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riors of the World Review

Band	Manowar
Album	Warriors of the World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July 4, 2002
Genres	Heavy Metal
Labels	Nuclear Blast
Length	48:01
Ranked	#54 for 2002 , #2,312 all-time

Reviewer :  구르는 돌         Rating :  90 / 100

90년대 초엽, 대안 록이 범람한 이래로 헤비 메탈 씬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Nirvana를 위시한 일단의 밴드가 등장하면서 대다수의 헤비 메탈 밴드들은 메이저에서 살아 남을 수 없었고, 대형밴드들조차도 이는 예외될 수 없었다. 90년대에 Manowar의 행보는 어떠했는가? 답변을 하자면 이들은 한결 같았다. 비록 90년대에 작품 활동이 80년대에 비해 뜸해지긴 했지만, 준수한 앨범 2장을 그들의 디스코그래피에 추가했다. The Triumph of Steel과 Louder Than Hell는 얼터너티브 록의 응수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이 사나이들의 행보는 헤비 메탈 팬들의 찬사를 받을만 했다. 메이저 밴드들이 어설프게 대안 록을 도입하면서 서서히 시대의 흐름에 무기력하게 묻혀가는 것과 반대로 그들은 한눈 팔지 않고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꿋꿋이 고수하였는데, 개인적으로 Manowar와 같은 방식으로 시대의 파고에 대처하는 방식이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Metallica든 Motley Crue, Def Leppard 중 대안 록을 도입한 밴드는 여럿있지만, 이 밴드들 중 성공한 밴드가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 사나이들도 Louder Than Hell을 뒤로 하고나서부터는 꽤나 오랜 기간 침묵했다. 이들의 작품활동에 대한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두 장의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팬들은 조바심치면서 이들의 정규 앨범을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Manowar는 이전 앨범으로부터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이 앨범에서도 밴드는 팬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새 앨범은 Manowar가 기존에 했던 대로 헤비 메탈에 충실하며, Warriors of the World는 에너지 과잉의 아드레날린이 넘쳐흐르는 앨범이다. 80년대에 발표되었었도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 앨범은 과거 헤비 메탈 전성기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여전히 기존 앨범에서 다루었던 주제를 Warriors of the World도 똑같이 다루고 있는데, 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이 있다. 애국적인 주제와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측면이 이전 앨범에 비해 좀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앨범 커버에서부터 이러한 요소는 눈에 두드러진다. 근육질의 전사가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것은 본작의 성격을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가지 추측을 해보자면, Warriors of the World가 나온 시점을 고려해야 하는데, 앨범이 발표된 02년 7월 4일이면 그 전해에 미국인들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이 가해졌던 사건으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밴드가 이 앨범을 발표하는 그 시점에는 미국인들의 정서적인 충격이 가시기에는 아직 모자란 시간이 흐른 때였다. 그래서 이런 음악이 나온게 아닌가 싶다. 그때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런 주제가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그 당시에 Warriors of the World를 만든 밴드나 듣는 사람들에게 이 앨범이 전달하는 주제는 고리타분하게 들리지 않았을 것 같다.

밴드가 Warriors of the World를 만들면서 담아놓은 주제의식을 배제하고 들어도, 청자가 이 앨범을 듣는 데에는 하등의 지장도 없다. 앨범에는 전형적인 Manowar 식 헤비 메탈 넘버들로 가득하다. 오프닝 트랙 Call to Arms는 전쟁을 선포하는 Manowar의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담겨있는 트랙으로, 들을 때마다 피가 끓게 만든다. 이 곡은 첫 시작부터 강력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청자를 앨범으로 인도한다기보다는 우악스럽게 힘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수행한다. Fight For Freedom가 이어서 앨범의 터질 듯한 열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으나, 아쉽게도 앨범은 중반에 발라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한풀 꺾인다. 본작에 수록된 발라드 트랙들이 다들 훌륭한 퀄리티지만 앨범의 중간중간에 흐름을 저해하는 듯하여 앨범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살짝 지장을 주고 있다. Warriors of the World의 트랙 배열은 이 앨범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앨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Warriors of the World United는 가장 유명한 Manowar의 곡으로 Call to Arms와 함께 앨범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아도 될 것 같다. 그 뒤를 잇는 Hand Of Doom, House Of Death, Fight Until We Die는 밴드 특유의 역동적인 힘으로 앨범의 마무리를 짓고 있다.

몇몇 앨범 트랙에 대해서 다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Warriors of the World는 팬들이 오랜 기다림을 채워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이 나오기 전에 헤비 메탈 씬은 이미 영미권에서 마이너 무대로 내려갔지만, Manowar는 그동안의 활동 경력을 봤을 때 이러한 상황에 연연하는 밴드가 아니다. 앨범 커버의 깃발을 치켜들고 있는 전사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9.11.사건 이후로 애국주의를 상기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울어가는 헤비 메탈씬을 굳건히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헤비 메탈에 대한 강한 열망과 영웅주의, 에너지 과잉의 마초이즘 등 Warriors of the World는 다소 시대착오적인 주제를 다루는 듯하지만, 이런 요소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에 Manowar의 음악을 헤비 메탈 팬이 찾아 듣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