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fheaven –
New Bermuda (2015) |
100/100 Oct 15,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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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5년차의 블랙메탈 밴드가 이토록 빨리, 높은 궤도에 오를 줄 누가 알았을까? 이들에게 엄청난 성공과 찬사를 안겨준 Sunbather의 영향 힘입어 Epitaph 자매 레이블인 Anti-와 계약을 체결, The Antlers, Tom Waits 등 대중적으로 굉장히 알려진 아티스트들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마침내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선 메탈 밴드 Deafheaven의 본격적인 발돋움이 New Bermuda로 시작된다.
분명 그동안 메인스트림의 대열에 올랐던 메탈 밴드들과 이미지가 확연히 다르다 못해 독보적인 경지다. 전혀 메탈 밴드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 외관과 앨범 아트웍, 그에 대비되는 격렬한 음악 속 황홀함은 기존에 메탈을 듣지 않던 리스 너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외관은 물론이요 기존의 메탈 밴드들과 활동 방향이 다르고 매거진에 나와서 힙합 앨범만 골라서 추천하더라도 음악적으로는 분명한 메탈 밴드다.
New Bermuda를 통해 드러나는 스타일은 여태껏 해온 것처럼 포스트 블랙메탈으로 묶이는 음악이고 큰 틀에서 변화가 드러나지 않은 부분까지 Deafheaven이라는 밴드의 초점에선 당연히 여겨진다. 그렇지만 그동안 메인스트림이라는 점을 자처하기 위해 물러진 음악으로 활동했던, 아직까지도 물러진 채로 활동하고 있는 블랙메탈 밴드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저번 작품들에 비해 투박한 리프의 사용 횟수가 늘어나 비교적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나 그럼에도 그들이 지닌 다채로움은 잃지 않는다. Sunbather 발매 직후 투어 당시 Red Sparowes 출신 기타리스트 Emma Ruth Rundle의 슈게이즈 밴드인 Marriges가 오프닝 게스트로 섰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스웨디쉬 고딕 데스메탈러 Tribulation, 일부 공연에서는 일본 스크리모 레전드 Envy까지 가세하여 그들의 음악이 여러 장르를 아울러 접점이 많다는 점을 입증한다.
잦은 투어로 인해 나름의 노하우가 쌓인 George Clarke의 보컬은 더욱 날카로워짐과 동시에 기술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 부분은 2014년에 발매된 싱글 From The Kettle Onto The Coil에서 이미 드러난 부분을 잘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2집까지만 해도 크게 나타났던 슈게이즈적 요소가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이는 탈퇴한 멤버이자 슈게이즈 밴드 Whirr, Nothing 출신인 Nick Bassett의 영향이 크다.
시기적으로 2집 발매 직전에 탈퇴했으니 영향력이 곧장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Distressor 앨범의 1번 트랙인 Preface와 Roads To Judah 앨범 수록곡 Violet의 인트로 파트 진행이 상당히 유사한 부분과 더불어 그동안의 슈게이즈적 요소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멤버이기에 그의 빈자리가 드러날 수밖에 없어진 셈이다. 그나마 슈게이즈 밴드 Creepers 출신의 새 멤버 2인과 포스트 메탈 밴드 Monuments Collapse 출신 베이시스트의 역량이 별로 드러나지 않아 이번 앨범에서 드러나는 슈게이즈적인 모습은 대부분 기본적인 흉내만 내는 수준에 가까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감퇴한 슈게이즈적 요소로 인해 수록곡들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이 포스트 블랙메탈 앨범에서 '포스트'에 해당하는 구성 요소는 역시 포스트록이 메인으로 자리 잡았는데, 높아진 포스트록 활용도의 진가는 앨범의 후반부 끝을 맺어가는 부분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된다. 특히 블래스트 비트를 사용하지 않는 승부수를 띄운 마지막 트랙 Gifts For The Earth의 놀랍도록 깔끔한 전개는 Deafheaven의 장점을 극대화한 트랙으로, 이들의 모든 곡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Deafheaven이 성공을 거뒀을지언정 이들의 음악을 더욱 주목하고 열렬한 호응을 보낸 리스너들은 메탈헤드가 아닌 인디, 힙스터 부류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에 따라 활동도 자연스럽게 메탈 페스티벌보단 Bonnaroo, Pitchfork Festival, Primavera Sound 등의 인디/팝 음악이 주류인 곳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이러한 상황에 빗대어 일부(사실은 다수의) 메탈헤드들은 힙스터 블랙메탈이라는 표현으로 비아냥대곤 하지만 결국 메탈 밴드가 메탈헤드를 신경 쓰지 못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메탈 음악이 지닌 한계(로 여겨진 것)를 어느 정도 넘어선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그것이 스스로 방향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타의적인 시선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은 분명 또다른 한계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Deafheaven은 이러한 점을 의식하였기 때문에 New Bermuda 앨범 자체가 음악부터 릴리즈 투어 게스트 선정을 비롯한 거의 모든 요소를 철저히 계산적으로 짜낸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기회주의적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겠지만 사실 이들의 본질은 초창기부터 보인 모습 그대로다. 이런 지적은 오히려 '타의적인 시선'에 의해 영리한 밴드라는 것을 부각시킬 뿐이다.
결성 5년차, 멤버 전원이 여전히 20대인 포스트 블랙메탈 밴드 Deafheaven은 이번에도 뜨거운 기대에 걸맞는 작품으로 다양한 부류의 리스너들을 맞이할 채비를 꼼꼼히 갖췄다. 어떻게 여겨지든 이 앨범의 '계산적인 성공'이 낳는 논쟁이 지속될수록 밴드의 명성은 나날이 드높아질 것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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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tlôs –
Melting Sun (2014) |
95/100 Jun 4,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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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메탈 애호가들도 포스트 블랙메탈에 크게 관심이 없다 한들 단순히 하나의 흐름으로 치부하기엔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꼭 파이오니어인 Neige의 밴드들 말고도 Deafheaven, Woods Of Desolation과 같이 뜨거운 반응을 자아내는 밴드가 떠오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블랙메탈이 더 이상 사타니즘과 콥스페인팅 등의 극단적인 이미지만 부각시키는 음악이 아니며, 힙스터라 불리는 최근의 리스너들이 흥미를 가질 정도로 장르의 수용 범위가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Alcest와 함께 포스트 블랙메탈의 흐름을 주도한 Lantlôs는 장르 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밴드임은 분명하다. Ne ige의 앨범 작업 참여가 새로운 음악을 갈망하던 리스너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지만, 오히려 신선함이 부족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당시에는 발전 가능성을 보이는 흐름의 일부에 불과했기 때문에 작품을 거듭하며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밴드들이 급부상하면서 Lantlôs에 기대를 거는 리스너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이고, 리더인 Herbst는 LowCityRain이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통해 차기작에 대한 구상을 마련했다.
그의 프로젝트 밴드가 하는 음악은 다름 아닌 포스트 펑크. 그것도 최근의 Swans처럼 위압적인 음악도 아닌 단순하고 전형적인 포스트 펑크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리스너들은 썩 반기지 않는듯했지만 의외로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들려줬으며, 여기서 실험을 거친 Herbst의 클린 보컬은 곧장 Lantlôs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연 혹은 최근의 새로운 흐름 사이를 혼동하게 만드는 이 신작은 Alcest의 영향을 받았던 예전을 잊지 않고 최근의 모습까지 비슷하게 따라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포스트 블랙메탈의 탈 블랙화를 의미하는데, 블랙메탈 아닌 블랙메탈이 블랙에서 벗어난다는 소리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이들은 완전히 포스트록으로 돌아서지 않고 메탈스러운 요소를 아직까진 드러날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
모든 곡을 클린 보컬으로 메우고 완만해진 구성을 선보이는 이 작품은 또 엉뚱하게도 Pelican, Russian Circles와 같은 포스트 메탈 밴드들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전체적으로 김이 빠지기 시작한 포스트 메탈의 관점에서는 슈게이즈를 아주 어울리게 활용한 걸작이다. 연주가 주를 이루는 장르의 특성을 감안해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가사는 전달력까지 훌륭하다.
포스트 블랙메탈에서 벗어나는 밴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사실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하필이면 핵심적인 두 팀이기 때문에 특히 포스트 블랙 애호가라면 더욱 아쉽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는 포스트 블랙메탈의 방향을 조금만 더 넓게 생각하면 이들의 변화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이 본인의 취향임을 감안하면, 나는 포스트 블랙메탈의 탈 블랙화를 거리낌 없이 반길 것이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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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est –
Shelter (2014) |
95/100 Feb 1,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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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t Aus Nord, Deathspell Omega, Peste Noire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블랙메탈은 시대적 흐름에 비해 굉장히 차별화된 독특함으로 수많은 골수 매니아를 양산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아도 유별나게 인기가 높은 Anorexia Nervosa의 영향에 힘입어 '프랑스 블랙메탈'은 분명 리스너들의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Alcest도 처음에는 프랑스 블랙메탈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Peste Noire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발매한 데모 앨범 Tristesse hivernale으로 2001년 당시 '15살 블랙메탈 뮤지션'이라는 호칭을 얻은 Neige였지만, EP와 1집으로 새롭게 거듭난 Alcest의 모습은 정 체성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그런 식으로 Neige는 Amesoeurs, Lantlôs, Mortifera 외에도 수많은 밴드 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며 본인의 음악적 역량을 그대로 드러냄과 동시에 블랙메탈, 그리고 포스트록과 슈게이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4집 앨범인 Shelter로 또다시 새롭게 돌아온 Alcest는 이제 블랙메탈은 커녕 메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무색할 정도로 가볍고 산뜻한 음악을 선보였다. 딱 잘라서 Neige의 메탈스러운 모습에 기대를 걸었다면 반드시 실망할 수밖에 없는 완전한 포스트록/슈게이즈 앨범이다. 이러한 모습은 전작에서도 조짐이 보였으나 Sigur Rós의 스튜디오와 전담 프로듀서를 통해 앨범 작업을 하고, 피처링에 Slowdive 보컬리스트 Neil Halstead가 참여하는 등으로 아예 쐐기를 박았다. 게다가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즈 밴드 중에서 잘 하는 팀이 워낙 '널려있는' 탓에 이러한 음악으로 다른 계열 리스너들이 듣기에도 이 작품은 널려있는, 혹은 그 보다도 못한 쪽으로 평하기에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포스트록/슈게이즈 밴드로서는 가장 우수한 목표를 지향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돋보이는 셈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포스트록/슈게이즈 앨범이라는 이유로 전작보다 뛰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장담은 보기 좋게 빗겨나간다. 밝고 희망찬 느낌으로 가득한 멜로디는 앨범 러닝타임 내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5번 트랙인 L'éveil des muses가 비교적 어두운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메탈스러운 부분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에 그만큼 크게 간소화된 구성을 보인다. 간소한 구성을 활용하여 짜여진 자연스러운 흐름은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얼터너티브나 인디록과 같이(메탈에 비해) 가벼운 음악을 즐겨듣는 리스너들이 접하기에도 매력적인 요소가 더욱 많아진 작품이다. 이는 Neil Halstead가 피처링한 7번 트랙 Away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이 곡은 Alcest의 모든 곡을 통틀어 최초로 가사가 영어로 쓰여졌다. 또한 앨범의 백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트랙인 10분짜리 대곡 Délivrance의 긴 호흡은 희열에 찬 감동을 넘치도록 자아낸다. 앨범 타이틀 그대로 Shelter(쉼터)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Neige가 블랙메탈에서 완전히 멀어졌다고 하기엔 아직 프로젝트 밴드(Glaciation)가 남아있고 작품도 비교적 최근에 나왔다. 적어도 신작을 통해 드러나는 Alcest에게 프랑스 블랙메탈은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됐지만, 블랙메탈 못지않게 훌륭한 작품을 내놓았다. 완전한 포스트록/슈게이즈 밴드로 탈바꿈한 Alcest의 차후 행보에도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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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fheaven –
Sunbather (2013) |
100/100 Jun 28,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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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Absu, Judas Iscariot, Krieg, Xasthur,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요즘의 Agalloch, Leviathan 등의 밴드로 잘 알려진 미국의 블랙메탈 씬은 위에 언급한 밴드들 외에도 엄청나게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있으며 언더그라운드에선 아직까지 난해한 음악적 실험이 꾸준히 진행 중인 곳이다. 당장 뉴욕이 근거지인 밴드만 몇 언급하더라도 리스너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부르고 있는 Liturgy, 프로그레시브를 넘어 테크니컬의 영역까지 도전하고 있는 Krallice, 슬럿지한 부분에 무게를 둔 묵직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Tombs 외에도 Mutilation Rites, Abigail Williams, Castevet 까지 모두 지역의 씬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나름 엄 연한 블랙메탈' 밴드다.
그 다양한 USBM 밴드들 사이에서 캘리포니아 출신의 포스트(록에 훨씬 가까운) 블랙메탈 밴드 Deafheaven 은 Black Twilight Circle 으로 불리는 무지막지한 로컬씬의 본거지에서 결성하였지만 주로 노이즈, 슬럿지, 데스둠 등의 조화를 추구하던 로컬의 분위기와 전혀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 둘 다 발돋움을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현재로서는 그 로컬씬 전체보다 시대의 흐름 아래 큰 지지를 받고 있는 Deafheaven 이 훨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결성 초기의 이 밴드는 2011년 SXSW 무대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곧바로 뉴스쿨 하드코어 계열 명문 레이블로 떠오르는 Deathwish Inc. 와 계약, 1집 Roads to Judah 발매와 여러 활동까지 딱 결성 1~2년차의 신인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3년차를 맞이한 올해엔 이탈리아의 불경스러운 하드코어 펑크 밴드 The Secret 과 함께 유럽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후, 2집 앨범 Sunbather 를 발매하였고 역시나 극단적인 매니아의 혹평과 지지 사이에서 이들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Deafheaven 또한 '나름 엄연한 블랙메탈' 밴드에 속하는 밴드다.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오히려 포스트록 내지는 스크리모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느낄 텐데,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하면서 블랙메탈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자 하였던 Wolves In The Throne Room 과도 다른 경우다. 아마 이 앨범의 아트웍만 봐도 무지막지하게 달리면서 감동적인 선율을 들려주는 그런 블랙메탈 앨범일 줄은 쉽게 예상하지 않았으리라 본다. 특히 2집 발매 전 Bosse-de-Nage 와 발매한 스플릿 앨범에서 블랙메탈 밴드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Mogwai 커버곡을 수록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전작과 비교를 해보자면 브릿지 트랙을 하나씩 배치하여 앨범 단위로서의 흐름에 대한 유기성을 높였고, 포스트록+블랙메탈이라는 공식을 따로 배치하여 약간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줬던 구성에서 탈피하여 곡 단위로도 좀 더 자연스럽고 치밀함까지 갖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물론 1집도 상당히 좋은 작품이지만 본연의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 발전한 모습을 보인 이 신작이 더욱 대단한 이유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장르 간의 격차를 떠나 Envy, Godspeed You! Black Emperor, My Bloody Valentine 등을 포함한 여러 밴드들의 음악을 모두 받아들여서 마침내 완성해낸 작품이 바로 Sunbather 다. 슈게이즈와 블랙메탈의 조화로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Alcest 가 그랬듯이, 자신들을 블랙메탈이라는 테두리 안에 가두지 않으려는 확고한 애티튜드가 있기 때문에 이런 훌륭한 작품이 나왔다.
블랙메탈의 실험과 시도는 지금까지도 긴 여행을 떠나는 중이며, 그 여정의 정점에 나온 작품이 바로 Sunbather 라고 단연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소위 힙스터 블랙메탈이라 불리는 타이틀으로 이 작품을 설명하기엔 너무 아름답고, 보컬의 음색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엔 빈틈 없는 선율이 아주 잘 담겨 있다.
Always and forever.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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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lendusk –
Black Clouds Gathering (2013) |
95/100 May 11,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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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는 예전부터 아시아의 메탈 강국으로 알려진 곳이다. 메탈 강국의 기준이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척박한 나라 사정과는 다르게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지금까지도 탄생하고 활동하기를 이어지며 그 일부는 주목을 받아 아시아를 벗어난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까지. 그 외에도 다양한 국적과 음악의 밴드가 인도네시아를 투어의 일환으로 자주 거쳐 가고 있기에 메탈 강국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음은 분명하다.
2011년에 결성한 엣머스페릭 블랙메탈 밴드 Vallendusk 는 결성 1년 차에 중국의 강소 레이블 Pest Productions 과 계약을 맺으며 셀프타이틀 EP 를 발매, 크게 알려지진 못했지만 매니아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장르 자체는 예전부터 존재하던 엣머스페릭 블랙이지만, 막상 들어보면 대부분이 알고 있는 그 예전의 엣머스페릭 블랙과는 다른 쪽의 부류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올해 발매한 이 작품 Black Clouds Gathering 을 통해 EP 보다 한층 발전된 음악으로 다시 찾아왔으며 이는 아시아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우선 이 작품을 들으면서 가장 떠오르는 밴드는 아마 미국의 Deafheaven 정도가 있을 것이다. 비록 블랙메탈이라 불리더라도 음악의 뿌리는 포스트록에서 찾을 수 있는, 그러니까 슈게이즈 음악에 기반을 둔 Alcest 와도 충분히 유사할 수 있겠지만(심지어 똑같이 Post-Black Metal 이라는 이름으로 있으니) 세부적으로 따지고 보았을 때는 따로 나뉘어야 할 음악 말이다. 비슷한 스타일의 밴드가 적음은 물론이고 이러한 성향의 음악을 하는 아시아 국적의 팀인 Vallendusk 는 더욱 가치가 있는 밴드라 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블랙메탈 치고는 상당히 밝은 분위기, 포스트록을 연상시키는 흐름의 전개, 메탈 음악으로서의 완성도까지 어느 부분 하나 빠지지 않고 골고루 잘 만들어진 명작이다. 곧 6월이면 Deafheaven 도 2집이 나온다고 하니 이 작품과 더불어 새로운 감동을 원하는 청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For fans of Agalloch, Alcest, Deafheaven, Drudkh, Fen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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