP에서 제일 IF 후기 얼터너티브 메탈의 사운드가 많이 들리는 곡. 전체적으로 Battles와 I, the Mask의 사운드를 이어받은 느낌이 나는 데다가 특히나 Battles 앨범의 The End와 비슷하다. The End는 얼터의 이미지가 더 강하고, Meet Your Maker는 보다 더 멜데스에 가까운 헤비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겠다. 클린 보컬의 비중도 전자가 더 높고 말이다. 처음 들었을 땐 딱히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암튼 애매한 곡이다 싶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얘네가 뽑아낸 다른 후기 곡들보다 멜로디나 전개 면에서 듣기에 훨 편하다는 느낌이 들더라. 정말 딱 가볍게 듣기 좋은 곡이라 생각. 특히나 The countdown has begun~부터 등장하는 Anders의 클린 보컬 멜로디 화음과, 그 뒤를 받쳐주는 Björn의 모던한 톤의 기타 리프가 너무 괜찮았던 터라 점수를 더 쳐줬다.
4. Bleeding Out (75/100)
이것도 상당히 후기스러운 곡이다. 앞서 말했던 전작 2개에 실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멜데스 시절 IF 특유의 멜로디 스타일이 들리는 거랑 조금 더 헤비해졌다는 걸 차이점이라 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2번보다 더 아무런 느낌 없이 들어서 쓸 말이 없다.
5. Foregone, Pt. 1 (90/100)
아마 내가 이걸 앨범 나온 날 처음 들었더라면 1~4번까진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다가 여기서 귀가 트이는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딱 IF 초기 팬들이 좋아할 만한 곡 스타일. 쉼 없이 달려주는 드럼에 공격적인 보컬, 딱 그들이 해왔던 그들만의 정석 멜데스대로 곡을 꾸미고 있다. 정말 초기 팬들을 노리고 쓴 곡에 가깝기에 오히려 내가 더 뭐라 쓸 말이 없다... 설명을 백 번 보는 것보다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6. Foregone, Pt. 2 (95/100)
5번 트랙의 조성과 하이라이트 기타 멜로디를 그대로 이어받아 그 위에 보컬을 입힌 곡이다. 처음 들었을 때 Anders의 클린 보컬이 이렇게 괜찮았나 싶어 깜짝 놀랐었다. 후기작 앨범을 통틀어서 이 곡만큼 Anders의 보컬이 악기들에 어우러져서 좋게 들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마침내 본인과 어울리는 곡을 찾았구나 싶었다. 그래도 난 기타와 함께 언클린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제일 좋다.
잠시 다른 말을 하자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IF의 최대 장점들 중 하나는 멜데스에 있어서 3/4박 곡들을 작곡하는 능력이다. 과거의 Moonshield라던지, Gyroscope이나 Resin 같은 곡들을 들어보면 해당 박자 안에서 멜로디를 쓰는 능력이 특히나 더 출중한 것을 알 수 있을 것. 그렇기에 이들의 3/4박 곡들을 유난히 좋아했어서 색안경을 끼고 평가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트랙에서 아직 작곡 폼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 같아 그저 좋았음. 이후 서술할 8번 트랙 다음으로 좋게 들었다.
Foregone, Pt. 1과 2의 가사를 뜯어보면 정확히 콕 집어서 설명은 못하겠지만 둘이 테마가 연결이 되어 있는데, 1은 보다 관조적인 느낌으로 다가가는 반면 2는 개인의 감정에 치중하여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가사가 재미있었음. 그래서 파트 2가 더 애절하게 들리나 보다.
7. Pure Light Of Mind (70/100)
이것도 후기작들과 느낌이 이어지는 발라드 트랙이다. 개인적으로 멜데스 안에서도(과연 이 곡도 멜데스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클린 보컬 + 서정 감성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 편이기에 곡의 매력을 모르겠어서 쓸 말이 없다. 1번 트랙에서 앞서 잠깐 말했듯이 갑자기 확 밝아지는 조성 탓에 다른 곡들보다 뜨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음. 그래도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적당히 넘겨짚을 수 있는 정도.
8. The Great Deceiver (100/100)
앨범 중에서 제일 괜찮게 들은 곡. 선공개 된 EP 곡들 중 가장 초기 IF의 느낌이 강한 곡이다. 초기 느낌까진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적어도 이 곡 만큼은 최근 몇 년 동안 낸 앨범의 수록곡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라는 건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얘네가 얼터를 해온 시간이 적은 시간은 아니기에 완벽한 그 시절 그 감성 예테보리 사운드를 기대하는 건 너무 과하지만, 초반부터 치고 나오는 드럼과 기타 솔로도 그렇고, 특히나 후반부 기타 솔로 파트에서 등장하는 IF 특유의 높게 찔러주는 투기타 멜로디 꼬기도 그렇고. 묵혀뒀던 Anders의 언클린 보컬도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느낌인 데다가 보컬을 받쳐주는 기타 리프도 상당히 준수하다. 이 곡이 나왔을 때 특히나 더 외국에서 옛날의 IF가 돌아왔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충분히 납득갈만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나도 이걸 듣고 나서부터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투기타 솔로 구간이 너무 감칠맛나게 짧다는 것? 너무 만족스러운 곡이었다.
9. In The Dark (95/100)
이 곡이야말로 초기와 후기가 완벽히 융합된 곡의 예시가 아닐까 싶다. 선공개 되지 않은 곡들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곡이다. 노래 안에서 이렇게 4/4박을 쓰는 걸 IF 노래들 중에선 거의 들어보질 못했기에 더 새롭게 좋았던 곡. 전체적으로 밑에 깔린 기타 리프 탓인지 무거운 느낌이 강하다. 중간에 어쿠스틱으로 잠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도 마음에 들었음. 뭣보다 좋았던 건 기타 솔로였는데, 난 이 곡에서 등장하는 기타 솔로 파트가 앨범에서 제일 좋게 뽑아낸 기타 솔로라고 단언할 수 있다. 투기타가 서로 멜로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곡을 리드해가는 멜로디 형에 눈물이 날 정도. 하지만 최대의 단점은 클린 보컬이 나오자마자 몰입이 확 깨져버리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언클린으로만 밀고 나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너무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가 많았던 곡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그걸 감안하고 95점을 매길 만큼 좋았다.
10. A Dialogue In B Flat Minor (90/100)
솔직히 곡 제목만 보고 제일 기대를 많이 했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내가 Whoracle의 Dialogue with the Stars를 정말 좋아하기에... 당연한 말이지만 역시 그런 느낌은 아니었음. 처음 들었을 땐 3번 트랙과 이미지가 겹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역시나 이것도 초기보다는 후기 팬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 느낌. 간간히 등장하는 둔탁하게 떨어지는 드럼과 기타 리프가 마음에 들었던 곡이다. 해당 부분을 들으면서 계속 묘한 기시감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Only for the weak의 그것과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계속 듣다 보니 클린 보컬도 들을 만하다 느껴 80점에서 90점으로 점수도 올렸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몰입 깨지는 거 없이 쭉 연달아 듣기 가장 좋은 부분이 바로 8-9-10번 트랙 아닐까 싶다.
11. Cynosure (75/100)
발라드 트랙. 앨범을 관통하는 멜로디를 베이스 솔로로 연주하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문제는 그거 말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다. 사실 베이스 멜로디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적당히 후기스러운 곡이었음.
12. End The Transmission (75/100)
언클린 보컬이 껴 있어서 그런지 11번과 같은 발라드의 느낌까진 아니었지만, 상당히 느린 템포의 곡으로 앨범을 끝맺는다. 사실 11번과 12번은 아무리 들어도 머리에 남는 이미지가 흐릿하기에 별로 쓸 말이 없다(이해를 부탁드리는 바. 난 아무리 생각해도 곡이 엄청 인상 깊지 않은 이상 이들의 후기 스타일이랑 그리 맞진 않다). 그나마 앨범 한 번에 연이어 들을 때 거슬리지 않게 흘려넘길 곡 수준은 되니 다행.
총평 (90/100)
Clayman 이후 발매한 중, 후기 앨범 중 이들의 최고작이라 감히 말하겠다. 앨범을 한 번에 들었을 때 흐릿하게 넘긴 곡들은 있더라도 예전같이 중간에 앨범 재생 중단하고 싶을 정도로 사운드적으로 크게 거슬리는 곡들도 없었고, 잘 뽑아낸 곡들은 기대했던 수준 그 이상으로 잘 뽑아냈으며 들으면 들을수록 숨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곡들도 다분했기에 앨범을 계속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쉬운 점은 초기 감성을 내고는 싶은데 자꾸 후기의 자아가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 이왕 회귀하기로 마음먹은 거 Anders의 클린 보컬 욕심을 좀만 버렸으면 어땠을지... 클린 보컬로 몰입을 깨트리기엔 너무 멜로디가 아까운 곡들이 몇 곡 있다. 하지만 초기 팬의 개인적인 욕심이 들어가 아쉬울 뿐이지 곡들 자체를 못 만든 건 아니기에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초기 팬들은 초기 팬대로, 후기 팬들은 또 그거대로 각자 즐길 곡들이 뚜렷하기도 하거니와 과거와 현재가 너무 잘 섞여 있어 초기 팬들도 듣기에 거슬리지 않을 것이다. 앨범 발매 전부터 자와자와했던 ‘과거의 In Flames가 되돌아왔다’ 노이즈 마케팅에 충분히 그 답이 된 앨범이라 생각.
아무래도 The Halo Effect에 Jesper가 속해 있는 터라 어쩌다 보니 경쟁 구도 느낌처럼 가게 되었는데, 그냥 전체적으로 THE나 IF나 앨범이 다 초기 IF를 반으로 갈라서 적당히 50대 50으로 배분한 느낌이다. THE야 뭐... 아직 1집밖에 내지 않아 비교할 앨범이 없긴 하지만 적당히 모던한 사운드과 과거의 느낌을 잘 섞어놨고, IF는 앨범에 본인들의 후기작 스타일을 많이 넣었다는 것이 특징. 다시 말해 THE는 옛날 아저씨들이 요즘 노래 하는 느낌이고 IF는 요즘 사람들이 옛날 노래 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굳이 승자를 따지자면 얼터는 얼터대로, 멜데스는 멜데스대로 각자 느낌을 잘 살렸다는 점에서(그리고 멜데스 트랙들에 더 인상 깊은 트랙이 많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THE보다 기계음을 덜 넣었다는 점에서) 난 IF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과연 다음 앨범은 언제가 될까? 이 앨범을 이렇게 뽑아버리면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수밖에 없을 터... 이렇게 적당히 잘 융합된 스타일을 이들만의 아이덴티티로 앞으로도 계속 밀고 갈지, 아니면 다시 얼터로 회귀할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당연히 전자였으면 좋겠지만. 난 아무래도 한동안 이 앨범만 끼고 살 것 같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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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hemesia –
Devs - Iratvs (2001) |
95/100 Jan 10,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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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이닐 중고 구매한 기념으로 리뷰를 작성해 본다. 메탈킹덤에게 정말 감사했던 이유들 중 하나.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멜론 등 아무튼 대부분의 음악 플랫폼에 없었던 앨범이라 여기 아니었으면 평생 몰랐지 않았을까 싶음. 멜블랙 디깅 초반에 듣고 이런 퀄리티의 블랙도 있구나, 멜블랙 앨범들은 다 이런 느낌일까 하고 진심으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아니었지만…
모든 트랙 다 격차 없이 시원시원하게 달리며 좋은 퀄리티를 보이지만 특히나 6번 트랙의 심포닉과 멜로디는 정말 말을 잇지 못할 정도. 야리가 이 앨범에서 작곡에 비중을 얼마나 담당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야리가 참여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심포닉은 솔직히 믿고 들을 정도이다. 굳이 단점이라 하면 초장부터 너무 완성도 높은 앨범을 들어서 지금 눈이 상당히 높아져 버린 거?
혹시 나와 비슷하게 멜블랙 디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탈킹덤을 서치하다가 이 앨범 이 리뷰를 발견하셨다면 지금 말고 조금 아껴두었다가 들으시길 바라는 바. 마시멜로 기다리는 아이들의 느낌으로 말이다. 어느 정도 장르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듣는다면 더욱 인상깊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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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isas –
Battle Metal (2004) |
95/100 Oct 28,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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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앨범인데 코멘트도, 리뷰도 얼마 없어서 몇 자 적어 본다. 난 이 앨범을 포크 메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꼭 들어야 할 앨범 탑 텐 안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본다.
타 포크 메탈 밴드와 투리사스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심포닉 사운드의 주축이 바이올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리고 밴드의 보컬이자 작곡가인 Mathias Nygård는 이러한 밴드의 강점을 이 앨범에서 정말 잘 녹여냈다. 실제로 해당 앨범의 4번, 6번 트랙을 들어보면 중간중간 리드 기타가 나와야 할 파트에 기타 대신 바이올린이 등장하고, 기타는 오로지 리듬의 역할만 해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동종업계 밴드인 Korpiklaani도 바이올린을 사용하나, 2004년의 Korpiklaani는 특정 악기의 사용이 아닌 다양한 포크 악기들을 등장시켜 곡을 썼기 때문에 사실상 바이올린을 주축으로 곡을 전개하는 것은 투리사스가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보고 있다. 이 덕에 이들은 투리사스만의 유니크한 사운드를 정립할 수 있었고, 바이올린을 기반으로 한 심포닉 사운드에 있어 더 쉽게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 혹은 적어도 메탈킹덤 안에서는 Battle Metal보다 The Varangian Way를 더 높게 쳐주는 경향이 있으나 내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이것이 이들의 데뷔앨범인데도 불구하고 2집보다 훨씬 곡의 퀄리티가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Battle Metal은 포크 메탈 장르에 있어서 길이길이 남을 명곡. 메인 멜로디를 이끄는 트럼펫이 겹겹이 쌓은 코러스와 시너지를 이루며 당장이라도 전장으로 달려나가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형성한다. 곡들 역시나 특별히 어색한 부분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코디언과 곡 분위기의 합도 잘 맞는 편이다. Midnight Sunrise나 Sahti Waari 같이 마냥 신나는 포크 메탈 곡도 존재하고, As Torches Rise나 Rex Rebi Rebellis 같이 특히나 더 날 서있고 전투적인 곡들, Katuman Kaiku나 One More같이 은근한 서정성을 어필하는 곡 등 기본적으로 전장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요소의 곡들 덕에 1시간 남짓한 앨범을 듣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거칠어야 할 땐 확 야성미 있게 나가고, 조금 속도를 줄여야 할 땐 미성으로 이목을 확 끄는 Mathias의 보컬 역시 앨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에 한 몫 한다.
소위 말하는 뽕짝 포크 메탈이 아닌 초기 Ensiferum과 비슷한 감성인, 그런 전투적인 분위기의 포크 메탈을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 후회하지 않을 1시간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11번 트랙은 여기 실린 것보다 To Holmgard And Beyond 싱글에 실린 핀란드어 버전이 더 찰지더라.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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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damar –
The Force of the Ancient Land (2016) |
85/100 Oct 10,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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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냐로 ‘elvenhome’, 즉 ‘엘프들의 집’ 이라는 뜻을 가진 Eldamar, 밴드의 이름부터 이 앨범의 트랙들은 노르웨이의 한 10대 소년이 지닌 톨킨에 대한 존경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느리고 몽환적인 신스, 여성 백보컬, 4번 트랙이 돼서야 겨우 등장하는 가사(이마저도 엘프어이다). 앨범을 처음 재생했을 땐 이게 블랙 메탈이라고? 싶었다. 그나마 별다른 가사 없이 ‘아아아아’만 계속 반복하는 스크리밍과 지글거리는 기타 사운드 등이 이 앨범이 블랙 메탈의 바운더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예상했듯이, 자가복제스러운 곡들과 그런 곡들에 반해 너무 긴 러닝타임이 가장 이 앨범 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이다. 어떻게 보면 블랙 메탈보다는 앰비언트에 더 가깝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르에 치중하기보단 조금 시선을 넓혀서 이 소년이 우리에게 들려주려고 하는 풍경에 집중해 귀를 기울여 보자. 엘프의 땅을 이보다 더 신비롭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동종 업계 밴드인 Summoning이 모르도르의 사악함과 어두움을 표현하고 있다면, Eldamar야말로 발리노르의 반짝임, 아름다우면서도 압도적인 힘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이 앨범의 제목과도 같이 말이다.
빠른 기타와 드럼, 변화무쌍하게 달리는 메탈을 기대하는 청자들에겐 꽤 지루하고 심심하니 많이 아쉬울 법한 앨범이다. 그러나 ‘atmospheric’ 문자 그대로의 뜻인 ‘분위기’ 때문에 이 장르를 듣는 이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앨범이 될 것이다. 눈을 감고 들으면 머릿속에 방대한 엘프의 땅이 순식간에 펼쳐지니 말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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