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ansong Review

Band	Carcass
Album	Swansong
Type	Album (Studio full-length)
Released	June 10, 1996
Genres	Death 'n' Roll
Labels	Earache Records
Length	49:46
Ranked	#29 for 1996 , #935 all-time

Reviewer :  romulus         Rating :  90 / 100

그라인드 코어와 데쓰/블랙메탈의 베이시스트들만큼 억울하면서도 힘든 자리가 있을까? 이들은 정말 고난도의 연주실력을 보유하면서도 자신의 실력들을 자랑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헤비메탈에서 베이스기타가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기타와 드럼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헤비메탈 베이시스트들은 연주실력도 좋아야 하지만, 사운드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특히 엄청난 속도의 기타와 무차별적으로 난도질하는 드럼을 자랑하는 데쓰/블랙메탈이나 그라인드 코어쪽은, 웬만큼 감이 빠르고 연주실력이 좋은 베이시스트가 아니면 제대로 베이시스트 역할을 하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데쓰/블랙 메탈은 기타와 보컬 그리고 키보드 소리가 워낙 시끄럽고 빠르다보니 베이스 소리는 뭍혀버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은 발군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자신의 실력을 자랑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묵묵히 뒤에서 봉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실력과 인내심을 겸비한 사람이 아니면 익스트림 메탈의 베이스기타 자리를 맡을 수가 없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익스트림 메탈 베이시스트들도 실력을 자랑할 기회가 종종 주어진다. 카르카스의 마지막 앨범인 Swansong의 그 일례 중에 하나다. 베이시스트였던 제프 워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서인지 이 앨범은 베이스 소리가 상당히 잘 들리는 편인데, 딱딱하면서도 단단한 베이스 소리가 참 인상적으로 들리는 앨범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탄생과정은 매우 비극적이었다. 카르카스의 소속 레이블이었던 Earache는 그런지 열풍에 동요되어서, 이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고 모던락스러운 음악을 하라고 강요했다. 카르카스는 메탈리카의 Load같은 음반을 강제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메탈리카처럼 대충 모던락 사운드나 우려먹는 실수를 범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음악을 좀 더 소프트하게 변신시킴과 동시에 익스트림 메탈 베이스의 참맛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명반을 탄생시켰다.

나중에 이 앨범을 내고 나서도 Earache 레이블이 계속해서 이들에게 변절을 강요했고, 결국 카르카스는 변절 대신 해산을 택했다. 그러므로 Swansong앨범은 이들의 마지막 앨범이 되었고 또 한번(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르카스의 명예를 드높여줬다. 카르카스는 결코 팬들을 배신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