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ia Moria Slott Review
Band | |
---|---|
Album | Soria Moria Slott |
Type | Album (Studio full-length) |
Released | 1996 |
Genres | Melodic Black Metal |
Labels | Napalm Records |
Length | 42:21 |
Ranked | #85 for 1996 , #4,270 all-time |
Album rating : 85 / 100
Votes : 9 (2 reviews)
Votes : 9 (2 reviews)
July 25, 2020
산안개 자욱한 노르웨이 산중에서 들려오는 슬픈 엘프의 옛이야기 같은 앨범이다.
포크음악에 나와도 전혀 이상치 않을 특이한 여보컬의 보이스가 돋보이는데, 저 멀리서 행인을 향해 마법을 걸듯 호소하는 것 같다가도 음울히 힘을 빼며 가녀리게 흐느끼듯 속삭이는 고음의 여보컬이 앨범 전반에 걸쳐 겹겹이 층을 이뤄 표류한다. 이것이 엘프 또는 사람을 홀리는 아름다운 북구정령 Huldra를 연상시킨다.
흔히 쓰이는 관능적 뱀파이어 여보컬도 영롱한 천사 여보컬도 아닌, 노르웨이 산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금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잡힐 듯 말 듯 멀어지는 지극히 folkish하고도 북유럽적인 엘프 여보컬, 훌드라 여보컬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북구 전설마따나 북유럽에는 인간과 섞여 희석됐을지언정 엘프족의 피가 아직까지 길이길이 전해 내려져 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신빙성 있게 느껴질 정도이다.
여보컬 파트에서 이러한 복잡미묘한 감상은 처음이다. 다른 창법이었다면 오히려 다 된 음악에 분위기를 반감 칠 수도 있었을 터이나, 본작은 이 독특한 여보컬로써 계속 뇌리에 떠오르고 전율케 하는 무언가를 생성해냈다. 사람 혼을 빼가는 haunted music이다.
충격을 먹어서 여보컬에 관한 예찬이 길어졌지만 이 앨범의 특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당시 노르웨이 음향 특유의 프로덕션상 깊이감은 안개 산 위에서 절벽 밑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차갑고도 아득한 공간감을 형성한다.
중용을 지키는 기타 파트에는 포크와 블랙의 감수성이 자아내는 애상적 극렬함과 민속적 짓궂음의 농도가 잘 배합되어 궂은날 안개처럼 짙게 깔려있다. 그러한 기타 위를 줄곧 해처럼 비추어 애환의 빛줄기를 쏴주는 키보드는 민속 예술의 위엄과 정취를 앨범 내내 폭포수처럼 아낌없이 선사한다. 자주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는 옛 기억을 소환하는 데 일조하고 플루트의 사용 또한 위트있다. 남보컬의 트롤리쉬한 보이스는 엘프 여보컬과 감동의 조화를 이루어내어 대기를 북구전설스러운 분위기로 얼려버린다.
이 앨범의 타이틀은 노르웨이 민담의 제목이다. 민속학자였던 아스비외른슨과 모에가 집대성한 Askeladden 민담들 중 잘 알려진 편인 Soria Moria Castle은 별 볼일 없던 주인공 소년이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에 휩쓸려 신비의 땅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세 명의 공주들을 만나 그들을 각기 잡아두었던 심술궂은 세 마리 트롤들을 무찌른 뒤 잠깐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서풍과 함께 신비의 땅으로 돌아가 공주와 결혼하는 이야기다. 본작의 곡들에는 이 민담 속의 서스펜스와 몽환, 환희가 모두 담겨있다. 남보컬과 여보컬은 각각 트롤과 공주를 형상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민담과 관련된 자료로는 버줌이 앨범아트로 작품들을 많이 사용했던 노르웨이 화가인 Theodor Kittelsen이 해당 민담이 포함된 노르웨이 민담집에 그린 삽화들이 유명하다.
고딕미학적 관점과 수식어로도 분명 이 작품은 화려한 찬사를 받을 수 있겠으나, 본인의 일생일대 관심사인 포크적 요소와 민속미학을 중점으로 감상했다.
이 앨범은 노르웨이스러운 키보드 선율로 무장한 Prolog로 시작부터 먹고들어가며, Epilog까지도 비장미 넘치도록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다. 마치 자신들의 민속 문화와 유산을 파괴하고 그 위에 선 이방의 종교세력을 향한 노르웨이의 민속적 한을, 페이건적 수호정신이 깃든 키보드 소리로 풀어내며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듯하다.
힘세고 강한 노르웨이인들이라 하여 한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킹 시절 들여온 종교로부터의 자문화 핍박과 중세 주변 강국에의 종속 및 근대로 이어오는 식민 시절까지, 노르웨이도 숱한 아픔의 시기를 겪었었다. 이는 평화주의적 평등사회를 일궈낸 현대에 들어와 그 고요함에 묻혀 해소된 것처럼 보였으나, 핏줄을 타고 축적된 노르웨이의 한은 1990년대에 그들의 감수성과 매우 잘 들어맞는 음악적 표현 틀이라 할 수 있는 블랙메탈을 만나며 활활 타오르는 한풀이로 표출되었다. 가장 노르웨이적인 것을 가장 노르웨이스런 사운드로 풀어내기 위한 노력은 블랙메탈, 바이킹 블랙메탈, 포크 블랙메탈, 멜로딕 블랙메탈, 심포닉 블랙메탈, 혹은 그 어떤 장르와 이름 하에서도 눈물겹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앨범이 보여주듯 노르웨이 블랙메탈이 그 자연을 노래하고 자신들의 진정한 민속과 정체성을 갈망할 때 어디까지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는 팬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깊은 숲 속에 기거하는 엘프가 산따라 물따라 노르웨이 민속춤을 추며 끝없는 민속 곡조 메아리로 귀를 홀리는 노르웨이적 한풀이의 결정체 음악
포크음악에 나와도 전혀 이상치 않을 특이한 여보컬의 보이스가 돋보이는데, 저 멀리서 행인을 향해 마법을 걸듯 호소하는 것 같다가도 음울히 힘을 빼며 가녀리게 흐느끼듯 속삭이는 고음의 여보컬이 앨범 전반에 걸쳐 겹겹이 층을 이뤄 표류한다. 이것이 엘프 또는 사람을 홀리는 아름다운 북구정령 Huldra를 연상시킨다.
흔히 쓰이는 관능적 뱀파이어 여보컬도 영롱한 천사 여보컬도 아닌, 노르웨이 산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금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잡힐 듯 말 듯 멀어지는 지극히 folkish하고도 북유럽적인 엘프 여보컬, 훌드라 여보컬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북구 전설마따나 북유럽에는 인간과 섞여 희석됐을지언정 엘프족의 피가 아직까지 길이길이 전해 내려져 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신빙성 있게 느껴질 정도이다.
여보컬 파트에서 이러한 복잡미묘한 감상은 처음이다. 다른 창법이었다면 오히려 다 된 음악에 분위기를 반감 칠 수도 있었을 터이나, 본작은 이 독특한 여보컬로써 계속 뇌리에 떠오르고 전율케 하는 무언가를 생성해냈다. 사람 혼을 빼가는 haunted music이다.
충격을 먹어서 여보컬에 관한 예찬이 길어졌지만 이 앨범의 특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당시 노르웨이 음향 특유의 프로덕션상 깊이감은 안개 산 위에서 절벽 밑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차갑고도 아득한 공간감을 형성한다.
중용을 지키는 기타 파트에는 포크와 블랙의 감수성이 자아내는 애상적 극렬함과 민속적 짓궂음의 농도가 잘 배합되어 궂은날 안개처럼 짙게 깔려있다. 그러한 기타 위를 줄곧 해처럼 비추어 애환의 빛줄기를 쏴주는 키보드는 민속 예술의 위엄과 정취를 앨범 내내 폭포수처럼 아낌없이 선사한다. 자주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는 옛 기억을 소환하는 데 일조하고 플루트의 사용 또한 위트있다. 남보컬의 트롤리쉬한 보이스는 엘프 여보컬과 감동의 조화를 이루어내어 대기를 북구전설스러운 분위기로 얼려버린다.
이 앨범의 타이틀은 노르웨이 민담의 제목이다. 민속학자였던 아스비외른슨과 모에가 집대성한 Askeladden 민담들 중 잘 알려진 편인 Soria Moria Castle은 별 볼일 없던 주인공 소년이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에 휩쓸려 신비의 땅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세 명의 공주들을 만나 그들을 각기 잡아두었던 심술궂은 세 마리 트롤들을 무찌른 뒤 잠깐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서풍과 함께 신비의 땅으로 돌아가 공주와 결혼하는 이야기다. 본작의 곡들에는 이 민담 속의 서스펜스와 몽환, 환희가 모두 담겨있다. 남보컬과 여보컬은 각각 트롤과 공주를 형상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민담과 관련된 자료로는 버줌이 앨범아트로 작품들을 많이 사용했던 노르웨이 화가인 Theodor Kittelsen이 해당 민담이 포함된 노르웨이 민담집에 그린 삽화들이 유명하다.
고딕미학적 관점과 수식어로도 분명 이 작품은 화려한 찬사를 받을 수 있겠으나, 본인의 일생일대 관심사인 포크적 요소와 민속미학을 중점으로 감상했다.
이 앨범은 노르웨이스러운 키보드 선율로 무장한 Prolog로 시작부터 먹고들어가며, Epilog까지도 비장미 넘치도록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다. 마치 자신들의 민속 문화와 유산을 파괴하고 그 위에 선 이방의 종교세력을 향한 노르웨이의 민속적 한을, 페이건적 수호정신이 깃든 키보드 소리로 풀어내며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듯하다.
힘세고 강한 노르웨이인들이라 하여 한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킹 시절 들여온 종교로부터의 자문화 핍박과 중세 주변 강국에의 종속 및 근대로 이어오는 식민 시절까지, 노르웨이도 숱한 아픔의 시기를 겪었었다. 이는 평화주의적 평등사회를 일궈낸 현대에 들어와 그 고요함에 묻혀 해소된 것처럼 보였으나, 핏줄을 타고 축적된 노르웨이의 한은 1990년대에 그들의 감수성과 매우 잘 들어맞는 음악적 표현 틀이라 할 수 있는 블랙메탈을 만나며 활활 타오르는 한풀이로 표출되었다. 가장 노르웨이적인 것을 가장 노르웨이스런 사운드로 풀어내기 위한 노력은 블랙메탈, 바이킹 블랙메탈, 포크 블랙메탈, 멜로딕 블랙메탈, 심포닉 블랙메탈, 혹은 그 어떤 장르와 이름 하에서도 눈물겹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앨범이 보여주듯 노르웨이 블랙메탈이 그 자연을 노래하고 자신들의 진정한 민속과 정체성을 갈망할 때 어디까지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는 팬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깊은 숲 속에 기거하는 엘프가 산따라 물따라 노르웨이 민속춤을 추며 끝없는 민속 곡조 메아리로 귀를 홀리는 노르웨이적 한풀이의 결정체 음악
8 likes
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
---|---|---|---|---|
1. | Prolog | 0:33 | 66.7 | 3 |
2. | Et Vintereventyr | 6:36 | 81.7 | 3 |
3. | Natten Loftet Sitt Tunge Ansikt | 3:31 | 71.7 | 3 |
4. | Alvedans | 4:12 | 83.3 | 3 |
5. | Trollbundet | 6:39 | 76.7 | 3 |
6. | Ekko | 9:43 | 78.3 | 3 |
7. | Isgrav, Det Siste Hvilested | 8:34 | 78.3 | 3 |
8. | Epilog | 2:31 | 71.7 | 3 |
Line-up (members)
- Keltziva : Vocals
- Ole K. Helgesen : Vocals , Guitars & Bass
- Elin Overskott : Keyboards
- Kristoffer Austrheim : Drums, Guitars & Bass
10,438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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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 7 days ago | 0 |
▶ Soria Moria Slott Review (1996)
유로니무스 100/100
Jul 25, 2020 Likes : 8
산안개 자욱한 노르웨이 산중에서 들려오는 슬픈 엘프의 옛이야기 같은 앨범이다.
포크음악에 나와도 전혀 이상치 않을 특이한 여보컬의 보이스가 돋보이는데, 저 멀리서 행인을 향해 마법을 걸듯 호소하는 것 같다가도 음울히 힘을 빼며 가녀리게 흐느끼듯 속삭이는 고음의 여보컬이 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