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y Gillion –
Neverafter (2019) |
95/100 Aug 2, 2020 |

요정의 땅은 인간이 발을 들이기에 매우 위험천만한 곳이다. 천진난만한 요정들이 사는 실리 코트(Seelie Court)던, 악의에 찬 요정들이 사는 언실리 코트(Unseelie Court)던 간에, 이 곳에 사는 요정들은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자신들의 행동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땅에 들어선 인간들은 대개 요정들의 치기어리고 배려심 없는 장난에 휘말려 길을 잃어버리거나, 미쳐버리거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그런 위험천만한 공간에 한 소녀가 꿈을 통해 제 발로 들어간다. 사별한 어머니가 물려준 마지막 유품인 뮤직 박스가 고장나 더 이상 연주하지 못하게 되자, 뮤직 박스가 울리지 않고 멜로디가 기억에서 사라져 삭막해지는 세상에 사는 것을 거부한 소녀는 잃어버린 멜로디(The Lost Melody)를 찾기 위해 몽환적이고 아름답지만 위험이 도사리는 꿈속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앤디 길리언의 작곡과 연주는 이 여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가감없이 청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절반은 네오클래시컬, 절반은 멜로딕 데스 메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앨범에서, Mors Principium Est의 작곡가인 앤디가 2번, 6번, 8번 11번 등지에서 전개하는 리프는 2013년 이후 MPE에서 들려줄법한 빠르고 거칠며 기교있는 형태를 띠면서 어른들도 이겨내기 어려울 시련을 묘사한다. 그런 시련과 교차되는 네오클래시컬 곡과 리프들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시련을 이겨내며 전진하는 소녀의 강인한 정신력과 진취성을 상징한다.
소녀가 이런 여정을 떠나는 이유를 청자에게 알려주는 것은 잠시 쉬어가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 5번, 7번과 10번 트랙이다. 5번 트랙은 노래 가사를 통해 꿈속에 들어가서라도 어머니가 물려준 멜로디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7번 트랙은 소녀가 잃어버린 멜로디를 떠올리듯 역순으로 연주하다가 원래 순서대로 연주하면서 드디어 멜로디를 되찾았음을 시사하며, 10번 트랙은 소녀가 심적으로 가장 약해졌을 때 자신이 꿈속 세상으로 들어온 이유인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마지막 한 걸음을 딛는 힘을 얻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1번 트랙의 말미에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현실로 돌아온 소녀의 곁에는 뮤직 박스가 다시 연주하기 시작하며 끝을 맺는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음악으로 표현하면 이 앨범이 될 것이다. 동화 특유의 아기자기함, 동심이 내포하는 잔혹함,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의 성취감 등 가감이 더해지지 않은 동화적 요소를 별다른 가사 없이 미려한 연주로 풀어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앤디의 다음 프로젝트는 어떨지 기대해본다.
주목할 트랙: 2번 Becoming the Nightmare, 3번 Skyless, 4번 Becoming the Dream, 6번 Black Lotus, 7번 The Lost Melody, 11번 Neverafter ... See More
5 likes |
Neurotech –
The Decipher Volumes (2013) |
90/100 Dec 20, 2018 |

NeuroWulf의 결과물 중에서 가장 분량이 크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믹싱은 전작보다 나아졌으면서도 후기작에 비해 여전히 거친 감은 있으나, 초창기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야성적이면서도 기계적인 감성이 살아남아 청자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Wulf의 초기작과 후기작이 지니고 있는 장점이 모두 취합되어 정점에 이른 것이 이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작품에서 그려지는 줄거리는 일반적인 사이버펑크 문학이나 게임, 애니메이션의 줄거리와 유사하다. 앨범 전체에 짙게 깔린 신디사이저 음은 전자공학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를 은유한다. 보컬과 기타 음색은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 하고 낙오한 주인공을 나타낸다. Vol. 1~ Vol. 2에서 등장하는 여성 보컬은 주인공이 의지하는 조력자인 동시에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서로 독립하여 헤어져야 하는 존재로, Vol 2의 후반부(This is the New Age ~ A Separate Way)에서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헤어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다행히도 주인공은 Vol. 3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새로운 미래(A New Tomorrow)를 향해 나아간다.
필자가 출근길에 자주 트는 앨범이다. 운전할 일이 많다면 한번 틀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추천 트랙: Damage is Done, This is the New Age, No Tomorrow, Triumph, A New Tomorrow ... See More
2 likes |
Ne Obliviscaris –
Urn (2017) |
85/100 Nov 19, 2017 |

가사와 하쉬 보컬을 맡은 Xenoyr는 평소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투어를 갈 때면 근처에 있는 교회와 공동묘지를 탐방한다. 새로운 곳을 방문할 때면 그 곳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죽을 수 있고 그렇게 죽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를 끊임없이 상상한다. 자살 충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생물은 죽음을 오직 단 한번만 경험할 수 있고 언젠가는 경험해야 하기에 궁금해하는 것이다.[1] 본작의 제목을 화장한 시신을 담는 유골함이라는 뜻인 Urn으로 짓고 가사도 다양한 종류의 죽음과 죽음을 둘러싼 상황(Eyrie에서 묘사된 남겨진 이의 그리움 등.)을 탐구하는 내용인 것은 이런 사고 방식의 연장선상일 것이 다.
클린 보컬과 바이올린을 맡은 팀 찰스는 Xen의 사고 방식을 좋게 말해서 존나 특이하다고 말한다. 팀은 한 때 사립 학교의 음악 교사였고 지금은 4살짜리 딸이 있으며 (작곡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 곡의 길이가 6분이 넘게 길어지는 점을 제외하면) 비교적 평범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다.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과는 별개로, 밴드 활동과 프리랜서 사진사 일을 병행할 수 있는 Xen과 달리 안정적인 직장 없이도 딸을 먹여살려야 하는 팀은 NeO에서 활동하는 동안 얻는 수입을 자신이 음악 교사였던 시절에 벌던 연봉과 항상 비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2]
팀의 생계에 대한 일반인다운 걱정이 앨범의 작곡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Portal of I와 Citadel을 거치면서 팀의 음악적인 역량은 성숙해졌다는 것이고, 그렇게 음악적으로 성장한 팀은 본작의 명실상부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Eyrie가 주는 감동은 하늘을 활공하는 팀의 보컬과 바이올린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Intra Venus와 Urn Part 2의 방점을 찍은 것도 일반적인 코러스의 수준을 뛰어넘는 팀의 작곡과 노래였다. 어제 갔다온 클리블랜드 공연에서도 이 사실을 잘 아는 팬들은 팀의 파트마다 열렬한 환호를 보냈고, 팀의 바이올린과 보컬이 무대를 가를 때 무아지경에 가까운 환희를 느꼈다. 새로 들어온 베이시스트를 비롯한 밴드원 5명의 집중적인 서포트를 받은 팀의 활약은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눈부신 하드 캐리였다.
하지만 팀을 프론트맨으로 삼고 나머지 밴드원들이 서포트하는 구성은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랐다. 1, 2집에서 NeO는 6명의 비르투오소가 모여서 제각기 자신의 작곡과 연주로 청자의 감탄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그런 6명이 한 몸이 되어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광대한 작품 세계를 그려내는 독특한 구성을 자랑했다. 본작에서 팀은 비르투오소로서의 모습을 마음껏 보여주었으나 나머지는 팀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느라 자신들이 돋보일 기회를 따로 가지지 못했다. 연주와 솔로 파트는 기술적으로 훌륭했으나 전작처럼 연주곡으로 따로 듣고 싶다는 기분까지는 들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밴드와 처음부터 함께했던 베이시스트 Cygnus가 지난 1월에 탈퇴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베이시스트를 자신들의 작곡 과정에 합류시키는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원래 클린 보컬을 부르던 바이올리니스트가 실력이 더 나아졌길래 프론트맨으로 성공적으로 띄워준 것이 아쉽다니, 다른 밴드의 입장에서는 마치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유산 때문에 상속세를 내야 해서 귀찮다는 말처럼 배부르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NeO는 본인들 스스로 일반적인 밴드와는 다름을 추구해왔으니 그 다름을 다음 작품에서 더 부각시키기를 필자는 바라고 있다. 새 베이시스트를 제대로 들이고, 팀의 바이올린과 보컬 솜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6명이 다시 비르투오소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미 이전에 2번 해냈던 NeO라면 해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P.S.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앨범에 85점을 줬으니 아마 기존에 했던 리뷰 전체에서 5점씩을 깎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1]: Ne Obliviscaris On Citadel, Graspop & The Unique Opportunity Of Death (2016),
https://www.youtube.com/watch?v=kLCisRl6cD0
[2]: Ne Obliviscaris (Tim Charles) Interview: New Music, Song Secrets, Crowdfunding & Survival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2wrEh5g3P1s ... See More
11 likes |
Persefone –
Aathma (2017) |
100/100 Mar 1, 2017 |

아트마(Aathma), 혹은 아트만(Ātman)은 산스크리트어로 영혼을 뜻한다.[1] 전작이 영혼을 찾아가는 여정(Spiritual Migration)이었음을 감안하면 본 앨범은 논리적인 연장선상에 서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작품 모두에서 영혼이란 육신의 한계를 초월하고 자연의 만물에 근본적으로 닿아 교감하는, 힌두교에서 추구되는 진정한 '나'이자 최선의 존재(브라만, Brahman)와 동일한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1] Spiritual Migration으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과연 Persefone은 그토록 원하던 영혼이라는 상태에 도달한 것일까.
전작과 마찬가지로 본작에서도 영혼을 찾아가는 화자는 깊은 명상에 잠겨있고, 명상하는 도중에 든 생각을 두개의 목소리로 청자에게 이야기한다. Marc Martins의 익스트림 보컬은 감정과 육체의 욕망에 매어있으면서도 감정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갈망하는 본능을, Miguel Espinosa의 클린 보컬은 감정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상태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지만 아직 진정으로 깨닫지는 못한 지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둘의 목소리는 다르지만 노래를 통해 전달하는 내용은 동일하다.
You’re not your face, / I am not this body - "나"는 나를 구속하려는 신체가 아니요,
Nor this realm of senses - "나"는 나를 현혹하려는 감각이 아니요,
You’re not the name you’ve been given - "나"는 나를 정의하려는 이름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두 화자는 이미 "나"가 무엇이 아닌지를 아주 잘 알고 있고 이를 앨범 전체에 걸쳐서 되뇌이고 있다. 하지만 "나"가 무엇이 아닌지만 알고서는 "나"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에 부딫힌다. 앨범의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Prison Skin의 작곡이 매우 혼란스럽고 뮤직비디오[2]마저 발작적으로 번쩍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pirals Within Thy Being에서는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함이 잘못되어있음을 알아채고, No Faced Mindless에서는 깨달은 뒤의 일을 알고서 상상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진정으로 깨닫지는 못하고 있음을 비정상적으로 들뜬 코드 전개를 통해 은유하고 있다.
눈을 감고서 깨달음을 향해 손을 더듬는 듯한 잘못된 수행 자세를 바로잡는 것은 이미 깨달음을 얻은 스승의 한마디이다. Cynic의 Paul Masvidal이 노래한 스승의 목소리는 화자에게 중요한 한마디를 해준다.[3]
I am the Ocean, I behold the sound of the living wave. - "나"는 곧 바다이니 살아있는 파도의 소리를 본다.
본디 화자는 삶이라는 바다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파도여야 하지만, "나"가 바다이고 삶이 파도라면 둘은 동일한 것이 되고, 바다가 파도를 관장하듯 "나" 주변의 삶은 "나"의 마음가짐에 의해 좌우된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바다와 파도를 통해 은유한 표현이다. 이 말을 들은 화자는 깨달은 바가 있는지, 본능의 목소리로 말한다.
I let go of judgement. I let go of fear.- 비판을 놓아준다. 두려움을 놓아준다.
이후의 그로울링이 Omnium Gatherum의 주카처럼 사색적으로 들리는 것은 필자만의 착각일까?
마지막 곡인 Aathma에서 화자는 자신이 최선의 존재(Source, 브라만)에 닿아있고, "나"를 구속하는 모든 것을 놓았음을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Prison Skin에서처럼 아직 깨달음이 모자라서 되뇌이는 자기 암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전 트랙에 비교해서 더욱 정교해지고 짜임새가 더해진 연주는 적어도 화자가 스승과의 만남 이후 확실하게 변했음을 알려주는 동시에, 필자와 같은 청자에게 "나"가 영혼이 되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 최선의 존재(브라만)와 닿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전달해준다.
일반적인 메탈 앨범 같았으면 위와 같은 경험을 단순한 상승감(Frission)으로 치부하였겠지만, 무교이자 독립적인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필자에게도 한시간에 걸친 여정의 끝에 도달한 경험은 소중하였다. 음악을 통해 높은 정신적 경지에 오르는 것을 단순히 열망하는 차원을 넘어서 실제로 어떠한 경지에 오르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 명상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고요만 있지 아니한 것, 명상을 하는 방법론으로 명상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프로그레시브 데스 메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방법론에 상관 없이 명상이 어떠한 경지에 다다르면 존재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음을 알았다. 안다는 것이 깨달음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부해지면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킬링 트랙: Spirals Within Thy Being, Living Waves, Aathma: Part 1 ~ 4
주석:
[1] Mittal, S. & Thursby, G. B., The Hindu World (2004), p. 46, 48, 208, retrieved from http://cincinnatitemple.com/articles/Mittal__Thursby_The_Hindu_World.pdf
[2] PERSEFONE - PRISON SKIN (OFFICIAL VIDEO), https://www.youtube.com/watch?v=NnRAIwLql1g
[3] 참고로, 힌두교와 대척점에 선 불교 역시 참선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은 스승의 지도를 받는 것을 중요히 여긴다. 특히 화두참선 과정에서 더욱 그렇다. (송담 스님, "참선은 '내가 나를 깨닫는 길' ", https://www.youtube.com/watch?v=wTwMNymNYUw#t=11m45s ) ... See More
29 likes |
Plini –
Handmade Cities (2016) |
95/100 Oct 1, 2016 |

대가는 어려운 내용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Plini와 같은 작곡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려운 내용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리프이고 쉽게 풀어준 설명은 그 리프를 통해 전달하는 주제와 감정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Plini는 대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필자는 기타리스트가 아니라서 연주와 관련된 기술적인 면은 잘 모르지만, 그런 연주를 통해서 전달하려고 하는 감정에서 큰 감동을 느꼈다.
필자의 출근길은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편도 35분 거리이다.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와 직장에 도착할 때 쯤 마음을 다잡으려면 잠을 깨워주는 음악이 필요하 다. 평소 같았으면 Perturbator나 Nightrage처럼 달리는 음악을 골랐겠지만, 이 앨범의 길이가 정확히 34분 37초인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틀어보았다. 그 뒤로 이어진 34분 37초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동이 틀 무렵에 들려온 Electric Sunrise, 트레일러 차량 행렬을 지나칠 때 급박함을 고조시킨 Inhale, 나와 같은 길을 달리는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게 한 Handmade Cities, Every Piece Matters와 Pastures, 월요일이라 졸려워하는 필자를 응원하는 Here We Are Again,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자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놀랍고도 즐거운 일들을 더 주의깊게 눈여겨보라는 듯한 Cascade까지. 출근한 뒤의 일상과 관련이 없는 음악에 익숙해진 필자에게 일상을 다시 보고 의미를 찾아보라고, 한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마음을 잘 아는 친구가 권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Plini는 앨범 발매 전후 여러 인터뷰에서 음악적인 영감을 일상에서 찾는다고 회자한 바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 (Plini는 건축학과 석사이다.), 길거리의 풍경, 먹어본 음식, 새로 만난 사람과의 대화 등의 긍정적인 경험이 돌고 돌아 해당 앨범의 주제가 된 것이다.[1][2] 자신이 본 일상을 그려내는 것이 이 앨범의 목적이므로, Plini는 충분히 자신의 연주 실력을 뽐낼 기회가 있음에도 청자 입장에서 감질날 정도로 절제와 강약 조절을 하고 있다. 마치 일상은 클라이막스의 연속이 아니라 느리고 빠른 순간, 달림과 쉼의 순환과 반복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도 앨범의 시작과 끝에 배치한 Electric Sunrise와 Cascade를 통해서 일상에서 달릴 수 있는 순간은 달리기 위해 쉬며 기다린 순간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답다는 사실마저 일깨우고 있다.
아직 새파란 젊은이라고 불릴 20대 청년이지만 이미 수년간 모자란 시간을 쪼개 바쁘게 살아온 Plini가 바라보는 일상이 이렇게나 아름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면서, 과연 나의 일상은 그동안 어땠을까, 지금부터라도 주변에 일어나는 작은 일과 주변 사람의 생활을 눈여겨보면 어떤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1] Adams, L., Plini, "Australian Musician PLINI Discusses His Debut Album, “Handmade Cities” And More!", retrieved from http://music.allaccess.com/australian-musician-plini-discusses-his-debut-album-handmade-cities-and-more/
[2] J.Smo, Plini, "Interview with PLINI – Electric Sunrise", retrieved from http://www.midtnmusic.com/plini-interview/ ... See More
3 lik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