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竊千年 / Timeless Sentence Review
Ba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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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 ![]() 失竊千年 / Timeless Sentence |
Type | Compilation |
Released | December 29, 2014 |
Genres | Acoustic |
Labels | Ciong Zo |
Length | 45:04 |
Album rating : 90 / 100
Votes : 2 (1 review)
Votes : 2 (1 review)
February 18, 2025
본작은 Chthonic의 대표 작인 高砂軍(Takasago Army; 2011)와 武德(Bu-Tik; 2013)의 대표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하였습니다. 헤비메탈에서 디스토션과 익스트림보컬, 파워 드러밍 등 헤비니스 요소들을 제거한 어쿠스틱 편곡은 나름의 의외성과 서정성으로 매력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헤비메탈의 어쿠스틱 편곡은 중견 밴드의 이정표라고 해야할까요? 그 정도로 종종 시도되어서 나름의 신선함과 식상함이 함께 합니다. Chthonic의 어쿠스틱 편곡은 과연 어떨까요?
Bu-Tik에서와 마찬가지로 본 어쿠스틱 앨범에서도 暮沉武德殿(Defenders of Bú-Tik Palace)이 대미를 장식합니다. 우리말로 읽고 번역하면 "모침무덕전", “황혼의 무덕전”이 되는 이 곡의 후렴구 가사와, 그것의 한국어 한자 독음 및 그 뜻을 정리해봤습니다.
萬劫不復 (만겁부복)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數百年 戰袂煞 我輩武德 (수백년 전몌살 아배무덕 수백년) 악령과의 싸움, 우리의 무덕이여.
千萬人 拚袂退 勇者無敵 (천만인 변몌퇴 용자무적) 천만인과 싸워 물러나지 않는, 무적의 용자여.
千年也萬年 (천년야만년) 천년과 만년이 지나
我孤魂已束縛佇遮 千年也萬年 (아고혼이속박저차 천년야만년) 내 외로운 영혼은 천년만년 갇혔으며
生死簿的名字 (생사부적명자) 생사부(생명책)에 적힌 이름들이
目睭前一逝一逝 生死簿的名字 (목추전일서일서 생사부적명자) 내 눈앞에서 사라져 가네 생사부의 이름들이
이제는 자기 이름의 한자를 쓰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의 한자 실력이지만, 그래도 한자 문화권에서 한자를 조금이나마 배운 경험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한국어 한자 독음으로 가사를 접하니 단순히 번역기가 알려주는 가사의 의미 이상으로 가사의 질감과 운율을 느낄 수 있네요. 마치 한시를 읽듯이 말입니다.
무덕은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합니다. 굳셀 武, 덕 덕. 즉 지배, 불의, 폭력에 대한 싸움(武)의 덕(德)을 칭송하는 동시에, 무덕전은 일본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 우리나라와 대만에서 경찰과 청년학생 검도 및 유도를 훈련시킨 도장을 뜻합니다. 대만의 여러 무덕전 중 이 곡의 배경이 된 무덕전은 1930년대 대만 원주민들의 일제에 저항한 우서사태 당시 이를 진압했던 일본군이 주둔한 곳이기도 하며, 또한 1947년 2.28 사태 당시 국민당에 저항한 시민군이 주둔한 곳이라고 합니다.
즉, 무덕전에서 발생한 식민지배와 독재에 저항한 자유 정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무수한 죽음, 현세에 전해 내려오는 이들의 무덕. 그것이 황혼의 무덕전 혹은 무덕전의 수호자가 노래하는 무덕입니다.
어쿠스틱 버전 모침무덕전의 뮤직비디오(https://youtu.be/kta4ZAwI6rY)는 2.28 사태에 학살의 서사와 함께 실제 무덕전을 무대로 한 어쿠스틱 라이브를 연출했습니다. 만약에 아직 이 뮤직비디오를 본 적이 없다면 정독과 정청을 권장합니다.
역사 속 사연의 안타까움과 자연의 무심함, 무대 위 연주자의 집중력과 마루에 정좌한 관객들의 시선이 하나의 호흡으로 어우러집니다. 장면 장면에 실제가 주는 진실과 연출이 주는 극적 효과가 교차합니다. 예를 들어, 뮤직비디오 속 어쿠스틱 라이브는 연출이지만, 후반부에 노래를 같이 부르는 관객의 모습은 실제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저도 어느새 한국어 한자 독음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됩니다. 반복되는 萬劫不復(만겁부복)과 千年也萬年(천년야만년)에 울림이 있습니다. 즉, 끝없는 시간 속(千年也萬年) 사람의 의지는 시간을 초월합니다(萬劫不復; Timeless Sentence). 사람의 삶과 죽음, 존재와 기억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역사의 기억을, 그 아픔과 자긍심을 공유합니다. 무덕전에서의 무덕과 죽음의 이야기는 대만뿐만 아니라, 3.1. 4.3, 4.19, 5.18를 겪은 대한민국의 이야기입니다. 더 나아가 외세, 제국주의, 독재, 근본주의 종교에 지배되고 독립하기 위해 저항했던 제3세계 인류의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Chthonic의 음악은 대만 원주민의 역사와 한족의 이주, 일제의 통치와 태평양전쟁, 중국국민당의 이주(국부천대)와 독재, 민주화까지 대만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반일, 반중, 반미와 같이 특정 지배세력을 적으로 규탄한 “투쟁가” 아닌, 어디까지나 역사적 서사 속 개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래서 일제에 저항한 시디크족도, 일본군에 지원 혹은 징집되어 카미카제로 옥처럼 부서진(玉碎; Broken Jade)화한 타카나고 의용대도, 민주화 운동가 등 각각 충돌할 수 있는 역사사회적 맥락들이 개인의 무덕으로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됩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월드뮤직으로 들어도 괜찮을 정도로 어쿠스틱 편곡도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단순히 일렉트릭 악기를 어쿠스틱 악기로 바꿔서 연주한 것이 아닌, 기타와 키보드 라인, 드럼 리듬도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어쿠스틱 앨범 코멘터리 영상(https://youtu.be/X2R5COFCOLY)을 보니 키보드와 드러머가 어쿠스틱 편곡을 할 때 정말 힘들었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익스트림 보컬도 상당수는 라인을 새롭게 만들고, 일부는 멜로디 악기의 라인을 활용하고, 일부는 읊조리는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보컬 멜로디가 없는 익스트림 메탈의 특성상 어쿠스틱 편곡을 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계속 그로울링 혹은 스크리밍을 읊조리는 것만으로 대체해봐야 재미가 없는데, Chthonic은 보컬의 노래와 읊조림을 적절히 분배했습니다. 성조가 강한 언어여서 그런지 읊조림도 높낮이의 변화와 운율이 있어서 밋밋하지 않고 흥미롭습니다. 한시를 낭송하는 느낌입니다.
Chthonic의 작품 덕분에 대만의 역사와 문화, 사회를 보다 이해하고 주목하게 됩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대만의 리스너도, 한국과 일본의 리스너도, (아마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리스너도 같은 반응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취와 위상을 가진 밴드가 우리나라가 아닌 대만에 있다는 것에 아쉬움과 부러움을 가집니다.
Bu-Tik에서와 마찬가지로 본 어쿠스틱 앨범에서도 暮沉武德殿(Defenders of Bú-Tik Palace)이 대미를 장식합니다. 우리말로 읽고 번역하면 "모침무덕전", “황혼의 무덕전”이 되는 이 곡의 후렴구 가사와, 그것의 한국어 한자 독음 및 그 뜻을 정리해봤습니다.
萬劫不復 (만겁부복)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數百年 戰袂煞 我輩武德 (수백년 전몌살 아배무덕 수백년) 악령과의 싸움, 우리의 무덕이여.
千萬人 拚袂退 勇者無敵 (천만인 변몌퇴 용자무적) 천만인과 싸워 물러나지 않는, 무적의 용자여.
千年也萬年 (천년야만년) 천년과 만년이 지나
我孤魂已束縛佇遮 千年也萬年 (아고혼이속박저차 천년야만년) 내 외로운 영혼은 천년만년 갇혔으며
生死簿的名字 (생사부적명자) 생사부(생명책)에 적힌 이름들이
目睭前一逝一逝 生死簿的名字 (목추전일서일서 생사부적명자) 내 눈앞에서 사라져 가네 생사부의 이름들이
이제는 자기 이름의 한자를 쓰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의 한자 실력이지만, 그래도 한자 문화권에서 한자를 조금이나마 배운 경험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한국어 한자 독음으로 가사를 접하니 단순히 번역기가 알려주는 가사의 의미 이상으로 가사의 질감과 운율을 느낄 수 있네요. 마치 한시를 읽듯이 말입니다.
무덕은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합니다. 굳셀 武, 덕 덕. 즉 지배, 불의, 폭력에 대한 싸움(武)의 덕(德)을 칭송하는 동시에, 무덕전은 일본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 우리나라와 대만에서 경찰과 청년학생 검도 및 유도를 훈련시킨 도장을 뜻합니다. 대만의 여러 무덕전 중 이 곡의 배경이 된 무덕전은 1930년대 대만 원주민들의 일제에 저항한 우서사태 당시 이를 진압했던 일본군이 주둔한 곳이기도 하며, 또한 1947년 2.28 사태 당시 국민당에 저항한 시민군이 주둔한 곳이라고 합니다.
즉, 무덕전에서 발생한 식민지배와 독재에 저항한 자유 정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무수한 죽음, 현세에 전해 내려오는 이들의 무덕. 그것이 황혼의 무덕전 혹은 무덕전의 수호자가 노래하는 무덕입니다.
어쿠스틱 버전 모침무덕전의 뮤직비디오(https://youtu.be/kta4ZAwI6rY)는 2.28 사태에 학살의 서사와 함께 실제 무덕전을 무대로 한 어쿠스틱 라이브를 연출했습니다. 만약에 아직 이 뮤직비디오를 본 적이 없다면 정독과 정청을 권장합니다.
역사 속 사연의 안타까움과 자연의 무심함, 무대 위 연주자의 집중력과 마루에 정좌한 관객들의 시선이 하나의 호흡으로 어우러집니다. 장면 장면에 실제가 주는 진실과 연출이 주는 극적 효과가 교차합니다. 예를 들어, 뮤직비디오 속 어쿠스틱 라이브는 연출이지만, 후반부에 노래를 같이 부르는 관객의 모습은 실제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저도 어느새 한국어 한자 독음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됩니다. 반복되는 萬劫不復(만겁부복)과 千年也萬年(천년야만년)에 울림이 있습니다. 즉, 끝없는 시간 속(千年也萬年) 사람의 의지는 시간을 초월합니다(萬劫不復; Timeless Sentence). 사람의 삶과 죽음, 존재와 기억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역사의 기억을, 그 아픔과 자긍심을 공유합니다. 무덕전에서의 무덕과 죽음의 이야기는 대만뿐만 아니라, 3.1. 4.3, 4.19, 5.18를 겪은 대한민국의 이야기입니다. 더 나아가 외세, 제국주의, 독재, 근본주의 종교에 지배되고 독립하기 위해 저항했던 제3세계 인류의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Chthonic의 음악은 대만 원주민의 역사와 한족의 이주, 일제의 통치와 태평양전쟁, 중국국민당의 이주(국부천대)와 독재, 민주화까지 대만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반일, 반중, 반미와 같이 특정 지배세력을 적으로 규탄한 “투쟁가” 아닌, 어디까지나 역사적 서사 속 개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래서 일제에 저항한 시디크족도, 일본군에 지원 혹은 징집되어 카미카제로 옥처럼 부서진(玉碎; Broken Jade)화한 타카나고 의용대도, 민주화 운동가 등 각각 충돌할 수 있는 역사사회적 맥락들이 개인의 무덕으로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됩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월드뮤직으로 들어도 괜찮을 정도로 어쿠스틱 편곡도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단순히 일렉트릭 악기를 어쿠스틱 악기로 바꿔서 연주한 것이 아닌, 기타와 키보드 라인, 드럼 리듬도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어쿠스틱 앨범 코멘터리 영상(https://youtu.be/X2R5COFCOLY)을 보니 키보드와 드러머가 어쿠스틱 편곡을 할 때 정말 힘들었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익스트림 보컬도 상당수는 라인을 새롭게 만들고, 일부는 멜로디 악기의 라인을 활용하고, 일부는 읊조리는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보컬 멜로디가 없는 익스트림 메탈의 특성상 어쿠스틱 편곡을 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계속 그로울링 혹은 스크리밍을 읊조리는 것만으로 대체해봐야 재미가 없는데, Chthonic은 보컬의 노래와 읊조림을 적절히 분배했습니다. 성조가 강한 언어여서 그런지 읊조림도 높낮이의 변화와 운율이 있어서 밋밋하지 않고 흥미롭습니다. 한시를 낭송하는 느낌입니다.
Chthonic의 작품 덕분에 대만의 역사와 문화, 사회를 보다 이해하고 주목하게 됩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대만의 리스너도, 한국과 일본의 리스너도, (아마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리스너도 같은 반응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취와 위상을 가진 밴드가 우리나라가 아닌 대만에 있다는 것에 아쉬움과 부러움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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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video | ||
---|---|---|---|---|---|
1. | 殘枝 / Legacy of the Seediq | 5:10 | - | 0 | |
2. | 皇軍 / Takao | 4:12 | - | 0 | |
3. | 火燒島 / Set Fire to the Island | 4:16 | - | 0 | |
4. | 亡命關 / Between Silence and Death | 1:39 | - | 0 | |
5. | 大械鬥 / Rage of My Sword | 4:49 | - | 0 | |
6. | 共和 / Next Republic | 3:59 | - | 0 | |
7. | 破夜斬 / Supreme Pain for the Tyrant | 5:07 | - | 0 | |
8. | 薰空 / Kaoru | 2:37 | - | 0 | |
9. | 玉碎 / Broken Jade | 5:41 | - | 0 | |
10. | 暮沉武德殿 / Defenders of Bú-Tik Palace | 6:37 | - | 0 | Music Video |
11. | 尼可拉斯 / Sail into the Sunset's Fire | 0:56 | - | 0 |
10,642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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