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truct Review
June 11, 2013
<트랑시(Transi)>
'트랑시'는 방금 죽은 시체와 완전히 썩은 백골의 중간 단계를 뜻하는 말로서, 본래 중세미술에서 기독교적 교리를 담아내는 데 쓰였던 소재다. 중세미술 작품에서 나타나는 트랑시의 모습은 해골에 가까운 마른 체형에 살점이 떨어질듯 말듯 달려있고, 머리카락은 거의 다 빠진 채 몇올만 남은 형태로 그려지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살이 붙어 있는 시체와 백골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중간단계의 존재. 생명과 비생명의 간극을 보여주는 시체의 모습! 트랑시를 처음 접했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천국과 지옥 사이에 존재한다는 '연옥'이었다. 불길에 자신의 죄와 생명을 완전히 태울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연옥 말이다.
그리고 Dark Tranquillity의 'Construct'를 들었을 때 나는 다시 연옥을 떠올리고 트랑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Dark Tranquillity가 추구하는 음악은 데스메탈의 거친 느낌과 차가운 멜로디라는 대조적인 두 요소의 결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amage Done에서는 데스메탈의 거칠고 빠른 템포위에 수려한 멜로디를 얹는 방식이었고, Fiction은 보다 테크닉한 라인전개와 한층 톤이 낮아진 멜로디를 복잡하게 구성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디스코그라피는 크게 위의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실험과 구조화를 반복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Construct'의 전작인 'We are the Void'는 데스메탈의 날카롭고 육중한 리프를 극대화한 극히 '실험'적인 작품이 아니었는가 생각해본다.
'Construct'는 전작의 날카로운 느낌을 죽이는 대신 밴드 특유의 명상적인 멜로디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이것이 메탈의 느낌을 완전히 지워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유별났던 작품인 'Projector'를 제외하고 본다면 이들은 대체적으로 강렬함과 특유의 차분함을 이종교배 시키면서 '야누스'와 같은 이중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달리 'Construct'에서는 밴드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차분함이 상위 요소로 등장하며 강렬함이 그 상위요소를 보조해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Michael의 처절한 보컬과 간혹 엠비언트를 연상시키는 꽉찬 느낌의 기타리프, 수면위로 떨어지는 물방울같은 신디사이저와 낮은 음역대를 돌아다니는 베이스. 간혹 분위기를 적절하게 다운시키는 Michael의 클린보컬까지 많은 요소가 일관된 분위기아래 차분히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강렬한 곡들이 많고 발라드가 한 두곡 정도 있었던 다른 디스코그라피를 180도 반전시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곡 하나하나가 소반전을 이루면서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 또한 바뀌는 '대반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
'Construct'를 들으면서 '트랑시'가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작을 통해 Dark Tranquillity는 야성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아수라의 정체성을 넘어서 인간적인 얼굴 위로 존재의 무거운 고뇌를 새겨넣는 조각가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 같다. 비록 음악적 구조이지만 이것이 아직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해골인 트랑시의 얼굴을 조각하는 듯한 느낌을 준 것이다. 밴드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음악적 가치를 미니멀하게 담아내는 데 어느정도 성공한 것일까? 그 답은 계속되는 청자들의 평가와 피드백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나에게 있어서만은 그들의 의도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세시대의 트랑시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면서 바이올린을 들었다면 이런 음악이 나왔을 것이다.
http://blog.naver.com/yunjoong90/150169430227
'트랑시'는 방금 죽은 시체와 완전히 썩은 백골의 중간 단계를 뜻하는 말로서, 본래 중세미술에서 기독교적 교리를 담아내는 데 쓰였던 소재다. 중세미술 작품에서 나타나는 트랑시의 모습은 해골에 가까운 마른 체형에 살점이 떨어질듯 말듯 달려있고, 머리카락은 거의 다 빠진 채 몇올만 남은 형태로 그려지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살이 붙어 있는 시체와 백골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중간단계의 존재. 생명과 비생명의 간극을 보여주는 시체의 모습! 트랑시를 처음 접했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천국과 지옥 사이에 존재한다는 '연옥'이었다. 불길에 자신의 죄와 생명을 완전히 태울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연옥 말이다.
그리고 Dark Tranquillity의 'Construct'를 들었을 때 나는 다시 연옥을 떠올리고 트랑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Dark Tranquillity가 추구하는 음악은 데스메탈의 거친 느낌과 차가운 멜로디라는 대조적인 두 요소의 결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amage Done에서는 데스메탈의 거칠고 빠른 템포위에 수려한 멜로디를 얹는 방식이었고, Fiction은 보다 테크닉한 라인전개와 한층 톤이 낮아진 멜로디를 복잡하게 구성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디스코그라피는 크게 위의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실험과 구조화를 반복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Construct'의 전작인 'We are the Void'는 데스메탈의 날카롭고 육중한 리프를 극대화한 극히 '실험'적인 작품이 아니었는가 생각해본다.
'Construct'는 전작의 날카로운 느낌을 죽이는 대신 밴드 특유의 명상적인 멜로디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이것이 메탈의 느낌을 완전히 지워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유별났던 작품인 'Projector'를 제외하고 본다면 이들은 대체적으로 강렬함과 특유의 차분함을 이종교배 시키면서 '야누스'와 같은 이중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달리 'Construct'에서는 밴드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차분함이 상위 요소로 등장하며 강렬함이 그 상위요소를 보조해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Michael의 처절한 보컬과 간혹 엠비언트를 연상시키는 꽉찬 느낌의 기타리프, 수면위로 떨어지는 물방울같은 신디사이저와 낮은 음역대를 돌아다니는 베이스. 간혹 분위기를 적절하게 다운시키는 Michael의 클린보컬까지 많은 요소가 일관된 분위기아래 차분히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강렬한 곡들이 많고 발라드가 한 두곡 정도 있었던 다른 디스코그라피를 180도 반전시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곡 하나하나가 소반전을 이루면서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 또한 바뀌는 '대반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
'Construct'를 들으면서 '트랑시'가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작을 통해 Dark Tranquillity는 야성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아수라의 정체성을 넘어서 인간적인 얼굴 위로 존재의 무거운 고뇌를 새겨넣는 조각가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 같다. 비록 음악적 구조이지만 이것이 아직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해골인 트랑시의 얼굴을 조각하는 듯한 느낌을 준 것이다. 밴드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음악적 가치를 미니멀하게 담아내는 데 어느정도 성공한 것일까? 그 답은 계속되는 청자들의 평가와 피드백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나에게 있어서만은 그들의 의도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세시대의 트랑시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면서 바이올린을 들었다면 이런 음악이 나왔을 것이다.
http://blog.naver.com/yunjoong90/1501694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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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ing (Songs)
title | rating | votes | vide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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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For Broken Words | 4:34 | 85 | 11 | Audio |
2. | The Science of Noise | 3:45 | 88.9 | 11 | Music Video |
3. | Uniformity | 5:31 | 93.5 | 12 | Music Video |
4. | The Silence in Between | 3:32 | 92.2 | 9 | |
5. | Apathetic | 3:29 | 85.6 | 10 | |
6. | What Only You Know | 4:01 | 91.3 | 10 | |
7. | Endtime Hearts | 3:59 | 86.3 | 10 | |
8. | State of Trust | 4:06 | 89.4 | 10 | |
9. | Weight of the End | 4:56 | 83.3 | 9 | |
10. | None Becoming | 4:31 | 89.4 | 9 |
Line-up (members)
- Mikael Stanne : Vocals
- Niklas Sundin : Guitars
- Martin Henriksson : Guitars, Bass
- Anders Jivarp : Drums
- Martin Brändström : Keyboards
45 reviews
cover art | Artist | Album review | Reviewer | Rating | Date | Lik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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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ogustav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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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I got into the metal scene I was mostly a power metal fan, and would hardly listen to any other genre, maybe some heavy metal, some thrash metal, and hard rock, but that was it, I was not open for anything else. However I became so fascinated with the power metal genre that it got me into putting attention to the labels my favorite artists belonged to, and of course those ... Read More
▶ Construct Review (2013)
In Embrace 90/100
Jun 11, 2013 Likes : 5
<트랑시(Transi)>
'트랑시'는 방금 죽은 시체와 완전히 썩은 백골의 중간 단계를 뜻하는 말로서, 본래 중세미술에서 기독교적 교리를 담아내는 데 쓰였던 소재다. 중세미술 작품에서 나타나는 트랑시의 모습은 해골에 가까운 마른 체형에 살점이 떨어질듯 말듯 달려있고, 머리카락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